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나를 위한 철학 수업

$15.13
저자

박연숙

당연한것에대해당연하지않은방식으로생각하고불편한것에대해불편하지않은방식으로대화하기를좋아한다.이화여자대학교에서논문〈존듀이의경험미학과예술교호작용〉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숭실대학교베어드학부대학의교수로재직하면서글쓰기와독서토론을강의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논술문강의와연습』,『나나의논리대왕도전기』,『선과악은정해져있을까』,『중학생토론학교사회와문화』,『창의적사고와글쓰기』등이있고,고등학교철학교과서(천재교육)를집필했다.

목차

차례
프롤로그
삶과죽음은서로의완성을위해필요한존재

1부
내삶가까이에있는죽음에대하여

죽음의무게는사람마다다를까?
《자기앞의생》
가까운이의죽음을어떻게받아들일까?
《몬스터콜스》
인간은전염병의공포를이겨낼수있을까?
《페스트》
나의죽음에대해생각해본적이있나?
《이반일리치의죽음》
동물이라고상실의슬픔이덜할까?
《베일리어게인》

2부
죽음이가르쳐주는삶의의미에대하여

내인생최고의순간은언제일까?
〈원더풀라이프〉
‘멋지게’죽는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
《숨결이바람될때》
아무것도기대할수없어도살아야할까?
《죽음의수용소에서》
무엇을위해살고무엇을위해죽을수있을까?
《인간의대지》

3부
죽음을바라보는다양한시선에대하여

삶을끝낼자유조차없는삶이과연사는걸까?
〈씨인사이드〉
니체가말한이성적자살이란무엇일까?
《내삶의의미》
죽음을최대한늦춘다고행복해질까?
《죽음》
왜어떤사람은이유없이사람을죽일까?
〈엘리펀트〉
우리는왜죽음을두려워할필요가없을까?
《세상에예쁜것》

에필로그
죽음,더빛나는삶을위한뮤즈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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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문학과영화에담긴삶과죽음에관한철학이야기

책은세부분으로구성하였다.1부(내삶가까이에있는죽음에대하여),2부(죽음이가르쳐주는삶의의미에대하여),3부(죽음을바라보는다양한시선에대하여)에걸쳐사랑하는이를잃고남겨진사람,예기치않은죽음을맞이할환자,반려동물과이별하는보호자,극한의절망을이겨낸생존자,전염병공포에맞서는인간군상,죽은상태와다름없이살아가야하는식물인간,무차별살인의범죄자등고전문학과영화속‘죽음의사연’을소개한다.그리고에피쿠로스와아리스토텔레스부터시작해야스퍼스,하이데거,롤로메이,벤담,듀이,프로이트,레비나스,아메리,니체등‘삶의의미’를숙고한철학자들의사상을함께들려주며,독자스스로다양한관점에서삶과죽음을음미하고성찰하도록이끈다.
‘사는게사는게아니’라는자조가만연한코로나블루시대,죽음을정면으로다룬이책이‘과연산다는것이무엇인지’되돌아볼계기가되기를기대한다.“자신의존재를선명하게비추어줄단한순간”만이라도찾을수있다면,우리가살아남아야할이유는충분하기때문이다.

☞누구나한번은겪는다:소중한존재의상실앞에서다시시작되는삶

‘소중한사람의죽음을받아들일수있을까?’‘내가죽으면누가울까?사람들은내장례식에서과연뭐라고말할까?’‘반려동물이무지개다리를건너면그빈자리를어떻게견딜까?’…살면서누구나한번쯤떠오를법한질문들이다.1부(내삶가까이에있는죽음에대하여)에서들려주는이야기들이기도하다.
?자기앞의생?의고아소년모모와?몬스터콜스?의외동아이코너는세상에서가장가깝고소중한존재의죽음을앞두고있다.저자는주인공들이두려움앞에서양가감정으로부끄러워하거나한걸음나아가용감하게변화를시도하는모습을인용하면서,죽음공포(롤로메이),무의식(지그문트프로이트와칼융),한계상황과실존(칼야스퍼스)등철학과심리학의주요개념들을곁들여보다입체적으로이해하도록돕는다.

“죽음이라는피할수없는상황앞에서그저슬퍼하거나외면하는데에그치는것이아니라,모모처럼그사람의죽음으로자기를발견하고자신의고유한삶을살고자변화할수있습니다.야스퍼스는그런변화를가져오는죽음을우리가일반적으로접하는여러상황과구분하여‘한계상황’이라고보았습니다.”(본문22쪽)

특히고전작품카뮈의?페스트?를소개하며‘인간은전염병의공포를이겨낼수있을까?’를되묻는내용이‘내삶가까이있는죽음’에포함된것도인상적이다.이길수없는악에대항하는다양한인간군상의모습을하나하나들여다보면서,‘시지프스의형벌’을감내하는‘부조리한영웅’들이코로나19와싸우는오늘날에도시사하는바를되새겨볼수있기때문일것이다.

“부조리한운명앞에선우리에게패배는무엇일까요?그것은죽음이아니라불안과공포로인간성을잃고다른사람에대해무감각해지는것이아닐까요?…오늘날우리는페스트와다름없는코로나19라는부조리한고통을겪으며싸우고있습니다.앞으로도살아가면서무수한싸움을겪을우리에게필요한것은,자신이어떤싸움을하는지,그싸움의의미는무엇이고누구와함께하는지,최후에간직하게될기억이무엇인지를의식하는것입니다.”(본문66쪽)

톨스토이의?이반일리치의죽음?도‘죽음이하루아침에나의일’이될지모르는오늘날의유례없는일상과사무치게겹쳐읽힌다.이반의갑작스러운부고소식에아무도진심으로슬퍼하지않는모습을보면서,우리는과연그들이함께추구하고공유한품위있는삶이란무엇인지곱씹어볼수밖에없다.

“죽음앞에서드러날진실은죽음의두려움과고통을더해줄수도,덜어줄수도있다고생각합니다.자신도몰랐던자기삶의진실은무엇일까요?진심으로후회없는삶을살아왔다면자신의일생을마무리하는것에두려움이나고통은덜할테고반대로겉으로만그럴듯하게남들사는대로떠밀리듯이살아왔다면빈껍데기를붙들고살아왔다는자책에고통이더할것입니다.이반일리치가들려주는진실입니다.”(본문68-69쪽)

하이데거는자신의고유한삶이아니라사회가원하는틀에맞춰사는삶을‘비본래적실존’이라고일컬으며,이를적나라하게드러내주는계기가죽음이라고보았다.즉죽음이야말로‘가장고유하고,가장극단적이며,가장확실한가능성을일깨우며자신의본래적삶의의미를묻는’다는것이다.죽음앞에서천변만화하는감정을철학의논리로단칼에정리할수는없겠지만,죽음의본질을사유하는태도에따라우리는삶을얼마든지다채롭게바꿀수있다.

☞모든인간은죽는다: 삶과죽음은서로의완성을위해필요한존재

에피쿠로스는“존재하면죽지않은것이고,존재하지않으면죽은것이니,나는결코죽음을경험할수없다”고했다.하지만자신의죽음은아니지만우리는직간접으로수많은죽음을겪는다.그가운데는커다란상흔을남기는가까운존재가아닐지라도,허투루볼수없을만큼강렬한감정을가져다주는죽음도있다.2부(죽음이가르쳐주는삶의의미에대하여)에서는이처럼죽음이삶에일으키는파문을들여다본다.

“고레에다히로카즈는<원더풀라이프>를위해6개월간500여명을만나‘인생에서한가지기억만을선택한다면무엇을고르겠는가?’를질문했고,그중열명을선발하여직접출연하게했습니다.…등장인물들이그순간을영상이미지로만들고스스로감상하는과정은의미심장한데,철학자존듀이가말한미적경험,즉‘하나의경험’과통하는면이있습니다.”(본문110쪽)

특히저자는<원더풀라이프>에서죽은뒤인생의모든후회,자책,좌절같은것들을모두지우고오직자신이의미를부여한그하나의순간만을간직한채영원에머문다는점에서,죽음보다삶을일깨우는따듯함에주목한다.삶을살아있는예술로만드는것은주인공인오직자신만이할수있는일이다.그렇게‘멋지게’삶을완성한사람들을2부에모았으니,?숨결이바람될때?의저자폴칼라니티,?죽음의수용소에서?의저자빅터프랭클,?인간의대지?의저자앙투안생텍쥐페리의친구들이바로그들이다.

“?숨결이바람될때?는죽음에용기있게맞서죽음을초월할수있는일들에전념하며주어진시간을의미있게살고자했던분투로가득합니다.마침내죽음을맞이하는순간에는두려움에떠는대신고요하고침착하게가족들에게감사와사랑의인사를건네며평온한모습으로떠났습니다.대체어떻게하면그처럼의연하게죽음을맞이할수있을까요?”(본문120쪽)

변화시킬수있는것과그렇지않은것을구별하는지혜를터득하고마음의평정을유지하는태도는스토아학파가특히강조했던철학이다.암진단을받은후2년사이에,칼라니티는레지던트과정을마치고수술실에복귀해중요한수술을성공적으로마치고딸아이를낳고자신의삶을글로정리했다.그야말로온몸으로철학을살아낸셈이다.이처럼더이상아무것도아닌존재가되는허무를무기력하게받아들이지않고,회복불가능한쇠약한모습을넘어서서내면의목소리에따라진짜자기자신을창조해낸용기는“사랑이없으면해낼수없다.”빅터프랭클이유대인도살장이라불리는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죽기살기로살아남은이유도,생텍쥐페리의친구기요메가극한의조건을버티고“그어떤짐승도하지못했을일”을해내며살아돌아온이유도,사랑하는사람을위해서였다.

“기요메와더불어생텍쥐페리에게영감을준또다른인물은메르모즈입니다.사하라사막부터안데스산맥에이르기까지위험한지역의항로개척임무를맡은그는협로를찾기위해많은노력을기울여야했습니다.살인적인눈폭풍과거센바람이소용돌이를헤치며메르모즈는이러한목숨을건전투를‘다른사람을위해시도’했던것입니다.”(본문152쪽)

이어서저자는‘자아’중심의철학을비판하고‘타자’대신‘이웃’이라는말을제안하며‘관계’속에서‘존재의의미’를찾은레비나스의철학을소개하면서,우리시야를확장해준다.이를거창하게볼필요가없다는조언도덧붙인다.자신의꽃을책임지는정원사의마음이면충분히도달할수있다고말이다.죽을수도있는이유가누군가에겐곧삶의이유가되기도하기때문이다.

☞세상에무의미한죽음은없다:삶의수만큼다양한죽음이존재한다

우리는대부분평온하고안락한삶을살다가나이가들면가족에게둘러싸여조용히맞이하는죽음을원한다.하지만그런행운을누리는사람은그다지많지않다.3부(죽음을바라보는다양한시선에대하여)는다소평범하지않은,하지만적지않게우리주변에존재하는죽음의모습을살펴본다.존엄사,안락사,자살,생명연장,살인등수많은생각거리와논쟁거리를동반한이야기들이다.
영화<씨인사이드>는실존인물라몬삼페드로가주인공이다.사고로전신이마비되어30여년간침대에서살다가법원에자살을허용해달라고요청했지만여러차례패소후마침내지인의도움으로자살에성공한인물이다.“삶은의무가아니라권리”라는라몬의호소는‘자유죽음’을주장한장아메리의철학과맞닿아있다.물론이때자유는생명을함부로저버리는일까지지지하는것이아니라,극심한고통으로존재의미가박탈된경우에한정한다.어디까지나“삶의존엄을선택할자유”를의미하는것이다.
“니체가말하는품위있는자살은죽음을맞이할때정신이온전할뿐만아니라신체적으로도가장건강한상태여야합니다.죽음에대한합리적대처로서오로지개인의자유로운결단에의거한‘자유로운죽음’이자‘이성적죽음’입니다.이런죽음만이축제로승화될수있고,공포의대상이아니라친구일수있는죽음입니다.”(본문189쪽)

반면니체는위버멘쉬(초인)만이단행할수있는‘이성적자살’을제안했는데,이러한적극적선택을추구한인물도실존한다.앞서소개한?자기앞의생?의저자에밀아자르와동일인인로맹가리다.평생여러가명을내세워전혀다른필체로새로운작품을여러편출간한그는,자신을넘어서고극복하여스스로새롭게창조하는위버멘쉬의삶을추구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모든것이완결되었다고판단한시점에스스로죽음을선택한생의마지막까지그러했다.
하지만이를동경하고찬미하기엔너무나도위험천만하다.이러한영웅적죽음충동이타인을향할때처참한비극을가져오기때문이다.1999년미국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일어난무차별살인사건을배경으로한<엘리펀트>에서거스밴샌트감독은살인범에릭과딜런을통해동전앞뒤면과같은죽음충동의두얼굴을적나라하게그려냈다.

“딜런의어머니는사건16년후출간한?나는살인자의엄마입니다?에서자신의아들이살인자가되리라고는꿈에도상상하지못했다고고백합니다.가족모두딜런을사랑했고가정은화목했습니다.전혀예측하지못한비극이그의가족과희생자가족에게일어난것입니다.우리는자신과우리를둘러싼것에대해모르는것이너무도많습니다.나자신에대해서도나와전혀다르다고생각하는타자에대해서도성급히판단해서는안되는이유입니다.”(본문235쪽)

☞“지금부터은하와춤추러간다”:삶과죽음이우리를철학자로만든다

사실우리인간은죽음에대해서결코제대로알수없을것이다.저자가“어쩌면눈을감고코끼리를더듬듯조금씩다가갈수있을뿐인지도모른다”고말하는이유다.그렇다고죽음에대해한없이두려워할필요가있을까?박완서의마지막산문집?세상의예쁜것?에담긴죽음에대한성찰을보자.

“작가(박완서)가죽음에대해두려움만고백한것은아닙니다.꽃이피는것을보고즐거워하는대신꽃을피우는대자연의일부가되고,사랑하는사람들과만나는대신무심한바람이되어사랑하는사람들의옷깃을스치게될일을상상합니다.…작가가바라는죽음은대자연의일부로돌아가자식들과손주들에게따뜻한기억으로남는것입니다.이러한태도가공자가말한자신의명을다하고자연스럽게맞이하는좋은죽음[順命]에해당하지않을까요?”(본문247쪽)

이처럼결코평탄치않은삶을살았지만참척의고통에갇히지않았던현명한인생의면면을거장들의철학과함께들여다보며,저자는“평화로운죽음은손놓고기다린다고오는것이아니라최선을다해삶을사랑할때만날수있다”고깨달았다.그렇게각자의짐을지고열심히자기몫을살아가는사람들을보며생겨난연민과존경의마음이또한삶을지탱하는힘이되어주었다.이렇듯삶과죽음이우리를철학자로만드는것일테니,“죽음은삶의끝에오는것이아니라,더빛나는삶을위한뮤즈”라는저자의철학을이책을통해더많은사람과나누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