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15.00
Description
“위법 행위를 지적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리지 않는다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기 머무는 동안
동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

리나구스타브손

LinaGustafsson
동물의더나은삶을바라는마음으로수의학을공부했다.동물병원에서근무하면서주로개와고양이를치료하다가,표현하지못할고통을견뎌내지만아무도싸워주지않는동물들을위해일하고싶다는생각이들었다.스웨덴국립식품청수의직공무원에지원하여2017년부터도축장에서일을시작했고,그경험을기록한85일동안의일기를책으로엮었다.2020년스웨덴올해의수의사상최종결선4인에들었다.

출판사 서평

그러라고태어난동물은없다!

-가장슬픈곳에서
-가장낮은존재를향한
-가장따뜻한손길을만나다.

*하루에도수천개의생명이소멸하는도살장을가감없이해부한수의사의일기
*먹이사슬의맨아래칸에있는생명체의권리에대한불편하고도문학적인질문
*“지금까지읽은동물보호에관한책가운데,가장이지적이고강렬한책”〈헬싱보리스닥블라드〉

인간과동물의평화로운공존은가능할까?“어떤경우든인간을위해동물을희생시키는것이진짜필요한일인지매번고민해야하며,동물이겪어야할고통을가능한한줄여줘야한다.”고일찍이생명외경사상을설파한알베르트슈바이처는말한바있다.인간은동물들의고통으로많은혜택을받고있으니,그에대해서마땅한의무와책임이있다는것이다.

스웨덴의수의사리나구스타브손이쓴《아무도존중하지않는동물들에관하여》는우리사회에서지금가장절실하고도뜨거운논의,즉‘인간과동물의공존’을모색하는데강렬한영감을던지는책이다.동물의더나은삶을바라는마음으로수의학을공부한저자는동물병원에서근무하다가,표현하지못할고통을견뎌내지만아무도싸워주지않는동물들을위해일하고싶다는생각으로도축장일에지원한다.동물보호규정준수여부를감시하는자리였다.하지만돼지,소,닭등식용육의하역,수송,보관,도축과정에서각오를훌쩍뛰어넘는참혹한장면을마주하고,그먹먹한날들을묵묵히일기로남긴다.

내부자의시선으로도축장을가감없이해부한이기록은현대문명의가장어두운곳으로우리를데리고가인간과동물의평화로운공존에대해근원적인질문을던진다.책을읽다보면독자또한한번도마주한적없던도축장의생생한모습이눈앞에펼쳐져참담하고무력해질지모른다.단순히도축환경의개선을말하는데그칠수없는장면들이기때문이다.‘지옥에서보낸한철’과도같은날들을기록하며,저자는동물이인간의식생활을풍요롭게해주는도구가아니라우리와똑같이하나뿐인생명을지닌존재가아닌지끊임없이곱씹는다.그렇게책은인간은과연동물과어떻게공존할수있을까되물으며,평범한우리인식의근본적인전환을요구하고있다.

☞“수의사리나구스타브손의충격적인일기는고기의대량생산이
실제로어떤의미인지를기록한문학적기억이다.”〈스벤스카닥블라데트〉

저자는첫출근에서왜직장을옮겼느냐(동물병원에서도축장으로)는질문을받고“예전부터동물보호쪽일을하고싶어서”라고답한다.부여받은임무는도축이시작되기전에돼지의상태를검사하는일.사람이먹기에적합하지않은고기가식탁에오르지못하도록,질병의징후가보이는돼지를선별해야한다.전염병이돌지않는지위생상태를살피는것뿐아니라,폭력등비인도적행위로동물보호법을위반하는지도감시한다.그리고바로출근첫날,비실비실제대로걷지못한다는이유로살처분당하는돼지를눈앞에서목격한다.

(돼지)이마에볼트총을대고방아쇠를당기자녀석의몸이뻣뻣해지다가털썩쓰러진다.…돼지는몸을떨고경련으로움칠대며이리저리뒤치지만바닥에서몸을일으키지는못한다.…돼지가조용해지기까지30분이걸린다.…나는시선을돌릴수가없다.심장은방망이질을해댄다.운반기사는튀는피를피해칸막이벽뒤로몸을숨긴다.따분한데다스트레스를받은표정이다.…돼지의온몸이자기피로범벅이다.기사는죽은돼지를도축작업장으로싣고간다.이런경우한번더검사를받아야하기때문이다.(14-15쪽)

그녀는이렇게현장에서날마다마주친잔혹한상황을낱낱이일기로적어나간다.운반과정에서다리를절지는않는지매를맞아지는않았는지도대체어디가아픈지수의사로서꼼꼼히살펴보던녀석들이,마취-방혈-탕박등의도축공정을거치며고기가되는과정을꼼짝없이지켜봐야했던날들이고스란히담겨있다.섣부르게목소리를높이거나감상에빠져허우적대지않으려는안간힘이묻어나는문장들은“비웃지말고,개탄하지말고,혐오하지마라.그렇지만이해하라”는스피노자의말을사뭇떠오르게한다.하지만죽음을감지하고패닉에빠져마취설비로들어가지않으려버티는돼지의등을사정없이내리치는직원들에게는누구보다도단호했던저자이기에,동물에대한애잔한연민그리고고통으로얼룩진현실에대한절망과혼란을감출수없는문장들이기도하다.

5년6개월의수의학공부를마친후나는내가더는예전처럼순진하지않다고생각했다.그런데여기와서다시금내가여전히참순진했다고생각하게된다.그건아마도눈코뜰새없이빠른속도와어마어마한물량,거대한시스템앞에선나자신이너무나하찮은존재이기때문일것이다.그리고나역시거기에순응할수밖에없기때문일것이다.나는부정적인생각과싸웠고,이곳으로올때품었던실용주의에매달리려애썼다.(39쪽)

피곤한돼지는물이떨어지는동안가만히누워있다.다른녀석들은일어나코를빛과물을향해쳐든다.물에떨어진햇살이굴절된다.갑자기무지개가생긴다.몇초동안고요하다.나는모든것을잊고햇빛과가랑비에젖어쉬는돼지들을바라본다.소음도비명도들리지않고오물도시멘트벽도보이지않는다.나는평화의이순간만을보고듣는다.(58-59쪽)

☞“정직하고뛰어난기록으로독자들을
우리문명의가장어두운곳으로데리고간다.”〈예테보리스-포스텐〉

저자는채식주의자이지만,구내식당에서고기를먹는다른직원을비난하지는않는사람이다.인간이무슨권리로동물을‘반려동물’과‘식용육’으로나누는가고민하지만,공장식축산시스템에몸을담고있는자신도자신이동물을위해할수있는일이분명존재할거라고믿는사람이다.책은그런저자를닮았다.대규모축산이야기하는여러문제를분석하거나해결책을주장하려들진않는다.다만본인이기꺼이버텨낸시간을공감해달라고청하듯써내려갈뿐이다.

돼지한마리가트럭에서비틀대며걸어나온다.주저앉았다가다시일어서서용감하게친구들을쫓아가보지만또쓰러지고만다.녀석을도울수있으면좋겠다.동물병원에왔던강아지들을떠올린다.그녀석들에게우리가줄수있었던위로를생각한다.그들이더는살수없다는사실을깨닫고슬퍼서울던반려인들을떠올린다.…
질병과죽음과맞서는투쟁을생각한다.같은투쟁을바라보는우리평가가얼마나다른지도생각한다.우리는우리욕망에따라서만주고뺏는다.시멘트바닥에앉은외로운돼지를보며그모든생각이머리를스치고지나간다.녀석을숨을헐떡이며궁금하다는표정으로나를바라본다.로베르트가볼트총을들고내옆에선다.“쏴요”내가말한다.(234쪽)

하지만아무도알고싶어하지않는어두운현실을먼저목도한사람의의무를외면할수없다는듯,저자가마치현미경으로들여다보는것처럼날것그대로자세히묘사한도축장의모습은우리상상을아득히넘어선다.그리고이책으로그시간과공간을공유한우리는‘고기를먹는다는것에관하여,동물학대가전제인공장식축산에관하여,그게아니라면윤리적인사육은과연무엇인지에관하여,나아가먹이사슬밑바닥을차지하는생명과노동에관하여’어느새불편한마음으로근심하지않을수없다.저자와마찬가지로,더는이전으로돌아갈수가없는것이다.

가스실안을들여다보자고결심한다.…녀석들의비명을나는매일듣는다.하지만이건완전히다르다.이곳의소리는울부짖음이다.녀석들이이리저리몸을뒤채며빠져나가려고,숨쉬려고안간힘을쓴다.곤돌라전체가흔들린다.…절망에찬마지막한번의꽥소리를끝으로녀석들의목소리가사라진다.…사방이고요하다.인생을이전과이후로가르는그런중차대한순간들중하나다.…무슨일이일어날지알았지만눈앞에펼쳐진광경에나는완전히넋을잃었다.그정도로강렬하고고통스러운사투에.(201쪽)

겉만보면이곳은모든것이정말로그럴싸하다.표준화된작업공정,활발한소통.동물보호와품질안전을책임지는책임자도한명씩있다.단속과검사도시행된다.동물과접촉하는모든사람이전문자격증을갖고있다.파란헬멧을쓴수의사몇사람이매일상황을감독한다.하지만우리가말하지않는그모든것은어찌할것인가?죽기전의고통만이문제가아니다.우리에겐동물의감정과바람과생명이아무런의미도없다.(203쪽)
☞“그동안공장식축산에대한문제제기는계속있었지만,
농장동물의종착지인도살장의현실은제대로알려지지않았다.”
명보영수의사,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동물복지선진국이라고알려진스웨덴조차도,도축장은고통스러운죽음의현장일뿐이다.동물보호에누구보다도진심이었기에섬세하게문제를건의하고설득하며가혹한환경을개선하는데앞장서왔지만,온통죽음으로둘러싸인일상은버거웠을것이다.저자의사직으로마무리되는이기록은마지막까지도죄책감과미미한희망이혼란스럽게뒤섞여있다.하지만“이것이마침표는아니다”라는저자의의연한한마디또한묵직하게남아있다.

“희망이없어보여요.7년전에기록된내용인데,지금이랑똑같았어요.”사직서를내고,나는무의미하다는기분을쫓으려애썼다.그리고혹시라도동료들의노력을폄하하지는않을까조심한다.마주앉은팀장이말한다.“맞아요.예전엔위법사항을기록만하고추적하지는않았죠.동물보호는정말쉽지않은분야예요.분명한건,우리가여기서감독하지않으면더나빠질뿐일테죠.…우리가꼭여기있어야하는이유예요.”(211쪽)

계류장에있으려니헬레나가동물보호순찰을돌러내려온다.“돼지들이왜다치는지알아냈어요?”“아니요.”“리나가감독관청에아주좋은정보를보냈던데요.공급자도기사도다알면서규정을어기고절룩이는돼지를실어보냈다고요.우리에게필요한게바로그런정보예요.절룩이는돼지가너무많이와요.그래서는안되는데말이죠.기업에도그에관한규정이필요해요.”“그기사분은신고하라고했어요.그래야축산농가가병든돼지를싣지않는다고요.헬레나가그문제에관심을보이니잘됐어요.”(242-245쪽)

2021년9월,문재인대통령은“이제는개식용금지를신중하게검토할때가됐다”고말했다.이를두고닭,소,돼지는허용하면서개고기는금지하는것은모순이라며반발하는이들도있었지만,한편에서는반려동물가구가600만을넘은현실을잘반영했고식용견의잔혹사가더는용인되어서는안된다며반겼다.우리나라도동물권과생명권논의가더디게나마진전되고있다는의미다.대한민국의수많은‘리나구스타브손’덕분일것이다.
살아있는존재를도구로대하며거리낌없이고통을주는인간의행위를부끄러워할줄알았던저자가‘아무도존중하지않는동물들’에관해기록한이책이‘생명의존엄’에대한질문의씨앗이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