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미스터리 소설집)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미스터리 소설집)

$15.04
Description
한국 SF의 가장 빛나는 별,
듀나의 첫 미스터리 모음집

고전적 트릭부터 생경한 반전까지
장르를 떠돌며 치밀하게 직진하는 여덟 편의 완벽한 살인 사건
한국 SF, 나아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된 듀나가 미스터리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단편집에서는 그가 그간 써온 미스터리 작품들과 이번 단편집을 위해 새롭게 쓴 작품들을 함께 담았다.

SF 작가로만 알려진 듀나의 새로운 면모, 하지만 알고 보면 듀나 문학을 이루는 중요한 근간인 미스터리 장르를 전면에 드러낸 첫 책이다. SF를 잠시 미뤄두고, 범인의 고백과 형사의 수사, 밀실 트릭과 연쇄 살인, 피와 시체, 의심과 추리, 반전이 뒤얽히는 미스터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애거서 크리스티, 존 딕슨 카, 엘러리 퀸 등 미스터리 거장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듀나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이야기들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장르 팬들과 듀나 문학을 즐겨온 독자들 모두에게 매력적이고도 신선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듀나

DJUNA

소설가이자영화비평가.1990년대초,하이텔과학소설동호회에짧은단편들을올리면서경력을시작했다.이후로각종매체에소설과영화평론을쓰면서왕성한활동을이어오고있다.《평형추》《아르카디아에도나는있었다》《민트의세계》《대리전》《태평양횡단특급》등의소설을썼으며,《옛날영화,이좋은걸이제알았다니》《장르세계를떠도는듀나의탐사기》《가능한꿈의공간들》등의논픽션을썼다.《평형추》는2021년SF어워드에서장편부문우수상을받았다.

목차

성호삼촌의범죄
마지막피한방울까지
그겨울,손탁호텔에서
돼지먹이
콩알이를지켜라!
누가춘배를죽였지?
그건너의피였어
햄릿사건

작가의말-하지만저는미스터리작가인데요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하지만저는미스터리작가인데요?”
장르의마에스트로가펼치는미스터리의세계

‘듀나’라는이름은이제한장르를대표하는커다란이름이되었다.그는한국SF문학에서─이경희작가의표현을빌리자면─‘적색거성’과도같은존재감으로자리잡았다.그의소설들이발하는빛은다른많은한국SF작가에게영향을주고있다.
그러나듀나작가본인이《장르세계를떠도는듀나의탐사기》에서썼듯,하나의장르는단일한장르로서온전하게존재하는것이아니라,마치겹쳐있는여러개의소용돌이처럼서로영향을끊임없이주고받으며중첩되어존재한다.이는장르를쓰는작가또한마찬가지일것이다.장르가단일한장르로서만존재할수없듯,작가또한단일한장르작가로존재할수없다.

“곧미스터리단편집이나올예정입니다.SF,판타지가섞이지않은책이에요.언젠가하고싶었던일이죠.저는기질적으로미스터리작가니까요.”─《우리는SF를좋아해》(민음사,2022)중에서

SF소설을주로써왔지만,그는“기질적으로”미스터리작가이다.그가쓴SF소설들의기저에는미스터리라는장르가있어왔다.그래서SF와판타지를걷어내고미스터리만을담아낸이번단편집은어찌보면듀나문학의정수를더선명하게만날수있는책이라고할수있다.곽재식작가의말처럼,듀나는이미“한국문학을대표할수있는최고수준의거장”이고,이책에서는그러한거장이자신의소설쓰기의근간이된미스터리에오롯이집중할때얼마나탁월하게그장르를다룰수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


가장현대적이고동시대적인미스터리
과거의위대한유산과뛰어난최신의감각이만날때

19세기말에드거앨런포가고전미스터리의원형을구축한이후로미스터리장르는긴시간동안미스터리장르만의미학과관습을쌓아왔다.이러한장르에대한깊은이해와애정을바탕으로듀나는이번단편집에서거장작가들이남긴위대한유산을자유자재로활용한다.고전적인장치들을자신만의스타일로변용하면서21세기한국의사회문화적배경에이식해세부를덧붙여나간다.아주오래된유산으로만드는가장새로운미스터리.동시대와공명하는지점들을만들어내는정교한솜씨가돋보인다.
표제작인〈그겨울,손탁호텔에서〉는한국사회에서실제로일어났던사회적현상,‘영화계성폭력해시태그운동’과‘미투운동’을작품내에끌어들인다.〈콩알이를지켜라!〉에서다뤄지는남성소설가들의만행은문단내성폭력해시태그운동그리고현실에서횡행하는불법촬영범죄를연상시킨다.코로나바이러스확산이후의풍경,즉마스크를써야하는사회적상황에서전개되는〈콩알이를지켜라!〉는기시감에머물지않고현실감을증폭하기도한다.

경쾌함과세련됨,그리고긴여운을갖춘이야기들
듀나와함께즐기는미스터리피크닉

발달된과학기술은과학수사의영역뿐만아니라우리의실생활전반,일상의세세한곳곳에빈틈없이투입되어있다.현대사회의거의모든곳을연결하는디지털기술은미스터리한사건이개연성있게둥지를틀자리,미스터리소설이성립할공백을더욱좁혔다.
하지만그럴수록우리는미스터리에이끌린다.진실과거짓이무엇인지알수없는모호한상태,그것이귀해질수록미스터리는더욱매혹적인이야기로우리에게다가온다.바야흐로우리는새로운미스터리가필요한시대에살고있다.
《그겨울,손탁호텔에서》에담긴이야기들은대부분사건의전말을빠짐없이제시하거나,진상을완전히다보여주지않는다.범인의정체부터트릭,범행동기등을구구절절설명하는대부분의미스터리소설과는다르다.미완으로남은이야기는그자체로쉬이잊히지않는여운을준다.
〈마지막피한방울까지〉에서강우혁이침묵으로남긴사연,그리고‘피’의의미를우리는짐작만할수있을뿐이다.범인의정체와범행에쓰인트릭이밝혀지는〈성호삼촌의범죄〉에서도성호삼촌을결정적으로화나게만들었던정상만의말한마디는끝내알지못한다.〈콩알이를지켜라!〉에서도은비가진석의작업실을찾아가상의한일이무엇인지작품내에서직접언급하지않는다.이처럼일부러숨겨둔구석이있는이야기는그구석덕분에현실성과입체감을얻는다.

나는그가정확히어떤말을했는지모른다.삼촌은아직도그이야기를하지않는다.아무리보채도내가들을수있는대답은똑같다.절대로해서는안되는말,어떤여자도들어서는안되는말이었다고.
─〈성호삼촌의범죄〉,21p.

우리가미스터리에미혹되는것은그것이규명되지않은채미지에남겨져있기때문이다.완전히풀리지않는미스터리에우리는끌린다.추리소설은미스터리를이성과논리로파헤치고밝혀내며그과정에서즐거움을전달하지만,현실에서는사건이종결되더라도모든진실이명명백백히밝혀지기란어렵다.미완으로남은진실이있다는점이이단편들에기이한현실감을부여하고긴여운을느끼게한다.그래서몇번이고되읽으며새롭게재미를느낄수있다.

우리가확신할수있는건딱하나야.강우혁은자기가시체를겹겹으로쌓아가며연출한쇼가무슨의미인지공식적으로밝힐생각이없었다는것.침묵.침묵.침묵.
─〈마지막피한방울까지〉,85p.

《그겨울,손탁호텔에서》는소설가듀나의문학세계저변에깔린미스터리를전면에들어올린결과물이다.본인은그저미스터리고전의패스티시만을쓸뿐이라고말하지만,이처럼장르의역사를깊이이해하고마음껏활용하며,동시에최신의감각을갱신해가는작가는드물다.누구나쉽고편하게즐길수있는경쾌한‘코지미스터리cozymystery’이면서도,영화적인서술과장치가돋보이는세련된소설들이다.새로운이야기,그러면서도탄탄한토대를지녀믿고즐길만한픽션을찾는독자라면,이단편집이반갑지않을수없겠다.한편으로장르작가들에게는,곽재식작가의추천사처럼,책꽂이에꽂아두고두고두고레퍼런스로삼을만한작품집이다.장르를넘나드는토끼와함께떠나는미스터리피크닉에여러분모두를초대한다.

한국문학을대표할수있는최고수준의거장이쓴수작이모여있는책이라,역시책꽂이에꽂아둘만하다.
─소설가곽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