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말 -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3

작은 종말 -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3

$18.00
Description
부조리한 현실을 묘파하는 정보라 소설의 신기원
전 세계를 매료시킨 ‘보라 월드’의 최신 단편소설 10선
《저주토끼》 이후 한국문학의 ‘새로운 피켓’이 되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작가 정보라.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유별난 상상력으로 독자를 매혹하는 그가 새 소설집 《작은 종말》을 선보인다. 2020년부터 2023년 겨울까지 발표한 최신 단편 열 편을 묶었다. 호러보다 더 으스스하고 기괴한 현실을 밀도 있게 묘사한 이야기들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2022)과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2023)에 연이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정보라의 ‘지금’을 오롯이 만날 기회를 선사한다.

타인과 이종(異種)의 고통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문학적 감수성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시대와 불화한다. ‘효율적인’ 육아라는 명목 아래 신체를 기계로 전환한 동생과 갈등하는 비수술 트랜스젠더(〈작은 종말〉), 함께 데모하는 동지를 상실한 이후 그를 회고하는 무성애자(〈지향〉), 전국에 딱 세 개 남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도서관 물귀신〉), 매번 역사적 현장에서 허리가 폭발하는 악몽을 꾸는 피해 생존자(〈증언〉), 군사 정권에 엄마를 잃고 10주기 추모 행진을 준비하는 딸(〈행진〉)이 바로 그들이다.

불온한 이들의 목소리로 더욱 짙어진 ‘보라 월드’는 거부할 수 없는 초대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제안이다. “정말 세상에 나쁜 사람이 너무 많다”(‘작가의 말’)라고 말하는 작가는 묻는다. “왜 우리가 도망쳐야 해?”(〈행진〉). 모두가 투사가 될 수 없지만, 소중한 사람과 매일의 일상을 지키려면 투쟁을 피할 수 없는 야만의 시대. 정보라 소설은 방관을 멈추고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다.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시리즈의 1·2권에 이어 또 한 걸음을 내디딘 이번 소설집에서 더욱 날카로워진 ‘보라 월드’를 만나길 기대한다.

“우리는 어둠 속의 삶을 뒤로하고
이 봄날의 처음으로 자유로운 아침을 향해 두려움 없이 걷기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

저자

정보라

저자:정보라
대학에서러시아어를전공하여한국에선아무도모르는작가들의괴상하기짝이없는소설들과사랑에빠졌다.어둡고마술적인이야기,불의하고폭력적인세상에맞서생존을위해싸우는여자들의이야기를사랑한다.지은책으로《저주토끼》《여자들의왕》《아무도모를것이다》《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한밤의시간표》《호》《고통에관하여》《밤이오면우리는》《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등이있다.
1998년〈머리〉가연세문학상에당선되었고,〈호狐〉로2008년제3회디지털문학상모바일부문우수상,〈씨앗〉으로2014년제1회SF어워드단편부문우수상을수상하였다.《저주토끼》로2022년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최종후보에올랐고,2023년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최종후보로선정되어주목받으며,20개국이상에서번역되어전세계독자들을만나고있다.

목차


지향7
무르무란35
개벽65
작은종말99
은둔자의영혼161
통역195
증언215
도서관물귀신267
낙인297
행진307

작가의말335
작품해설|신비로운언약과약속없는미래―전청림347
추천의말|송경동,이서영370

출판사 서평

2020년이후최신작을모은정보라환상문학단편선Vol.3
‘불온한’이들의목소리로반짝이는보랏빛세계

《저주토끼》로한국은물론전세계에자신의이름을선명히각인시킨정보라작가가새소설집《작은종말》로독자를만난다.이번소설집은2020년부터2023년겨울까지발표한열편의소설을묶었다.《아무도모를것이다》(2023)《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2023)에이어퍼플레인에서펴낸‘정보라환상문학단편선’시리즈의세번째책이다.시리즈의앞선두권이오늘날정보라소설의뿌리와심연을파고드는심층해부도였다면,이번소설집은탄탄히구축한‘보라월드’를한눈에보는명쾌한조감도이다.

특히주목할점은수록된소설이모두2020년대전반기에쓰고발표되었다는것이다.이시기에작가는《저주토끼》로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2022)최종후보에선정되어국내외독자들을깜짝놀라게했고,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2023)에한국인최초로최종후보에선정되었으며,라이프치히도서전상번역서부문(2024)에서수상의영예를안았다.전세계문학독자들에게열렬한환대와세간의스포트라이트를받는지금,작가의시선은어디를향하고있을까?이번소설집은그질문에대한작가의대답이라할수있다.

이토록끈적거리고,유쾌하고,시종일관수다스러운화려한환상속에서정보라는매우신중하게진실에집중한다.차가운얼음처럼또렷하고,망설이는법이없이강렬하다.…소수자의목소리를내는일에단한번도게을러본적이없는정보라는성실하고꾸준하게우리를페미니스트,퀴어,불구의세계로초대한다.
─349쪽,전청림(문학평론가,‘작품해설’)

성소수자·이주민·비정규직·피해생존자···
서늘한공포가일상을잠식한야만의시대
지금우리에게필요한소외된이들의목소리

저주받은영혼,결연한투쟁,잔혹한복수의이야기를짓는정보라는사회에서소외된시선과목소리를섬세하게포착한다.소설집의포문을여는〈지향〉의주인공은함께데모하는동지를상실하고그를그리워하는무성애자이다.표제작〈작은종말〉에서는‘효율적인’육아라는명목아래신체를기계로전환한동생을만류하고,끝내인간으로살고자하는비수술트랜스젠더가등장한다.이외에도전국에딱세개남은도서관에서일하는비정규직사서(〈도서관물귀신〉),매번역사적현장에서허리가폭발하는악몽으로하루를시작하는피해생존자(〈증언〉),군사정권에엄마를잃고10주기추모행진을준비하는딸(〈행진〉)등작가는지면곳곳에서시대와불화하며소외된이들에게애틋한시선을건넨다.

젠더,성,계급,노동의문제에서시작해인종,동물,환경정의의문제까지융합한다양한서사를술술풀어내는정보라의소설은차별안에여러억압이거미줄처럼엮여다중적으로작동하고있다는사실또한잊지않는다.…이때개인이겪는다층적인차별의논의를설득력있게전개하는일,그리고더나은권리의미래를상상하는일이란더더욱어려워진다는것을알기에정보라의소설은주의깊게예리해지며,견고하게구축된다.
─350쪽,전청림(문학평론가,‘작품해설’)

소설집을먼저읽은이들은모두입을모아정보라소설이추동하는돌이킬수없는변화를이야기한다.정보라작가를‘동지’라부르는송경동시인은“한국문학은정보라작가를만나기이전과이후의시간으로나”뉠수밖에없다고단언한다.그것이“그를통해신세계를엿본이들에겐이미명백한사실”(‘추천의말’,370쪽)이기때문이다.《어션테일즈No.4》(아작,2022)에‘마술적사실주의와SF트러블??―??정보라론’을게재하며작가에대한남다른애정을밝힌전청림문학평론가는말한다.“정보라의소설을통과한이는절대이전으로돌아갈수없으며,다시는방관자가될수없다.”(‘작품해설’,353쪽)현실문제를정면으로직시하면서도기기묘묘한분위기로독자를사로잡는정보라소설은이처럼매력적이고동시에불가항력적이다.

어떻게이토록드높은이성과따뜻한감성과
부지런한실천과다른세계를향한뜨거운의지가
한사람의작품과삶속에서조화를이룰수있는지,놀랍다.
─370쪽,송경동(시인,‘추천의말’)

장르의경계를가로지르는예측불허의서스펜스
날카로운현실인식과상상력으로벼린하이퍼리얼리즘

어쩌면정보라와그의소설을특정한장르에국한하여이해하려는시도는무용할지도모른다.대표작《저주토끼》를비롯해퍼플레인에서펴낸‘정보라환상문학단편선’시리즈와연작소설《한밤의시간표》은대체로환상문학에뿌리를내리고있지만,그것이정보라소설전부는아니다.호러와환상의세계에서한걸음벗어나SF와스릴러를접목한《고통에관하여》(다산책방,2023),작가의자전적이야기를환상문학에녹여낸《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래빗홀,2024)에서볼수있듯정보라는통상적인분류와경계를자유롭게넘나든다.

장르의융합이라는점에서이번소설집은종합선물세트라고할만하다.정보라소설의근간이라고할수있을환상문학(〈무르무란〉〈은둔자의영혼〉),AI와기계화가일상의깊은곳까지스며든미래세계를배경으로하는SF(〈작은종말〉〈낙인〉)는‘보라월드’가익숙한독자에게알고있지만,그래서멈출수없는‘아는맛’의즐거움을전한다.반면작가가수록작품중“가장개인적이고가장가슴아픈단편”(‘작가의말’,345쪽)으로꼽은〈지향〉과“가장즐겁게썼던이야기”(344쪽)〈개벽〉은환상과호러,SF라는익숙한문법을덜어낸이야기로기존정보라소설과결이다른특별한재미를선사한다.

〈행진〉과〈증언〉을비슷한시기에연달아쓰면서안면인식기술과휴대전화사찰,위치추적등과학기술을활용한개인시민에대한감시와정치적탄압이
일상이된세계를어렵지않게상상할수있었다.…〈작은종말〉은(인상깊게읽은책의내용을오마주해서써달라는원고청탁에따라)〈나는파리를불태운다〉라는소설을모티브로하고대학에서“SF를통한자아의발견”수업을할때다루었던여러주제를섞어서썼다.…〈지향〉은나의실제데모동지를모델로해서썼다.책에수록된이야기중에서가장개인적이고가장가슴아픈단편이다.
─작가의말중에서

실제보다리얼한소설,소설보다끔찍한현실
부조리한세상을묘파하는잔혹한현실우화

열편의소설중후련하게웃을만한‘해피엔딩’은없다.소설속인물들은각기누군가를떠나보낸후남겨지거나,세계의이단으로서고립되거나,계속살아가야할막중한숙제를떠안는다.때로는소소하게때로는격렬하게저항하지만,끝내상황을반전시키는데에는실패한이들의도전을우리는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표제작의제목에서종말앞에놓인‘작은’두글자에주목해본다.어쩌면눈앞의파국은그들을감싼세계의종말일뿐,삶자체의종말이아니다.그들이끝끝내자신을잃지않고지켜낸다면,이는어쩌면눈앞의현실이‘작은’종말에지나지않을지도모른다는희망의메시지는아닐까.

정보라의시선은언제나현실의고통을향한다.그의작품을두고‘마술적사실주의’라고표현하는세간의평이나‘극사실주의작가’를지향하는작가의태도는,그가잠시도현실문제를잊지않고,아무리지치고힘들어도끊임없이더좋은세상을향한열망을소설로그리는작가라는점을떠올리게한다.소설보다더잔혹한현실세계를직시하고,현실보다더진짜같은세계를상상하는작가.정보라는이번소설집을통해또한걸음앞으로내디딘다.불편하지만매혹적인세계로의초대.이소설을통해더많은독자가그와함께한걸음앞으로나아갈수있기를기대한다.

우리는어둠속의삶을뒤로하고이봄날의처음으로
자유로운아침을향해두려움없이걷기시작한다.─335쪽,〈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