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괴물 사기극(저자 친필 사인 수록)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근대 괴물 사기극(저자 친필 사인 수록)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30.00
Description
과학과 이성의 근대사에 숨은 괴물들의 기이한 연대기
인류는 어째서 괴물을 상상하고, 꾸며내고, 믿어온 것일까?

독창적 장르 작가 이산화가
자료 수집과 집필에 4년 공들인 대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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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콘셉트아티스트 최재훈이
생생히 묘파한 괴물 일러스트 수록
2024년에 출간한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에서 “과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장르적 서사를 펼쳐내는 데 탁월하다”고 평가받은 이산화 작가가 이번에는 동서양 문헌 자료를 수년간 탐독하며 구상한 『근대 괴물 사기극』을 선보인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거나 지워진 괴물들을 생생히 되살려 놓은 대작이다. 평소 한 가지에 빠져들면 집요할 만큼 파고드는 저자 특유의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완성한 이 기념비적인 논픽션은, 500쪽 분량의 방대한 역사서임에도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저자의 대장정에 2024년 한국 영화 최고 화제작 〈파묘〉의 아트디렉터로 널리 알려진 최재훈 작가가 기획 단계부터 동참했다. 그는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근대 괴물 사기극』에 담긴 초현실과 현실의 미묘한 경계를 도판 29점으로 구현해 냈다. 최재훈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듯한 괴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리면서도,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의 환상을 표현하려 했다고 이야기한다. 책에 실린 흑백 삽화는, 텍스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마치 타임머신처럼 그 시대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산화 작가는 근대 괴물들의 연대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 과학자 칼 린나이우스(칼 폰 린네)와 베르나르 외벨망을 소환한다. 린나이우스는 생물의 학명을 속명과 종명으로 나타내는 이명법을 창안하여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자연의 질서를 확립한 식물학자다. 그는 만일 신화와 전설 속 괴물이 실존한다면 이들 또한 과학적으로 분류될 수 있어야 옳다고 생각하며, 그럴 수 없는 괴물은 동물학의 영역에서 쫓겨나 마땅하다고 여겼다. “기나긴 유럽인들의 인식 속에서 태연히 자리 잡고 살아가던 괴물들에게도 마침내 근대과학이라는 심판의 칼날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함부르크의 히드라는 그 칼날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괴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게 근대 역사 내내 과학의 심판을 피해 다녀야 했던 괴물들은 ‘현대적 괴물 연구의 아버지’ 외벨망에 의해 다시 비로소 그 존재를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는다. 그는 “‘잃어버린 세계가 온 세상에 있다’라는 야심 찬 선언으로 첫머리를 장식한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통해 괴물들의 존재 가능성을 옹호”한다. 린나이우스의 “히드라 퇴치가 과학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괴물’을 색출하는 근대적 괴물 퇴치의 서곡이었던 반면, 장장 220년 뒤에 일어난 외벨망의 로우 퇴치는 그렇게 불가능하다고 낙인찍힌 괴물들 가운데서 ‘가능한 괴물’을 골라내 과학의 이름으로 인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 두 사건이야말로 이산화 작가가 소개하는 괴물 연대기의 시작과 끝이다. 비록 모습도 배경도 제각각일지언정 근대의 괴물들은 모두 부정하려는 자와 믿으려는 자, 꾸며내려는 자와 폭로하려는 자 사이의 두 세기에 걸친 신경전 속에서 잠시나마 살아남아 세상을 속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의 히드라와 뉴기니의 로우는 모두 분류학적으로 동떨어진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한데 합쳐진 괴물이었고, 린나이우스와 외벨망은 바로 그 사실을 짚어 괴물의 존재를 부정했다. 히드라를 퇴치한 린나이우스의 방법론이 근대 동물학의 기틀을 다진 저서 『자연의 체계』로 계승되었듯이, 바로 그 동물학을 근거로 삼아 로우를 퇴치한 외벨망의 방법론은 『미지의 동물을 찾아서』를 학술적 괴물 연구의 시발점으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 본문에서

수많은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의 모티프가 된
괴물의 실체를 밝힌다!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결정적 단서들

예나 지금이나 ‘괴물’이라는 존재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이다. 누구나 으레 그렇듯이, 이산화 작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괴물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작가는 괴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괴물이 단순히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인간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당대 과학적 헤게모니와 역사적 이데올로기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써 탄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광했던 대상의 정체를 스스로 낱낱이 파헤쳐서 책으로 엮어 내자니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굳이 괴물들을 해부하고 거짓이라는 낙인까지 찍음으로써 괴물 이야기의 재미를 망친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시시하고 허탈한 진실에조차 가장 달콤한 거짓을 한없이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황당한 괴물 이야기를 얼마나 굳게 믿을 수 있는지, 한번 뿌리내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역사를 수놓은 각종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하나라도 더 많이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분명 세상과 우리 자신을 한층 똑바로 이해하게 될 테니까.
- 본문에서

『근대 괴물 사기극』은 인류를 그럴듯하게 속여 넘기는 데 성공한 가짜 괴물 열전으로 출발하지만, 나아가 근대를 수놓은 갖가지 괴물이 어떻게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과 허영을 자극했으며, 동시에 현실의 불안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했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18세기 ‘동굴인간’을 둘러싼 과학적 논쟁을 통해 인종주의 문제를 읽어내고 인간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19세기 ‘미주리움’을 소개하면서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의 태동이 괴물에 대한 인류의 상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함께 논하고, 20세기 ‘콩고의 브론토사우루스’ 이야기의 시발점이 된 사건을 파헤치면서 제국주의와 종교적 맹신이 낳은 우리 마음속 어둠을 함께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처럼 근대사에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사기와 날조, 착각과 실수의 연대기를 통해 우리는 인류가 어떤 존재를 ‘괴물’이라 정의해 왔는지, 괴물에 대한 인류의 믿음에 어떠한 시대정신과 믿음이 반영되어 왔을지를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괴물이라는 창을 통해 근대 과학사와 사회사를 샅샅이 조명하는 작가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괴물은 외형만 달라질 뿐, 어느 시대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이산화

저자:이산화
SF작가.2018·2020·2024년에는한국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우수상을,2023년에는장편소설부문우수상을각각수상했다.저서로장편『오류가발생했습니다』『밀수:리스트컨선』『도난:숨겨진세계』,연작소설집『기이현상청사건일지』,단편집『증명된사실』『미싱스페이스바닐라』『전혀다른열두세계』등이있으며,이외에도다수의공동선집및잡지에단편을실었다.

그림:최재훈
만화와일러스트작업을하고있다.영화〈파묘〉의아트디렉터로활동했으며,BTSRM의뮤직비디오〈ForeverRain〉을감독했고,미국NASA에서열린몽블랑글로벌캠페인의비주얼작업에참여했다.지은책으로『조형의과정』『무엇으로』『친구의부름』등이있다.

목차


서장
[1735]린나이우스가함부르크에서히드라를퇴치하다

1부1700년대

[1758]너자신을알라―동굴인간
[1758]정체불명의고통―지옥분노벌레
[1763]남겨진유산―찰턴멧노랑나비
[1770]미래를향한청사진―튀르크인
[1784]괴물의얼굴에비치는것은―파과호수의괴물

2부1800년대

[1808]해변에떠밀려온시간여행자―스트론사짐승
[1822]지상최대의쇼개막하다―피지인어
[1835]세상에서가장솔깃한거짓말―달의박쥐인간
[1840]챔피언과도전자―미주리움
[1845]성서속괴수의부활―히드라르코스
[1854]처음에는누구나실수하게마련―수정궁의이구아노돈
[1857]작은착각과거대한도약―황제벼룩
[1864]누가씨앗을심었을까―오르괴유운석
[1869]쇼는계속되어야한다―카디프거인
[1874]숲속의달콤한미끼―마다가스카르의식인나무
[1891]떠도는유령처럼끈질긴것―크로포즈빌괴물
[1892]명탐정이남긴수수께끼―늪살무사
[1896]죽은크라켄이꿈꾸며기다리니―세인트오거스틴괴물
[1899]태고의생존자를찾아서―콘라디매머드

3부1900년대

[1904]사람이동물만큼똑똑했더라면―영리한한스
[1912]범인은이안에있다―필트다운인
[1917]어른들을위한동화―코팅리요정
[1919]용은마음의어둠속에―콩고의브론토사우루스
[1926]아는것이독이다―보스로돈
[1929]사진에는찍히지않은진짜괴물―드루아의유인원
[1933]환상은영원하리니―네스호의괴물
[1937]괴물을부풀리는방법―낸터킷바다괴물
[1938]세상이뒤집힌다―〈우주전쟁〉속화성인
[1939]가능한괴물,불가능한괴물―로우

종장
[1948]샌더슨이스와니강가에서발자국을마주하다

감사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과학과이성의근대사를뒤흔든
괴물들의기이한연대기

‘괴물’이라는단어에서우리는흔히신화나전설에단골로등장하는,낯선형상과초자연적힘을지닌기괴하고두려운존재를떠올리곤한다.그런데고대와중세서구사회에서이러한괴물은실존하는동물과그리엄격히구분되지않았다.정보전달이쉽지않았고종교와통념이대중의인식을지배했던당대에는참과거짓을따져검증한다는발상자체가보편적이지못했기때문이다.이러한상황을바꾼것은근대과학의힘이었다.18세기의식물학자칼린나이우스(칼폰린네)는자연물하나하나를따로관찰하는데에그치지않고서로의관계를따져체계적으로분류하는방법론을마련했고,그의분류법은『자연의체계』로정리되어동식물연구의가장보편적인도구로자리잡았다.이성적으로재편된분류체계에괴물이끼어들곳은없었다.
이처럼과학이발달하면서괴물이설자리가점점줄어드는가운데,18세기의괴물들은살아남기위해이전시대와달리‘과학적’으로설득력있게위장하는방법을택한다.그렇게‘믿을만한’존재로둔갑한동굴인간,지옥분노벌레,찰턴멧노랑나비,튀르크인,파과호수의괴물등은당대사람들의눈을가리며생존에성공한다.그런데양립불가능해보이는과학과괴물이어떻게공존할수있었던것일까?저자에따르면“과학은기존의상식에뿌리박혀있던괴물을퇴치하는가장강력한무기로자리매김했지만,동시에필요에따라상식밖의괴물을만들어내는수단이되었”기때문이다.

‘지상최대의쇼’를향한인류의끝없는탐욕
그한복판에서대중을화려하게속인가짜괴물들

아이러니하게도과학의발전은또다른괴물을낳는다.천문학의발전은지구밖외계생명체의존재가능성에대한대중의상상력을자극했고,고생물학의진보는옛지구를호령했던공룡이나매머드등멸종동물들의존재를밝힘으로써괴물의새로운원형을제시했다.“괴물의정체로살아남은고생물을지목함으로써한층그럴듯한과학적설명을시도하는괴물이야기의패러다임,영국고생물학자대런네이시의표현을빌리자면이른바‘태고의생존자패러다임’”이만들어진것이다.

이처럼천문학이외계생명체의존재가능성을점점높게점치자,신학자들또한이를무턱대고부정하기보다는종교적믿음과조화시키려애썼다.신이전능하고자애롭다면다른행성도얼마든지사람이살수있도록안배했으리라는논리였다.이와같은논리를받아들인신학자중에는1795년에서1817년까지예일대학교의학장을역임한티모시드와이트TimothyDwight도있었는데,그는한설교에서달에지구인보다더행복한삶을구가하는사람들이있을지모른다고말했을정도였다.한편1820년대당시다수우주론을가장뜨겁게역설하던인물은단연스코틀랜드의철학자토머스딕ThomasDick이었다.1823년에출간되어미국에서도큰인기를끈저서『기독철학자TheChristianPhilosopher』에서딕은태양계의다른행성은물론태양속에도지적생명체가존재하며,성경에도다수우주론의근거가얼마든지적혀있노라고웅변했다.
-본문에서

과학에근거한새로운괴물이야기는괴물에대한대중의관심을더욱증폭시킨다.때마침산업혁명이후인류가유례없는호황을누리는가운데,특히런던이나뉴욕등의대도시는새로운자극과기회를좇는사람들이가득한신세계로변모했다.이러한사회적분위기속에서상업적이익을추구하는이들은대중의호기심을자극하기위해다양한‘스타’괴물을만들어내기시작한다.
저자는이시기에등장한다양한괴물사기극을소개하며탐욕과속임수에간단히휘둘리는인간의본성을경고한다.예컨대1822년세상에그모습을드러낸‘피지인어’가있다.가짜인어를만들어낸사람은영화〈위대한쇼맨〉의주인공으로도잘알려진희대의사기꾼바넘이었다.그는과학을자신의편으로만들장대한쇼를기획하는데,바로가짜과학자를만들어내언론을속이는것이었다.“바넘의교묘한작전아래서한때괴물을퇴치하는데쓰였던과학의언어는오히려괴물의아군으로뒤바뀐”것이다.
또다른거짓말로인류를사로잡은괴물은미국의담배상인조지헐이창조한‘카디프거인’이다.헐은성경에나오는골리앗과다윗의이야기가진짜라고믿는기독교도를대상으로큰돈을벌계획을세운다.자기모습을본뜬석고상을만들어구덩이에파묻은뒤성경속거인을발견했다는뻔뻔한거짓말을해사람들을속여넘긴그는,오래지않아더대담하고정교한거짓말에보기좋게당하고만다.
그렇다고근대괴물들이전부사기와거짓의산물이었던것은아니다.19세기말인디애나주크로포즈빌의하늘에나타난‘크로포즈빌괴물’은믿을만한목격자들의증언덕택에생명력을얻어,훗날“UFO목격보고중에서도가장환상적인사례중하나”로자리매김하기에이르렀다.이괴물이역사에이름을남긴데에는언론의힘도컸다.19세기에는미국에서대량생산된1센트짜리‘페니신문’이등장하며대중매체의전성기가열렸다.신문은독자의관심을끌기위해확인되지않은자극적인괴물이야기를끊임없이보도했고,이러한이야기들은유례없이빠르게퍼져나가매번세상을들썩이게했다.1835년뉴욕의일간지《선》이‘달의박쥐인간’에대한가짜뉴스를사실인것처럼연일보도하며대중을혼란에빠뜨린것이그대표적인사례다.이후20세기에들어서는새롭고강력한정보전파수단인라디오방송이괴물소문의매개체라는오명을이어받았다.

이튿날아침신문에실린“집단히스테리의파도”는일종의착시현상에불과했다.실제로일어난일은어디까지나소수에의한국지적소요에불과했지만,밀려든문의전화탓에사건의규모를오판한신문사에서그오판에들어맞는자극적인일화한줌만을바탕으로사건전체를일반화하고근거없는추측을곁들여보도한탓에마치세상이뒤집어졌던듯한착각이빚어진것이다.한편캠벨은이러한과장보도의배경에경쟁매체인라디오의신뢰성을공격하려는의도가있었다고추측하지만,슈워츠는당시에두매체사이의갈등이격화되기보다는오히려해소되는분위기였으며미국라디오방송국의약30%는신문사의소유였음을지적한다.
물론기자들이어느정도의도적으로사건을부풀렸다고해도그들이〈우주전쟁〉소동을실제보다더크게인식했으리라는정황이달라지지는않는다.라디오에속아넘어간대중의부화뇌동이라는허구의재난을사실로받아들임으로써그들은자신조차모르게또하나의장대한거짓말을,말하자면‘가짜뉴스에대한가짜뉴스’를만들어내고만셈이다.
-본문에서

진위를알수없는괴물이야기가대중매체를타고걷잡을수없이확산되는이러한현상은비단과거의일만이아니다.오늘날에도매체수단만바뀌었을뿐유튜브,인스타그램,X(구트위터)와같은소셜미디어를통해가짜뉴스는더욱빠르고광범위하게퍼져나가고있다.사람들이클릭하고공유할수록광고수익이증가하므로괴물이야기를비롯한가짜뉴스는끊임없이재생산될수밖에없는것이다.이처럼산업혁명이후과학의발전과대중매체의성장은괴물소문의형성과확산에중대한역할을했으며,그여파는현대사회에서도계속해서영향을미치고있다.

제국주의,세계대전,‘차별의과학’괴물보다
더괴물같았던시대의잔혹한어둠

저자는여러괴물이야기에감춰진편견과혐오또한간과하고넘어가지않는다.근대서구문명이무엇을‘괴물’이라고,곧낯설고두렵고이질적인존재라고인식해왔는지를짚지않은채로괴물에대해논할수는없기때문이다.예컨대칼린나이우스는1758년런던에나타난‘하얀흑인’이전설속동굴인간일지모른다고여겼으며,인종주의사상에경도되었던프랑스의인류학자조르주몽탕동은남미에서찍힌미지의유인원사진으로자신의주장을뒷받침하고자했다.근대사내내축적된시대의어둠이가장비극적인형태로터져나온두차례의세계대전또한괴물이야기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제국주의적야욕과비뚤어진애국심이제각기새로운괴물을빚어내는동안,전쟁의공포는가장터무니없는괴물이야기에마저무시할수없는설득력을덧씌웠다.20세기사람들이‘코팅리요정’같은말도안되는이야기에속아넘어간일에대해저자는이렇게평한다.“‘모든전쟁을끝낼전쟁’이라불렸던제1차세계대전의후폭풍속에서,상처입고지친어른들은동화처럼아름다운요정의세계가어린아이의상상속만이아닌현실에도존재하리라고필사적으로믿어야만했는지도모른다.”
이처럼과학이문명의금자탑에서파괴의도구로전락하고,학살을정당화하는이데올로기아래윤리와도덕이짓밟히고,전쟁과대공황이시민의삶을무너뜨리며경제적·심리적불안이극에달했을때괴물은단순한상상의존재에서벗어나시대의음울한면을상징하는메타포로자리매김했다.저자가방대한문헌조사를거쳐근대사의어둠속에서끄집어낸이들괴물이야기의끝에서우리는자연히현대사회가직면한어둠에도시선을돌리게된다.기술만능주의,기후재난과생태계파괴,파시즘의재부흥등의위협으로부터새로이태어날21세기괴물은과연어떤모습을하고있을것인가?『근대괴물사기극』에실린스물아홉가지옛날괴물이야기는그런면에서미래에대한경고이자예언이기도하다.과학과기술이아무리발전하더라도우리인류스스로가근본적으로바뀌지않는한괴물은결코사라지지않을것이다.

단지하룻밤동안세상이단번에뒤집히지않았을뿐,〈우주전쟁〉소동은분명한시대의마지막을알리는사건이었다.기괴한화성인들이나타나살인기계를타고인류를위협하는일은앞으로도결코일어나지않을예정이었다.그러나감히상상하기조차힘든변화와위협이라면이제부터얼마든지닥쳐올터였고,이를알리는소식또한전에없이빠른속도로사회에무자비하게쏟아질터였다.1938년10월30일의방송은단지그예고편에불과했다.과학기술의발전이드리운그늘에온갖괴물이득시글거렸던기나긴근대의끝자락에서마침내새로운세계가,현대가다가오고있었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