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캐리어 안에 든것 (듀나 SF 소설집)

파란 캐리어 안에 든것 (듀나 SF 소설집)

$17.00
Description
한국 SF의 최전선, 듀나가 펼쳐 보이는
여섯 가지의 세계와 여섯 갈래의 우리
듀나의 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늘 시대의 최전선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시선으로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 SF 소설집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도 이러한 현실 감각의 집약체다. 집채만 한 거북이 돌아다니는 거북땅부터 인류의 명운을 건 우주선 츠베타예바, 그리고 ‘2024년 12월’ 백만 명이 모인 여의도까지, 듀나의 시간과 공간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지금, 여기’의 우리를 읽어낼 수 있다.

여섯 편의 소설은 다양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지성체들을 등장시키는 한편 장르적 다양성 또한 갖추고 있어 독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가령 〈아발론〉은 ‘묵시록 바이러스’가 살포된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다. 동시에 작중 ‘무색소설’을 쓰는 소시민 장르 작가와 그 소재로써 착취당하고 있는 ‘무색인’의 이야기를 통해 창작과 당사자성 사이 길항작용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그깟 공놀이〉는 위협적인 외계 생명체와 인류가 대립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지만 매력적인 외계 생명체의 기원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한국적 SF라는 것도 본 소설집의 큰 특징이다. 듀나의 SF가 한국적인 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비단 등장인물의 세글자 이름짓기만이 아니다. 〈거북과 용과 새〉는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융족’과 고려공화국의 대신이 교류하는 대체 역사 스팀펑크로, 식민지를 만들어 사회와 환경을 파괴하는 소위 ‘열강’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표제작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은 2024년 겨울, 대한민국의 시위 현장에서 시작한다. 시간 여행을 하며 분화된 평행 세계에 익숙해진 시간인 주인공 일행은 왕(대통령)을 몰아내(탄핵하)려는 민중의 일촉즉발 ‘공화정의 길’을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자못 냉정하게 묘사한다.

소설가 김보영의 추천사처럼 듀나는 ‘한 번도 뻔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그의 소설은 ‘매번 어디로 도약할지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듀나를 읽어 온 이유일 것이다. 이런 듀나만의 매력을 담뿍 담은 이야기들을 특별히 모아 책으로 엮었다. 한국 SF의 최전선에서, 듀나와 함께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바란다.
저자

듀나

소설가이자영화비평가.1990년대초,하이텔과학소설동호회에짧은단편들을올리면서경력을시작했다.이후로각종매체에소설과영화평론을쓰면서왕성한활동을이어오고있다.《평형추》《아르카디아에도나는있었다》《민트의세계》《대리전》《태평양횡단특급》《그겨울,손탁호텔에서》등의소설을썼으며,《옛날영화,이좋은걸이제알았다니》《장르세계를떠도는듀나의탐사기》《가능한꿈의공간들》등의논픽션을썼다.

목차

그깟공놀이
거북과용과새
항상성
아발론
불가사리를위하여
파란캐리어안에든것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도대체순수한인간이뭔가요?
왜우리가그런게되어야하는데요?”

“도대체순수한인간이뭔가요?왜우리가그런게되어야하는데요?”SF소설집《파란캐리어안에든것》의다섯번째소설〈불가사리를위하여〉에등장하는‘성초’의대사다.이두문장이듀나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이유는‘인간’의자리에‘문학’‘SF’‘한국인’‘인종’‘성별’등을넣어도상관없기때문이다.듀나는‘어떤것’으로규정되는것을거부하며역설적으로‘모든것’이될수있는가능성을움켜쥔다.이게바로듀나가장르와소재,세계를향유하는방식이다.


인간이아닌,인간이아니게된,
혹은인간을뛰어넘은새로운지성체를상상하다

《파란캐리어안에든것》의모든작품에는인간이라할수없는,그러나인간과소통할수있는‘지성체’가등장한다.이새로운지성체는평범한인간이라고스스로느껴왔던‘화자-독자’로하여금세계에대한인식을재고하도록이끈다.

……라리사진의정신과니콜라옌코선장의정신찌꺼기가하나로합쳐져……정신백업용안드로이드에옮겨졌고……/20세기할리우드영화에서라면정체성에대해고민할타이밍이었겠지만그런고민은이기술이나오기전에그영화들이미리다해버려서나에게남은게별로없다.
─13쪽,〈그깟공놀이〉

〈그깟공놀이〉의도입부에서화자인라리사진은모종의사고때문에안드로이드로정신이옮겨진‘라리사진-a’가된다.외계생명체인‘튜바’는두존재를구분하며“당신도(더이상)지구인은아니지않는가?”라고묻는다.하지만소설의화자에게이는무의미한질문이며이‘정체성에대한고민’은이미진부한이야기취급을받는다.이렇듯듀나는어디까지가인간이고어디부터는인간이아닌지고민하기보다는인간과비인간의구분에연연하지않는세계를그린다.

듀나의소설에등장하는세상에없는새로운지성체는말하자면‘타인’이다.독자의기존세계관을송두리째뒤흔들만한‘타자’인것이다.듀나에게중요한것은그존재가‘타인’이라고규정하는일이아니라,그존재가우리의‘세계에대한인식’을어떻게,얼마나뒤흔드는가인셈이다.



‘세상을부수고나아가는강하고현명한소녀들’

세계에대한인식이흔들리는모양새는흔들리는당사자가결정한다.그리고듀나의소설에는그‘흔들리는주체’의역할을대부분여성청소년이맡고있다.추천사에서김보영소설가는《파란캐리어안에든것》의소설들을‘세상을부수고나아가는강하고현명한소녀들을향한갈채’라고표현했다.그만큼듀나의작품세계에서‘소녀’의위치는특별하다.

표제작〈파란캐리어안에든것〉의주역여화공주와〈불가사리를위하여〉의화자인말순은각각고려와조선의인물로시간여행의간섭을받아기존의세계에서는가지지못했을새로운가능성에눈뜬다.그리고또다른인물들을만나서로의세계인식을뒤흔든다.한편〈항상성〉은소녀들의이야기이면서도‘청소년’이라는특별한정체성에주목하는소설이다.저자가직접작가의말에서‘어른이되었다고그책들(청소년문학)을읽기를멈춘적이없’다고할만큼청소년주체를사유하는깊이있는접근을만나볼수있을것이다.이는어쩌면신인류를향한듀나의끊임없는상상과도맞닿아있을터다.


낯설고매력적인‘세번째주체’로
더욱풍성해지는듀나의세계관

소설속에영향을‘받는사람(화자)’과‘주는사람(새로운지성체)’만있다면새로운이야기를그려내기어려울것이다.그래서듀나는제삼자를이야기속에집어넣는다.이‘세번째주체’는세계에대한인식이흔들리는과정,즉‘나’와‘타인’이충돌하는과정을유도하거나평가하고,때로는강제하기도한다.

〈아발론〉의‘여희’는‘아발론’이라는안전지대에서아발론밖의척박한환경에맞게진화한신인류인‘무색인’을소재로소설을쓰는작가다.여희에게무색인은만날일도없고소통할일도없는,그리고가급적회피하고싶은‘멀었으면하는’존재다.〈아발론〉의세번째주체는‘자영’이다.무색인에대해여희와다른입장을취하고있는자영은무색인‘자할’을여희와만나게함으로써여희가유지하고있던무색인에대한거리감을단번에무너뜨린다.자영은둘을만나게하는것에서그치는것이아니라여희가더이상회피하지않고‘해야할일’을하도록압박한다.그런가하면〈항상성〉의동성부부‘조박영감들’은수양딸‘서시나’와AI의원‘채잎새’와소통하며얻어낸사유에대해의견을내며논의에입체성을부여하고,〈불가사리를위하여〉의‘지호’는직접‘불가사리’와인간사이의존재가되어화자‘말순’이불가사리를이해하도록만든다.

낯설고도매력적인‘세번째주체’는듀나의소설들에서놀라운가변성과다채로움을만들어낸다.독자는한가지역할에만이입하면서비슷비슷한감정만을느낄수없다.《파란캐리어안에든것》에서듀나의독자는,계속해서다른위치에서보게된다.

오직듀나이기에가능한
대환장멀티버스의스페이스오페라

소설집《파란캐리어안에든것》은세계를바라보는듀나의방식에대해많은것을담고있기도하다.예를들어듀나는화자가비인간지성체에게매력을느끼는순간을그들이독자적인예술성을지녔다는것을인식할때로설정한다.〈그깟공놀이〉의튜바가얼음에새겨넣는문양이나〈거북과용과새〉의융족이부르는노래에관한서술에서듀나가예술에얼마나가치를두는지알수있다.또한〈아발론〉과〈불가사리를위하여〉에서는이야기를이끌어가는소설가주인공을통해‘세계를보는관점을보여주는주체’로서의소설가에관한메타적인인식을흥미롭게서술하고있다.

“저밑에서아직도아이돌응원봉을들고시위하는사람들을봐.다들역사의역류에맞서는싸움을하고있어.……저사람들에게그싸움은의미가있어.결국저사람들이겪는역사는하나뿐이니까.”
─179쪽,〈파란캐리어안에든것〉

특히표제작〈파란캐리어안에든것〉은시간적으로나공간적으로나우리에게가장가까운현실을통해듀나가세계를바라보는방식을담고있다.시간여행을이용해인민해방에복무하는시간인집단에서자란주인공무리는,2024년탄핵시위가한창인서울과1980년부마항쟁이독재자의학살로마무리된시간선을오가며활약하는가운데‘공화정의길’을걷는‘인민의의지’를사유한다.실명인듯실명아닌존재들이얽히고설킨시간타래에서벌이는대소동이지난겨울의초현실적순간들과겹치며웃프고도유례없는스페이스오페라가탄생했다.

〈파란캐리어안에든것〉은‘올바른시간선’을언급하지만‘듀나’스럽게도그것이무엇인지에대한해답은빈자리로남겨둔다.‘파란캐리어’안에무엇이들었는지찾아가는독창적미스터리이기도한이소설은,어떻게보면책을덮으면서다시시작되는듯하다.

◌수록작줄거리

그깟공놀이
아카데미에입학한지5개월밖에안된사관생도라리사진의정신이이식된안드로이드‘라리사진-a’.미숙하지만그래서더위험한외계종족‘튜바’로부터살아남기위해태양계의명운을건미션을시작하다!

거북과용과새
집채만한거북이가돌아다니는거북땅.거북땅에는공룡의후손으로짐작되는융족이살고있다.고려공화국의대신‘민수련’이융족의‘숭웅3세’와만나서로를알아가는이야기.

항상성
청소년의권리를대변하는AI위원‘채잎새’는일정기간동안청소년으로구성된팀을꾸려그들로부터자아를구축한다.‘채잎새팀’에들어가게된여성청소년서시나는채잎새의정체성과청소년의구분에대해생각한다.

아발론
‘묵시록바이러스’가휩쓸고간지구.살아남은소수의인류는‘아발론’이라불리는도시에모여살고있다.아발론의교사여희는‘우나이아이’라는필명으로아발론의밖,척박한환경에서살고있는‘무색인’들에대한소설을쓰고있는데…

불가사리를위하여
조선에정착해비인간생명체‘불가사리’를연구하는시간여행자성초와지호는스토킹피해를당하고있던조선의‘말순’을구출한다.말순은성초와지호,그리고불가사리들과우정을나누며자신만의이야기를만들어간다.

파란캐리어안에든것
인민해방을위해시간여행을하는집단에서자란‘나’는해방된고려의공주‘여화’와함께‘파란캐리어’의미스터리를풀기위해여행을떠난다.2억년뒤의지구를살아가는종족‘갈람’,시간여행을통해수없이생겨난도플갱어,‘공포’외의감정은학습하지못한AI등수많은지성체들과1980년의부산-마산,2024년겨울의서울을오가며펼쳐지는스페이스오페라.



기이하고불온한이야기의마력
퍼플레인PURPLERAIN

‘퍼플레인’은갈매나무출판사의장르문학브랜드입니다.
기이하고불가해한이야기,전복적이고도발적인상상력으로
퍼플레인만의장르소설을펴내고자합니다.

Line-up
①《양꼬치의기쁨》,남유하
②《붉은실끝의아이들》,전삼혜
③《그겨울,손탁호텔에서》,듀나
④《아무도모를것이다》,정보라
⑤《한밤의시간표》,정보라
⑥《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정보라
⑦《작은종말》,정보라
⑧《파란캐리어안에든것》,듀나

한국문학에새로운비를내릴퍼플레인의행보는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