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의 역사

동성애의 역사

$25.00
Type: 젠더
SKU: 9791191852288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서점에서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동성애는 역사를 통해 어떻게 이해되고 다뤄져 왔을까? 그리고 우리가 오늘 여기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동성애의 역사-존중하되, 동의하지 않을 자유』는 이 단순하지만 곤란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책입니다. 감정의 온도를 높이는 대신,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긴 시간축을 차분히 훑으며 논쟁의 핵심을 역사·사회·생물학의 교차점에서 재구성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입장 선택’이 아니라 ‘맥락 읽기’입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미소년애가 오늘날의 ‘고정된 성적 정체성’ 개념과는 다른, 교육·권력·명예가 얽힌 사회 제도였음을 짚고(플라톤의 『향연』까지 끌어와 왜 당시엔 “에로스의 수양”이 중요했는지 보여줍니다), 로마가 행위 그 자체보다 능동/수동의 성적 역할과 시민의 명예를 더 문제 삼았던 이유를 풀어냅니다. 종교 전통이 성 윤리를 재구성해 가는 과정, 아메리카 원주민의 ‘두 영혼’과 동아시아·이슬람권의 상이한 관습 등 비서구권의 풍경도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어, 독자는 “하나의 보편”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선택지”를 보게 됩니다.
근대로 오면 이야기는 ‘발명’과 ‘규정’의 서사로 전환됩니다. 19세기 의학과 법이 동성애를 죄에서 질병, 범죄, 다시 사회적 범주로 옮겨가며-이름 붙이고 분류하고 통제하는 사이-아이러니하게도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이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병리화와 권리 담론이 교차하는 대목, 초기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장면은 오늘의 논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현대 편에서는 스톤월 이후 인권운동의 확대, 차별금지법 논쟁, 결혼·가족 제도의 재정의 요구, 퀴어 이론과 젠더 담론의 급진적 확장까지-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한 쟁점들이 “존중, 수용, 동의는 같은 말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 아래 다시 배열됩니다. 저자는 권리 확대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공적 규범과 제도의 급격한 변환이 공동체 합의를 앞설 때 발생하는 긴장을 피해 가지 않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의 언어로 지워진 ‘이견의 권리’를 복원하는 태도-부제의 “존중하되,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책 전반을 관통합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비된 확실성에도 브레이크를 건다는 점입니다. 유전·쌍둥이·뇌과학 연구의 현재와 한계를 정리하며, 단선적 인과를 경계하고 복합적 요인을 신중히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특정 해석을 뒷받침하려는 선택적 인용이 아니라,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학술적 태도 자체를 독자에게 설득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마지막 부의 제안은 이 책을 단지 ‘논쟁집’이 아니라 ‘공론장 설계서’로 확장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무엇이 가능한가? 저자는 관용의 실제 조건, 제도 변화의 속도와 범위, 개인 권리와 공동체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차분히 모색합니다. 동성애를 미화하지도, 혐오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기본 문장으로 되묻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동성애의 역사』는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책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읽고 나면 ‘내 생각’의 근거가 단단해집니다. 찬반 구도의 참호 속에서 던져지는 구호 대신, 오래된 사례와 냉정한 분석으로 무장한 질문들을 받게 되니까요. 독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끝까지 읽고, 스스로의 언어로 응답하는 것. 당신이 서가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이 책은 논쟁의 굉음을 잠시 낮추고 사유의 볼륨을 키우는 가장 정중한 초대장이 될 것입니다.
저자

김진실

1969년대한민국경북에서태어나2009년PH.D.를취득하였다.

목차

머리말:질문을던지다 5

제1부고대부터근대이전까지: 13
‘동성애정체성’은존재했는가? 13

제1장고대그리스·로마:미소년애와사회적역할 15
1.동성간관계의사회적맥락 15
2.플라톤의『향연』과동성애담론 21
3.고대군사문화와남성연합 28
4.로마의남성성개념과한계 32
5.정체성없는행위로서의동성애 37
제2장아브라함계통종교의등장과새로운윤리관 46
1.유일신종교와성윤리의변화 46
2.소돔과고모라이야기 52
3.율법과죄로서의동성애 57
4.서구문명의법과제도 62
5.현대신학과윤리논쟁 66
제3장비서구권의다양한풍경:관용과금기사이 71
1.아메리카원주민의‘두영혼’ 71
2.중국의남색문화 75
3.일본의슈도와무사사회 79
4.이슬람권과기타지역의관습 83
5.한국역사에기록된동성애 87
6.다양한사회적합의의의미 97

제2부근대:‘동성애자’의발명 105

제4장의학의시선:죄에서질병으로 107
1.19세기과학의등장 107
2.크라프트에빙과성적정신병리학 113
3.동성애치료시도와한계 117
4.의학적담론의양면성 122
5.20세기정신의학의변화 125
제5장법의심판:새로운범죄의탄생 131
1.소도미법의역사 131
2.19세기법률개정과사회통제 135
3.대표적사건과상징 139
4.법의억압과사회적고립 143
5.법률변화의시작 146
제6장정체성의역설적형성 151
1.우라니안이론과울릭스 151
2.‘동성애’용어의탄생 155
3.동성애자커뮤니티의형성 159
4.병리화와인권논리의교차 162
5.정체성정치의태동 166

제3부현대:정체성정치의시대 171

제7장스톤월항쟁과해방운동의서막 172
1.미국사회와동성애자탄압 172
2.스톤월인과항쟁의시작 175
3.게이해방운동의탄생 178
4.정신의학과인권의충돌 182
5.스톤월이후의사회변화 185
제8장인권이라는이름의딜레마 189
1.차별금지법논쟁 189
2.신념의자유와갈등 193
3.존중,수용,동의의구분 196
4.인권담론의역설 200
5.사회적관용의조건 204
제9장결혼과가족제도의재정의요구 209
1.동성결혼합법화의흐름 209
2.전통적결혼의사회적기능 213
3.동성결혼논쟁의쟁점 216
4.법적·경제적쟁점 220
5.가족의재구성 224
제10장젠더이데올로기와정체성의확장 228
1.퀴어이론의등장 228
2.정체성해체와정상성거부 231
3.젠더다양성의사회적파장 235
4.페미니즘과동성애운동의연대 238
5.젠더이데올로기의한계와비판 242

제4부성찰과대안:조화로운사회를향하여 247

제11장‘과학’의이름으로포장된이데올로기비판 249
1.유전학의연구와한계 249
2.쌍둥이연구의시사점 253
3.뇌과학연구와논란 257
제12장전통적가치의현대적의미와중요성 269
1.공동체의발전과가족 269
3.전통의지혜와지속가능성 276
4.가족해체의위험성 281
5.개인권리와집단가치의균형 286
제13장존중하되,동의하지않을자유 292
1.사회적변이현상으로서의동성애 292
2.다양성과관용의실제 296
3.제도변화의한계와조건 300
4.존중과분별의원칙 303
5.사랑과원칙의조화 307
결론:역사속에서길을찾다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