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고향

두 개의 고향

$17.40
저자

김덕영

서강대학교철학과
서강대학교철학과대학원
리버티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다큐스토리프로덕션대표

저자는한국전쟁이후1950년대동유럽에서생활했던북한전쟁고아들의행적을다룬다큐멘터리영화[김일성의아이들]을감독했다.’뉴욕국제영화제’,‘니스국제영화제’등전세계17개국제영화제본선진출작으로선정되었고,‘로마무비어워드’에서최우수다큐멘터리작품상,‘동유럽국제무비어워드’은상을...

목차

제1부.검은머리아이들이왔다.
제2부.살아남은자를위한촛불
제3부.우정에는국경선이없다
제4부.비밀연애
제5부.기숙사탈출사건
제6부.오벨리스크친선의탑
제7부.레나의평양생활
제8부.찢겨진가족사진
제9부.돌위에새겨진이름들

출판사 서평

‘역사는기록이며기록이사라질때역사도잊혀진다’

폴란드바르샤바대한민국대사관에근무하고있던국정원요원선우진에게배달된의문의편지.봉투안에는반쪽이찢겨진사진한장이들어있었다.누가왜이편지를보낸것일까?그리고찢겨진반쪽사진속여인은누구인가?

몇달동안의수사끝에선우진은의문의여인을찾아내고,드디어레나폴리니라는이름의여성을방문한다.그리고그녀로부터충격적인사건하나를전해듣게된다.한국전쟁이한창이던1951년겨울부터비밀리에북한의전쟁고아들이폴란드를비롯한동유럽곳곳에이주했다는역사적사실에관한증언이었다.

1950년대동유럽곳곳에는북한아이들을위한김일성학교가세워지고그곳에서레나는북한남자리명준과교사로만나서로사랑을하는사이로발전한다.그들의비밀연애는숱한어려움속에서결혼으로이어지고,레나는북한남편리명준을따라북한으로이주하게된다.하지만폴란드여성레나가경험한북한에서의삶은힘겹기만했다.외국인들에대한무조건적인배척과삼엄한감시가계속되면서결국두사람은북한을탈출할결심을하게된다.하지만당의감시망속에서두사람이동시에북한을빠져나온다는것은불가능한일이었다.

결국리명준은아내인레나와어린딸의탈출을위해서자신은북한에남기로결정을내린다.그것만이삼엄한감시망을피해아내와딸을안전하게북한에서탈출시킬수있는방법이었기때문이었다.다시만나자는약속을하며두사람은시베리아횡단열차가출발하는평양역에서유일하게간직하고있던가족사진을반으로잘라각자하나씩간직한다.의문의편지속에들어있던반쪽사진은바로레나와리명준이마지막작별을하면서나눠가졌던편지였다.레나는남편리명준의반쪽사진을보며40여년을기다리며살아왔던것이다.

서로떨어져있던두조각사진이하나로합쳐지면서서서히모습을드러내는의문의존재.그에게는북한을탈출해서폴란드까지돌아와야만했던안타까운사연이존재하고있었는데…

분단과이산의아픔이단지38선과남과북이산가족들사이에서만존재하는것은아니었다.파란눈에금발의레나와북한남자리명준사이에서는과연그동안어떤사연들이간직되어있었던것일까?한국전쟁의숨겨진비화,북한전쟁고아들과동유럽사람들사이에피어났던순수한인간애와사랑의대서사시가‘두개의고향’을통해세상에모습을드러내고있다.

우리는그동안한국전쟁이낳은이산가족의아픔을남과북에헤어져살고있는한국인들에게만국한시켜생각해왔다.하지만1950년대북한의전쟁고아1만명이동유럽땅에서살고있었다는사실을알고있는사람들은많지않다.폴란드,루마니아를비롯해서동유럽6개국에서북한의아이들은8년가까운세월을살았다.낯선곳에서의삶은북한아이들의생활과생각을송두리째변화시켰다.

낯선언어에적응하면서아이들은동유럽의친구들과진실한우정을나누기시작했고,가족처럼생활하기도했다.심지어그들중몇몇은우정이사랑으로변하는경우도있었다.장편소설<두개의고향>은1951년아이들이처음유럽땅에도착한순간부터1959년마지막일행이유럽을떠나는순간까지북한아이들과유럽의아이들이함께나눴던진실한우정과사랑의스토리를담고있다.제목이암시하는것처럼,북한의전쟁고아들에게는‘두개의고향’이존재했었고,우리는그들을통해전쟁이낳은비극과이산의아픔이단지한반도에만머물지않고있다는것을확인할수있을것이다.

저자는분단과이산가족의아픔이남과북에만한정된것이아니라국경과인종까지초월한역사적사건이었음을이작품을통해말하고있다.김일성의아이들로키워져야했던그들이었지만,동유럽의자유로운환경은아이들의생각을송두리째바꿔놓았다.낯선세계속에서아이들이발견한것은자유와사랑이었다.장장15년에걸친풍부한자료조사와전문가들의고증을통해한국전쟁이후동유럽에간북한아이들의실체가이한편의장편소설을통해생생하게재현되고있다.그들이마음에품었던‘두개의고향’,그것은전쟁이낳은비극속에서도결코사라지지않을순수한휴머니즘의생생한증언이될것이다.

책속에서

1993년북한의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은한반도를긴장으로몰고갔다.
북핵위기가최고조에달하고있던시기,폴란드바르샤바주재대한민국대사관에는
의문의편지한통이배달된다.편지안에는절반이찢겨진사진이들어있었는데……
이이야기는그반쪽사진으로부터시작된다.
(본문6쪽중에서)

1951년그해겨울부터운행을시작한전쟁고아특별열차는1953년전쟁이막바지에이르던시점까지계속해서운행되었다.루마니아에도착한3천명을비롯해서폴란드에는1,200명의전쟁고아들이입국했다.헝가리,체코,불가리아에는700명에서500명정도의아이들이배정되었다.소비에트와동유럽공산당정부사이에서북한아이들의존재는비밀로부쳐졌다.동유럽각국에서전후복구사업이끝나지도않은시점에서아이들을위해기숙사와학교를마련한다는것이재정적인측면에서도큰부담이됐기때문이었다.하지만공식적으로는어디까지나모든게비밀이었다.한국전쟁으로북한에서는5만명의전쟁고아들이발생했다.그중에서20퍼센트를이주시키는것이소비에트의목표였다.줄잡아1만명에해당하는대규모이동이었다.엄청난규모의인원이동아시아끝에서유럽까지이동했다.이것은냉전시기최대의정치프로젝트였다.(16쪽)

명준은레나의손목을잡고사무실벽에붙어있는큰지도앞으로데리고갔다.유럽의여러나라들이표시된지도였다.
“레나씨,이지도위에많은국경선들이보이시죠?”
“네.”
“서로다른국가들의경계를표시한국경선입니다.곳곳이국경선으로갈라져있습니다.참많지않나요?”
“많긴하네요.”
“이국경선때문에유럽에서는오래전부터많은갈등이있었습니다.서로국경을빼앗고,또국경을지키기위해서수많은사람들이피를흘리기도했죠.모든전쟁은결국국경선을차지하고더넓히기위한목적에서일어났습니다.제가살고있던한반도에서비슷한일들이일어났습니다.”
레나는명준의말을가만히듣고있었다.이렇게지적인모습의남자는처음만나는느낌이들었다.
“저희공화국도지금북조선과남조선사이에전쟁이계속되고있습니다.저는언젠가이지도위에국경선들이모두사라지는날이올거라확신합니다.진실한사람들사이에국경선은존재하지않기때문입니다.그런세상을위해서저랑같이한번일해보지않겠습니까?”(68쪽)

레나와나누는대화들을통해서선우진은레나의과거속으로한걸음씩들어가고있었다.그건냉전이한창이던1950년대한반도를둘러싸고벌어졌던남과북사이의숨겨진역사속으로들어가는것과같았다.그걸밝혀낼수있다면현재북한고위층의인맥과정치적특수성을이해하는데도도움이될것이분명했다.선우진에게가장흥미로운인물은역시리명준과정동화였다.두사람에대한궁금증은시간이지날수록점점커졌다.마치역사소설에서나나올것같은전설적인주인공들을연상시키고있었다.(78쪽)

하지만남녀가서로에게마음이끌리는것을막을수있는것은없었다.사랑의힘을인간의힘으로막을수있다고생각하는것부터가잘못된판단이었다.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를건설하겠다는원칙들은1950년대부터이미폐기처분되고있었다.명준은그런명령서를전달받을때마다마음이불편했다.과연그것이진정인간을위한길일까,하고스스로에게질문을던졌다.하지만자신에게는수백명의북한고아들을폴란드땅에서무사히생활할수있도록이끌어야하는책임이있었다.(117쪽)

어느시대,어떤사람이라도사람을사랑한다는것은죄가될수없습니다.부디우리두사람이사랑했다는이유로죄인이될수밖에없는이비참한세상의마지막연인이될수있기를바랍니다.우리두사람은정말사랑했고,사랑했기에우리들이선택할수있는것은오직이방법뿐이었습니다.저희는이세상을떠나마음껏사랑하며살겠습니다.(133쪽)

북한전쟁고아들의유럽이주는냉전시기사회주의국가들사이에서벌어졌던가장큰휴머니즘이벤트였습니다.그런소중한가치를지니고있음에도불구하고전혀세상에공개되지않은이유가뭘까요?그건김일성입장에서는감추고싶은역사였기때문입니다.특히당시해외파들이대거숙청되던시기와맞물렸습니다.외국문화,외국사상,외국에서수입된것은모조리반혁명적인것이되었거든요.북한전쟁고아들역시마찬가지였던것입니다.결국조용히잊혀져야하는존재들이었던셈이죠.처음시작은휴머니즘이었지만,마지막에가서는지극히정치적인논리가작동됐습니다.불쌍하게도아이들은그희생양이었던셈이죠.(170쪽)

그렇게북한전역으로뿔뿔이흩어진아이들은결국더이상두번다시만나지못했다.늘함께생활했던아이들에게갑작스런이별은상상도할수없는아픔이었다.평양당국은처음부터아이들이북한에들어오면뿔뿔이분산시키려는계획을갖고있었다.이유는간단했다.유럽에서오래생활한그들중에헝가리에서처럼자유주의사상에물든아이들이있을수도있다고판단한것이다.북한당국은아이들이혁명이라도일으킬까두려웠던것이다.고작10대에불과한아이들에게가해진정치적폭력이었다.고향으로돌아가안락하고평화로운삶을기대했던아이들의꿈은그렇게산산이부셔졌다.레나는자신앞에펼쳐질평양에서의삶이점점두렵게느껴지기시작했다.세상이변하고있다는것을실감한것은명준도마찬가지였다.과연이들앞에어떤운명이기다리고있을지,그건오직신만이아는일이었다.(237쪽)

파란은고개를돌려차창밖으로시선을옮겼다.어머니의고집을꺾을수없다는사실에기분이상했지만,다른한편으론그런어머니가자랑스러웠다.만약자기라면어땠을까?시간과공간을뛰어넘는사랑이있을수있을까?과연어머니처럼한사람과의사랑을지킬수있었을까?어머니와아버지의모습을통해파란은자신을돌아보고있었다.전쟁과죽음,냉전과이데올로기가거칠게휩쓸고간1950년대라는시간이어쩌면사람들을더강하게만든것은아니었을까?그래서지금보다더숭고하고아름다운인간의이야기를써내려갈수있었던것은아니었을까.문득파란의머릿속에는여러가지생각들이교차했다.어떤면에서보면그모든물음들은앞으로살면서자신이답을찾아야하는질문들이기도했다.비록아버지에대한애틋한기억같은건없지만,순간어머니가사랑했던남자,아버지리명준이간절히보고싶어졌다.(3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