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날마다읽고쓰는사람.시인,에세이스트,인문학저술가.그밖에출판편집자,대학강사,방송진행자,강연활동으로밥벌이를했다.현재아내와반려묘두마리와함께파주에서살고있다.1955년1월8일(음력),충남논산에서출생하였다.나이스무살이던1975년[월간문학]신인상에시가당선하고,스물넷이되던1979년조선일보와동아일보신춘문예에각각시와문학평론이입상하면서등단...
시인의말_0041부그리움은그렇게컸구나그리운나라_012/나의예루살렘으로가기위하여_016/자화상_019/낮은사랑을위하여_020/이곳에살기위하여_024/쥐1_026/나의애인은아침의흰우유를마신다_028/새들은황혼속에집을짓는다_030/희망은카프카의K처럼_032/진눈깨비1_034/내마음속용_036/들잠_038/추억을완성하기위하여_040/길_041/옛노래_042/기우는빛_043/어린가슴으로세상속을걸어서_044/어느젊은시인의죽음_046/겨울나무_047/사라지는것들을위하여_048/밤하늘은아름답다_0502부나는이상하게슬퍼지지않는다다시첫사랑의시절로돌아갈수있다면_052/딸기_054/새해첫날_055/하늘문방구에서파는시집_056/감자를기리는시_058/그집앞_060/우리에게더좋은날이올것이다_062/양말_064/늑대_066/가방_068/검은커피와흰우유_070/사목해수욕장민박집에서의일박_072/고인_074/숲에서_076/해변의의자_078/태안저녁바다_079/당신에게_080/대추나무_082/간장달이는냄새가진동하는저녁_083/불두화_0843부우리앞의오늘도벌써옛날이지요미리내성지에서_086/옻샘약수터_088/초산_091/빗발,빗발_092/사월_094/무당벌레_096/명자나무_098/그믐밤_099/고양이_100/검은삼나무장벽1_101/파밭_102/가협시편1_103/가협시편2_104/가협시편3_105/가협시편4_106/봄_107/물오리일가_108/브라보브라보,마이라이프!_110/대추한알_111/축구_112/사이_114/차거_116/길례언니_118/입동_120/백석_1214부사자새끼가사자소리를내는것
시인이일컫기를시는눈썹이라했던가,시는광휘라했던가,시는계시라했던가.“나무에서나오는방법은나무를통하는길뿐이다”라고했던프랑시스퐁주의말처럼“그동안시가내몸을관통하고지나갔다”라며시인은“삶으로시를빚지않고,시로삶을빚은듯하다”며시력오십년사를소회하기도했다.“시의기쁨과매혹에사로잡혀”시하기를반백년,이쯤이라하면그의시사(詩史)를가로지르거나에둘러보는일이무리는아닌일리라싶어1979년부터2019년까지시인이펴낸시집들을작정하고훑었다.이한권의시선집을엮어낸과정은다음의원칙을따랐다.이시선집은1979년부터2019년까지시인이펴낸시집가운데절판된아홉권의책에서가려뽑은시로엮었다.단1979년과1981년에각각펴낸첫시집『햇빛사냥』과두번째시집『완전주의자의꿈』은현재절판상태이나2022년초복간(문학동네)예정이라선집대상에서제외하였다.각시집의발표연도에따라순차적으로시를구성하였고,각부는이를임의대로가름한것이다.해당시집은다음과같다.『그리운나라』(1984),『어둠에바친다』(1985),『새들은황혼속에집을짓는다』(1987),『어떤길에관한기억』(1989),『다시첫사랑의시절로돌아갈수있다면』(1998),『간장달이는냄새가진동하는저녁』(2001),『물은천개의눈동자를가졌다』(2002),『붉디붉은호랑이』(2005),『절벽』(2007).-일러두기전문시를선하는데있어두손으로든다할적에꿈쩍도않는큰바위보다두손으로든다할적에용케도들리는징검돌정도의무게를우선으로하였다.시력오십년,십여권의시집속수백편의시를몸소통과하는일에진입부터발에모래주머니를차서는안되겠다는생각에서였다.고르고골라시로는총3부66편,더하고더해시에관한짧은단상으로는마지막4부에138개를보탠이유역시그연유를고려함이컸다.“그리움은그렇게컸구나”라는제목아래총21편의시가들어선1부는『그리운나라』(1984)『어둠에바친다』(1985)『새들은황혼속에집을짓는다』(1987)『어떤길에관한기억』(1989)총4권의시집을대상으로하였다.이십대끝자락에서삼십대중반에묶여나온시들이니쏟아지고터지고뻗치는생의절망과사의희망에대한읊조림은시작도끝도없이무한히풀리는실타래를닮았는데어찌할수없이말도많고탈도많은뜨겁고도시린청춘의안팎이니아니그러할까싶은눈으로들여다보자니다분히알면서도매번“어둠에멱살잽혀가는나”(「새들은황혼속에집을짓는다」)를반복할수밖에없는내가보인다.“무덤하나이루려고/무덤옆에서산다”(「들잠」)는걸일찌감치알았음에도,“흐르는물앞에서의어리석은맹세를/후회하고후회하고후회하리”(「나의예루살렘으로가기위하여」)라는것을빤히알았음에도,밥에게먹히기위해밥이되고누군가와이별하기위해사랑을하고꺼질성냥불을위해오라,하며성냥에불을켜는시인.“어디배안고픈세상없을까”(「어린가슴으로세상속을걸어서」)라하는한줄그의자조가왜이렇게쓸쓸할까.“나는이상하게슬퍼지지않는다”는제목으로묶인2부는총20편의시가실려있는데『다시첫사랑의시절로돌아갈수있다면』(1998)『간장달이는냄새가진동하는저녁』(2001)이두권의시집에서보다넉넉히추려내었다.두권의시집제목에서가져온키워드‘첫사랑’과‘간장’은추억으로완성되고추억으로빚어지는둘일터,하여2부의시들은격렬했던그의삼십대까지를돌아보고돋아보는과정속닳아버린그의구두뒤축생김을하고있다.그러나슬프지않고그러나나약하게보이지않는건“새해첫날/가장좋은것은잠드는것”(「새해첫날」)이라하는,“나는단순해지리라/더욱단순해져/첫눈에맹목의사랑으로눈먼/한마리열목어가되리라”(「하늘문방구에서파는시집」)하는,“희망이없다면절망이다!/절망도없다면양말이다!”(「양말」)하는시인의마음,그가짐의선언에귀가쫑긋서기도해서다.그는「감자를기리는시」에서이런발견을한다.둥글게익어가는감자에핀꽃이상처이며둥글게익어가는감자열매가곧죽음이구나하는것을말이다.“상처없는자꽃을피울수없고/꽃피울수없는자열매맺을수없”으며“죽음을두려워하는자열매맺을수없고/열매없는자는새로운꽃피울수없”다며그리고시인은끝내이런솔직한고백에이르게된다.“나는서툴렀을뿐만아니라/무지했”다(「고인」)라고.3부는총25편으로『물은천개의눈동자를가졌다』(2002)『붉디붉은호랑이』(2005)『절벽』(2007),이세권의시집에실린시들에서건져보았다.“우리앞의오늘도벌써옛날이지요”라는제목속에서시인이제얼굴처럼마주하게된것이‘자연’임을힌트로보자니이부에실린시들이노래처럼들리기도한다.계절에순응할때계절을타고넘을수있음을알아버린시인은“산것이새끼를낳는동안/소년가장같은땅강아지는재개재개기어가고/귀없는풀들은비스듬히기운다”(「초산」)라고보고들리는대로적시를하는데앞선부의시편들과달리어깨에들어간힘이좀더빠져있음을알아차리게된다.빗발,사월,무당벌레,명자나무,그믐밤,고양이,삼나무,파밭,봄,물오리,대추,입동과같은시어들이제목을이루면서시인은비로소내적평화를너른평야처럼누리게되었다싶은데예까지오는데있어이런깨달음이큰영향을미치지않았다고는볼수없을듯하다.“사람들은길흉에울고웃지만/한목숨안에생과사가동거하죠/사람은걸어다니는전쟁이죠”(「미리내성지에서」)라하지않던가.혼자를인정하게되고홀로에안도하게되면서그는이렇게시의눈빛이깊어진이로거듭난것도같다.“사랑이가고나면시린목에는/목도리를두르자./목도리를두르고보일러가고장난방에서/겨울을나자./미닫이문을닫아건뒤/긴회랑을걸어오는사람을기다리자./바보라도혼자있는사람은/조금씩현명해지는법이다”(「길례언니」).4부는『절벽』(2007)에실린시인의산문을수정보완하고2021년까지써낸단상들을추가로하여묶은시에관한사유모음이다.“사자새끼가사자소리를내는것”이라는제목이곧정확하면서도적확한시의정의라할적에이4부는전체가한편의시이자시집인동시에시론이다할만한데이는‘시’라는이름으로어디에든가붙을수있는그만의유연한사고와활달한상상력이시의방향성을온우주로퍼뜨려서인것도같다.앞선3부의시까지다읽고4부에들어섰을때우리는저마다백지하나씩을받아든것같은심정으로번호하나하나를삼켜읽게되는데그따라감의과정가운데우리가배울수있는건시라는가르침이아니라시라는열림그자체인것도일순깨닫게된다.결국장석주시인이평생찾아다닌시구절이이한구절이아닐까도싶다.우리는사자새끼면서사자소리를내고있는가.우리는사자면서사자새끼소리를내고있는건아닌가.『저게저절로붉어질리는없다』라는시선집제목에서나는사자새끼가사자소리를내고있음에,듣는다.아니절로들린다.“사자새끼가사자소리를내는것,이것이시다.”(125)“사자새끼가아닌데도오랫동안사자소리를내고자했다.내가저지른첫번째오류다.그어리석음과오류를삼십년째품고시를썼다.”(126)“사자새끼가사자소리를내는것,이것이고요다.”(127)“도처에서사자새끼들이사자소리를낸다.사자새끼의울음소리는애살스럽다.나는몽둥이를들어사자소리를내는것의머리통을내리친다.고요하다.이게고요이후의고요다.그고요에닿고자했지만닿을수없었다.여기저기서쫑알거리는고요들.나는몽둥이를들어도처에서고요라고주장하는것들의머리통을깨부순다.”(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