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신용목 소설 | 양장본 Hardcover)

재 (신용목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내가 이 사랑에 더 성실했으니까, 괜찮아.”
지극히 사적(私的)이면서도 더없이 시적(詩的)인
시인 신용목의 첫 소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감각적 사유와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고유한 시 세계를 개척해온 신용목 시인이 이번에는 소설 『재』로 찾아왔다. 지난 2016년 출간된 그의 첫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에 이어 난다에서 펴낸 또 한 권의 책이자 그가 도전하는 또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재』는 시의 언어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시간의 형체”를 더듬어간다. 그 형체는 작품 속에서 화자인 ‘나’, 그리고 그와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한 모와 그의 누나 현으로 구현된다. 한 줌의 재가 된 모를 배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현재와 15년 전의 기억을 오가고, 당시 알지 못했던, 혹은 서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은 하나둘 표면으로 떠오른다. 의지할 곳이 서로밖에 없지만 서로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아픔밖에 주지 못했던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독백을 통해 모와 현, 조카 섭, 그리고 ‘나’의 애인 수의 이야기가 스며들듯 얽힌다.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더없이 시적인 신용목 시인의 문장들은 인물들을 독자의 눈앞으로, 그리고 마침내는 마음속으로 불러낸다. 한 사람이 지상에 머무는 시간 동안 느끼는 모든 감정을 한 권의 책으로 녹여낼 수 없기에 시인은 시를 쓰듯 문장 하나마다 많은 것을 응축해낸다. 그가 시 「예술영화」에서도 말했듯, 『재』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기 위해, 존재하기 위해 이렇게밖에 말해질 수 없었다(“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있지/이렇게 말하지 않으면//사라지는 일들이 있어서”). 『재』에서 시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비행운이 긋고 간 저녁처럼 고요 속에 묻”힌 말들이며, 사물들로부터 떨어져나온, “갈라지도록 해지도록 누군가를 부르고 무언가를 말하는” 말들이다. 알아듣기 힘든 미세한 주파수를 지닌, 그렇기에 더더욱 귀기울여야 할 말들로 쓰인 이야기이다.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가 ‘아름답고 찬란한 빛의 찰나’를 얘기하는 책이 아니라 ‘그 환함의 전등이 완벽하게 소등된 이후의 깜깜함’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는 책이었음을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소설에서 신용목 시인이 글로 행하는 치유법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현실을 더 아프고 더 모질게 서술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온몸을 바닥에 내려놓게 하고, 더이상 내려갈 수 없으니 결국 그 바닥을 차고 오르게 한다.
이와 비슷한 결을 지닌 『재』 역시 반복되는 시인의 부정이 야기하는 긍정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깊은 상처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삶과 시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은유로 이어 나가”는(노작문학상 심사위원회) 신용목의 시편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신용목

시집『그바람을다걸어야한다』『바람의백만번째어금니』『아무날의도시』『누군가가누군가를부르면내가돌아보았다』『나의끝거창』『비에도착하는사람들은모두제시간에온다』와산문집『우리는이렇게살겠지』를냈다.

목차

이야기의시간…7
마음의미래…12
이유의주인들…17
오래된문법…23
유적지의시간…29
젊음의무의미…34
취중농담…41
주어와주인공…49
진열된밤…57
모와현과섭…61
곰돌이에게…67
시선의천국…73
적산가옥…77
성실한이별…81
고백과배려…86
익숙한고통…94
제몫의시절…99
고독의상형문자…105
여름의끝…109
아무도모르는…115
너였지만아닌…121
고고학자이며시인인…125
영원히깨지고있어서…128
우리앞에부려진…134
고독이라는장르…139
마지막으로모와…144
불과식사…150
이야기의몸…152
여전히실재하는…154
외롭고무서운말…157
지금은아니라고…165
이별의역사…171
용서의불가능…175
그곳에있는…181
차갑고검고출렁이는…185
울창한맹목…190
사라진마을…192

작가의말…199

출판사 서평

“우리는알수없는아주긴이야기속에서태어난것이며,
일생을그이야기의거미줄에걸려파닥이고있는것이다.”

고등학교시절살던소읍을떠나온지15년이되던해,‘나’는학교동창인범으로부터친구모의갑작스러운부고를듣는다.빅데이터를기반으로애플리케이션을개발하는회사를다니며과연모든것은이유가있고예측가능한것일까,하는질문을곱씹던‘나’의세상은그렇게뒤흔들린다.
모의부고로시작되는이이야기는이후선형적인시간의흐름을따라움직이지않는다.거미줄처럼방향을바꾸어가며시간을거슬러올라가기도하고,과거의사건을서술하다가도현재화자의내면에서이루어지는독백에빠지기도한다.시간의흐름을역행과순행으로바꿔가며이어지는서사는모와‘나’의학창시절사이사이에모의죽음이후‘나’의삶을엮어넣고,이를따라가다정신을차려보면어느새죽음은생의한가운데에들어와있다.이는시각적혼동으로도이어져,장례식장화장실거울앞에조카섭이잠시기대놓은모의영정사진을보고‘나’는순간모의얼굴을거울에비친자신의얼굴로착각한다.고등학생이던모의15년뒤얼굴이자2년전수의고별파티에서우연히보고도당혹감에못본척했던모의얼굴이다.
작품의도입부에서눈속의실핏줄이터져날마다밤이찾아오는세계에남겨진화자가자신의내면에서발견하는것은그러한기억속얼굴들,“내몸어딘가통증으로남은사람들,아니통증을통해서만볼수있는사람들”이며,“내몸이라는세계속에사는사람들”이다.신용목시인은작중화자의입을빌려“우주비행사가우주에서무엇을만날지모르듯이시인은인간의내면에서무엇을만날지모른다”고덧붙여적는다.
이는비단화자인‘나’에국한된이야기가아니다.『재』속에는간단히요약할수없는‘나’와모,현사이의복잡한감정과여러사건들이입체적으로포개져있다.자신을위해대학을가는것마저망설이던동생모때문에현이느끼던죄책감과미묘한원망,현과조카섭을향한모의증오섞인애정과‘나’를향한감정,거기에‘나’가애써눌러두었던현에대한마음까지.‘나’는“작은숨소리에도와르르르무너져내릴것”같은무언가가되돌릴수없이깨져버릴까봐모와현을찾던발길을끊어버린다.“만약우리가마음을전시하는그방법을알았다면,우리는조금덜슬펐을까”하고‘나’는자문한다.그들의감정은그들스스로에게도낯선것이었다.모의죽음이후에비로소마주하는감정,“죽은다음에도끝없이시체밖으로걸어나오는저사랑에대해말하는것”은시인에게있어“이세계에서인간을증명할수있는방법”이기도하다.


“재는가장오랜과거의것이자
가장먼미래의것이다.이야기의것이다.”


신용목시인은“현실의지층에고고학적시선을던짐으로써파묻힌기억을복구하고재생”시키고,그의첫소설은그의시가추구해온작업을이야기의형태로이어간다.“이를통해망각된과거의지층을탐사하고발굴하여그흔적을복원"한다(월간현대시심사위원회).그가인물들의과거와현재를오가며써내려간이야기의끝은모든시간이한줌의산화된재로변할지언정“사라진다고해서애초부터없어도좋을시간은없다”는사실에다다른다.그시간의형체는결국지금의자신을만든사람이며,사랑은그사람의시간동안천천히일어나는기적을만지는것이므로.
시인은수의미술작품에이러한메시지를담는다.

이제는땔감이된작품에수는처음‘자아’라는이름을붙였다.나중에는‘관계’가되었다가다시‘기억’을거쳐최종적으로‘문’으로결정되었다.
수는자신을이루고있는게무엇인지표현하고싶었다.마침내그무엇이자신을거쳐간수많은사람이라는결론에다다랐고,그들은자신을열고들어왔고또나갔다.말하자면인간은서로에게문인것이다.(……)그래서수는실제문에자신이거쳐온사람들의모습을실물크기로그려넣었다.한해에한명씩.나름은그해자신에게가장중요했던사람을그렸는데,자신이태어난첫해의어머니부터지난해의나까지총서른두명이었다.그리고다시본래문이가진색으로덧칠함으로써,자신이그들을지나왔음을표현했다.결국수의작품은문을이용해문을남기는작업으로완성되었다.(102쪽)

모의몸이그랬듯,수의작품역시한줌의재로남는다.작품속재는타고남은가루의재,각자가인생에서넘어가는수많은고개의재,제사를지낼때의마음과올바르고깨끗한행동을말할때의재(齋),곁에있음을나타내는재(在),쓸만하거나값어치가있는것을골라내고남은찌꺼기로서의재(滓),그리고다시재(再)등등쓰려고하면다각도의의미로해석되는재이다.귀퉁이가찢긴진회색방수포를질감과이미지로표지에구현하여이수많은재들을한데모아담고자했다.그렇게모여한권의책에담긴재의의미는다음과같은시인의말로어느정도수렴되지않을까한다.

어둠을말하기위해빛을말해야하는것처럼,실재를말하기위해필요한허구도있을것이다.
나에게‘재’는그사이투명하게펼쳐진수평선같은것이다.
-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