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 아이오와 일기

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 아이오와 일기

$16.00
Description
“1994년 8월에서 1995년 1월까지
살아 있는 내가 만들었던 살아 있는 추억의 기록”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
『어떤 나무들은』
최승자 시인의 두번째 산문집『어떤 나무들은』을 펴낸다. 1995년에 출간된 책이었으니 26년 만에 갈아입는 새 옷이다. 미국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티 아이오와대학에서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라이팅 프로그램(IWP)에 참가하게 되어 첫 외국 여행을 떠난 시인이 1994년 8월 26일 일요일부터 1995년 1월 16일 월요일까지의 여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낸 일기 형식의 산문이다.
첫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가 비장미를 볼모로 삶과 죽음의 널 끝에 결국 ‘시’를 태운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러스함으로 무장한 시인의 일상, 그 소소하면서 인간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최승자라는 사람의 문학적 본령이라 하겠다.

저자

최승자

최승자│1952년충남연기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독문과에서수학했다.1979년계간『문학과지성』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이시대의사랑』『즐거운일기』『기억의집』『내무덤,푸르고』『연인들』『쓸쓸해서머나먼』『물위에씌어진』『빈배처럼텅비어』,산문집으로『한게으른시인의이야기』『어떤나무들은』,옮긴책으로『빈센트,빈센트,빈센트반고흐』『자살의연구』『빵과포도주』『짜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침묵의세계』『죽음의엘레지』『자스민』『상징의비밀』『혼자산다는것』『학교에서가르쳐주지않는아홉가지지혜』『중독보다강한』『아홉가지이야기』『워터멜론슈가에서』등이있다.대산문학상,지리산문학상,편운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4
개정판시인의말7

1994년8월
1994년8월28일일요일15
1994년8월29일월요일22
1994년8월30일화요일26
1994년8월31일수요일30

1994년9월
1994년9월1일목요일32
1994년9월2일금요일35
1994년9월3일토요일37
1994년9월4일일요일41
1994년9월5일월요일43
1994년9월6일화요일46
1994년9월7일수요일50
1994년9월9일금요일53
1994년9월10일토요일56
1994년9월11일일요일61
1994년9월12일월요일66
1994년9월13일화요일67
1994년9월14일수요일71
1994년9월15일목요일75
1994년9월16일금요일80
1994년9월17일토요일83
1994년9월18일일요일88
1994년9월20일화요일90
1994년9월21일수요일92
1994년9월22일목요일96
1994년9월23일금요일100
1994년9월24일토요일105
1994년9월25일일요일107
1994년9월27일화요일109
1994년9월28일수요일112
1994년9월29일목요일114
1994년9월30일금요일117

1994년10월
1994년10월1일토요일120
1994년10월3일월요일124
1994년10월4일화요일127
1994년10월5일수요일133
1994년10월7일금요일137
1994년10월8일토요일140
1994년10월9일일요일147
1994년10월10일월요일150
1994년10월12일수요일152
1994년10월13일목요일154
1994년10월14일금요일157
1994년10월15일토요일160
1994년10월17일월요일163
1994년10월18일화요일167
1994년10월19일수요일169
1994년10월21일금요일170
1994년10월22일토요일173
1994년10월24일월요일175
1994년10월27일목요일177
1994년10월28일금요일182
1994년10월29일토요일184
1994년10월30일일요일185

1994년11월
1994년11월1일화요일189
1994년11월2일수요일193
1994년11월3일목요일198
1994년11월4일금요일201
1994년11월5일토요일207
1994년11월6일일요일210
1994년11월7일월요일217
1994년11월8일화요일227
1994년11월9일수요일235
1994년11월10일목요일236
1994년11월11일금요일240
1994년11월12일토요일248
1994년11월13일일요일249
1994년11월14일월요일252
1994년11월15일화요일254
1994년11월16일수요일262
1994년11월17일목요일268
1994년11월18일금요일275
1994년11월19일토요일280
1994년11월20일일요일284
1994년11월21일월요일287
1994년11월22일화요일290
1994년11월24일목요일292
1994년11월25일금요일294
1994년11월26일토요일296
1994년11월27일일요일302

1994년12월
1994년12월2일금요일307
1994년12월4일일요일310
1994년12월5일월요일315
1994년12월6일화요일320
1994년12월7일수요일323
1994년12월8일목요일328
1994년12월9일금요일332
1994년12월10일토요일336
1994년12월11일일요일344
1994년12월12일월요일349
1994년12월13일화요일352
1994년12월14일수요일355
1994년12월15일목요일361
1994년12월16일금요일368
1994년12월20일화요일372
1994년12월23일금요일379
1994년12월24일토요일382
1994년12월30일금요일383

1995년1월
1995년1월5일목요일385
1995년1월6일금요일387
1995년1월8일일요일391
1995년1월9일월요일393
1995년1월10일화요일397
1995년1월11일수요일399
1995년1월14일토요일405
1995년1월16일월요일407

출판사 서평

꿈틀거리며새로태어나려는
인간최승자의‘살이’

일찍이시인은“일기라는형식으로쓰인이주체할수없이풀어진글에서독자들은아마도‘밥먹고잤다’밖에발견할수없을지도모르겠다”라며염려했다지만품위와격식과규격을싫어하는시인이하루하루있는그대로의제삶을고스란히옮겨적어놓은이글들에서우리가발견하게되는건아마도진짜배기‘살아있음’의현장일거다.우리들누군들하루하루흔들리지않겠는가.그‘와중’의흔들림을가감없이고스란히기록한다는일.시인은이렇게썼다.“어떤나무들은바다의소금기를그리워하여그바다가아무리멀리있어도바다쪽으로구부러져자라난다”.
그의첫산문『한게으른시인의이야기』를두고죽음을들여다보고죽음속으로들어갔다마침내죽음으로부터돌아나온‘삶’의자리라할때,『어떤나무들은』에서우리가만나는것은“변화해가는나,새로심어진내새로운의식의씨앗들”이자“꿈틀거리며새로태어나려”애쓰는한인간의기록,‘살이’라할것이다.‘인간최승자’의기록이겹겹으로쌓인이두툼한페이지야말로내‘살이’를흔들림없이비춰줄만한전신거울이니까.앞선이의삶으로나를비춰보고돌아보게하리라는안도에서한발도뒤로물러서게하지않으니까.

“승자,너너무도행복해보인다.
너웃는구나.”

무엇보다이책은재밌다.너그럽고소탈하면서도정확한유머감각을구사하는시인최승자의인간적면모다.무심한하루의기록과유심한삶의고찰사이사이태연하고도신랄한유머가식탁위후추나소금처럼당연하게놓여있으니,혹여심심할수있는타지의이야기와으레낯설수있는타인과의관계속에서적당하게향을돋우고간을맞춘다.
삶을채우는것이도저한절망과허무만은아닌까닭에,치열하게죽음을생각하면삶에도불씨가트고웃음이피는까닭에,우리는27년전시인최승자가“웃음이쿡난다”말했을유머의순간,아이오와의겨울을한순간따뜻하게지폈을웃음의순간을만나게도된다.

내가내시를읽으면서도시가너무어두운것같아미안한생각이들어서청중에게내시가좀어둡지요라고말했더니여러사람이예스라고했다.그런데맨앞줄에앉아있던한늙은노신사는계속고개를가로저었다.내시가너무절망적이어서안됐다는생각이들었기때문인지도모른다.왜냐하면낭독이끝나고질문받는시간이되었을때바로그양반이내게“Doyouhaveahope?”라고물었기때문이다.내대답인즉슨절망이란전도된희망이다,당신이희망을갖고있지않다면당신은절망할수없다였다.그런상투적인말이외에뭐라고대답할수있으랴.그런데이사람은나중에모든게다끝나서밖으로나갈때에도나를보면서“Youmusthaveahope”라고말했다.그래서내가“Yes,Ihaveahope,Ihaveadream”이라고대답해주었다.나중에레스토랑에서마크와리오넬에게그얘기를해주었더니둘이배꼽을잡고웃었다.질문과응답시간도다끝나고사람들이자리에서일어났을때청중중의몇명이내게와서정말로잘들었노라고말해주었다.리딩경험이없었던나로서는뭐하러사람들이그렇게즐겨리딩을할까생각했는데바로이런맛때문에하는것인지도모른다.
_1994년11월11일금요일,243쪽

자기에게속아넘어가지않기위해서
자기자신과싸우는일

가림이나까탈보다는받아들임과뒤섞임의성정이빛을발하는건아마도문학이라는,특히시를중심에두고서생활이반복되고대화가이어지는까닭이다.그리하여이책이최승자의연대기에서갖는중요성을다시한번강조하게된다.시인인동시에번역자의삶을꾸려온최승자이기에,자신의시번역도스스로행해보며“시창작자로서보다는시번역자로서의즐거움”을더크게느꼈다한고백을들어보게도되어서다.
최승자는8권의시집을낸시인이면서20권이상의책을번역한번역자이기도했다.막스피카르트의『침묵의세계』,니체의『짜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알프레드알라베즈의『자살의연구』등걸출한저작들이그의번역을거쳤다.그마저도무심히“영어책은좀읽고번역으로밥먹고살았다”말할뿐이지만언어를다루고말을옮기는일에진지하지않았던적없으며,작심하여세심하고골몰에유심하였음또한물론이었다.1994년의이미국행이생애첫해외여행이었던탓에입말과회화에는능숙지못하고그덕에고생도고행도없지않았으나,자신의시를제손으로번역하며이타국에서말로나누고말로나아갈길이무엇인지를알았다.언어의힘이문화발전에갖는역량,우리문학의세계화를위해언어가견인할일등말의힘을가늠하고한국문학의과제를정확하게진단하기도했다.

가장많은시간을잡아먹었던것은「내게새를가르쳐주시겠어요?」였다.이건보이한테서도무지공박을당했던구절이고,그래서내가그렇게이해가안갈까하고서쇼나에게도물어보니까쇼나도좀이상하다고대답했다.그때마침마틴이내영역시들을보고있던참이라그에게그구절을잘고쳐봐라했더니,나중에그가돌려준내시들중그구절에는지금그대로가완벽하다라는코멘트가쓰여있었다.그러니까마틴한사람만그구절을좋다고한거다.이구절을나는그대로“Wouldyouteachmeabird?”라고번역했는데,캐럴라인역시그구절이몹시걸리는모양이었다.그녀는‘aboutbeingabird’‘abirdness’등여러가지다른단어들을제시하면서고치는게어떻겠느냐고했다.그런데나는그렇게고치면이시는죽어버린다고주장했다.(……)결국나중에캐럴라인이묘책을내놓았다.그묘책이란,“Wouldyouteachme;abird?”였다.세미콜론하나를집어넣은것이었는데,캐럴라인은자기가고친게흡족스러운지아주좋아했다.나는번역자의그런마음을안다.내가번역하는사람이니까.한구절을멋있게번역해놓으면얼마나기분이좋아지는지.
_1994년10월17일월요일,164~165쪽

그물빛흔들리는강가에
다다르고싶다

네달이조금넘는이기록에는첫타지살이를앞둔최승자의설렘과불안부터다음생으로나아가려는들뜸과각오가고루담겼다.그사이를빼곡히채운것은시이고문학이다.그리고무엇보다삶이며사람이다.26년만에새로펴내는책에서,우리는이전의최승자와이후의최승자를모두알고서안고서,그의한때를만나게될것이다.누구보다앞서자신의운명을예감하고세계의뿌리를감각하는것이시인의천명인듯이,그의1994년과1995년에이미시인의미래가녹아있고나아갈길이들어있는듯도하다.
가야할길이이미당도한길이어서,시인은어떠한욕망없이욕심없이꿈꾸듯흐르듯내일로발을뗀다.최승자는“이욕망의거리에서,아무것도쌓아둔것이없고,아무것도기대하는것이없는사람”만이얻는“슬픈어깨”의주인이면서,“그러나어쩌면우리가마지막기대야할어깨”(황현산)이기도하지않겠나.흔들리는오늘과밀려오는미래사이에서울적하고외로운감정에빠질때면,그는이런시인의이런책구절에서힘을얻어저를일으키곤하였다.어쩌면그를버티게하고살게한것이시이며책이었을것이므로.흘러가며자신이내어놓고나누어줄것또한시이며글일것이므로.

오늘은메이플라워맞은편잔디밭을가로질러아이오와강변으로갔다.잔디밭에달맞이꽃들이피어있었다.강변벤치에누워오리들이떠있는강물을바라보는데갑자기누군가의시한구절이떠올랐다.그건로드맥퀸이라는싱어송라이터가쓴시집중에나오는구절로대학교1학년때그의시집을읽다가기억해둔것인데,이상하게도몇십년이지나면서그의다른시들은다잊어버렸으면서도그구절만큼은잊히지않고내기억의서랍속에그대로간직되어있다.글쎄오늘은좀외로웠나,아니면나의앞날이불안해졌나.그구절은이렇다.“Lonelyriversgoingtotheseagivethemselvestomanybrooks.”이건내가슬며시외로운생각이들때마다나자신에게용기를주기위해다시되살려보곤하는구절이다.“바다로가는외로운강물은많은여울에게저를내준다.”
_1994년9월6일화요일,49쪽

그런의미에서이책은생의‘효모’를닮았다싶다.필요할때에간절한이들을위해저를부풀려비단문학과시의허기뿐아니라삶과사람사이의허기를달래주는책이아닐까하는.‘사랑’을정의할때가장근접한풀이의말이‘호기심’아니겠나.최승자라는문인이어떤시인이며어떤사람인지궁금한이들이라면무조건이책을통과하십사감히말씀을드려보는바이다.
우리가최승자를기억하므로,우리가최승자를기억하기위하여,그의사진을표지에담았다.스스로를“커피중독자”라여겼던최승자이니까.바다의소금기를그리워하여그먼쪽으로구부러져자란다는나무,“나는나무다”말했던최승자이니까.엷푸르고흐린가운데시리도록투명한아이오와의하늘,거기서시인자신의얼굴을보기도했을최승자이니까.책을집어든손으로한번쯤살로닿고또만나,그살가움이살결같음느껴도보면좋겠다.우리가최승자를기억함에,시인은아무런욕심없이욕망없이‘쿡’웃을것이다.가만히바라보며‘끝’,그렇게말할것이다.그럼에도투명하게말할것이다.문득다시살아나는이책의소식을들었다고.그리하여시를,삶을,그리고아이오와를,좋아했었다고.

청춘이지난지하많은세월이흘렀다.
문득소식이와서묻혀있던책이
지금살아나고있다.
그것을나는지금가만히
바라보고있을뿐이다.
그것으로끝이다.
아이오와는
좋아했었다.

2021년11월15일
최승자




<책속에서>

시창작자로서보다는시번역자로서의즐거움이더컸다.어쨌거나내가번역한시가그들에게얼마큼통할수있다는게기뻤다.그리고그들이나이든한국여성시인들과얼마나다른가하는생각을하게되었고,언젠가김혜순에게서들은말이떠올랐다.원로여성시인이무슨상의심사위원으로위촉되어추천을위해서김혜순과내시집을어렵사리구해읽었는데,김혜순의시집을펼쳐보니첫페이지부터이놈저놈소리가나오고최승자의시집을펼쳐보니첫페이지부터웬배설물(그시인은차마똥이라는말도발음하지못하고배설물이라는단어로대치했다)타령이나오는가,그래서자기낯이뜨거워져서추천조차하지못했다는것이다.그얘기를나누면서김혜순과나는낄낄거리며웃었더랬다.베릴은굉장히늙어보이긴하지만어딘가성격강한배우같은인상을준다.그건그녀의악센트가아주강하기때문이기도하고,그녀의차림새가언제나허름한,그야말로한국으로치면시장바닥을돌아다니는할머니같은차림새임에도불구하고형형한눈빛과쉬지않고퍼부어대는얘기들,그런것들이한데뒤엉켜굉장한에너지를뿜어내기때문이다.그녀는첫번째남편과는사별했고두번째남편과는이혼했고지금함께사는남자와는결혼하지않고그냥친구처럼함께산다고했다.그리고그남자는‘그냥페미니스트’라고했다.그냥페미니스트라는게무슨뜻인지는모르겠으되.그녀는또그남자의중풍걸린어머니를돌보아주고그대가로그에게서돈을받는다고했다.그건어쨌거나노동이니까.그렇게늙어보임에도불구하고굉장한활력을갖고있다는게부럽다.나도저나이에저런활력과생기를가질수있을까하는생각을하게한다.
_1994년9월3일토요일,39~40쪽

내원고읽기가끝나고질문과대답시간에클라크가내게특별히무엇을위해서,무슨이데올로기를위해서쓰느냐고물었다.그래서내가나는무엇을위해서쓰지는않는다,내가쓴것이무슨‘이즘’이나무슨이데올로기에도움이될수있다면,그리고그것이좋은이즘이나이데올로기라면내시를이용하는것은양해할수있지만내게무슨이즘이나이데올로기를위해서쓰라고한다면나는쓰지않는다라고대답했다.그러자대뜸네덜란드의아스트리드가시를쓰고출판하는것은커뮤니케이션을위한것인데그렇다면너는뭐때문에시를써서출판하느냐고따졌다.한국에서도너무나자주,너무나익숙하게들어본질문이다.그러니내대답은즉각적일수밖에.커뮤니케이션을위한것이라는데는기본적으로동의하지만그것이‘physicalcommunication’을뜻하는것은아니다라고대답했다.그순간에알맞은단어가생각나지않아그냥피지컬이라는단어가느닷없이튀어나왔는데어디서나반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