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최문자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최문자 산문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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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늘은 시를 쓰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시인 최문자의 생애 첫 산문집
시인 최문자의 첫 산문집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가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사랑과 슬픔의 힘, 깊은 상처와 철저한 자기 응시로 이루어진 시세계를 펼쳐보인 그가 처음으로 펴낸 산문집이다. 내면적 고뇌와 서정적 울림이 가득한 시의 근원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산문이라는 형식을 빌려 시인은 슬픔이 어떤 슬픔인지도 모른 채 그 위에 너무나 많은 못을 박아왔던 자신을 “말해버린다”. 그에게 있어 “말해버리는” 것은 그 못을 뜯고 “문을 여는 것”이다. 그의 시에서 꽃피우던 언어는 산문 속에서도 그 향기를 더해간다. 그리고 20층 건물 맨 아래에 끼여 자라는 민들레로, 중환자실의 한 여인이 죽음의 순간에 부르던 아카시아꽃으로, 총장 업무에 쫓겨 급히 지나가던 그의 발목을 붙잡은 배꽃으로 피어난다. 그의 산문은 생의 빛깔을 가득 머금은 이러한 꽃들을 한 아름 엮어 만든 것이다.
저자

최문자

1982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귀안에슬픈말있네』『나는시선밖의일부이다』『울음소리작아지다』『나무고아원』『그녀는믿는버릇이있다』『사과사이사이새』『파의목소리』『우리가훔친것들이만발한다』가있고,시선집『닿고싶은곳』이있다.한성기문학상,박두진문학상,신석초문학상,한국여성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한국서정시문학상등을수상했다.협성대문예창작학과교수및동대학총장,배재대석좌교수를역임했다.

목차

작가의말_사랑에나는빚진자입니다ㆍ004

1부
푸르게,불행은날개를단다

불편한여자ㆍ012
누구의잎으로산다는건한번도내가꽃피지않는것ㆍ018
빵은시보다접시를깊게포옹하고있다ㆍ021
버티고Vertigoㆍ024
지울까,지워질까다ㆍ028
쪼가ㆍ031
2013년다음에2015년이었으면좋겠다ㆍ034
짐작은가끔맞지만자주틀린다ㆍ042
너정말괜찮으냐고물었다ㆍ044
그때는정말뿌리를부르게된다ㆍ047
배꽃과총장ㆍ054
제청춘은왜이리희미합니까?ㆍ058
그것이꽃구경이었을까?ㆍ063
슬프네,슬프네하면서……ㆍ066
푸른고통ㆍ071
혹시사랑이라해도사랑을발굴하지않았다ㆍ074
시의발소리ㆍ076

2부
시는비밀을어떻게품고있는가?

유년ㆍ080
밤의경험ㆍ086
시인들의보는법ㆍ095
말,소리,빛깔ㆍ098
시와비밀ㆍ102
학생들에게언제나없는세계를가르쳤다ㆍ105
사과ㆍ108
옥수수ㆍ112
은초垠草ㆍ115
인간은너무많은기억을죽여왔다ㆍ118
눈먼자들의회의ㆍ122
친구ㆍ126
페르소나Personaㆍ128
향ㆍ132
그대는흙이니라ㆍ135
조장ㆍ138
0의얼굴ㆍ142
보랏빛공포ㆍ144
금요일ㆍ148

3부
나무는죽을때슬픈쪽으로쓰러진다

허기는언제나위험하다ㆍ152
그날,오래도록옻나무밭에서있었다ㆍ154
5분ㆍ156
괴물ㆍ158
사과가지구다ㆍ162
에미는네껍질이야ㆍ165
모두곡선이었다ㆍ168
문ㆍ170
의자ㆍ173
연탄과시인ㆍ176
나는없겠네ㆍ179
자기자신에게거짓말을할수있는가?ㆍ182
나무가손목을끌어다집에데려다줄것이다ㆍ185
나는엄청빚진자였다ㆍ188
예스와노사이의무수한점ㆍ192
나무는죽을때슬픈쪽으로쓰러진다ㆍ194
오늘은시를쓰려고애쓰지않았다ㆍ196

출판사 서평

“오늘은시를쓰려고애쓰지않았습니다.”
시인최문자의생애첫산문집


 시인최문자의첫산문집『사랑은왜밖에서있을까』가난다에서출간되었다.1982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한후사랑과슬픔의힘,깊은상처와철저한자기응시로이루어진시세계를펼쳐보인그가처음으로펴낸산문집이다.내면적고뇌와서정적울림이가득한시의근원을엿볼수있는귀한자료이기도하다.
 산문이라는형식을빌려시인은슬픔이어떤슬픔인지도모른채그위에너무나많은못을박아왔던자신을“말해버린다”.그에게있어“말해버리는”것은그못을뜯고“문을여는것”이다.그의시에서꽃피우던언어는산문속에서도그향기를더해간다.그리고20층건물맨아래에끼여자라는민들레로,중환자실의한여인이죽음의순간에부르던아카시아꽃으로,총장업무에쫓겨급히지나가던그의발목을붙잡은배꽃으로피어난다.그의산문은생의빛깔을가득머금은이러한꽃들을한아름엮어만든것이다.
 시인이종이위에쓴꽃들이기쁨으로만만개한것은아니다.가까운이들을죽음에게여럿내어주어야했던뼈아픈경험역시꽃의모양을따라녹아있다.그에게“꽃꿈은설레는것이아니라공포”에가깝다.흙처럼쌓인글속“다파내고파헤쳐진흉터같은폐허”가무섭기만할때도있다.그러나“시한편으로언제고멈춰서고뒤돌아보고불행을선회할수있”기에,시한편은소중한구원이된다.
 “슬픔과고독에물든채상실로부터오는상처와고통,회한을내밀한목소리로읊조리며작고섬세한기미들을보듬는고백의시”(한국서정시문학상심사위원)를쓰는최문자시인.처음으로출간되는그의산문집『사랑은왜밖에서있을까』역시“막연한어둠의기억으로부터빠져나”오기위해쓰인치유의문장들로가득하다.“누군가가총을겨눠도어떤감정은죽지않고푸르”게살아있다고,그는시로산문으로변함없이말하고있다.


“사랑에나는빚진자입니다”
최문자시의꽃과잎과뿌리
 
 시인은자신이“해가지고있는저녁”의시간을지나고있다고말한다.“이붉은저녁”을그는“많은기억을품은채말없이걸어가고”있다.산문집에서그는이기억을따라그의시와삶을지탱하고있는뿌리를따라내려간다.그기억들이야말로시인의내면에서무한히다른부분들과작용하며,“매복하고기다리고침묵시키고시를쓰게하는가장오래된동굴벽화”이므로.시인의시를이해하기위해서는이기억을들여다볼필요가있다.그가시에서호명하는대상이무엇이건,이는무의식속기억이그려나간궤적에의해“깊은곳에서서로붙잡고뻗어나가며위로뚫고오르는그무엇”,그리하여뿌리로부터샘솟은어느이름이기때문이다.
 산문속에투영된그의시선,그의기억이품고있는“작고섬세한기미들”은하나같이눈앞에선뜻드러나지않는것들이다.그리고이러한기억들이모여하나의시가된다.시인의시「껍질의사랑」은그의어머니가혼잣말로하던“에미는네껍질이야”라는말과하나의메아리로연결된다.여기에는그가6·25전쟁의혼란속오빠의손을놓치는바람에잠시고아가되어생활했던시절에대한기억과,그를되찾은어머니가보여준애절한사랑,그리고어머니라는그단단한“껍데기”가떨어져나간후다시굳은살이박이기까지의아팠던기억역시담겨있다.
 “양치는목동의눈이수킬로미터밖산밑에서풀을뜯고있는양의마릿수까지정확히알아맞힐수있는건시력이뛰어나서라기보다는평소양떼에대한관심과사랑때문”이라고시인은말한다.같은시력을가지고같은지점에서있어도보이는것이다른것은그동안사랑해왔던시간과관련이있다.남에게잘보이지않는것에대해더깊은관심을가지고집착하는것이시인의시선이라면,그시선은세상에대한깊은사랑에서말미암은것일테다.
 산문집에서만나는최문자시인은“부드러워도할것다해내는경직되지않은”총장이기도하다.보이지않는것도보는너른시야를가진교육자가되는것이시인으로서의도리라고여기며협성대총장직을역임한그는그동안수많은젊은이파리들을세심히보고피워냈다.“잎으로사는것은이렇게많이어둡고,많이중얼거리고,많이울먹이다비쩍마르”는것임을,“길고긴목마름의시간도온몸이찌그러지는위축증의시간도참아내야”한다는걸아는시인이기에젊은청춘들과함께아파하고함께기뻐한다.“삶의꼭한부분푸르러야하는절정앞에서”,스러지지않기위해“뿌리보다더괴로”워하며고군분투하는그들을보고시인은“시들것같지않은잎이다”라고말한다.그의시속,궂은자리에서고개를내민작은풀꽃들과같은존재들이다.


“흉터도시의기척으로읽어주기를”

 그의시야에보이는것은어린잎뿐만이아니다.그의시「닿고싶은곳」에등장하는,한쪽을향해구부러진채죽은나무역시그의시선끝에자리한다.시인은그나무를통해그너머의무언가를,“슬픈쪽을향해둥글게등을구부리거나다리를오그리고뭔가죽도록바라보다마음이먼저상해하얗게죽은”“슬픔의하중을받으면갈수록허약해지다가버티지못하고쓰러져버린”존재들을보았다고책속에서고백한다.

 누구나바라보고싶은대상이있다.거기에닿고싶어하고,그것을바라보면서걷고멈추고다시걷는다.그러다가끔은어찌할수없는일들이생겨난다.걸음은멈춰지고더는갈수없을때,‘닿고싶은곳’은‘슬픈쪽’으로바뀐다.그러면서도쓰러지는순간까지그쪽을오래바라본다.결국은슬픈쪽,그쪽으로쓰러진다.
_194~195쪽

 어찌할수없는중력에마침내쓰러지는순간,그힘에인위적으로맞서기보다다만‘닿고싶은곳’이었던‘슬픈쪽’을마주본채쓰러지기를.이런소망을가진시인에게“사랑은온힘으로살아내는중력”이다.온힘을다해‘슬픈쪽’을향해쓰러진나무의형상은겸허하며,사랑이그몸에남긴흉터는시가된다.
 최문자시인이“사랑은왜밖에서있을까?”하고생각하며,사랑앞에썼다는산문집이다.표지로삼은오딜롱르동의작품속여인의시선끝에꽃이있듯이,시인의시선끝,‘닿고싶은곳’에도색색의고운시들이피어나고있지않을까.그리고그꽃들의꽃말은모두사랑이아닐까.

가끔상처난곳을들여다봅니다.흉터는신비한곳이지요.제자리로못돌아가는살점들이굳어있었죠.무섭게,고요하게종이처럼접히기도하고변형,변색되어있었습니다.흉터만큼강력한침묵지대가있을까요?쓰고싶어도답장할수없는곳입니다.짧은사랑인지영원한이별인지어둠의고백인지위험한일을저지르다멈춘곳인지,이책을쓰며달랬지요.흉터도시의기척으로읽어주기를바라는마음으로.
-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