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도를 사랑한다 (강석경 에세이 | 개정증보판)

이 고도를 사랑한다 (강석경 에세이 | 개정증보판)

$16.00
Description
새롭게 펴내는
난다의 〉걸어본다〈 두번째 이야기
소설가 강석경이 걷고, 보고, 쓴, 경주!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더없이 고도다운 그곳, 경주에 관한 이야기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난다의 걸어본다 그 두번째 이야기의 개정증보판을 펴냅니다. 2014년 처음 출간된 책에 2022년까지 새롭게 쓴 다섯 편의 원고를 더해 펴내는 ‘걸어본다 경주’는 소설가 강석경이 시작에서 떠남까지 구성한 경주에 대한 완결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주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표지와 책의 꼴을, 곳곳의 문장을 공들여 매만졌습니다. 좁게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넓게는 내가 사는 나라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산책길을 뒤따르는 과정 속에 저마다의 ‘나’를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용산’을 테마로 한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책으로 그 포문을 연 바 있지요. 예고했던 바와 같이 다음 배턴을 이어받은 이는 소설가 강석경입니다. 강석경, 하면 경주, 하고 즉시 답하게 되는 일이 새삼스럽지 않은 데는 그의 많은 저작의 경우 그 소재나 주제에 있어 ‘경주’를 배경으로 삼은 일이 꽤나 빈번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사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글쓰기의 정신적 지주로 어떻게 그토록 긴 세월 동안 지칠 줄 모른 채 경주만을 지목하고 경주만을 주목할 수 있었는지 작가의 고집에 실은 강한 호기심을 품어오던 저이기도 했습니다.

경주를 주제로 또 언제 산문을 묶겠는가. 소설가 강석경은 단단히 작정을 한 참이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2022년까지 근 십팔 년간 쓰고 또 쓴 글을 정리하는 작업은 그러나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한 챕터씩 완성될 때마다 작가는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왔습니다. 그 가운데 밑줄 긋고 옮겨 적으며 여러 번을 되새기게 한 문장이 있었으니 살짝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게 고향이란 육신이 태어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이다”라는 한 줄이었지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가 왜 저마다의 산책으로 자기만의 고향을 마음에 품어야 하는지 흡사 ‘걸어본다’의 정의에 대한 절묘한 힌트를 얻은 것도 같았습니다.

더없이 고도다운 그곳 경주에 관한 이야기. 강석경만이 쓸 수 있고 강석경밖에 쓸 수 없는 그곳 경주만의 이야기. 소설가 강석경. 1973년 제1회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데뷔했으니 그가 작가의 삶을 이어온 것도 오십여 년 세월이 되어갑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소설 『숲속의 방』으로 일찌감치 예민하면서도 유려하고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로 80년대 대학가에 청춘의 심벌로 읽히기도 했던 작가는 삼십대에 경주의 향토사학자인 고 윤경열 선생을 인터뷰하는 일을 계기로 경주에 매료되어 짐을 꾸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경주라는 땅 곳곳을 무한한 정신으로 매일같이 걷고 매일같이 보고 매일같이 탄복해오고 있다 했습니다. 어쩌면 이 천오백 년 전의 능들이 세월을 품고 이지러진 고즈넉한 경주와의 만남이 소설가 강석경을 늘 새로움으로 채우고 또 비워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산 자와 죽은 자가 인류의 가족으로 더불어 있다니. 고분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이지러지기도 하고 주검은 어느덧 대지로 돌아가 둔덕 같은 자연 자체가 되어 있었다. 생멸의 순환과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풍경은 근원적이어서 강렬하게 가슴에 다가섰다.
_「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중에서
저자

강석경

내가태어난도시이름이무미하여동명이인같은대구大口의이름을차용하기로했다.바닷속황금이라는물고기‘대구’에서태어났다니푸른심해를유영하는비늘이내몸어딘가돋아있는것같다.물고기는바로인류의선조이니수사법이아니다.내가작가가된것은숨쉬는생의터전이어항처럼좁아나만의오롯한심해를갖기위해서인지모른다.그속에서진정한나를찾기시작했다.
대구에서태어나이화여대조소과를졸업했다.1974년제1회『문학사상』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로『청색시대』『가까운골짜기』『세상의별은다라사에뜬다』『내안의깊은계단』『미불』『신성한봄』,소설집으로『밤과요람』『숲속의방』,동화로『인도로간또또』,산문집으로『일하는예술가들』『인도기행』『능으로가는길』『저절로가는사람』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녹원문학상,21세기문학상,동리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신라,이아름다운발음ㆍ6
개정판작가의말│시작에서떠남까지ㆍ8
서문│헤매다경주를찾았지ㆍ10

김시습의고독-용장사지에서ㆍ32
뿌리로의귀환-계림로에서ㆍ39
문화는섞이면서진보한다-괘릉에서ㆍ44
헌헌장부는어디로갔나-동궁과월지에서ㆍ48
가득히비어있는폐사지의아름다움-황룡사지에서ㆍ53
달이뜨면밤에는늑대가운다-대릉원에서ㆍ58
고대의궁궐터는산책자를몽상에잠기게한다-월성에서ㆍ63
공유지엔텃세가없다-산림환경연구소에서ㆍ69
삶의진흙에서피는연꽃,그건바로예술이지-남산동에서ㆍ79
여기서죽고싶다-무열왕릉에서ㆍ83
최부잣집의진귀한음식문화-교동에서ㆍ88
그릇을보면서비우라-박물관에서ㆍ97
경주의땅속은비어있는거대한오케스트라-인왕동에서ㆍ102
홍상수감독의〈생활의발견〉-황오동골목에서ㆍ107
그래서인간이복잡하구나-노서동고분공원에서ㆍ113
작은것의아름다움-진평왕릉에서ㆍ118
저바다처럼모든것을받아들이라-식혜골에서ㆍ123
변하는건산천이아니라사람이다-오릉의겨울숲에서ㆍ136
밤의대기속을헤매니우리는친구가아니냐-밤의고도에서ㆍ140
영혼의DNA가동일한-겨울의거리에서ㆍ146
경주의역사가묻어있는수원水源-북천에서ㆍ151
영악함없는이느림-고분공원벤치에앉아서ㆍ156
역사와함께자연을내근처에두는방식-이무위의풍경앞에서ㆍ163
저벼들처럼삶의뙤약볕을견뎌야한다-황금빛배반들에서서ㆍ172
신라의자손들아,무엇을하였느냐,하느냐-성덕대왕신종앞에서ㆍ178
무도회의수첩-시간의상자속에서ㆍ188
고도를찾아온콧수염청년-삼층쌍탑앞에서ㆍ199
아라키씨의이주-동남산아래에서ㆍ205
경주에서몽골초원으로-비온뒤연밭에서ㆍ209

출판사 서평

강석경만이쓸수있고강석경밖에쓸수없는그곳,경주에관한이야기

비어있기에상상력을불러일으키는,다시말해모두가아무것도없다고발길을돌려버리는월성과같은신라의왕궁터를작가는어떤연유로매일같이산책하게되었을까요.속절없이크고속절없이둥글며속절없이수가많은능으로보건대경주는거대무덤의도시에지나지않을수도있습니다.하지만왕권이무슨소용이랴,저녹색빈껍데기가죽은뒤에다무슨대수냐며삶과죽음의허망함을논한다할적에경주라는흑백의유적지는매순간삶의본질을돌아보게만드는데일조를하게됩니다.지구의독생자처럼헤맸으나경주에와서비로소신라라는정신의고향을찾았다는작가의고해성사같은고백.그만큼절실했다는얘기겠지요.

신라김씨왕조가유목민이라는학설을접하고느낀신비로움이라니.그것은나의정체성에대한확인이었다.자연과자유를사랑하는나의본성에유목민의피가흐르는것일까.그래,대릉원의담밑을지나갈때마다습습한건초냄새를맡으며자기문명에소외되지않았던유목민인나의전생을상상하곤했다.
_「대릉원에서」중에서

작가의두눈과두다리가투과하고겪어내는경주전역은단순한듯복잡하고복잡한듯단순합니다.인구밀도가높은것도넉넉한땅넓이를자랑하는것도아니어서겉보기에숨죽여고여있는듯해도여전히경주땅곳곳에서건강하고우렁찬울림이전해지는것은천년고도시절부터뜨겁게피를뿜어내는자연이라는혈관이그몫을단단히했을겁니다.자연이야어디든있지만경주에선도심한가운데서도자연을점유할수있으니,경주라는도시에서의삶이란곧자연을제근처에두는방식일겁니다.건축이제한된고도라녹지면적이전국에서수위를차지하는경주는그덕분에사계절의변화를훨씬뚜렷하게느낄수있는곳입니다.작가는용장사지에서,계림로에서,괘릉에서,동궁과월지에서,황룡사지에서,대릉원에서,월성에서,산림환경연구소에서,남산동에서,무열왕릉에서,교동에서,박물관에서,인왕동에서,황오동골목에서,노서동고분공원에서,진평왕릉에서,식혜골에서,오릉의겨울숲에서,북천에서,성덕대왕신종앞에서,동남산아래에서봄여름가을겨울을차례로살아냅니다.삶으로살아본이가아니라면결코쉽게붙일수없는산책자의팁같은것을발내딛는곳곳마다얼마나야무지게붙여놨는지그절묘함이뒤따라걸어보려는자에게는얼마나절박하게다가왔는지모릅니다.발로또절로……자연과의일체감은이렇듯사람을행복하게만드는모양입니다.


천년고도의속도저느림,경주에관한이야기

전국에서신호등이가장늦게들어온지방이경주라고한다.신호등이설치된후에도경주사람들은차가오거나말거나여유만만하게길을건넜다고한다.외지인에게경주의인상을물으면느림에대해말한다.시대의흐름에서비켜난듯한고도의분위기때문일수도있고,보수적인사람들의생활방식이그런느낌을주기도한다.(……)내가경주에사는것은느림을존재의방식으로택했다는것이다.
_「영악함없는이느림」중에서

이책은빠르게읽히지않습니다.첫페이지부터마지막페이지까지무섭게넘어가는속도를자랑하는여타의책과달리한문장한챕터의여운을느리고길게끌고갑니다.교과서는아니지만알아야할역사적사실들이즐비한데다곳곳에산재해있는철학적몽상들의무게또한그근이꽤나나갑니다.신라인들의염원을담은유물들또한눈으로확인하고머리로이해한뒤가슴에새겨야하는순리적인과정이담보되어야하기에단번에읽어내기에는실로역부족이기도합니다.그래서한번읽고밀쳐둘수가없는책입니다.답사기일까역사책일까소설책일까시집일까면면마다조금씩다른이름으로이책을소화해보기위한유일한방법은그리하여역시‘느림’밖에없다는길로이어집니다.필연적인과정이지요.산책을즐기는최선의방법이기도한느림.

『이고도古都를사랑한다』를관통하는키워드를정리하자면아마도자연,예술,사회,이셋이될것입니다.작가는“예술은늘나를감동시키고자연은나의근원이며자신이살아가는사회도자기정체성을갖게하는결정적인조건이다”라며발전이라는허명을뒤집어쓴온갖문명의이기를탐하는우리사회의허망한욕심에대한쓴소리를자주내뱉기도하였지요.풍요는또다른빈곤을가져오고진보는파괴를동반하나니……변하는건산천이아니라사람이라는자명한사실을우리는왜자꾸잊는걸까요.

경주출신의화가김성호의경주를테마로한그림들이글과한몸처럼이어지는가운데알다가도모를그삶이라는게뭔가싶은지자꾸만페이지를넘기는손에주춤거림이일었습니다.‘경주’와천년고도‘신라’와‘나’라는사람.어떤‘근원’에대한우리들의갈증은어디에서비롯된헛헛함일까요.경주는어디에서왔으며천년고도신라는어디로갔으며우리들은어디에서와서어디로들가려는걸까요.마침표가아닌느낌표가아닌물음표로끝나는책의귀함을다시금생각해보게만드는『이고도古都를사랑한다』.경주로의여행을꿈꾸는모든이들의오랜지표이자지도가되길감히꿈꿔봅니다.

ps.
책뒤표지의날개를펼치면경주산책코스가그려진지도를만나보실수있을겁니다.작가의입을빌려소개된경주의모든곳이표시되어있습니다.각자편의껏산책코스를짜보시라는의미에서시도해본작업입니다.경주를걸으실때참고가되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