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16.00
Description
어른이 되어 맞이한 첫 봄방학
봄의 도시에서, 생의 봄으로 되돌아가다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를 쓴 남형석 작가는 신문기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방송기자를 거쳐 뉴스기획PD를 하며 삼십대를 보냈습니다. 마흔이 되어서는 긴 휴직계를 내고 춘천으로 떠나와 돈이 아닌 가치들이 교환되고 쌓이는 시한부 공유서재를 차렸지요. 단 스무 달만 문을 여는 특별한 꿈의 서재, 첫서재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겨울의 터널을 지나 봄에 이르는 그 짧은 방학,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맞이한 봄방학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날수록 일용할 양식이 일어나는 직업, 기자. 그래서 매일 밤 더 많은 사고가 나길 소원하며 잠들었던 사람. 정신없이 취재하고 방송하다 새벽 무렵 집으로 돌아오다 문득 깨닫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요. 작가는 마흔을 앞둔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돈을 벌고자 하루 삼분의 일을 꼬박꼬박 바치며 살았던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멈추고, 직장의 생태계와는 180도 다른 계절에서 몇 달만이라도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요. 지난 삼십대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으로 길러지는 사이에 더 인간다울 수 있는 가치들을 생의 행로에 버려두고 온 것만 같았거든요. 새로 떠나는 곳에서는 길에 버려진 그 작은 것들을 천천히 되걸으며 주워담아보려 합니다.
그렇게 일 년간 준비기간을 둔 뒤 이듬해 2월, 휴직계를 내고 나만의 봄방학을 갖자 다짐합니다. 서울을 벗어난 어딘가에서 스스로 설계한 삶대로 마음껏 살다오기로요. 휴직 기간은 스무 달 남짓. 일곱 번의 계절을 보낼 곳인 만큼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동네, 오래 눌러앉아 함께 들숨과 날숨을 내쉬고픈 기운을 주는 동네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 닿을 듯 말 듯한 감정에 가장 가까운 도시를 운명처럼 만났죠. ‘봄’을 이름에 품은 유일한 도시, 춘천이었습니다.
저자

남형석

신문기자로직장생활을시작해방송기자를거쳐뉴스기획PD로삼십대를마쳤다.그사이<엠빅뉴스><로드맨><앵커로그>등조촐하지만새로운뉴스브랜드를세상에내놓았다.마흔살이되어서는긴휴직계를낸뒤연고도없는춘천으로떠나와서돈이아닌가치들이교환되고쌓이는시한부공유서재<첫서재>를차렸다.오직제살아옴을닮은이공간에서스무달동안실컷읽고쓰며소복하게서투름을앃다가녹은눈처럼현실세계로돌아갈요량이다.산문집『고작이정도의어른』을썼다.

brunch:작가명'나묭'
instagram:@namgiza

목차

여는글
햇볕과색깔과이야기를모으기위해…5

1부
그다음은다음에생각하자…14
나의서재지만모두의서재인곳…22
봄을이름에품은도시…28
1963년에지어진집,그집과동갑내기인라일락나무…33
공유서재만들기…39
여기어때요,엄마?…49
아직덜추워요…54

2부
춘천살이첫보름…62
첫서재의첫날…73
첫다락의첫손님…78
첫서재의첫일주일을채운소리…86
첫서재를그려봤는데조금엉성하네요…91
저여기오려고춘천왔어요…94
옛집주인이찾아왔다…102
아기손님이가죽소파에토를했다…108
오늘은혼자오신것뿐이구나…114

3부
첫서재의시계는느리다…122
직접흙을만져보면된다…129
내진심부터먼저내어주기…134
다락방손님은떠나고고래는남았다…140
둘다사라질운명인거지…146
오늘하루,세차례의호의…148
유리는그래도닦인다…156
돈을얼마큼벌겠다는게아니라…160
서재지기님도할수있어요…163

4부
약사동성당앞늙은느티나무…170
휴일에는막국수와빵을먹는다…172
담쟁이는제화분의크기만큼자란다…176
동네단골책방‘서툰책방’이사라진다는사실…180
대들보는지금껏얼마나많은눈을삼켰을까…184
우리는커서다행복이되고싶은거아닐까요…186
나만의것으로시작했지만나만의것이아니게되기에…189
내생애어쩌면첫겨울일지도…194

작가의말…199

출판사 서평

소도시의옛골목서재에서일어나는
소소하고신비로운일상

춘천의도심한가운데에서오래되고느릿한서정의풍경을간직한동네,약사리마을.슬레이트지붕과구식기와의단층집들사이로칠십여년간터를지킨성당의첨탑이고아하게드러나고시멘트가다벗겨진샛길이단풍나무잔가지처럼하늘로길쭉하게뻗어있는곳.설명할수없는온기가직감으로전해지는이아늑한언덕끄트머리샛길에는입간판이없으면가정집으로착각할듯한작은가게가있습니다.
책이진열되어있다지만서점은아니고커피를내려준다지만카페도아닙니다.‘공유서재’라는이름이붙은이가게는책과음료가아닌공간을팝니다.오래방치되어있던옛집을서재로탈바꿈시킨이곳엔예전에이곳에살다간이들의흔적이오래된지붕과녹슨타일외벽,재래식변소에그대로남아있습니다.다른점이있다면새롭게이집을맞이한서재지기의정갈한손길이묻어있다는것이죠.
이곳에서서재지기는자신의이야기를써내려가는꿈을꿉니다.스스로읽고쓰려고만든공간에영감과꿈을품은사람들을초대하면자연스럽게이야기들이쌓이지않을지기대하면서요.그런신비한공간에서벌어지는일들을역량껏글로엮어보고자했지요.나의서재이지만모두의서재인곳,그런꿈의서재에서돈이아닌다른것들을벌어보고싶었다고요.
돈이아닌것들을버는가게.이렇게‘첫서재’에는돈대신사람들과사연이투박하게쌓여갑니다.세상모든처음이시작되거나기억되는곳,저마다의서툴고비밀스러운이야기가모여드는공간이지요.서투름과불안을안고시작하려는누군가에게영감이되거나위로가되거나적어도쉼이되는공간이었으면하는소망을담아지었습니다.여기에다녀가는모든이의‘첫’들이시나브로쌓이는공간으로숙성해주길바라면서요.

꿈과취향과사연이
느슨하게엉킨책의소우주,첫서재

앞마당라일락나무아래에는누워서햇살먹으며책읽기좋은벤치를짜두었고재래식변소에는변기대신옛날방문짝으로만든책상과나무의자,무전력원목스피커,손바닥만한나무오르골을놓았습니다.문을열고본채로들어가면원목으로둘러싸인공간은책들로가득합니다.누구나편히들러생각을푹익히거나활자의숲에서산책하는기분을느끼는공간,저마다자기일을하지만서로를구속하지않는연대감이공기를타고흐르는곳.누군가는돈을내고이용하고누군가는이야기를,누군가는꿈을내고이용하는서재.겉보기에는북카페혹은공유서재이지만내밀하게들여다보면꿈과취향과사연이느슨하게엉킨책의소우주인셈입니다.
서재에는입구가숨겨진비밀스러운다락방도있습니다.부서져가는지붕아래나무천장을덧대고대들보를다듬고돌담이보이도록키작은창문을냈지요.느릅나무를깎아만든아담한고목탁자를방안에두고원목스탠드와스피커를올려두었습니다.서재의다락방인만큼몇권의책을누일나무바구니도함께요.침대와침구도정성스럽게골랐답니다.이름은‘첫다락’으로지었어요.이두평남짓한다락방에는일주일에한사람씩꼬박꼬박머물다떠납니다.일종의‘북스테이’이지만숙박기준이특별합니다.며칠을머물든비용을당장받지않기때문입니다.머무는대가는오년뒤에돈이아닌것들로내면됩니다.쉼이나영감을얻는시간이절실한이들을위한,땅에서조금떨어진두평남짓한은신처인셈이지요.새로운시작을궁리하거나감행하는첫공간이길바라는마음을담았어요.

나만의것으로시작했지만
나만의것이아니게된가게

2022년11월이면지금형태의첫서재는문을닫습니다.애초에스무달만운영하고닫을요량이었으니어쩔수없는운명이지요.올해11월6일에마지막문을열고작가는회사로돌아갈것입니다.그런데막상가게문을열고보니셈법을한참벗어난감정들이속속들이닥쳤다고해요.돈을내야하는가게에찾아와불쑥선물을내밀고떠나는가하면뭐라도드시라며먹을거리를챙겨주는동네손님들이있었죠.하나같이정성스럽게남기고간손글씨들은어떡하고요.그저‘스무달동안나해보고싶은거다하며살다가문닫지뭐’라고생각하며문을연가게는어느새겨우내얼지않을작고단단한다정함들로북적이고있었습니다.그렇게첫서재에는한겹,두겹,체온과손길이소복하게쌓여가지요.
작가는묻습니다.봄방학이끝날무렵이면나는어디에가닿아있을까하고요.학창시절의짧은봄방학은늘길고익숙했던한세계와의작별이었고그끝은미지의진입로와맞닿아있었는데지금의나역시그때와같을까요.익숙했던세계를벗어나처음보는삶과운명처럼조우하게될까요.아니면아무일없던것처럼원래자리로무덤덤하게귀환하게될까요.
어른의봄방학이간절한여러분을춘천시춘천로145번길36,‘첫서재’로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