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것을 보았어 : 박혜진의 엔딩노트

이제 그것을 보았어 : 박혜진의 엔딩노트

$16.00
Description
“작품이 독자에게로 넘어오는 사이에 끝이 있다.”
편집자 12년 차 평론가 8년 차
박혜진 작가의 노트에 담긴 불멸의 엔딩 52편!

난다에서 ‘끝’에 관한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소설, 영화, 시, 그림…… 우리 곁에는 항상 이야기가, 작품이 있고 모두 저마다의 끝을 품고 있지요. 편집자이면서 평론가, 독자이자 저자, 그리하여 문학‘하는’ 사람 박혜진 작가가 만나고, 보고, 겪은 52편의 엔딩을 담았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마지막이지만 번번이 처음이기도 할 ‘끝’의 순간들. 박혜진 작가의 노트에 담긴 인생 수업의 끝내기 기술. 이야기의 끝, 끝의 이야기를 엿보는 첫 산문집 『이제 그것을 보았어』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끝까지 읽은 사람만 그 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광활한 세계다. 작품을 정직하게 완주한 사람만이 마지막 한마디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다. 그 점이 인생을 닮았다.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마지막이라는 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끝은 ‘와버린’ 게 아니다. 그들은 끝을 맞이한다. 이 책에서 내가 그러모은 마지막 문장들은 맞이한 끝, 환대받은 끝, 끝나지 않는 끝, 부활하는 끝이다. 끝은 변화의 일부이고 변화는 끝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끝의 미학을 찾아 헤맸지만 끝이라는 미학에 도달했을 뿐이다. 출발할 땐 상상하지 못했던 이 도착지가 마음에 든다. 끝이라는 순간에 매료된 나는 때로 끝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다 가끔 두려워지면 주문처럼 되뇌는 한 문장. 이제 그것을 보았어. 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빛나는 마지막이자 마지막이라는 빛이다.”_325~326쪽
저자

박혜진

1986년대구에서태어났다.문학평론가,문학편집자.『언더스토리』『이제그것을보았어』를쓰고,『82년생김지영』『딸에대하여』등을편집했다.이화여자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하고2011년부터출판사민음사에서편집자로일하고있다.2015년《조선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에당선됐고,제19회젊은평론가상,제67회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intro해피엔딩은강박,새드엔딩은불안…9

1관리의죽음│안톤체호프…15
2세일즈맨의죽음│아서밀러…21
3카타리나블룸의잃어버린명예│하인리히뵐…27
4연인│마르그리트뒤라스…33
5이방인│알베르카뮈…39
6등대로│버지니아울프…45
7페스트│알베르카뮈…51
8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헤르만헤세…57
9지하로부터의수기│표도르도스토예프스키…63
10사양│다자이오사무…69
11질투│알랭로브그리예…75
12변신│프란츠카프카…81
13고도에서│스티븐킹…87
14페널티킥앞에선골키퍼의불안│페터한트케…93
15젊은베르테르의슬픔│괴테…99
16모든것이산산이부서지다│치누아아체베…105
17가장나쁜일│김보현…111
18거미여인의키스│마누엘푸익…117
19실업│자피에르르메트르…123
20날개│이상…129
21장마│윤흥길…135
22동백꽃│김유정…139
23내가말하고있잖아│정용준…145
24와일드│장마크발레…151
25어느개의죽음│장그르니에…157
26내휴식과이완의해│오테사모시페그…163
27일곱해의마지막│김연수…169
28도둑맞은가난│박완서…175
29광인일기│니콜라이고골…181
30법앞에서│프란츠카프카…187
31정체성│밀란쿤데라…193
32라스트레터│이와이ㅤㅅㅠㄴ지…199
33엄마걱정│기형도…205
34소망없는불행│페터한트케…211
35노마드랜드│제시카브루더…217
36프라미싱영우먼│에머럴드피넬…223
37나쁜소년이서있다│허연…229
38나를닮지않은자화상│장호…235
39설국│가와바타야스나리…241
40스토너│존윌리엄스…247
41나이없는시간│마르크오제…253
42기후변화시대의사랑│김기창…259
43일몰의저편│기리오나쓰오…265
44리어왕│윌리엄셰익스피어…269
453월의눈│배삼식…275
46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룰루밀러…281
47밤에우리영혼은│켄트하루프…287
48또다른빛을향하여│마르크샤갈…293
49태어나지않은아이를위한기도│임레케르테스…299
50다시말해줄래요?│황승택…305
51고독사워크숍│박지영…311
52어느날뒤바뀐삶,설명서는없음│게일콜드웰317

outro백마탄왕자는믿지않지만백마탄문장은믿는다323

출판사 서평

▣마지막문장에이르면나는어김없이상상한다

저자박혜진작가는12년차문학편집자이면서8년차문학평론가이기도합니다.수많은작품을접하고편집하고읽고쓰는일,요컨대문학을‘영혼의평생직장’으로삼은그에게끝과의만남이야말로끝없는일일테지요.책을갈무리하며스스로밝힌바이끝모를여정에서저자가마주한것은“맞이한끝,환대받은끝,끝나지않는끝,부활하는끝”들입니다.어쩐지‘끝’에서우리가쉬이떠올리는수사와는거리가있음에,이엔딩노트의엔딩에그힌트가있는듯도합니다.끝의미학을찾아헤맨끝에도달한곳이바로‘끝이라는미학’이란사실말이지요.

저자와독자의사이에편집자가있다,그렇게말하면일리가있다싶습니다.저자와독자의사이를잇는것이비평이다,이렇게말해도일단끄덕이게됩니다.‘끝을본’사람으로서는독자일테고‘끝을말하는’이책에서그는저자입니다.그리하여이책을두고문학의이편과저편,그사이를부지런히오가며끝을연습하고배우고다듬어온기록이라읽을수도있겠습니다.“작품이독자에게로넘어오는사이에‘끝’이있다”는작가의말,그렇다면이노트가바로문학의사이로난,그끝없는길자체이기도하지않으려나요.

“길위에서면종착점에도착할때까지앞으로걸어나가야한다.더이상물러설수없는막다른곳에섰을때인간은한번쯤자신이가진모든것을걸고알수없는길위에서의모험을감행할것을요구받는다.주저앉을때도있고포기하고싶은순간도있지만어쨌든포기하지않고주어진길을걸어내는것.하나의끝이새로운시작이되기위해서는끝과시작을연결하는길을계속해서걸어야한다는것.포기하지않으면길은계속되고새로운인생은내일이오는것처럼아무렇지않게다가올것이다.”_155쪽

▣유종의미가아니라오늘의미

편마다달린엔딩노트를엿보면구성이이렇습니다.‘오늘의책,지은이그리고옮긴이,출판사,발행일,오늘의엔딩,오늘의노트’.그나란함과세심함으로이책이충실한독자의메모이자유심한편집자의기록임을일러주지요.글의머리에노트를달아두었으니한작품의마지막순간에서저자의이야기가출발하는셈입니다.그러니혹여이것이‘스포일러’모음집은아닌가……하는걱정이라면잠시접어두어도좋겠습니다.다시강조하기를,엔딩으로끝맺는글이아니라엔딩에서‘시작’되는이야기임에요.

『스토너』속주인공의손에마지막까지들려있던책이툭떨어지는순간,『고도에서』스콧이홀가분한표정으로두둥실떠오르는순간,『등대로』의릴리가캔버스한가운데확신의선을긋는순간……많은소설의엔딩을다루고있지만이책에서닿은끝들이소설에만국한된것은아닙니다.「나쁜소년이서있다」「엄마걱정」등시도있고〈와일드〉〈프라미싱영우먼〉과같은영화도있습니다.〈라스트레터〉나『노마드랜드』를다룰때는책과영화를나란히놓아보기도하고요.「3월의눈」은희곡작품이고〈또다른빛을향하여〉는샤갈의그림이지요.이쯤에서생각해보면응당하기도합니다.엔딩,곧‘끝’이소설에만있지는않으리라는것.작품이란결국인간의이야기이고,모든이야기에는끝이있는법임에요.우리의삶이필연그런것처럼말입니다.

“진정으로환희로운끝,다가오기만을손꼽아기다리게되는끝은과거의결과도아니고미래의원인도아니다.그자체로완전한순간일뿐이다.유종의미가아니라오늘의미가있을뿐이다.행복한끝이아니라행복한지금이있을뿐이다.시간으로부터의해방이야말로끝을결말과종착지라는생각으로부터자유롭게해주는일일지도모르겠다.어제도잊고내일도잊자.그것이샤갈의끝이우리에게알려주는진실이다.평생에걸쳐사랑을믿었던샤갈의마지막이우리에게가르쳐주는지혜다.”_297쪽

▣잠자는내용기를깨워줄백마탄문장들

『이제그것을보았어』에담긴엔딩은총52편입니다.아닌게아니라1년52주,그한바퀴에걸리는걸음의수이지요.한주에한편씩보폭맞춰읽어나가면훌륭한독서의길잡이가되지않겠나합니다.다가올연말어느날,지난주말들을,지나온끝들을돌이키며읽어본다면마침맞은마무리이자갈무리가될테지요.우리모두의인생배움,‘끝의연습’에참고서라면더없이맞춤하리라믿음이고요.

표지에는이현우작가의〈초록문〉을담았습니다.짙은그림자로쨍한빛을일깨우듯이,어떤끝이사라지지않는삶을돌이키듯이,문과문의틈,열림과닫힘의‘사이’에이책을두어봅니다.조금은수상하고대단히기꺼운초대입니다.박혜진작가를따라걷다문득함께멈춰보는어느때,틈너머로만나게될테지요.그리고마침내우리도말할수있지않으려나요.이제그것을보았어,하고요.

“끝은소리없이다가온다.하지만소리없이다가와벨을울려대는그끝을마주한내가어떤선택을할지는우리자신의손에달렸다.주어진끝이가져다주는슬픔에압도당할지,미지의어둠속으로한발더걸어나갈지.끝에서끝맺을지,끝에서시작할지.”_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