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엄마는 초록이었다 (‘엄마’를 부르는 마흔 편의 시, 마흔 편의 산문)

마음과 엄마는 초록이었다 (‘엄마’를 부르는 마흔 편의 시, 마흔 편의 산문)

$14.00
Description
엄마, 하고 부를 때
입안에 고이는 시금한 느낌의
시와 산문 모음
나이 사십에 울다 잠들어도
쉬이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걸 아는 마음
더러는 꿈결에 잠깐 마주친 엄마의 얼굴을 이삼 일
기억하는 마음
_임경섭, 「우는 마음」 부분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는 나를
아이들은 엄마라고 불렀다
_조혜은, 「개도(開度)─굳은살 엄마」 부분


엄마는 내가 아는 가장 순한 모국어
마흔 명의 시인이 부르는 우리들의 ‘엄마’

난다에서 『마음과 엄마는 초록이었다』라는 ‘엄마’에 관한 특별한 시집 한 권을 펴냅니다. 22년 10월 7~8일 열리는 제1회 경기 시 축제 〈시경(詩京): 시가 있는 경기〉의 일환으로 펴내는 이 시집은 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시인 오은이 기획하여 엮고 경기도에 사는 마흔 명의 시인에게 저마다의 ‘엄마’를 부르는 신작시 1편과 산문 1편씩을 청탁해 실었습니다. 1979년 조선일보로 등단한 장석주 시인부터 2018년 한국일보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까지 세대와 성별을 폭넓게 아우르며 섭외한 마흔 명의 시인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엄마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내려갑니다. 이 시집에 실릴 시를 쓰는 과정은 시인들에게도 녹록지 않은 일이었는데요. ‘엄마’라는 말 앞에서 멈칫해야 하는 골똘한 사정이 저마다에게 있어서일 것입니다. 그렇게 삶에서 마주하는 ‘엄마’라는 빛은 마흔 개의 시편 속에서 굴절되어 반짝입니다.

엄마는 내게 엄청난 두께의 텍스트이다. 무엇을 메모하고 받아써야 할 것이며, 무엇을 검은 빗금으로 지워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는 문제집 같다. 엄마- 부르면, 떠오르는 몇 개의 풍경이 있다. 그 풍경에 나는 여전히 엄마가 필요한 어린아이로 짙게 음각되어 있지만, 그것은 이미 아득히 오래전에 넘겨진 페이지에 불과하다.
_김경인 산문, 「엄마, 나의 마트료시카」 부분

“하나의 세계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밑천”(송기영), 그렇게 우리의 시작에 있었던 엄마, 너무도 당연해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무명씨 같았던 엄마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사연을 톺아보는 이 시편들은 넓고도 깊은, 높고도 짙은 엄마의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그렇게 엄마의 삶을 그려보고 엄마와의 관계를 곱씹는 시간 속에서 엄마는 입을 갖게 됩니다. 시와 함께 덧붙인 엄마에 관한 짧은 산문에선 “서로가 오롯이 남인 것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권민경)이라는 깨달음을 앞에 두고 때론 탄식을, 안도의 웃음을 짓게도 되지요. “항아리 속에 봄의 생기도 있었고, 푸르게 반짝이던 여름의 감나무 잎도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깊게 비어 있어 아무리 들여다보려 해도 까마득하기만 하다”(최갑수)고 쓸쓸히 울리는 글을 읽다보면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와 나는 어긋지게 살았다”(이향지)는 회한이 읽는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그러면 문득 닿을 수 없는 어딘가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오늘의 기분은 어때?”(김승일)
“엄마를 통해 세상에 툭 떨어진”(이현호) 이 시집에 함께한 마흔 명의 시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권민경, 김경인, 김경후, 김기형, 김명리, 김상혁, 김승일, 김연아, 문보영, 문성해, 서효인, 성동혁, 손택수, 송기영, 안정옥, 유계영, 유병록, 유형진, 윤석정, 이문재, 이원하, 이재훈, 이향지, 이현호, 이혜미, 임경섭, 임승유, 임지은, 임현정, 장석남, 장석주, 정한아, 조혜은, 채길우, 채호기, 최갑수, 최문자, 최지인, 함성호, 황유원.
제1회 경기 시 축제가 열리는 경기 상상캠퍼스(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로 166)에는 시인들의 시를 활용하여 ‘엄마에게 가는 길’이라는 산책로를 조성한다고 합니다. 이 푸른 가을, 시집 한 권 들고 천천히 걸으며 엄마에게 떠나보심이 어떠실지요.
저자

오은

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베개는얼마나많은꿈을견뎌냈나요』『꿈을꾸지않기로했고그렇게되었다』가있다.고양시에서고양이와함께산다.

목차

오은엮은이의말엄마,하고부를때4

권민경시식물의수도원16
산문그러나버섯은식물이아니다18

김경인시마트료시카20
산문엄마,나의마트료시카24

김경후시크로마키26
산문엄마와심장과물고기28

김기형시이제구름을타세요30
산문캄캄하고아름다운32

김명리시엄마,휘몰아치는저한점분홍34
산문가을빛이쌓이는오후35

김상혁시드라마38
산문남편과자식41

김승일시폭우를낭독하는엄마-엄마의책44
산문엄마의지시대명사47

김연아시피의속삭임50
산문살아남은자의슬픔으로52

문보영시펑크54
산문몰로코후55

문성해시나사는나사를낳고58
산문엄마의춤60

서효인시센터에서생긴일64
산문그들이센터에있음에도불구하고66

성동혁시계단68
산문계단70

손택수시피리74
산문어떤연기는생보다더생생하다75

송기영시평생회원권78
산문나는씁니다79

안정옥시나를사랑하는가82
산문내엄마의숙주는외할머니였다84

유계영시유해조수88
산문걸어서앞지르기91

유병록시딸이웃으면94
산문나는한번도할머니의엄마를본적이없다95

유형진시엄마의서른살98
산문지옥에서도잊을수없을사랑101

윤석정시엄마는아르바이트생104
산문사라지지않는탯줄106

이문재시칠만삼천삼백예순다섯108
산문늙마에야드는생각110

이원하시감정에있는빙점을발견하게되고114
산문엄마와나의로맨스116

이재훈시올갱잇국118
산문엄마표120

이향지시엄마되기122
산문후회124

이현호시천개의단어126
산문시작노트127

이혜미시아무도모르게아모르130
산문엄마는내가입었던첫번째외투132

임경섭시우는마음134
산문오늘이시네136

임승유시양육138
산문기댈데가있을거라는믿음으로141

임지은시파꽃144
산문항상뒤늦게이해되는사람147

임현정시Cellcycle150
산문한점152

장석남시어머니풍경154
산문그온기156

장석주시엄마,엄마,왜이렇게작아지셨어요?158
산문‘엄마’약전160

정한아시황할머니,나의진짜엄마여164
산문있었다가없어진다167

조혜은시개도(開度)-굳은살엄마170
산문오늘의초대174

채길우시꽃병180
산문애매미소리183

채호기시어머니-Etudeno.8186
산문속도와직선188

최갑수시창가에누군가의얼굴이있다192
산문항아리의집194

최문자시엄마와여름196
산문엄마가운적이있었다198

최지인시전망200
산문시린발203

함성호시엄마206
산문「엄마」라는시207

황유원시작은종들210
산문어느옥상에서작은종들이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