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키우는 사람  - 색채 3부작 (양장)

꿀벌 키우는 사람 - 색채 3부작 (양장)

$17.00
Description
“진정한 삶을 살아갈 때는 지치지 않습니다.”
막상스 페르민의 색채 3부작 그 완결편
짧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를 지혜로 초대하는 작가, 막상스 페르민의 소설 『꿀벌 키우는 사람』을 난다에서 출간한다. 『꿀벌 키우는 사람』은 작가에게 큰 성공을 안긴 데뷔작 『눈』과 그다음 작품 『검은 바이올린』에 이어 세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소설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2001년 델 두카상과 뮈라상을 받았다. 이 세 작품은 작가의 문학 세계를 가장 명징하게 드러낸다고 평가받으며 ‘색채 3부작’으로 불린다.

막상스 페르민의 색채 3부작은 독립적인 동시에 서로 맞물리는 바퀴처럼 연결되어 있다. 마치 윤회하는 존재처럼 『꿀벌 키우는 사람』의 인물들은 백색의 설국과 흑단 바이올린에 얽힌 이야기를 지나 라벤더 꿀이 흘러내리는 프랑스 랑글라드 지방과 금이 숨겨진 아프리카 모래사막에 차례대로 나타난다. “인생의 금”을 찾기 위해 꿀벌을 기르고 아프리카로 금을 찾아 떠나는 오렐리앙 로슈페르와 그런 그가 여행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는 독자들이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

막상스페르민

1968년프랑스알베르빌에서태어났다.알베르빌은알프스산맥의최고봉몽블랑에서멀지않은동계스포츠도시이다.알베르빌에서가까운대도시그르노블에서어린시절을보낸후파리로가서문과를공부한것으로알려져있다.북아프리카튀니지의한연구소에서일한경험이있으며1999년『눈』의큰성공이후전업작가가되었다.현재아내와두딸과함께자신의고향지역에거주하며최근까지다양한작품들을발표하고있다.

출판사 서평

할아버지에게금은바로라벤더의색이었다.
오렐리앙에게금은꿀의색이었다.

전작에이어『꿀벌키우는사람』에서막상스페르민은아름답고투명한문체로절대적인것과의사랑을이야기한다.비교적시대배경이명확했던전작에비해프랑스와아프리카라는공간적배경만제시되는이번이야기에서이야기는한껏더몽환적이고매혹적인색채를띤다.

“오렐리앙로슈페르는금에대한취향으로인해꿀벌키우는사람이되었다.”이문장으로소설은시작한다.이말은곧바로독자들에게의문을자아낸다.‘금을좋아한다면서(금과관련된직업을갖지않고)왜꿀벌키우는사람이되었을까?’그나마알수있는것은‘금’과‘꿀벌’의색이서로비슷하다는것이다.그런데전작들과마찬가지로이소설에서도색은단순히시각적인자극이아니라인물들의내면에있는욕망과그들의정신을드러내는지표역할을한다.이경우에도‘금’과‘꿀벌’은색이라는유사성을통해오렐리앙이욕망하는가치를동시에드러낸다(그것은“인생의금”이라는표현으로재차암시된다).즉,첫문장부터작가는소설속세계가단순히물리적인세계가아님을,가시적인것을통해비가시적인것을드러내는,상징으로충만한세계임을암시한다.

모두가라벤더를재배하고라벤더향유를생산하는프랑스랑글라드지방에서오렐리앙은꿀벌을키우는사람이되겠다는독특한꿈을키운다.그러나네번째양봉기가시작되기도전에오렐리앙의꿈은모두타버린다.번개로시작된불이사나운계절성바람을만나오렐리앙의벌집을깡그리태워버린것이다.낙심하여모든기력을잃은오렐리앙은어느날할아버지의서재에서아프리카를배경으로한책을읽고한편의꿈을꾼다.사막의끝자락에서발견한작은폭포,그아래서피부가금색인여자를발견하는꿈이었다.그꿈을꾼다음날,오렐리앙은금을찾으러아프리카로떠난다.

“인생의금”을찾는오렐리앙의이야기는결국자기삶의고유한가치를찾아헤매는자의이야기이다.그렇다면금은곧그것을바라보는사람의수만큼이나다채로운색깔을발하게되지않을까.그렇기에라벤더를키우는“할아버지에게금은바로라벤더의색”이며,꿀벌을키우는“오렐리앙에게금은꿀의색”이된다(초록색압생트술을좋아하는‘초록카바레’의주인클로비스에게금은초록색이된다).이를드러내려는듯작가는이야기곳곳에다양한색채를가진풍경과인물들을삽화와함께집어넣는다.아프리카로가는길,수에즈운하에서“지중해의푸름과홍해의불”은뒤섞이며,아프리카“사막에서는물이금”이된다.

흰색,검은색,금색,
이것은모두꿈의색이다.

나의글쓰기는고유한것입니다.그것은항상로망roman과콩트conte,그리고시poesie사이에있습니다.(작가가역자에게보낸편지중에서)

페르민은한국어역자에게보낸편지에서위와같이자신의글쓰기를설명한다.마치『눈』의흰색이『검은바이올린』의검은색과『꿀벌키우는사람』의금색을만나온전해지듯페르민역시로망과콩트,그리고시를적절히조합하여독창적이고아름다운문학세계를만들어낸다.임선기번역가는페르민의표명을기반으로그의소설을다음과같이설명한다.

페르민은로망에서는프랑스어자체와사랑이야기와모험담을가져왔으며,콩트의전통에따라이야기를짧게만들었고,콩트로서환상적이고스케치같다.콩트로서철학적이기때문에독자를지혜로초대한다.콩트는시로쓸수있기때문에페르민의시적소설에는기본적으로시로가는내적다리가놓여있다.그다리를건너가면예의단어들의음악이나온다.즉,페르민의시가펼쳐진다.(243쪽)

로망이자콩트,그리고시인페르민의소설,특히그중에서도‘색채3부작’은독립적인이야기들이서로조응하며더욱깊어진다.『눈』『검은바이올린』『꿀벌키우는사람』,제목에서부터색을강하게드러내는세이야기는하나의주제를세가지색을통해변주한다.‘눈’의흰색은‘결합’을,‘바이올린’의검은색은‘분리’를,‘꿀벌’의금색은‘자기삶의고유한가치’를표상하며이야기역시이러한상징을통해전개된다.그리하여마치한편의이야기속인물이다른이야기속에환생하여비슷하지만서로다른삶을살아내는듯한인상을준다.

자신의삶을찾는모든이를위한이야기

오로지색채로만소설의깊이를표현하기위해『꿀벌키우는사람』의표지는별다른장식없이색으로만채웠다.표지전면부를채색할색으로‘자기삶의가치’를상징하는금색을고르는결정은어렵지않았다.그러나모두에게각자의‘금의색’이있듯단순히‘금색’만존재한다면그것은실체가없는공허한화려함일뿐일것이다.오렐리앙은라벤더를재배하는지방에서유일하게라벤더꽃을이용하여꿀을만드는사람이되었다.그시도가실패로돌아간후에는아프리카로금을찾아헤매었고,이후랑글라드로돌아와다시꿀벌을,그리고줄곧곁에있었으나인식하지못했을뿐인진정한자기삶의가치를발견한다.이처럼“인생의금”을찾아나선오렐리앙의곁에는언제나조용히‘라벤더’가있었다.마치오렐리앙이꿈속작은폭포아래에서금을찾아냈듯,표지역시쏟아지는금빛아래에조용히빛을발하고있는라벤더를형상화하여작품이의미하는바를보여주고자하였다.화려하게반짝이는금빛아래침묵속에서소중하게빛을발하고있는라벤더처럼『꿀벌키우는사람』은자신의고유한삶을찾는모든이를위한이야기가될것이다.

책속에서

사실오렐리앙로슈페르는오래전부터금에대한취향을간직해왔다.
그가태양과빛으로그린거대한화폭에서태어났기때문이었다.그그림을사람들은‘프로방스’라고불렀다.
그리고그가금을찾는사람이기때문이었다.
오렐리앙은알고있었다.금을찾으려면다른인생은포기해야하리라는것을.하지만그는꿰뚫어보고있었다.금을찾는삶속에서자유롭고행복하리라는것을.
_13쪽

할아버지와오렐리앙은단둘이푸른색덧창문들이있는황토색농가에살면서라벤더를키웠다.뙤약볕아래서수천마리벌레들이맴돌았다.
할아버지에게금은바로라벤더의색이었다.오렐리앙에게금은꿀의색이었다.
“각자에게색이있는거지.”각자의색을강조하곤하는이는클로비스였다.그는마을의카페인‘초록카바레’의주인이었는데,처음겪은사랑의슬픔을한잔초록색압생트에익사시킨날자신의색을선택했다.
_15~16쪽

벌통들을돌보면서그는그곤충들이인간이실패한지점에서성공했다고느꼈다.서로몸을기대고일정한온기를유지하고있었다.모두함께,공동체라는하나의작품을만들고있었다.그렇게느끼며오렐리앙은깨달았다.인간은천천히진화하면서조금씩이상향에서멀어져왔다는것을.그는꿈꾸기시작했다.그도한마리꿀벌이되고싶었다.
_23쪽

꿀벌은꽃한송이를사랑해서죽을수있다.

꿀벌은사랑으로인해죽을수있다.
꿀벌은그럴수있다.

사실사람들은꿀벌들의능력에대해아무것도몰랐다.
_24쪽

오렐리앙은마르세유로가는길로들어서서,꿈꾸던길로천천히걸어갔다.그는아비시니아로가고있었다.할아버지의서가에서꺼내읽은책에따르면,그나라에서는아직도땅속에서금을캐어큰돈을벌수있었다.골드러시를불러일으킨캘리포니아와같은광대하고풍요로운지역들이그나라에서도생겨날수있다고들했다.
사실그는자신이그나라에서무엇을발견할지몰랐다.다만,무언가를찾는것이자신에게주어진운명이라는것은알고있었다.그무언가는색을갖고있었다.태양의색.
이번에는그태양이아프리카일것이었다.
_59~60쪽

이폴리트루아죌이시가에불을붙이고결과에만족하며말했다.
“이제는모든것이금으로변할때까지기다리면돼!겨울은길거야.하지만그게중요한게아니야.네가꿀벌들의나라의소유주가되는것이중요한거지.그나라는네가아프리카에서본것보다더아름답고웅장한나라일거야.절벽들같은꿀이,아니,산더미들같은꿀이우리머리위로흘러내릴거야!”
_201~202쪽

“신사숙녀여러분.최대한집중해주시기바랍니다.잠시후여러분들이목격하실기념비적인장면은절대정숙속에서공연되는오페라이기때문입니다.단한번뿐인공연이고,세계최초의공연입니다.인류역사의위대함을위하여,삶의아름다움을위하여,꿀속의금을위하여,금과침묵으로연주되는오페라앞에서자리를지켜주시기바랍니다!”
기술자가손을높이쳐들고두눈을크게뜬채언제끝날지알수없는긴순간들속에서청중모두가침묵하길기다렸다.그의주변에있는모든것이,잊을수없는경이로운무언가를기대하면서집중되었을때,그는마치오케스트라단장이단원들에게첫박자를연주하라고신호를보내는것처럼,갑자기그러나우아하게손을내렸다.그렇게지상에서가장조용한오페라가시작되었다.
_212~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