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3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작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평론가 신형철의 신작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평론가 신형철의 신작
*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 2023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
신형철 평론가의 시화(詩話) 『인생의 역사』를 2023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도서전 프로그램 〈다시, 이 책〉의 일환으로, 책이 가진 물성, 북디자이너의 감상 팁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책을 마주할 때의 첫 느낌, 첫 기억을 새로이 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이번 에디션은 박서보 화백의 또다른 작품 〈묘법 No.130119〉을 실었다. 일반판과 동네서점 에디션에 이어 세번째 ‘묘법(描法, écriture)’이니, 인생이라는 무한한 스펙트럼 가운데 다채의 또 한 면을 담아냈다.
『인생의 역사』는 그 제목이 저자의 입에서 처음 흘러나온 그 순간부터 마지막 만듦새가 완성될 때까지 박서보 화백의 화집에서 손을 못 놓게, 참으로 손을 모자라게 만든 책이었다. 수많은 작품 앞에서 오래 입술을 뜯은 건 이 그림을 ‘얼굴’로 저 그림을 ‘몸’으로 우리 책의 ‘정신’을 보임에 어떤 부연이라는 게 일절 필요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작위를 모르고 자연을 따르는 책의 주제라 할 ‘시’가 큰 역할을 한다면, 평생 붓을 등뼈로 인생을 곧추세워온 박서보 화백의 ‘삶’을 시에 비유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여름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작년 가을 신형철 평론가가 표지로 삼고 싶다 간절히 바랐던 작품을 심는다. 묵음은 깊음이라는 믿음으로.
▣ 리커버 디자이너 노트
책의 디자인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지재단의 배려로 박서보 화백의 아카이브에 담긴 엄청난 양의 그림을 훑는 것이었다. 모니터로 그림을 보는 일은 즐겁지만 그럴수록 불안감이 번져갔다. 작품을, 그것도 대작을(다른 누구도 아닌 박서보 화백 아닌가!) 공장 인쇄기로 다량의 종이 위에 구현한다는 건 애초 여러 한계를 운명으로 하는 탓이다.
초판을 출간할 적에 동네서점과 일반서점, 두 작품을 어렵사리 골랐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이번 디자인은 당시 저자가 원했던 그림을 베이스로 하게 되어 폰트와 그 위치, 이를 잘 담아낼 종이에 대한 욕심 정도로 고민의 폭을 크게 좁힐 수 있었다.
신형철이라는 이름과 박서보라는 이름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팽팽한 균형감을 가질 수 있게 조화를 이루려면 디자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이 시급함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간만에 작업 일지를 폈다. “세련을 겪고 나면 심플함에 다다른다”라는 문장이 거기 적혀 있었다. 이 문장을 다시 읽으려 이번 리커버를 작업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다섯번째 책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화(詩話)’임에 그 제목을 『인생의 역사』라 달았다. 저자 스스로 ‘거창한 제목’이라 말하지만, 그 머리에 ‘인생’과 ‘역사’가 나란한 까닭은 간명하다. 시를 이루는 행(行)과 연(聯),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일. 우리네 인생이, 삶들의 역사가 그러한 것처럼.
총 5부에 걸쳐 동서고금 스물다섯 편의 시를 꼽아 실었다. 상고시가인 「공무도하가」부터 이영광 시인의 「사랑의 발명」까지, 역사의 너비와 깊이를 한데 아우르는 시들이다. 시 한 편마다 하나의 인생이 담겼음에, 이를 풀어 ‘알자’ 하는 대신 다시 ‘겪자’ 하는 저자의 산문을 나란히 더했다. 여기에 부록으로 묶은 다섯 편의 글은 시의 안팎을 보다 자유로이 오가며 써낸 기록이다. 시를 함께 읽고자 함이나 그 독법을 가르치는 글은 아니다. 직접 겪은 삶을 시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하여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아내는 이야기라 하겠다. 저자의 말대로 시를 읽는 일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일 터이므로.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7쪽)
*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 2023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선정
신형철 평론가의 시화(詩話) 『인생의 역사』를 2023 서울국제도서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도서전 프로그램 〈다시, 이 책〉의 일환으로, 책이 가진 물성, 북디자이너의 감상 팁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책을 마주할 때의 첫 느낌, 첫 기억을 새로이 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이번 에디션은 박서보 화백의 또다른 작품 〈묘법 No.130119〉을 실었다. 일반판과 동네서점 에디션에 이어 세번째 ‘묘법(描法, écriture)’이니, 인생이라는 무한한 스펙트럼 가운데 다채의 또 한 면을 담아냈다.
『인생의 역사』는 그 제목이 저자의 입에서 처음 흘러나온 그 순간부터 마지막 만듦새가 완성될 때까지 박서보 화백의 화집에서 손을 못 놓게, 참으로 손을 모자라게 만든 책이었다. 수많은 작품 앞에서 오래 입술을 뜯은 건 이 그림을 ‘얼굴’로 저 그림을 ‘몸’으로 우리 책의 ‘정신’을 보임에 어떤 부연이라는 게 일절 필요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작위를 모르고 자연을 따르는 책의 주제라 할 ‘시’가 큰 역할을 한다면, 평생 붓을 등뼈로 인생을 곧추세워온 박서보 화백의 ‘삶’을 시에 비유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여름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작년 가을 신형철 평론가가 표지로 삼고 싶다 간절히 바랐던 작품을 심는다. 묵음은 깊음이라는 믿음으로.
▣ 리커버 디자이너 노트
책의 디자인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지재단의 배려로 박서보 화백의 아카이브에 담긴 엄청난 양의 그림을 훑는 것이었다. 모니터로 그림을 보는 일은 즐겁지만 그럴수록 불안감이 번져갔다. 작품을, 그것도 대작을(다른 누구도 아닌 박서보 화백 아닌가!) 공장 인쇄기로 다량의 종이 위에 구현한다는 건 애초 여러 한계를 운명으로 하는 탓이다.
초판을 출간할 적에 동네서점과 일반서점, 두 작품을 어렵사리 골랐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이번 디자인은 당시 저자가 원했던 그림을 베이스로 하게 되어 폰트와 그 위치, 이를 잘 담아낼 종이에 대한 욕심 정도로 고민의 폭을 크게 좁힐 수 있었다.
신형철이라는 이름과 박서보라는 이름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팽팽한 균형감을 가질 수 있게 조화를 이루려면 디자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이 시급함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간만에 작업 일지를 폈다. “세련을 겪고 나면 심플함에 다다른다”라는 문장이 거기 적혀 있었다. 이 문장을 다시 읽으려 이번 리커버를 작업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다섯번째 책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화(詩話)’임에 그 제목을 『인생의 역사』라 달았다. 저자 스스로 ‘거창한 제목’이라 말하지만, 그 머리에 ‘인생’과 ‘역사’가 나란한 까닭은 간명하다. 시를 이루는 행(行)과 연(聯),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일. 우리네 인생이, 삶들의 역사가 그러한 것처럼.
총 5부에 걸쳐 동서고금 스물다섯 편의 시를 꼽아 실었다. 상고시가인 「공무도하가」부터 이영광 시인의 「사랑의 발명」까지, 역사의 너비와 깊이를 한데 아우르는 시들이다. 시 한 편마다 하나의 인생이 담겼음에, 이를 풀어 ‘알자’ 하는 대신 다시 ‘겪자’ 하는 저자의 산문을 나란히 더했다. 여기에 부록으로 묶은 다섯 편의 글은 시의 안팎을 보다 자유로이 오가며 써낸 기록이다. 시를 함께 읽고자 함이나 그 독법을 가르치는 글은 아니다. 직접 겪은 삶을 시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하여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아내는 이야기라 하겠다. 저자의 말대로 시를 읽는 일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일 터이므로.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7쪽)
*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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