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양장)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양장)

$15.00
Description
“백지 앞에서는 코를 박고 엎드리는 일이 먼저다.
만나려고. 찾으려고.”

시인 안희연이 먹고, 사고, 사랑하며, 기도하듯 써내려간 이야기!
안희연 시인의 새 산문집을 난다에서 선보입니다. ‘먹고 사고 사랑하고’, 그런 기획으로 시작된 글임에 3부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그런데 열어보면 곧 알게 됩니다.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가도 ‘당신’을 만나는 이야기라는 것을요. 밤, 달큰하게 깊어지는 밤, 마침내 당신과 만나는 이야기이고요, 크게 웃고 한바탕 울고 맘껏 사랑하고, 그 다음, 그 마음으로 잘 이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먹고 사고 사랑하는 이야기라니, 어쩐지 응당 있어야 할 키워드 하나 빠진 듯도 하지요. 그런데 시인이 사고(buy) 사는(live)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가 당신을 위한 ‘기도’구나, 알게 됩니다. 먹고 사며 살아내는 일 모두 사랑을 위한 기도겠구나,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백지 앞에서 시인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코를 박고 엎드리는 일입니다. “만나려고. 찾으려고.” 그리고 이 글의 목표 또한 하나이지요. “너를 일으키려고 쓰는 글.” 그러므로 이 책, 기도하듯 써내려간 사랑이라 일러봅니다.
저자

안희연

2012년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너의슬픔이끼어들때』,『밤이라고부르는것들속에는』,『여름언덕에서배운것』과산문집『흩어지는마음에게,안녕』,『당신은나를열어바닥까지휘젓고』를썼다.세계의비밀을예민하게목격하는자로살아가기위해,오늘도촛불을들고단어의집으로향한다.

목차

1부밤을재운다
귤의시귤……12
누가밤을꿀에재울생각을한걸까보늬밤조림……18
시칠리아에서시나몬스틱까지의삶시나몬……25
거짓의쓸모논알코올맥주……32
복모구구伏慕區區유가사탕……39
당신의바탕색바나나튀김……47
내영혼의케이크상자케이크……55
굴을사랑해서벌어진일굴……60

2부이렇게아픈얼굴을쉽게가져도되나
본못자국과못본못자국부엉이촛대……68
신발에맞는발을고르러나간언니는어떻게되었나칼라디움……75
통통배로바다건너기엽서……83
밤을견디는재료들시어서커잠옷……91
이얼굴을보라헬렌셰르브베크화집……99
그래도표백은싫어요락스……106
이노래는어디에고일까하모니카……112
나의인어에게인공눈물……121

3부어쨌든무릎이깨졌다는건사랑했다는뜻이다
등뼈를상상하는버릇……130
단추의세계……138
돌아볼용기……145
밤산책……153
옮겨짐과옮겨냄……162
사랑의단상……172
매단나무……181
그겨울의끝……188

에필로그……197

출판사 서평

당신이좋아지면,밤이깊어지면,
지금껏누구에게도해본적없는이런이야기를들려주고싶어진다.

시인이초대한이곳엔딱2인용테이블이있습니다.테이블위엔꿀에재운보늬밤조림,다섯모금짜리뱅쇼,코코넛칩과연유가올라간바나나튀김.하트모양초를꽂은케이크도빠질수없지요.부엉이촛대는가슴에일렁일렁불을밝히고우리는밀크의부드러움과설탕의재치를두루갖춘시어서커잠옷을입어봅니다.

시인이조심히꺼내놓은이기억들,어쩐지온통달콤한이름으로가득합니다.그속에는이별도눈물도슬픔도있는데말이지요.가만생각해보면기억이본디그런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때로는달콤함으로아픔을뚝멈추게하고,때로는달콤해서눈물나는그리움으로남는것.그러니달콤과쌉싸름을오가는이이야기들곧가장내밀한시인의고백이기도하겠습니다.사랑의고백이란우리를행복에젖게도,눈물로적시기도하는법이니까요.

그래서높이던졌습니다.당신에게높이를드리기위한글쓰기였습니다.무겁고축축했던기억도높이던지고나면공깃돌처럼가벼워진다는것을알았습니다.다시는들어갈수없는방이라고생각했는데생각만큼어둡기만한방은아니었어요.돌아볼용기를냈기때문에비로소자물쇠를채워등뒤에둘수있습니다.

저의이야기는여기서끝입니다.
그러니이제가세요,당신의기억으로.
그곳에서슬픔을탕진할때까지머무세요.
_201쪽,「에필로그」

그러니까그런이야기입니다.사랑을쓰자작정속에시가있고삶이있는단상들.아닌게아니라롤랑바르트를닮아본「사랑의단상」이라는꼭지도실려있지요.시인에게쓰고싶게하는글과쓰지못하게하는글이있다면,들어올려짐과가라앉음이있다면,그곳에서시인이만나는두공이란곧당신이고밤일테지요.당신을일으키는안녕,나를재우는안녕.

이밤이지나면,먹고사고사랑하고,그다음엔.기도하듯초를불고사이좋게폭죽을터뜨리고나면,그다음엔.당신과만나는이밤도,당신과작별하는이밤도,자장자장모두달콤한사랑으로재워봅니다.이밤,“이런밤이라면,아껴먹지않을도리가없다”.백번수긍만번끄덕이게되는초대장입니다.

시간은원반던지기놀이를즐긴다.솜씨도좋아백발백중명치를가격하고뒤통수를명중시킨다.그러니우리에겐적당량의보늬밤조림이필요하다.누가밤을꿀에재울생각을한걸까.재운다는말은왜이리다정하면서도아플까.자장자장.밤을재운다.다시는돌아올수없는시간을재운다.이런밤이라면,아껴먹지않을도리가없다.
_23~24쪽,「누가밤을꿀에재울생각을한걸까」

*
표지에는이수진작가의작품<제목이없는책>(2022)을담았습니다.어떤글이어떤그림과꼭닮아있을때,두작가가같은웅크림으로울고닮은표정으로사랑하는장면을상상하게됩니다.따뜻한파랑으로깊어지는밤,소파에기대어이름없는기억과만나는이가시인같기도,이책을읽고있는당신같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