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이야기 (양장)

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이야기 (양장)

$17.00
Description
“평범한 물건은 어떻게 철학을 선물하는가.”
마음의 사건, 너머의 쓸모
‘사事+물物’에 관한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
문학평론가이자 작가, 동시에 실천하는 ‘러닝디자이너’ 함돈균의 산문 『사물의 철학』을 난다에서 다시 펴낸다. 2013년부터 매일경제에 연재했던 칼럼에 기반해 2015년 처음 엮어내었던 책을 2023년 지금의 감각으로 새로이 보태고 예리하게 다듬어낸 전면 개정판이다. 우리 일상 속 사물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무엇보다 그 외피를 열어 안으로 들어가는 책이다. 일상의 이름들을 위한 사전처럼, 사물의 목소리로 쓴 일기처럼, 새로운 생각을 촉발하는 단상처럼, 모로 읽어도 수시로 읽어도 절로 열리는 책이라 하겠다.

『사물의 철학』은 ‘시간’에 관한 철학 에세이 『순간의 철학』(2021)과 동시에 기획하고 집필했던 시리즈이기도 하다. 신문에 처음 연재된 때로부터 꼭 10년 만에 형제 격이라 할 두 책이 나란해졌다. 『순간의 철학』에서 보이지 않는 순간의 의미를 고찰하며 추상의 철학에 도전했다면, 이 책에서는 닿을 수 있고 손에 잡히는 우리 곁의 사물, 지극히 평범하여 범상히 지나치게 되는 물질의 진짜 ‘속내’로 깊이 들어가본다.
저자

함돈균

작가.러닝디자이너.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HK연구교수를지냈고,여러대학에서문학,철학,인문고전을강의했다.문학평론가에서문명비평가로,대학의교육자에서미래교육의러닝디자이너로,문학연구자에서인문운동가로변화해왔다.실천적생각발명그룹시민행성을만들고운영했으며,미래학교미지행의디자인및설립을위한운동에뛰어들었다.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인문연구소장을지냈다.문화체육관광부,서울문화재단,서울시민대학,삼성전자,리움미술관,플라톤아카데미,교육부및각지방교육청등많은기관의인문·예술교육프로그램디자인과자문및강의에참여해왔다.서울에서‘시와영성’을주제로한커뮤니티비즈니스다오DAO를디자인중이며,제주구좌읍세화해변‘시타북빠’라는스튜디오책방에서라이프스타일비즈니스를실험해나가고있다.현재현대자동차헤리티지북프로젝트의편집장을맡고있다.

문명의일상에대한관찰과생각의발명을화두로삼은『사물의철학』『코끼리를삼킨사물들』『순간의철학』등인문에세이를출간했고,『얼굴없는노래』『예외들』『사랑은잠들지못한다』등문학평론집과『시는아무것도모른다』등문학연구서를냈다.사회및교육혁신의열망을담은대화집『교육의미래티칭이아니라코칭이다』『교육의미래컬처엔지니어링』『생각을건너는생각』등의책을기획하고대화자로참여했다.

목차

Prologue사물에대하여

Chapter1지금은새로운생각을시작하기좋은시간
가로등/거울/검은리본/경첩/계산기/고가도로/골대/과도/구둣주걱/내비게이션/냉장고/넥타이/달력/담배/대야/도로표지판/도마/레고/리어카/립스틱

Chapter2평범한물건은어떻게철학을선물하는가
마스크/마이크/말하는로봇/망원렌즈/맨홀/면도기/명함/문/물티슈/반지/배달통/백팩/버스/벨/벽/보자기/복권/부채/블랙박스

Chapter3당신이상상하는것처럼사물은놀랍다
생수/선글라스/셀카봉/손수건/쇼핑카트/스냅백/스마트폰케이스/스카프/스케이트/스탠드/스펀지/시스루/신호등/야구공/양말/양산/연등/연필/우산/원탁/의자/이어폰/인터넷

Chapter4사事+물物:마음의사건,너머의쓸모
자/자동문/자동차전조등/자명종/자전거/장갑/장화/젓가락/주사위/지퍼/축구공/칠판/카드/카메라/크로노그래프시계/크리스마스트리/타이어/테이크아웃커피잔/텐트/트렌치코트/팝콘/포스트잇/포클레인/후추통

Epilogue작은것들에관한글쓰기─개정판에부쳐

출판사 서평

보르헤스의짧은소설「알레프」는아주작고신비한구슬에관한이야기다.그구슬에는세계의모든광경이겹치지도않고축소되지도않은채깃들어있다.하나이면서모든것을담고있는그구슬은한각도에서세계의모든시각을엿볼수있는만화경이다.신적인눈의비유일수도,한떨기꽃에서우주를본다는불교의화엄(華嚴)같은것일수도있다.비평적글쓰기로서‘시적인것’에관해늘생각하며사는나에게그구슬은어떤시적순간에관한이미지이기도했다.비평적태도에는논리가결부될수밖에없지만,지성의논리로는닿을수없는사물의신비와조우할수없다면비평은메마른합리주의에국한되고만다.그것은시뿐만아니라사물에서도마찬가지다.벤야민이보여주었던태도처럼비평가에게시의신비와사물의신비는구별되지않는다.
_본문중에서

사물의‘철학’이라했으나어렵고딱딱한철학용어는피하고친숙한일상의언어로풀어내는데주안을두었다.서문에서“이사물들과의조우가일상속에서다른시간으로통하는‘문’이될수있기를바란다”밝힌바대로,저자에게사물은독자로하여금철학을‘주입’하는일방향의문이아니라,그로부터촉발되고자유롭게횡단케하는‘열린문’인까닭이다.요컨대‘철학으로풀어낸사물’이아니라‘사물을철학하게하는’글인셈이다.

다양한사물에서출발해동서양의사상가들을경유하고폭넓은교양을가로지르는그의글쓰기에는거침이없다.이를테면문에달린조그만경첩에서시인이상의작품을떠올리고,장자가진리라여긴‘도의지도리(道樞)’를연상하는식이다.또물티슈에서독일나치가내세웠던‘오염’과‘순결’의논리로이어지며현대한국의‘백색신화’를겨냥하거나,보자기에서복(福)의염원을발견하고리더가갖추어야할진정한카리스마의의미를되짚기도한다.추천사를쓴신형철평론가의표현대로,“고만고만한동의를끌어내는것이아니라어리둥절한자극을”주는글들이다.이과감한도약은그뜀의너비만큼통찰의여지를,약동하는질문의운동장을만들어낸다.

*
이책에서그는마치처음인듯사물하나하나를다시사용하면서세계를근원적으로경험해보려노력한다.이런책을쓰는데응당필요한꼼꼼함과기발함도그는갖고있지만,그보다더도드라지는것은과감함이며,그것이이책의개성을이룬다.이를테면‘배달통’의무의식을프로이트와,‘백팩’의효용을니체와궁리하는대목,혹은물티슈에서‘나치즘’으로,‘보자기’에서‘카리스마’로휙넘어가는대목들이그렇다.이처럼과감한사유는고만고만한동의를끌어내는것이아니라어리둥절한자극을준다.무뚝뚝하게예리한,그다운책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서울대교수)

이번책에서는총4부에걸쳐사물의이름을가나다순으로정렬했다.순서대로따라읽어도좋고집히는대로발췌하여읽어도좋으리라는믿음이다.문득내곁의사물이낯설게보이는한순간,혹은특별함한조각없이관성으로굴러가는어느날,사전처럼펼쳐그사물의의미를저자와토론하듯읽어보아도좋겠다.때로는도발적이고이따금문제적인이발상에는자유의높이와사고의깊이가한데있으므로.카프카에게그러했듯,이책『사물의철학』또한일상을향한우리의얼어붙은인식을단번에깨고열어내는‘도끼’가되어줄것이다.

『사물의철학』개정판의표지에는김수강작가의작품가함께했다.『순간의철학』의표지에실린작품에이어지며그기획대로어깨를나란히했다.‘검바이크로메이트’라불리는19세기프린트기법을사용한사진이다.손으로유재를만지고덜어내고또쌓으며색을입혀나가는‘몸’의방식으로만들어낸작품임에,‘사물’로들어가는이책의문으로더없이맞춤한만남이다.

책속에서

프란치스코교황은취임식에서교황이아니라‘예수의제자’가되는게중요하다고말했다.제자가되기위해그는가장‘낮은자리’로임하여그자리를섬기는자가되겠다고했다.예수의세족식을새삼다시생각해보게되는것도이순간이다.그는왜제자들의발을닦아주었을까.발이신체에서가장낮은자리에있기때문이아닐까.그렇다면프란치스코교황은역대교황중세족식의의미를가장정확하게이해한이라고말할수있을지도모르겠다.
어둠이가득한지상에신이잠시모습을드러낸다면어떤방식일까.프란치스코교황의행보에서가로등을본다.언뜻거기에서신의실루엣을본듯도하다.
_22쪽,「가로등」

반지의계약적성격이손가락을두르고있는구속성에서나온다고도하지만이건계약의의미에대한오해가아닐까.구속의강제성으로는진정한약속의힘을발휘할수없기때문이다.중요한것은두존재가진심으로만나는일이다.그것은강제도구속도어설픈타협도아니며,서로의가능성을긍정하는데서나오는힘이다.반지의고리형상은두존재의완강한자기주장보다는공동의비어있음을전제로한다는사실을암시하는게아닐까.
그래서반지는누구의손가락에끼워져있건커플링이다.이미고리형상이두존재의만남을암시하기때문이다.손가락을넣지않아도이미뜨겁다.둥근입처럼생긴원환은비어있는공간을통해뜨거운침묵으로상호긍정의만남을말한다.반드시연인이아니어도반지는만남과약속의의미를그형상자체로전달한다.주장들이첨예하게부딪히며서로를상처내는사회적갈등상황에서도마찬가지다.우리는어떻게만날수있을까.어떻게상호긍정에도달할수있을까.
_114쪽,「반지」

이불빛의특징은이것이어둠을‘제거’하는빛이아니라는사실에있다.사정을말하자면거꾸로다.스탠드의불빛은어둠에게본래형상을돌려준다.스탠드를켜는순간주변은더어두워진다.하지만이것은암흑이아니다.평균치로방안에퍼져있던,그래서보이지않던어둠이스탠드주위로모여또렷하게제모습을‘드러낸다’.어둠은지워지지않는다.오히려우리는어둠이여기존재했다는사실을비로소인식한다.
어둠은부드럽고은밀하며깊게체험된다.어둠은지각될뿐만아니라우리를휩싸면서우리몸을만진다.이체험은우주의어둠이일소해야할나쁜것만은아니라는사실을깨닫게한다.그것은선도악도아니며,다만그저있을뿐이다.현자들의표현에따르면있는그대로를그렇다고함(因是)이다.
스탠드에서나오는최소한의적절한빛은밝음과어둠,만상에대한인간들의선입견과이분법을은은하게드러내고가로지른다.
_172쪽,「스탠드」

종으로보면잡종이고책으로치자면고유저자의죽음이다.최초의기원이사후다른것의개입에의해뒤섞였다는점에서는‘오염된’기록이다.개인이아니라다중적세계를암시하며,정주가아니라유목하는세계를암시한다.그렇다면포스트잇을현대의극단,현대이후세계의특성을반영하는사물이라고할수있지않을까.이런점에서계몽주의자들의백과사전과는전혀다른방식으로만들어지는집단지성백과사전위키피디아의출현을포스트잇의웹버전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저자의고유한권위나집필자개인의지적능력,기록된지식의영구불변성에기대지않고집단적이며어디에서나접속하여가필할수있다.지식의유통은훨씬더자유롭고광범위한방식으로퍼져나간다.
_295~296쪽,「포스트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