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시대다 : 195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대의 창이 되어준 희대의 한국 소설 30편

명작은 시대다 : 195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대의 창이 되어준 희대의 한국 소설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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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뜨거운 열망의 흔적들에게”
195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대의 창이 되어준 희대의 한국 소설 30편
문학의 안팎에서 한국문학을 말하고 알리고 또 지켜온 두 평론가, 심진경 김영찬이 한국 소설의 지난 50년을 되돌아본다. 정비석의 『자유부인』부터 한강의 『채식주의자』까지, 시대의 창이 되고 한국 사회의 단면이 된 ‘명작’들을 꼽았다.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소설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고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소설들을 두루 살핀다. “당대에 대중들의 열광을 이끌어내고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소설, 그럼으로써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고 시대의 민감한 센서가 되었던 소설”들 말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한국 현대문학의 50년, 평론가의 눈으로 톺아본 역사는 그 속에서 치열하고 그 밖으로 흥성했던 세월이기도 하다. 전후의 폐허 위에 싹트던 변혁의 조짐, 자본주의의 밀물 앞에 길 잃은 인간 군상들, 폭력이 정당화된 시대에 묻는 반성의 목소리, ‘포스트모던’한 해체의 징후, 가부장제라는 억압과 금기 밖으로 뛰쳐나온 여성들. 소설이 당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할 때 비평의 눈이란 그 거울을 창으로 열어 독자에게 길을 터주는 일이리라.

한국 소설은 그렇게 당대의 현실 및 대중의 욕망을 반영하고 소화하면서 시대와 함께 호흡했다. 문학사의 중요한 소설들은 그럼으로써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고 또 대중들의 삶의 감각과 소망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시대의 창이 되었다. 명작은 그렇게 탄생한다. 명작은 시대의 정신과 공기를 문학적으로 승화해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일군 소설, 그리하여 현재에도 보편적 가치를 발하는 소설이다.
_「오래된 문학의 전성시대에게」 중에서

시대의 흐름 따라 눈 편안히 흐르도록, 역사의 자취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30편의 소설을 출간순으로 다루었다. 그 순서 속에 두 평론가의 글이 자연히 번갈아 섞이도록 두었다. 시대를 또 문학을 바라보는 두 저자의 시각이 때로는 균형을 맞추고 때로는 대안을 비추며 이 왁자한 문학의 장에 리듬을 만들어준 셈이다.

“다양한 캐릭터의 전시장”으로서의 한국 소설을 유람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자유부인, 소시민, 무작정 상경 소년, 작가 지망생, 무기력한 지식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난장이, 억척 어멈, 호스티스, 청년, 혁명가, 욕망하는 여자, 싱글 레이디, 여공, 백수, 저임금 노동자…… 한국 사회의 빛과 그늘, 열망과 절망 사이에서 약동하는 이 인물들은 시대를 제 온몸으로 대변하거나 변화를 위해 몸 바쳐 희생하면서, 한국 사회가 품었던 ‘뜨거운 열망들’을 돌아보게 한다.

오래도록 한국 소설은 이들을 통해 시대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내고 주어진 현실을 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이 기록한 것은 저 다종다기한 캐릭터들에 하나하나 스며 있는 열망의 흔적들이다. 그 흔적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들이 아닐까?
_「뜨거운 열망의 흔적들에게」 중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라면 지난 50여 년 문학사의 지도이자 약도가 될 수 있겠다. ‘명작’의 뜻을 시대의 필독서라 할 때 그 방대함 앞에 막막해지기 마련이나, 두 평론가가 건네는 나침반 따라, 일러준 지름길 따라 산책하듯 읽어나가다보면 하루아침 한국문학의 정중앙을 관통해온 자신을 발견하게도 된다. 더러는 곁길을 치며 더 많은 작품의 숲으로 흘러볼 것이고, 또 더러는 길 끝에서 길 다음으로, 내일의 문학으로 한걸음 뻗어가볼 것이다.
저자

심진경,김영찬

문학평론가,서강대대우전임.평론집『여성,문학을가로지르다』『떠도는목소리들』『여성과문학의탄생』『더러운페미니즘』,공저『문학을부수는문학들』『여자를모욕하는걸작들』,공역서『근대성의젠더』가있다.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심진경

책머리에|뜨거운열망의흔적들에게6
①“자유부인”이라는공공의적……정비석,『자유부인』13
②불안한청춘의표정과부끄러움……김승옥,『서울,1964년겨울』29
③소시민,천박하거나가련한……이호철,『소시민』45
④살아남은여자는슬퍼라……박완서,『나목』61
⑤청년이호스티스를만났을때……최인호,『별들의고향』77
⑥여자는어떻게성장(못)하는가……오정희,『유년의뜰』101
⑦우익문학청년의탄생……이문열,『젊은날의초상』109
⑧아비없는세상에서……김원일,『마당깊은집』127
⑨죽어도계속되는이야기……박경리,『토지』145
⑩미성년의인공낙원……장정일,『아담이눈뜰때』161
⑪이토록험난한,싱글라이프싱글레이디……공지영,『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169
⑫세기말적불륜……전경린,『내생에꼭하루뿐인특별한날』203
⑬헬조선탈출전말기……김영하,『검은꽃』211
⑭2000년대식정신승리법……김애란,『달려라,아비』229
⑮저들의고통이내몸안에있다……한강,『채식주의자』253

김영찬

책머리에|오래된문학의전성시대에게8
①전쟁의허무와그불만……황순원,『나무들비탈에서다』21
②불가능한혁명과고독한드라큘라……최인훈,『회색인』37
③열심히노력하면성공할수있나요?……손창섭,『길』53
④어서말을해!……이청준,『소문의벽』69
⑤다시는그곳에가지못하리……이문구,『관촌수필』85
⑥복수는나의것……조세희,『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93
⑦불타는책……조영래,『어느청년노동자의삶과죽음─전태일평전』117
⑧문학의언어로쓴전쟁자본론……황석영,『무기의그늘』135
⑨저별이내가슴에……조정래,『태백산맥』153
⑩신화와상처……신경숙,『외딴방』177
⑪사랑없이사랑하는법……은희경,『새의선물』185
⑫폭력과광기로얼룩진저주받은걸작……백민석,『헤이,우리소풍간다』195
⑬진리는삼천포에있다……박민규,『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221
⑭살아남음의치욕과‘끼니’의비애……김훈,『남한산성』237
⑮그렇습니까?사랑입니다……?김연수,『네가누구든얼마나외롭든』24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해방이후한국소설은다양한캐릭터들의전시장이었다.자유부인,소시민,무작정상경소년,작가지망생,무기력한지식인,소설을쓰지못하는소설가,난장이,억척어멈,호스티스,청년,혁명가,욕망하는여자,싱글레이디,여공,백수,저임금노동자등등.그들은시대의변화와현실의격동을제몸으로살았던문제적인물들이다.오래도록한국소설은이들을통해시대의본질과욕망을드러내고주어진현실을넘어새로운삶의가능성을모색하려는뜨거운열망을보여주고있었다.이책이기록한것은저다종다기한캐릭터들에하나하나스며있는열망의흔적들이다.그흔적을따라가다만나게되는것은무엇일까?어쩌면지금우리의모습들이아닐까?그렇게삶은계속변화하면서도이어진다.
_7쪽,「뜨거운열망의흔적들에게」

전짓불로상징되는감시와통제의시선은진실을말할수없는상황을만들어놓고진실을말하기를강요한다.“어서말을해!”이것은감시자의명령이다.이는분명외부의폭력적인강요이며딜레마다.그럼에도불구하고다른한편으로그것은작가가자기것으로떠안아야할피치못할운명이기도하다.작가는어떤악조건속에서도그를무릅쓰고진실을말해야하는사람이기때문이다.「소문의벽」은그렇게자유를억압하는폭력적인사회에서소설을쓴다는것이무엇인가를숙고하고성찰하는,‘소설로쓴소설론’이다.
_75~76쪽,「어서말을해!」

『토지』의저변을흐르는주제는이평사리라는공간에집약돼있다.평사리는여성적인공간이다.서희가마지막에자애로운어머니이자어려운마을사람들을보살펴주는대모신(大母神)으로변모하는것도평사리라는공간이그러한여성적보살핌과베풂이가능한공간이기때문이다.평사리는모든것을품어주는여성적돌봄과치유의공간이며삶의지속을가능케하는본원적인생명의공간이다.『토지』는남성적폭력(일제앞잡이조준구)에의해훼손되고빼앗긴그본원적인생명의공간을서희라는강인한여성의투쟁을통해회복하는이야기다.『토지』를생명을위한여성적투쟁의서사극이라할수있는건이때문이다.
_152쪽,「죽어도계속되는이야기」

변혁운동에헌신하기위해안락한중산층가정을뛰쳐나온1980년대학번여대생은결혼후에다시가부장제적차별이일상화되고만연한‘스위트홈’을뛰쳐나와완벽한혼자가된다.‘무소의뿔’은바로그지점에서종결된다.그런데그렇게가족공동체를벗어나자율적으로자기서사를쓰게된여성은그후과연어떻게됐을까?공지영이싱글라이프를선언한지벌써25년이지났다.
그동안많은것이변했지만그만큼많은것이변하지않았다.지금여성의싱글라이프는페미니즘적실천혹은새로운주체의선언이라는거창한구호를내세울필요도없는,그자체로자연스러운사회현실이되고말았다.오래전의선배들과달리이제불가피하게싱글이될수밖에없는이른바‘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포기)여성들이맞닥뜨린것은광범위한여성혐오에맞서는싸움이라는새로운과제다.
_176쪽,「이토록험난한,싱글라이프싱글레이디」

우리가외롭다고느끼는바로그순간에도저신호들은존재한다.그것은서로연결되고자하는소망으로가득한,그렇게“누군가에게들려주기위해온세상을가득메운목소리들”이다.‘네가누구든’은점점이명멸하는그신호를읽어내수많은목소리를하나로이어주려는서사적노력이다.그것은또한끊임없이다른모습으로바뀌어가는우리의삶을하나의이야기로이어놓으려는노력이기도하다.그리고그둘은하나다.왜그렇게이어야하는가?그럼으로써사랑의기적이완성되기때문이다.
_251~252쪽,「그렇습니까?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