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 (양장)

듣는 사람 (양장)

$18.00
Description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본다.
침묵에 둘러싸여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박연준 시인이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며 읽자 한 서른아홉 권의 고전!
독서가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행위라 한다면, 언제까지나 공들여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듣는 사람』에서 박연준 시인은 그간 자신이 귀 기울였던 서른아홉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들은 대개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이다. ‘고전’이라 불린다면 결국 오랫동안 읽히고 읽혀도 여전히 그 매력이 마르지 않은 책이라는 뜻일 터. 과연 이들 책은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이야기를 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혜롭지 못한 이들의 좌충우돌기’에 가깝다. 다만 서른아홉 개의 서로 다른 삶, 어쩌면 평범할 수도,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으나 바로 그렇기에 무척이나 빛났던 삶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삶도 완벽할 순 없으니 그 누구도 온전히 지혜로울 순 없으니, 최선은 피할 수 없는 좌충우돌을 겁내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즐기는 것, 이를 이 서른아홉 권의 책들은 말하고 있다.
저자

박연준

저자:박연준

순하게빛나는것들을좋아한다.세상모든‘바보이반’을좋아한다.2004년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다.시집『속눈썹이지르는비명』『아버지는나를처제,하고불렀다』『베누스푸디카』『밤,비,뱀』과장편소설『여름과루비』,산문집『소란』『쓰는기분』『고요한포옹』등을썼다.

목차


작가의말─9
01무서록,이태준고수의맛─19
02호밀밭의파수꾼,J.D.샐린저정말,굉장히,엄청난─25
03사랑의단상,롤랑바르트사랑의바이블─31
04박용래시전집,박용래우는사람─37
05봉별기,이상속아도꿈결속여도꿈결─45
06다른방식으로보기,존버거다르게보면다른사람이된다─51
07내방여행하는법,그자비에드메스트르누구도못말리는여행─57
08헬렌니어링의소박한밥상,헬렌니어링이것은요리책이아니다─63
09사양,다자이오사무이세상의공기와햇빛속에서살기힘듭니다─69
10우리를슬프게하는것들,안톤슈낙슬픔은영혼의운동이다─75
11장자,장자크게날아가는,이야기─81
12연인,마르그리트뒤라스사랑은동사다─87
13진달래꽃,김소월우리가살면서품은소소한설움들─93
14나르치스와골드문트,헤르만헤세우정에도관능이깃들수있다─101
15침묵의세계,막스피카르트침묵은또다른언어다─107
16나는왜쓰는가,조지오웰너무따뜻한칼─113
17슬픔이여안녕,프랑수아즈사강아름답고도묵직한이름─119
18화사집,서정주죽고나서,시작하는시─125
19동백꽃,김유정시작하면멈출수없는이야기─131
20변신,카프카사랑해서필요한가,필요해서사랑하나─137
21삼십세,잉에보르크바흐만서른,미숙과성숙사이─143
22이상한나라의앨리스,루이스캐럴교훈같은건없을지도몰라요─149
23수상록,미셸드몽테뉴구두쇠가보배를즐기듯,읽어보기─155
24일방통행로,발터벤야민은둔하는별─161
25여름의책,토베얀손슬픔도기쁨도풀잎처럼껴있다─167
26빌뱅이언덕,권정생외롭고,닳아있고,뭉툭한─173
27시는내가홀로있는방식,페르난두페소아생각없이,도착하는글─179
28존재의세가지거짓말,아고타크리스토프참혹하게슬픈이야기─185
29로미오와줄리엣,윌리엄셰익스피어무대에서대사는조명보다빛나야한다─191
30월든,헨리데이비드소로생각하거나일하는사람은언제나혼자다─197
31젊은베르테르의슬픔,요한볼프강폰괴테젊음과슬픔사이에낀존재─203
32모자,토마스베른하르트슬픈데충분한기분─209
33슬픈인간,나쓰메소세키외25인슬픔을모르는자는없다─215
34섬,장그르니에숨어읽고싶은책─221
35흰개,로맹가리그것은회색개였다─227
36스토너,존윌리엄스범상한날들의성스러움─233
37은유로서의질병,수전손택은유가사악해질때─239
38밤엔더용감하지,앤섹스턴밤의모서리에서서마지막으로흥얼거리는노래─245
39어린왕자,앙투안드생텍쥐페리어떤별에도정착할수없는슬픔─251

출판사 서평

잘못된길을열심히걸을때우리가얻는가치

어떤책이고전이되는것일까?물론사람들이그것을‘고전’이라부르기로결정했을때그것은고전이된다.그러기위해선우선오랜세월읽혀야한다.다시,오랜세월읽히기위해선여러세대에걸친독자들의감상과해석에도변함없는생명력으로퍼덕여야한다.수많은시간동안수많은사람이그매력에질리지도않고빠져드는책,그런책이고전이라면우리라고별수있을까?도리어한번,두번,그리고세번,그렇게계속빠져들지않을지,다른책에한눈팔기회도주지않고우리를유혹하진않을지걱정해야하진않을까?그매력에빠진한사람으로서박연준시인이자신의고전서른아홉권을소개한다.

고전읽기에대해이야기하며박연준시인은머리말에서자신이겪은한일화를소개한다.도로의출구를잘못든시인은급하게차선을변경한다.비상등으로사과의뜻을전했음에도뒤차는클랙슨을울리더니신호대기때는기어이창문을내리곤다음과같이말한다.“이봐요!길을잘못들었으면그냥잘못가세요!위험하니까계속잘못가시라고요!”화두처럼다가온말에시인은깨닫는다.이미잘못든길을무리해서빠져나오려고할때사고가나는거구나,어차피잘못드는것이길이라면두려워하지않아야하는구나.그러곤고전읽기도이와비슷한것이아닐까생각한다.어쩌다잘못든길을온마음을다해그끝까지걸어간이들이남긴기록으로서고전.사람들을매혹하는고전의매력이바로여기있는것은아닐까.그어떤삶도완벽할순없으니그누구도온전히지혜로울순없으니,최선은피할수없는좌충우돌을겁내지않는것,그리고최대한즐기는것,이를고전이라불리는책들은말하고있다.

다만서른아홉개의,무척이나빛났던삶

그렇게박연준시인을따라쭉읽어보면역시이들책은어떤거대한것을이야기하고있지않다.프랑수아즈사강이나다자이오사무처럼“스스로를파멸로”이끈작가들의글에서시인은이들의아름다운연약함을본다.이들의글을읽으며“우리가내려가지못한영역까지영혼의음표들을내려갔다돌아오게”하길제안한다.또스스로“눈물이많은사람의편”을자처하는시인은안톤슈낙의글「우리를슬프게하는것들」을읽으며슬픔이“사람을단단하고유연하게”만듦을,슬픔이“영혼의운동”임을재확인한다.동서고금을막론하고빼놓을수없는사랑이란주제는어떤가.『젊은베르테르의슬픔』을읽자면“젊어겪는사랑은열병이고정신착란”이라는생각이절로든다.동일한젊은이의사랑이『로미오와줄리엣』에서는달콤하다못해지독한사랑으로나타나두남녀의넋을나가게만든다.“사랑에빠진자는종종멀쩡하지않다.”그런가하면사랑은뒤라스의소설『연인』에서“곤두선슬픔”과함께한다.과연이다채롭게도거친사랑에기괴하다는말이나올법도하다.“그러나기괴하지않은사랑도있던가?”

결국박연준시인이한데그러모은서른아홉권의고전은거창한이념을담고있지도,위대한인물을이야기하지도않는다.다만서른아홉개의서로다른삶,어쩌면평범할수도,어쩌면어리석을수도있으나바로그렇기에무척이나빛났던삶을담고있을뿐이다.그렇게한때“요절이근사해보였던”시인은“누구라도인생을끝까지온전히살아내는일이귀하다는것”을고전을읽으며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