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 시의적절 2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 시의적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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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욱진

저자:전욱진

2014년『실천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여름의사실』이있다.

목차

작가의말어두운포옹7

2월1일시믿는사람11
2월2일시선릉과정릉15
2월3일편지계절서간─봄19
2월4일에세이종점일기1─내가보는모든것25
2월5일노트무드인디고31
2월6일시나는37
2월7일편지계절서간─여름41
2월8일동시태어날조카를위해쓴동시들47
2월9일에세이종점일기2─죽음이찾아오면53
2월10일시양양59
2월11일시강릉해변메밀막국수63
2월12일시파주67
2월13일노트문제없습니다71
2월14일시사랑의바깥79
2월15일시나루터를지키는사람83
2월16일편지계절서간─가을87
2월17일시감은빛93
2월18일동화쥐똥이야기97
2월19일노트매튜와마테오117
2월20일시겨울꿈123
2월21일에세이종점일기3─피라미드127
2월22일시피부와마음137
2월23일편지계절서간─겨울141
2월24일시해빙기147
2월25일시돌아온이야기151
2월26일에세이종점일기4─평행우주155
2월27일시차마161
2월28일시봄꿈165
2월29일편지계절서간─추신169

부록음악들반드시크게들을것177

출판사 서평

당신이이리로와나랑같이
웃으면좋겠습니다.

‘2’라는숫자참이상하지요.둘이라서다정인데둘이라서하나는아닌,그‘따로’라는거리.달력의시작은1월,봄의시작은3월,시작과시작의틈에엉거주춤선‘사이’라는거리.『선릉과정릉』,두개의능(陵)나란히세워놓은제목속에도‘양지바른무덤’,그밝음과어둠묘한거리로남은듯하고요.그렇게시인에게2월은“밝은것과어두운것이손잡고가고/저둘이같이있어도된다는사실을/아무도알려주지않”는짧고도추운달입니다.누군가는“단념하기좋은달”이라혼잣말하기도하고요.그러나“아무도알아주지않아도/마음을다하는사람들”있음에,“절망과싸우느라한데뒤엉켜/부둥키고뒹구는”모습마저“사랑이라”부르는한사람있음에(「어두운포옹」),바로그시인의눈으로우리는다시믿을수있게되지요.뭐라뭐라해도둘이라는거,2라는거,사랑아닐리없다,하고요.

전욱진시인은‘사랑’이다,말해봅니다.그만큼사랑한다하는수사만은아니고요,언제나사랑해서사랑가장가까운곳에머물러마침내사랑으로물든사람,시인이기도하여서요.사랑하는사람은시를쓰지요.사랑하니까편지를쓰고,오늘의사랑을일기에남깁니다.카페에앉아,침대에누워,버스안에서,책을읽으며,음악을들으며,사랑하는사람을생각합니다.생각이라는사랑을합니다.

워낙에음악을사랑하는시인이라이시와편지와일기와노트사이곳곳에도음악이흐르는데요,그러니까시인에게사랑은음악같은것인지도모르겠다,상상해봅니다.보이지않아도의식하지않아도언제나내곁에서흐르고있는사랑.그러니책말미에‘덤’처럼내어준시인의플레이리스트를두고전욱진의‘사랑’리스트라불러도좋지않으려나요.

사랑하고오는길에
나지막이오래도록이어지는
빛을통해문득알게되었다

이제나는지는해를바라보며
한사람의얼굴을떠올리는사람

혼자걷다그만넘어진이에게
다가가먼저미안하다말하는사람
(……)
그러니까도무지사랑해서
그빛에자주눈이시린탓으로
내리걷다가닿은바닷가에서도

전속력으로해변을달리는이가보이면
끝내늦지않기를조용히응원하는사람

바다앞에어정대다결국웅크려서
어깨를들썩이는이의옆에앉는사람

눈으로는파도를쓰다듬으면서
한사람을내내생각하는사람
─본문중에서

나로부터당신에게로,
당신으로부터나에게로.

시의적절시리즈는계절과시간에밝고도깊이헤아릴줄아는,참으로‘적절’한시인들이꾸려가는일이지만요,계절이란본디흐름이라는거,끊임없고끝도없으니언제나다시‘이곳’으로돌아오리라는거,그리알고또믿는이로는전욱진만한이름없겠구나합니다.그러니까봄여름가을겨울네편의「계절서간」을띄우고서다시‘추신’을쓰는이의마음같은것.네편의기록에「종점일기」라이름붙일때응당‘기점’과‘회차’또한염두에두었을시인의믿음같은것.

돌고돌아다시이자리,그렇게말하면어떤안도와허탈이동시에떠오릅니다.그러나지구가태양을한번돌아다음2월을맞을때,버스가제길을한번돌아다시기점에섰을때,우리를다르게하고다음을그리게하는것은그시간들을빼곡히채운사랑의기억임을시인은압니다.그래서흘러가는버스에몸내맡기긴커녕사람을담느라사랑을닮느라한껏바빠지지요.일상의피곤에치여꾸벅꾸벅졸고있는어깨를,버스에남은연인을향해양팔로하트를그리는다정을,나이든승객의휴대전화를스쳐가는‘항암’이라는글자와색색들꽃,혹은활짝핀손주의얼굴을.버스의안과밖,사람과세상이라는안팎을살피느라한시없이바쁜시인의눈이거기있습니다.

첫시집의추천사에서들었던“다음계절이온다고”(신미나),그한마디또한허투루들음없이믿음으로품어둔시인이지요.여름과겨울의사이에도,선릉과정릉의사이에도,시인이가득심어둔기억,사랑이라는씨앗이가득합니다.하루에한편,전욱진시인의2월따라읽어따라흐르다보면이기억들만발하고만개할테지요.그사랑한아름안아들고서우리는다음계절로흘러가볼테고요.전욱진시인이내어준‘2’라는거,우리에게‘다음’이라는선물인지도모르겠습니다.

그렇게앞이조금은막막해지지만,그렇다고더나빠질건없다.단지코안에든맑고싸늘한공기가입밖으로나올때는탁하고뜨듯해진다는것.나의안개가옅어지고사라질때언젠가그누군가가건네는말이되어내귀에다시들어올것임을알고사는것.그런날을위해귀뒤를깨끗이씻고손톱을바짝깎고팔꿈치에로션잘바르고빗질을게을리하지않는것.

또다른버스가나를지나쳐간다.사람들을싣고움직인다는점에서,저것과나는다르지않구나.생각이같은자리를맴돌고,끝이내앞으로계속되고있다.이런것을두고시작이라부르는사람이되고싶었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