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 시인 채호기가 감응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 시인 채호기가 감응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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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과 예술을 얘기할 때 혁명이나 투쟁보다도,
나는 ‘넌지시’라는 말이 멋있더라고요.”

시인 채호기가 감응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
시인의 눈으로 본 그림, 혹은 문학과 회화의 만남. 두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어왔음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미지를 미학이라는 지도로 그려나가는 두 작가가 만났다. 시인 채호기가 ‘감응’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이다. 1부에서는 시인 채호기가 집요하게 추적해온 화가 이상남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2부에서는 ‘녹슬지 않는’ 두 예술가의 생생한 대담을 실었다.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이상남 작품의 절묘한 표면을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말이 되게” 하는 무수한 층을 포착해낸다. 이상남 작품세계의 모든 것, 혹은 ‘그 너머’라 하겠다.
저자

채호기

저자:채호기

1988년『창작과비평』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지독한사랑』『슬픈게이』『밤의공중전화』『수련』『손가락이뜨겁다』『레슬링질수밖에없는』『검은사슴은이렇게말했을거다』『줄무늬비닐커튼』,산문『주고,받다』(공저)가있다.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감응의회화,정교함과뭉개짐―이상남작품에대한단상011

1도상과형상사이에서012
2원,선,점020
3노란원과다각형028
4힘의포착,힘의감응036
5감응의회화042
6그린다는행위와회화의복권048
7그림제작과정과특이성들060
8그리는노동을통한힘의감응070
9그리되그리지않은것같은그림080
10매끄러움086
11두께096
12층104
13편집혹은편집증112
14풍경의알고리듬118
15세개의달〈Light+Right(ThreeMoons)〉130
16정교함과뭉개짐140

2부대담:말이되지않는걸말이되게하라153

1수십권의드로잉북,나는매일일기쓰듯드로잉한다154
2LongJourney,나는내작품에서끊임없이사건을만들어낸다172
3편집,미술에서모든형식적실험은20세기에끝났다224

연보252
참고문헌257

출판사 서평

“삶과예술을얘기할때혁명이나투쟁보다도,
나는‘넌지시’라는말이멋있더라고요.”

시인채호기가감응해온
화가이상남의작품세계

시인의눈으로본그림,혹은문학과회화의만남.두분야를선두에서이끌어왔음은물론지금이순간에도미래의미지를미학이라는지도로그려나가는두작가가만났다.시인채호기가‘감응’해온화가이상남의작품세계,『그리되,그리지않은것같은,』이다.1부에서는시인채호기가집요하게추적해온화가이상남의작품세계를조망하고,2부에서는‘녹슬지않는’두예술가의생생한대담을실었다.“그리되그리지않은것같은”이상남작품의절묘한표면을시인의눈으로들여다보며“말이되지않는것을말이되게”하는무수한층을포착해낸다.이상남작품세계의모든것,혹은‘그너머’라하겠다.

‘새로운유형의기하추상’을창안했다고평가받는이상남작가의무대는그야말로전세계다.뉴욕의엘가위머갤러리에서첫전시회를열자마자뉴욕타임스와『아트인아메리카』가그의전시에주목해비평을실었다.이후미국뿐아니라네덜란드,캐나다,일본,이탈리아,스위스……말그대로지상곳곳으로그의이름이뻗어나갔다.그림이라는완고한틀을넘어공간그자체와감응하는‘설치적회화’까지그가능성을확장해온그의작품은폴란드포즈난신공항,주일한국대사관등에영구소장된대형설치작업으로도만날수있다.그런데국내에서는그만큼그이름을자주접하기가어려웠던것이사실이다.1981년뉴욕으로이주해“최전선에서총들고싸우는척후병”처럼치열한시기를보냈다.“절벽에올라선절박함으로선을긋는것에서부터다시시작”해하루도빼놓지않고매일드로잉을했다.도미이후다시한국에서전시를연것이16년만이었다.그사이국내보다도국제적으로큰호응을받았고넓은활동무대를누비는그의작업또한쉴틈없이바빠졌다.

그런이상남작가를일찍이주목해집요하도록추적해온또다른이름있으니,바로채호기시인이다.때로는작품속점과선의위계부터고유한색의상징에이르기까지작품의세부하나하나를무심히지나치지않는현미경으로,더러는이안니스크세나키스(IannisXenakis)의건축적음악과루이스부뉴엘(LuisBunuel)의실험영화등회화바깥에서그예술사적의의를조망하는망원경으로,화가이상남의작품세계는물론그너머를포착해낸다.가히‘덕질’에비견할특유의집요함이우정을넘어감응에닿은결과물이다.

‘감응’이란채호기시인이이상남의작품을독해하는핵심키워드이기도하다.스피노자의변용(affection)과정서(affect)를창조적으로계승한들뢰즈의개념에서힌트를얻었다.주관적인‘느낌’과는다른,주체가생기기이전에발생해주관과객관의구분이전역량의차이를가리키는말이다.이감응은작품속에서원과동심원의관계,작용과반응,빠름과느림의등힘의역량으로나타나고,회화사적으로는자연과인공의구별보다앞서미분화로서의도상에주목해‘표상없는사유로서의회화’를읽어내게한다.마치컴퓨터그래픽화면처럼보이는매끄러움으로낯선느낌마저주는,“그리되그리지않은것같은”표면을위해50~100번이상물감을칠하고덮고갈아내는이상남의노동에서도힘의감응이발견된다.그과정에서화가자신뿐만아니라그결과물로서관람자의신체와자아를갱신하기에이르는이효과를감응이라한다면,이책의부제를시인채호기가“감응해온”화가이상남의작품세계라이름한연유도설명이될것같다.

이상남의초기작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빠뜨림없이그작품세계의면면을살피는시선에수시로발휘되는것이채호기시인의직관이다.40여년시력의시인이자문학과예술을넓이와깊이양쪽으로탐독해온저자는단순한회화비평을넘어,쉬이발견되지않는이상남의핵심과맥락을‘포착’해낸다.가령이상남의전시를관람한후베이컨작품과의유사성을언급하자주변으로부터‘엉뚱하다’는눈총을받지만,재현이아닌방식으로동물적인‘힘’을풀어내는전략,혼합색대신단일색을사용한형상과색면사이쌍방향적인이동을그예시로삼을때,채호기가아니었다면가닿지못했을이상남의작품세계의이면이조명을받는다.

2부에서마침내시인과화가,두작가가대담으로만나는대목에서이‘감응’은더욱빛을발한다.뉴욕과안양을오가며기록한서면과대면,두차례의대담은그꼼꼼함에서도치열함에서도감탄할만하다.1부의작품세계분석을먼저집필한후이상남작가에게글을먼저보여주지않은상태로대담을진행했다.글이대담에영향을미칠까우려해서다.이런신중과안배를통해작품의바깥에서조망한첨예한객관에작가의생생한증언이라는주관을더함으로써독자들을‘감응’이라는독해로한발짝이끈다.

각각40여년경력의내공이자연륜으로펼치는대담은날잘드는가위처럼,한쌍으로정확하기가매서운순간마저있다.99퍼센트의전략을무너트리는1퍼센트의‘우연’에대해이야기할때,뒤샹,쇤베르크,존케이지부터백남준,박서보,제프쿤스를호출하며‘현대’의예술을논할때이대담이다만이상남한사람의작품을독해하기위한과정이아니라회화의현재와예술의미래를그려나가는현장이리라는예감이든다.형태는다를지라도저나아간데서예술은모두만나는것이라는지고한답을새삼떠올리게함은물론이다.

“말이되지않는걸말이되게하라.”채호기시인과의대담에서밝힌이상남작가의포부다.기존의질서속에지극히낯선것,‘말이되지않는것’을과감히가져와마침내‘말이될때’까지지속하는성실성.동시에강제도투쟁도혁명도아닌,어느순간“넌지시”그옆에자리해또다른열린세상으로관객을초대하는회화.“바뀐다는건목숨을내놓는것과같”다며그럼에도,그러므로스스로끊임없이옮겨가고변화하기를택해야한다말하는그의작업은말그대로현재진행형이다.표면으로현실화된개체아래에서들끓고있는잠재태의감응을가리켜채호기시인은“이상남그림을우리가한번보고봤다고치부할수없는이유”라했으니,이를두고‘지금’이상남을,혹은‘다시’이상남을읽어야하는이유라말할수도있겠다.

“나는‘말이되지않는걸말이되게하라’고말합니다.모든게그렇잖아요.예술가들이기존의질서속에서말할때는당연히말이안될수밖에없죠.낯선걸가져왔으니까요.그러나지속적으로떠들다보면말이안되던것도말이됩니다.강제도투쟁도혁명도아닙니다.‘넌지시’,이말이참멋있는데,넌지시그옆에자리하게됩니다.이것이또하나의열린세상으로우리를안내합니다.”─이상남

이상남작가의개인전《Formed’Esprit(마음의형태)》가페로탕서울에서열린다.1990년대부터2023년까지,이상남의회화세계를아우르는작품13점을선보인다.페로탕갤러리는파리,뉴욕,홍콩,도쿄등세계7개도시에지점을둔프랑스계글로벌화랑으로,한국작가를적극적으로후원·홍보해오기도했다.정창섭·박서보·김종학·이배등유수한전속작가를전세계에소개하는데주력해왔다.페로탕에서열리는이번개인전을통해이상남의이름을국내에서도,국제적으로도재확인하는기회가될것이다.전시는2024년1월26일부터3월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