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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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 여자는 왜 미쳤을까? 왜 나였을까?”
닉네임 리타, 비평가 이연숙의
연민도 동정도 피로도 유머도 다 있는,
존나 고독하고 막막한 일기의 표정들!

이사 견적을 내기 위해 집에 방문한 업체 대표는 이런 집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는데 그것은 내가 ‘이런 집’이 아니라 ‘이런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_「해머와 있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여자들을 자주」
저자

이연숙

저자:이연숙

닉네임리타.대중문화와시각예술에대한글을쓴다.소수(자)적인것들의존재양식에관심있다.팟캐스트<퀴어방송>을진행하고,블로그http://blog.naver.com/hotleve를운영한다.2015크리틱엠만화평론우수상,2021SeMA-하나평론상을수상했다.시각문화와퀴어부정성을다루는책『진격하는저급들』을썼다.

목차

2016
토하지않고잤다013
요며칠간일기를쓰려다가세번정도실패했다020
진료비는십만칠천원이나왔다025
엄마는내가본최초의우는사람이었다029
아빠가중환자실로옮겨졌다033
아무것도아니고싶지않다036
그것은고발처럼보이기도한다041
견뎌야한다는진실만은명백하다044
언니의손에는있다046
안죽으려고짜장면을먹었다049
아빠의얼굴을찍었다052
뜨거운물이하는일057
세계화를닥치게하고싶은사람063
거기서엄마를만났다065
집세를제때낼돈이없다066
좆된경우068
나는속수무책으로바라보는사람이다072
그럼에도나는돈이필요한사람074
제적이뜰지도모른다077
나는하루종일언니의이름을품고있었다079
근심이빚처럼쌓여있다082
사소한우정의순간들이나를구한다084
목소리로는숨길수없는것들087
제발졸업을하고싶다089
토가나오려고했다091
거지가거지를키우는게임093
동생과나는이야기하지않는다097
나는나를너무사랑해서그러고도남는다100
거짓말을멈출수없을것이다102
사랑한다는문자를보냈다105

2017
그렇게하면안되는데무성의했던순간들109
엄마에게연민과죄책감을느낀다111
나의악몽에는언제나가족들이나온다112
아빠의시신과단둘이누워있던두시간115
그는충분히죽지않았습니다119
아빠는날위해서모든걸했다고말했다121
우리가잠들었을때일어난일122
말은날더럽게만든다124
살아있으면그럴수있을것이다126
저는찍었고,그래서존재했습니다128
언니와섹스를이전처럼할수있을까?132
왜이런좆같은작업을하시나요?137
나를정당화할수있을까?141
좀더모서리로143
요즘말이랑울음이경쟁하듯이쏟아져나온다145
말하지않으면모를까?146
아빠이제오지마세요,라고말해보라고했다147
여기는김해148
겨울에대한어떤장면들151
연민도동정도피로도유머도없었다154
나만이아빠를기억한다157
계속이렇게살수있어?160
그래서내가너랑대화를안하는거라고대답해줬다162
결심한건두개였다163
짠지돌정도의무게인데…164
살아남기란쉬운일이아닐것같다166
신경과를삼십분동안걸어서갔다168
쓰지않으면잃어버리는것들170
서점에갔다171
문좀열어주세요172
처음보는사람과밥을먹는다173
하나씩떠오른다그렇지만174
아빠는사라지지않는다175
그것과는별개로177
거의매일이그렇다178
오늘은젤리말고아무것도못먹었다180
느린섹스를하는꿈182

2018
언니가만들고내가먹었다185
조건을했던것같다186
일을하러가기전에조건을했다187
조건을시도했지만188
아구찜은맛있었다189
첫레즈조건을하기위해서였다191
두번째레즈조건을했다192
세번이나조건파토가났다193
오후에는조건을했다194
여러차례조건을했다195
조건때문에가지못했다196
H197
섭썰매198
D200
내일꼭맛있는걸먹자201
그저사실을말하기위해서써야한다202
하루종일D와있었다203
이모든것이뭘가리키는걸까?204
D와문자를주고받지않았다206
D에게서그만만나자는연락을받았다207
D에게전화를걸었고차단이되지않았다208
D가처음부터이모든짓을그만두라고했다면211
하늘에서돈이떨어지면좋겠다213
일을했다215
아는데그냥못하는거다216
진례에서는용납될수없는것217
S가더이상그립지않다218
많은물건을샀다220
저녁에는누군가와섹스를했다221
J와섹스가하고싶었다223
이런것들이내인생을좆되게만들지는않는다224
슬퍼야지?226
아빠의1주기다227
메루메루가죽었다228
어제는처음으로공황발작을겪었다229
보지는침묵했고나는답답했다230
카카오톡에있는모든남자들을차단했다232
너네를막다루다가버리고싶어236
여기에는안쓸거다239
그래서나는오늘로또를샀다242
나는많은어린아이들이그러길원하는걸안다246
일기를적기싫었다고적기위해서일기를적는248
이렇게살아도괜찮지않을까249
이틀간약을끊고지냈다250
사실떡정일가능성이제일크지만…251
이번에는자살에성공한것이다253
진진255
절망에도형식을만들어야한다256
그여자가생각이난다258
변명이끝나지를않는다259
그여자는왜미쳤을까?왜나였을까?261
그치만저는할겁니다265
글쓰는게뭐직업입니까?267
저는근로능력이없어요!270
흔들흔들거리는인간277
내가그애의글을만지듯이279
모두겨울에일어났다282
씨발진짜존나해내야돼285

2019
리튬은항상빼놓고먹는다291
여기서는여기서만가능한장면들이보여요293
음악296
없는편이더나을것이다297
아무튼,해내야지304
오늘-내일해야할일정리306
그래도독해지는게좋겠어308
복수와용서310
내가아들이될수없어서질투가났다311
엄마아들딸314
그러니까그건그사람의문제315
누구에게도진짜로원해지지않아서외롭다318
사천원을주웠다319
이런생각은병적이다321
쿠에타핀을장기복용하면당뇨에걸린다323
그러니까후리스같은건데327
씨발제발329
나는누구를위해서도슬퍼할권리가없다331
프리랜서가뭐하는직업인데?333
무감동하다334

2020
과로하고있다는것만인정하자337
제발아는척하지말아달라는것이다339
연숙아343
호수옆에살면언제든지344
괴상한,나만아는내가만든족보가생겼다347
이번에는자살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349
사실자주보지않으면될일이다353
마리가영구히침묵하는일이겁이난다358
칠일간의격리362
이렇게나피가느리게돌수가없다364
해머가잠들었다366
해머랑꼬박하루를같이있었다367
수액은오만원이었다371
지치고지겹다374
해머도이런식으로혐오하게될까376
이것은전부해머때문이고378
사랑에빠졌을때380
시계는움직이는데나는꿈쩍을못한다381
왜요?382
하느님,제가아무도안죽이게해주세요384
지금까지신림동르포였고요386
이게다예요,그냥393
그래도여자들은엄마랑은연락하게되어있어!394
반대로고통이몸을생산하는것이다396
여기서태어나여기서죽는사람도있다?397
하지만솔직해서뭘어디다쓰겠다는것일까?401
도대체너는이런극단적인방식이아니라면406

2021
인데놀을먹고이글을쓰고있다411
씨발지금쓰면서도존나막막하고고독한데418
사람을구하는것은사람이아니다423
해머는사랑스럽다431
끝이보이지를않는다432
해머와있으면서그어느때보다여자들을자주434
어떻게그모든씨발것들을겪고도계속해서,439
씨발당연히혼자해야지443
가을전어가먹고싶다446
이제이것에대해서는그만말하자450

작가의말453

출판사 서평

이연숙작가는2013년부터팟캐스트퀴어방송을100회이상진행하였으며2015년부터대중문화와시각예술에대한글을다양한지면에발표해왔다.또한기획/출판콜렉티브‘아그라파소사이어티(AgrafaSociety)’의일원으로서웹진‘세미나’(www.zineseminar.com)를공동으로기획,편집했고,프로젝트‘OFF’라는이름으로페미니즘강연과비평을공동기획했다.또한이연숙은2021년‘SeMA-하나평론상’을받으며한국미술계의발전을견인할젊은미술평론가로선정된바있다.이는서울시립미술관이하나금융그룹의후원으로격년제로시행하는국공립미술관최초평론상으로서자격제한없는공모제와공정한블라인드심사를원칙으로한다.이연숙은SeMA-하나평론상4회만에나온첫단독수상자로서글자체에내재된정동과감각적생동감,분석대상에깊이파고드는힘과글맛을자유자재로내는문장력이장점이라는평가를받으며세상의내장을두루어루만지는촉수가되기를기원한다(김영민)는심사평과함께학제간경계를가로지르는전방위적비평가로성장할수있으리라는기대(문혜진)를한몸에받았다.이후비평가이연숙은SeMA비평연구프로젝트의일환으로펴낸첫책『진격하는저급들』에서퀴어한삶에서서로경합하는저급한것들이어떻게정치적이고급진적일수있는지물었다.이연숙은해당책에서‘퀴어’라는개념이최소한문화예술계에서‘킨키한kinky’같은용례혹은‘성적소수자’와동의어로사용되는문제를지적하며퀴어는다양한성적정체성을아우르는우산개념으로서의의미를초과함을이야기한다.‘그런식으로살지않을수없는’스스로실패하기도전에‘실패가당신을선택하는’패배자,‘정상사회’라고하는내부를구성하기위한‘평균미만에존재하는실패자로서의퀴어’들과정답없는질문들을나눈소중한비평적지향점을첫책에담은셈이다.

『여기서는여기서만가능한』은그러한반복되는‘실패’의생채기가혼란스럽게쌓여있는수다스러운더미들로보인다.그것들은바라보는눈을믿을수없게만드는표면이면서내부인것들이자추해지는것에도실패한분해되다가만것들,뒤집히고도또뒤집혀서완전히알아볼수없게된,그러나여전히나를거슬리게하고동시에매혹하는침묵에가까운거짓말들(180쪽)이다.이연숙은일기가허용하는순진함을극한까지밀어붙여이용하는동시에공들여닦아낸비평적렌즈로자신이처한상황과위치,조건을쓰기라는행위로물질화하는데성공한다.“그런거는저를한번도도와준적없었(266쪽)던‘희망’”.“희망없이대가없이자신만의왕국을건설하고또파괴하는일을반복”(341쪽)할뿐인이일기라는운동장에서무엇이적혀져야하는것이며써야만하는것인가.작가가본문에서언급하는감독보리스레만의작업방식이어쩌면이빽빽한밀도의일기작업에대한힌트가될지도모르겠다.작가에게‘오늘’은시나리오도스크립트를준비하지않고찍기시작한영화와같다(「저는찍었고,그래서존재했습니다」).이연숙은감독이자배우로매일주어지는하루라는스크린에출연하는셈이다.동시에그는자신이보고있는장면에서의미를찾아내야하는관객들의시선을통해스크린에서탈출하려한다.그과정에서발휘되는것은작가이연숙의고도로훈련된문장력이다.시라고불러도무방할독창적인리듬감,맥락사이로미끄러지는몸을언어의표면에붙들어내려는영리한시도들은저자와독자사이에우스꽝스러운‘창상創傷’을만든다.“마치조금만더바짝끌어안는다면우리가서로에게흡수될것처럼”(440쪽)어느새읽는이의자리에서내구멍을응시하는발화자의자리로슬쩍이동하게되는이놀라운텍스트의멜랑콜리에당신의이름을기입할차례다.“이렇게쓰면서,쓰는동안에,나는이런일들이글자로적힐수있을만큼의일,아무것도아닌일이라는걸확인한다.그러고는안심한다.”(449쪽)

작가의말

이책은2016년부터2021년까지블로그와메모장에쓴일기중일부를모으고다듬은결과물이다.나는살기위해서일기를썼다.일기가나를살렸다.책에등장하는많은이름들역시마찬가지다.나와관계를맺어주어서,나를견뎌주어서고맙다.특히말그대로나를먹여주고재워준마리,언니,진진,해머,Y선생님,J선생님께감사한다.

2024년봄
이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