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밤 (양장)

성적인 밤 (양장)

$28.37
Description
“내가 수태되었던 밤, 나는 거기 없었다.
당신보다 앞서 있는 날을 목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파스칼 키냐르를 사로잡은 매혹,
황홀경을 일으키는 아득한 밤의 그림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2007년 ‘성적인 밤’이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내놓는다. 가로가 긴, 양장본의 두꺼운 책을 채운 검은 빛깔의 종이 위로는 마치 어둠 속 유령처럼 수많은 그림들이 나타난다. 거의 200개에 달하는 도판은 미켈란젤로, 코레조, 루벤스, 렘브란트, 마그리트, 피카소, 호퍼 등 위대한 서양화가들의 작품부터 신윤복, 우타마로, 석도 등 동양 대가들의 작품까지 동서를 가로지르고 고금을 관통한다. 화법도, 시대도 다른 이 그림들을 묶어주는 것은 에로티시즘이라는 테마. 키냐르는 하나의 장마다 유사한 모티프로 묶이는 그림을 배치하고 다섯 쪽이 넘지 않는 짧은 단상들을 때로는 그림 곁에서, 때로는 그림으로부터 벗어나며 이어간다.

저자

파스칼키냐르

저자:파스칼키냐르
1948년프랑스노르망디지방의외르에서태어났다.음악가아버지와언어학자어머니의영향을받아어린시절부터다양한악기와5개국어를익혔다.이시절두차례실어증을동반한자폐증을앓았는데이경험은그의작품세계에큰영향을미치게된다.1968년낭테르대학에서에마뉘엘레비나스의지도아래철학을공부했다.1990년까지갈리마르출판사의기획위원과사무국장을역임하며소설『세상의모든아침』을쓰는등작가활동을병행했으나1994년,“구속에서벗어나고독할때더행복하다”며모든사회적직책을내려놓고집필활동에전념한다.1997년심장발작으로죽음의문턱까지갔다가돌아온후단상과이야기,논증,설화등으로이루어진마지막왕국시리즈의첫작품『은밀한생』을발표한다.2002년에는『떠도는그림자들』로공쿠르상을수상했다.
탈장르적인글쓰기를구사하는키냐르는자신의문학안에회화,음악,춤등다른예술장르를끌어들인다.특히회화에대한키냐르의관심은“사유를어떻게형상화할것인가”라는그에게는가장근원적일질문으로귀결된다.관련하여17세기판화가의삶을그린소설『로마의테라스』,조르주드라투르의회화를다룬산문『조르주드라투르』등을발표했다.이외에도다양한화가,판화가와협업하여다수의책을출간하였다.

역자:류재화
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파리소르본누벨대학에서파스칼키냐르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고려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철학아카데미등에서프랑스문학및프랑스역사와문화,번역학을강의하고있다.옮긴책으로파스칼키냐르의『심연들』『세상의모든아침』『파스칼키냐르의말』,클로드레비스트로스의『달의이면』『오늘날의토테미즘』『레비스트로스의인류학강의』『보다듣다읽다』,발자크의『공무원생리학』『기자생리학』,모리스블랑쇼의『우정』등이있다.최근『르코르뷔지에,콘크리트배를만나다』『꿀벌은인간보다강하다』를번역출간했다.

목차


머리말─11
디도와아이네이아스─25
비가시적장면─31
롯과그의딸들─39
노아와그의아들들─47
놀리메탄게레─55
마리마들렌─63
닉스와녹스─71
잠과꿈─81
라스코─88
골고다─95
성아우구스티누스와데시데리오─101
지옥들─109
야수들─117
사투르누스─135
관음증─147
악타이온과디아나─161
마르스와베누스─167
바우보와데메테르─175
프랑스적장면─185
중국의원초적장면─195
세계의기원─199
회화의기원─223
에로스와프시케─233
레안드로스와헤로─239
최후의상─247
제4의밤─255
에스토에스로케아이─263
도판목록─275
옮긴이의말─281

출판사 서평

“내가수태되었던밤,나는거기없었다.
당신보다앞서있는날을목도할수는없는일이다.”
파스칼키냐르를사로잡은매혹,
황홀경을일으키는아득한밤의그림들

프랑스작가파스칼키냐르는2007년‘성적인밤’이라는제목의책한권을내놓는다.가로가긴,양장본의두꺼운책을채운검은빛깔의종이위로는마치어둠속유령처럼수많은그림들이나타난다.거의200개에달하는도판은미켈란젤로,코레조,루벤스,렘브란트,마그리트,피카소,호퍼등위대한서양화가들의작품부터신윤복,우타마로,석도등동양대가들의작품까지동서를가로지르고고금을관통한다.화법도,시대도다른이그림들을묶어주는것은에로티시즘이라는테마.키냐르는하나의장마다유사한모티프로묶이는그림을배치하고다섯쪽이넘지않는짧은단상들을때로는그림곁에서,때로는그림으로부터벗어나며이어간다.

소설『로마의테라스』를통해회화장르를,산문『섹스와공포』를통해로마의성(姓)문화를탐구한바있는키냐르는이책에서평생수집한이그림들을섬세히묶고또배치하는데이자체가하나의서사를만들어내는듯하다.1장‘디도와아이네이아스’의그림은디도와아이네이아스가사랑을나누는순간,아이네이아스앞에횃불을밝히고있는어린아이를,그어린아이의언어적불능을상기한다.이어린아이는차츰차츰그리스신화속신과영웅들(‘악테온과다이아나’‘마르스와비너스’‘에로스와프시케’등),성서의인물들(‘롯과그의딸들’‘노아와그의딸들’‘마리아막달레나’등)으로형상화되며다양한성적욕망을비추고는후반부장‘최후의상’‘제4의밤’에이르러서는죽음을그리며사라진다.
이들그림과동행하는키냐르의글은단순히그림의시종이되기를거부하고그그림이촉발하는또다른이미지를그려나간다.예컨대연인이각자얼굴에베일을쓰고키스를하고있는모습을그린마그리트의<연인들>도판과이웃한키냐르의글은이그림에대해별다른언급도,설명도하지않는다.다만성차(性差)가유발하는절대적인이해불가능성에대해탐구할뿐이다(“우리각자는다른성기를소유함으로써만유발되는성적체위,육체적생활,심리적태도등을영원히알수없을것이다”).
이책에서키냐르의관심은에로티시즘그너머로확장된다.이에대해서는‘잠과꿈’‘골고다’‘지옥들’‘세계의기원’‘회화의기원’등과같은장제목을눈여겨볼만하다.특히키냐르는자신만의독특한회화론을전개한다.키냐르는프리드리히그림에서나타나는절대적고독을호퍼의그림속‘오브제없음’과연관지으며이들이형상화하는‘비가시적세계’의정체를탐구한다.

키냐르는가시적인것을만드는회화예술의근원에비가시적인것이있으며,이비가시적인것이화가로하여금그림을그리게추동한다고말한다.이런점에서키냐르는(그자체로는볼수없는것인)어떤‘영감’을그림으로표현하려는현대의화가와환각을그대로동굴에그리려고했던구석기시대사람들을동일시한다.
가시적인것너머의비가시적인것,회화장르에접목하는이구도를키냐르는그대로우리가사는세계에적용한다.그리고그중심에는에로티시즘이있다.왜냐하면우리를만든것은우리부모의성교행위인데우리는그때존재하지않았으므로그장면을결코볼수없기때문이다(“내가수태되었던밤,나는거기없었다.당신보다앞서있는날을목도할수는없는일이다.”『성적인밤』은이와같은문장으로시작한다).화가에게그랬듯이불능이모든인간에게꺼지지않는허기와욕망을자아낸다.
키냐르에게회화라는예술장르와에로티시즘은떼려야뗄수없는관계에있다.그리고『성적인밤』은이문제를집요하게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