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세월 (탁환호 장편소설)

엄마의 세월 (탁환호 장편소설)

$18.56
Description
“이거는 누구의 잘못도 아입니더.
시대가 우리를 이리 만든 깁니더.”
세계사에 유례 없는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대한민국의 모든 어버이들께 바칩니다.

지리산 산간마을에서 한창 연분홍빛 꿈을 꾸던 앳된 부부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굽이굽이 경호강 따라 흘러간 애달픈 사연.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갈등으로 세상이 갈라지고 분열되어 서로가 치고 박고 피를 흘려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는 모두 다 품어 안지 않을 수 없는 내 지아비와 자식새끼들의 일일 뿐이다.

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골짜기, 바깥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고 모든 것이 궁색해도 서로 돕고 화목하게 살고 있는 산촌 마을, 해방된 이듬해 꽃 피고 새 우는 봄날 시집 간 복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혼미하여 꿈속에서 꽃구름을 탄 것 같다.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서 더덕도 캐고 영지버섯도 따면서 오순도순 신혼의 단꿈을 꾸던 부부에게, 그리고 또 바깥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고 모든 것이 궁색해도 서로 돕고 화목하게 살고 있는 산골짜기 마을의 집집마다에도, 어느 날 갑자기 역사의 피바람이 불어닥쳐 운명의 담금질을 시작한다.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토속적이고 구수한 사투리로 그려낸 한민족 고유의 풍습과 전통, 경이로운 자연의 변화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 정치적 격변의 소용돌이에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비애…. 지구촌 북동쪽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한반도에서 백 년 동안 벌어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한 편의 소설 속에 농축하여 풀어냈다.
저자

탁환호

저자:탁환호
경남진주에서태어나33년동안공직생활을하였다.산천이아름다운전형적인시골마을의집에서산길을20여리나걸어도시에있는학교에다녀야했던그때그시절사시사철변하는자연의신비함과경이로움이인생의배경화면으로자리잡았다.
지리산산간마을에서한창연분홍꿈을꾸던앳된부부에게닥친파란만장한인생이야기는,8.15해방과6.25전쟁,4.19혁명,5.16혁명,조국의산업화와근대화,현대화로이어지는한민족100년의아픈역사를가슴에새기게한다.세계사에서유례를찾아보기어려운역동적변화와발전을한세대안에겪은대한민국어버이들의초상을한권의장편소설에담아냈다는평가를받을만하다.

목차

작가의말
1.산새도슬피울고
2.8.15해방
3.복사꽃이피던날
4.화혼(華婚)의꽃구름
5.시집가는날
6.서방님따라강물따라
7.꿈같은세월
8.오봉리의여름밤
9.계남리(桂南里)의통곡
10.오봉리의새싹
11.광란의지리산
12.복자의쓸쓸한귀향
13.6.25전쟁발발(勃發)
14.암흑의계남리
15.경호강아,잘있거라!
16.삼팔선을넘었다가다시남으로
17.단장(斷腸)의지리산
18.중동부전선의격전(激戰)
19.반가운군사우편
20.울다지친오봉리
21.지리산빨치산토벌작전
22.친구들의운명!
23.대한민국일등중사장강호,호국의별이되다
24.꿈에본내남편
25.우리아들은죽지않았다
26.휴전은되었건만!
27.처량한기러기울음소리
28.오봉리에봄은왔건만!
29.왕등재에까마귀울음소리가!
30.오봉리의겨울은너무추웠다
31.꽃은피고지고
32.5.16군사혁명
33.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
34.길고도무서웠던오봉리의밤
35.부산사나이영복이
36.복자의고생은헛되지않았다
37.기지개를켜는대한민국
38.영복이의결혼
39.광풍속의대한민국
40.그리움은가슴마다!
41.새천년을맞은대한민국
42.아이구!세상에길녀야!
43.오봉리밤하늘에솟은혼불,어디로가는가?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우리가속해있는우주에는태양을중심으로9개의행성이있다.그중세번째행성이지구다.지구상에는200여개의나라가있는데,우리나라는아시아대륙의북동쪽에위치하고있다.호랑이같기도하고토끼같기도한,이조그마한나라에7,700만여명의사람이살고있다.그것도남북으로갈라진채.서쪽과북쪽에는중국과러시아가우리를노려보고,동남쪽에는일본이라는나라가이나라를얕보고있다.이런지정학적인구도에서북한이라는또다른적성국가가70년째우리대한민국을위협하고있는형국이다.
반만년의역사를돌이켜보면우리민족은한많은민족이다.단군이래수천년동안그얼마나많은외침을받았던가!그야말로민족의맥은풍전등화와흥망성쇠의바퀴에서벗어날줄을몰랐다.모질고긴세월이흘러마침내21세기를맞이하였다.이젠세계10대경제대국의반열에올랐으니이얼마나위대한민족이냐!
지난세월옛시인의말대로소쩍새가그렇게도모질게울더니이제야한송이의국화꽃이피었으니참으로꿈같은현실이다.그러나과거없는현재가없듯이,불과70여년전한반도에는동족상잔이라는피바람이삼천리강산을휘몰아쳤다.이로인하여백만이넘는사상자가발생하였으며,천만의이산가족과수많은문화재가포화에사라져갔다.
한반도남쪽의지리산산간마을도전쟁의참화를피해가지못했다.이곳에서한창연분홍빛꿈을꾸며행복한노래를부르던앳된부부의인생이한많은역사속으로사라져가고말았으니,이얼마나애달프고슬픈인생사인가!자,이제70여년전그한많은인생의뒤안길을경호강(鏡湖江)을따라거슬러가보자!

추천사

소설속에서엄마는무대의전면에나서지않으면서도가족의삶을떠받쳐주는위대한자연의힘처럼작용한다.말없이생명을노래하고자신을아낌없이내어주는대자연의아름다움이내고향풍경처럼실감나게그려져있어,쓸데없이분란만야기하면서민초들을희생자로몰아넣는정치사에대비되어심장한비극미를자아내면서상생과공존의미래세상을꿈꾸고모색하게한다.
―유영일(수필가,번역가)

책속에서

태평양전쟁을일으킨일본은1941년후반부터정신대란미명아래일본군위안부를강제동원하기위하여전국을훑고있었다.…복자도낮에는집뒤대밭굴에서하루를보내는일이거의일과처럼되었다.면에서사람이나오면어머니는딸이병을고치러멀리피접(避接)갔다고둘러대며굴밖을절대로나오지못하게하였다.장성한자식을가진부모들은마을입구고갯길에낯선사람그림자만나타나도비상이걸렸다.

신랑이복자머리위에족두리를벗겨방한쪽에내려놓고신부를살며시끌어안으며촛불을끈다.복자는난생처음사내의품에안기니가슴이두근거리고정신이혼미하여꿈속에서꽃구름을탄것같았다.신랑의입술이술냄새를풍기며복자의귀에서입으로내려왔다.복자는온몸이찌릿찌릿하고전신에힘이빠져금침위에드러누워버렸다.상체가허전해지는것을어렴풋이느꼈다.
그런데이때,갑자기조용하던바깥에서문창호지가뚫리고,여자들의웃음소리가들리는가싶더니,문앞에세워둔병풍이신랑신부를덮쳤다.누군가가밖에서막대기를밀어넣은모양이다.
“엄마야!이무슨난리고.”

“뭣이라!아이고우짜꼬!부처님!삼신할매요!하느님!참말로고맙고감사합니데이!지성이면감천이라진짜로우리집에경사가났네!지화자좋구나.”
시어머니는며느리의임신소식에정신을못차리고방안에서쏜살같이청마루로뛰어나왔다.

“이거는누구의잘못도아입니더.시대가우리를이리만든깁니더.”

“몇안되는우리친구가와이리운명이바뀌어서로총부리를겨누어야되는지참말로얄궂은세상이다.”

정태는태산이에게현재전황을상세하고도쉽게설명해주었다.태산이는한동안멍한채말이없었다.여태까지많은사람을죽였으며남조선을해방하여오로지무산대중이잘산다는사회주의건설을위하여가족도친구도고향도버리고여기까지왔는데,이젠희망이서서히사라지면서자칫하면패잔병으로몰려인생에종지부를찍게될지도모른다는절망감에,태산이는떨리는손으로정태에게담배를구걸했다.
“정태야!니나내나여기서인생이끝나는것아이가?”
강호는참호속에서잠시자기모습을바라보았다.색이바랜군복은군데군데해져있고,군화는황토가떡같이달라붙어엿장수신발같고,머리와수염은산도둑인지부랑자인지군인과는거리가멀다.몸에서는식초냄새가풀풀풍기고M1소총을움켜쥔손등에는때와상처가구분이안되고있다.그래도옆에있는전우가하품을하니이빨은하얗게보인다.

“행님!이모든비극이시대를잘못타고난우리의운명아입니꺼!지금와서누구를원망할낍니꺼!앞으로우리의후대에는이런가슴아픈전쟁이절대로일어나서는안될낍니더.”
“그래!동생말이맞다.백년도못사는인생이천년의한을안고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