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기억 :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소설

여자아이 기억 :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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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가 2016년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가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쓰려고 했지만, 매번 실패했던, 그러나 마침내 완성한 작품
* 노벨상 수상 이후 국내에 소개되는 작가의 첫 번째 신작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2016년 작품, 『여자아이 기억』이 소설가 백수린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자신의 삶을 이용해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든다고 강조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 속에서도 ‘기억 속 사건’으로만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을 담았다. 1958년, 열여덟 살의 나이로 겪은 남성과의 첫 경험은 아니 에르노에게 오랜 세월 써야만 했고 쓸 수 없었던 미완의 프로젝트였다. 무려 60년 가까이 흐른 2016년, 20년 동안 수차례 펜을 꺾고 다시 쥔 끝에 출간된 『여자아이 기억』은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완성한 아니 에르노의 새로운 대표작이다.

인생의 한 시기에, 사랑을 알고 싶고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했던 여자아이에게 쏟아진 수치심과 모멸, 그리고 그날의 사건이 가져온 파장들. 대상이 되어버린 삶의 주체성을 다시 회복하기까지의 지난한 분투. 글쓰기를 통해 잔혹한 사건을 해체하고 그 본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집요함과 대범함. 『여자아이 기억』을 읽으며 우리는 개인의 기억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기억은 개인의 기억이자 책을 읽는 독자의 기억이 되며 우리의 상처를 환기한다. 한번쯤 1958년의 그 여자아이였던 우리는 책을 읽으며 과거의 그날을 들여다보고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마침내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닌 무시무시한 현실성과 몇 년이 흐른 후 그 벌어진 일이 띠게 될 기묘한 비현실성 사이의 심연을 탐색할 것.’ (본문에서)

저자

아니에르노

1940년9월1일프랑스릴본에서태어나노르망디이브토에서성장했다.프랑스작가이자문학교수이다.루앙대학교에서문학을공부한뒤중등학교교사,대학교원등의자리를거쳐문학교수자격을획득했다.자전적요소가강한그녀의작품들은사회학과밀접한관계를이루고있다.유년시절과청소년기를노르망디의소읍이브토Yvetot에서보냈고,노동자에서소상인이된부모를둔소박한가정에서태어났다....

출판사 서평

언제나일기속문장들엔‘S의여자아이’나‘1958년여자아이’에대한암시들이있었다.20년동안,나는책을쓰려는내계획속에‘58’이라는숫자를적는다.그건여전히쓰지못한책이다.언제나뒤로미뤄진.차마형언할수없는구멍.

2022년노벨상수상작가아니에르노의2016년작품,『여자아이기억』이소설가백수린의번역으로출간되었다.1958년열여덟살의여름에벌어진이해할수없는어떤사건과그사건이불러온파장들을작가는끈질기게추적한다.1958년에서1960년까지2년의시간이자신을작가로만들었다고스스로일기에서언급할정도로이사건은작가로서의아니에르노의삶에강렬한흔적을남겼다.

1958년여름,열여덟살여자아이는처음으로부모의울타리를떠나자유를맛본다.방학캠프의지도강사로참여하게된것이다.마침내부모님의감시망을벗어났다는해방감을느끼며갑자기어른이된듯잡지와소설속에서만접한사랑을꿈꾸던여자아이는그곳에서자신의의사와는상관없이H라는대표지도강사와밤을보낸다.(H로시작하는남성의이름이몇있지만,H가프랑스어로남성을의미하는homme의머리글자라는점은의미심장하다.)그날이후여자아이는그와의관계가진정한사랑이라믿으며그날의사건을합리화하지만,그럴수록H를비롯한동료강사들로부터온갖수모와굴욕을당한다.그들은성별을막론하고그여자아이를대상화하며‘창녀’라고부르고‘그래도되는아이’라고여기며희롱한다.여자아이는영문을알지못한다.집안과학교의자랑거리였던그녀는왜하루아침에세상의멸시를받게된것일까.

아니에르노는아버지가어머니를죽이려는장면을목격하고느낀,부모와계급에대한‘1952년의수치심’을1997년작품『부끄러움』에서이야기했다.이는태어남과동시에자신의몸과마음에새겨진,떨칠수없는수치심이었다.반면,타인에의해각인된,‘1958년의수치심’으로일기장에명명했으며끊임없이되새겼던그날의이야기는우회하는방식으로이전책들속에살짝언급하거나회피해왔다.(앨범속사진을꺼내지난삶을반추한『세월』에서도작가는이사건을대수롭지않은암시로언급할뿐이다.)자신의삶에서가장큰‘사건’이었던불법임신중절시술에대해서는데뷔작인『빈옷장』의첫페이지부터,그리고2000년『사건』에서자기연민없는정확한언어로기술한작가이지만,‘1958년의수치심’에대해서는글쓰기계획에줄곧언급되어있었음에도,20년동안당당하게맞서지못했던것이다.

‘나역시그여자아이를잊고싶었다.정말로그녀를잊기를,그러니까그녀에대해서더이상쓰고싶은욕구를갖지않기를,그녀와그녀의욕망과광기,그녀의어리석음과오만,그녀의허기와말라버린피에대해써야만한다고더이상생각하지않기를.나는끝내그렇게되지못했다.’(본문에서)

“엄청난영광이자,막중한책임감을느낀다.”

잊고싶었다고작가는말한다.그여자아이에대해글을쓰고싶다는욕구를떨쳐버리려고노력도했다.그럼에도마침내그날의기억에맞설수있었던원동력은‘그여자아이를기억하는유일한사람인자신이그이야기를쓰지않고죽을수없다’는작가로서의결연한의지였다.당시유력한프랑스대선주자였던도미니크스트로스칸전IMF총재와영화감독로만폴란스키같은인사들의성폭력사건들이이글을끝맺게한또다른기폭제역할을했다고,작가는자신의글쓰기일지인『아틀리에누아』에서밝힌바있다.

아니에르노는2022년노벨문학상수상자선정이후인터뷰에서‘책임감’을느낀다는말로첫소감을말했다.자신이아니면결코쓸수없다는비장함으로작가는‘1958년여자아이’이자어쩌면우리모두의기억속에숨어있을수치스러운과거를조명한다.옮긴이백수린이말했듯,작가가‘그녀’라는3인칭대명사를사용해글을쓰는현재의‘나’와만남을시도하는것처럼독자역시그여자아이에게서우리자신을발견하고,어쩌면기억속자신을이해하고,위로받을지도모른다.

‘누구든안전하고완벽한자족의세계에서벗어나처음으로타자와대면하고,이해할수없으나내게강요된타자의법칙앞에압도되어자신을상실해본사람이라면,그리고상실의고통을이겨내고다시주체가되기위해분투해본경험이있는사람이라면,이여자아이에게서자신을발견할수있을테니.’(옮긴이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