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몰락

$17.00
Description
『몰락』은 가난을 딛고 막대한 부를 이룬 데이비드 골더의 이야기이다. 가난한 유대인으로 태어난 골더는 냉혹한 유럽 금융계를 누비며 마침내 성공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정작 늙고 병들었을 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가족의 마음은 오래전에 떠나버렸고, 그에게 버림받은 동업자는 자살했으며, 친구들은 등을 돌렸다. 마지막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긴 여행을 떠나는 골더의 뒷모습은 허무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인간의 탐욕과 고독, 몰락의 과정을 집요하게 좇는 이 작품이 스물여섯 살 젊은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출간 당시인 1926년에도,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이 충격적이다. 이렌 네미롭스키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소개해온 레모가 국내 초역으로 출간하는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다섯 번째 책이다.
저자

이렌네미롭스키

저자:이렌네미롭스키
1903년우크라이나키이우의부유한유대인집안에서태어났다.어린시절은불행하고외로웠다.금융가였던아버지는늘사업으로바빴고,어머니는어린네미롭스키를유모에게맡기고자신의삶을누렸다.이시절작가는절망에맞서기위해어머니에대한증오를키웠으며,이러한모녀관계는이후그녀의작품곳곳에드러난다.1917년러시아혁명이일어나자이렌과가족들은유대인박해를피해은둔생활을시작했고,결국러시아를떠난다.이후파리에정착한네미롭스키는소르본에서대학을다니며문학을공부하기시작한다.1923년에는첫작품『오해Lemalentendu』를익명으로발표했으며,1929년에는데뷔작이라할수있는『몰락DavidGolder』를발표해문단의호평을받고왕성한작품활동을이어간다.나치를피해파리를떠나프랑스중부의작은마을로피신하기두해전(1940년)에출간된『개와늑대』는이렌네미롭스키가생전에마지막으로발표한작품다.이작품에서작가는개인적인삶의경험과유대인으로서의뿌리를동시에탐구한다.1942년아우슈비츠로끌려가사망하기직전까지집필한미완의대작『프랑스풍조곡SuiteFrancaise』이2004년에비로소빛을보면서르노도상을수상하였다.이는르노도상제정이후최초로작가의사후에수여된것이다.『프랑스풍조곡』의성공이계기가되어작가의다른작품들역시활발히재조명되었는데,그중에서도『개와늑대』가크게주목받았다.작가자신의치열한탐구였던이작품이후세의독자에게는작가를재발견하게하는선물이된것이다.다른대표작으로『데이비드골더』,「무도회」,『제자벨Jezabel』,『프랑스풍조곡』등이있다.

역자:김계영
한국외국어대학교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파리소르본대학교에서18세기프랑스문학과디드로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프랑스문학과문화,서양근현대문학에대한강의를계속하며문학과예술전반에대한연구와번역작업을병행하고있다.지은책으로『청소년을위한서양문학사』(상,하)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얼어붙은여자』(공역),『인생은너무도느리고희망은너무도난폭해』,『모차르트는여성이었다』(공역),『앨리스』,『보바리』(공역),『달랑베르의꿈』,『사랑에빠진악마』,『불쾌한이야기』,『마르셀뒤샹』(공역),『키는권력이다』,『르몽드환경아틀라스』,『르몽드세계사』등이있다.

목차

편집자의말7
몰락13

출판사 서평

인간은어떻게모든것을얻고모든것을잃는가
문학으로절망에맞선작가이렌네미롭스키의눈부신데뷔작

『몰락』은가난을딛고막대한부를이룬데이비드골더의이야기이다.가난한유대인으로태어난골더는냉혹한유럽금융계를누비며마침내성공을거머쥐었다.그러나정작늙고병들었을때그의곁에는아무도없다.가족의마음은오래전에떠나버렸고,그에게버림받은동업자는자살했으며,친구들은등을돌렸다.마지막거래를성사시키기위해쇠약해진몸을이끌고긴여행을떠나는골더의뒷모습은허무하고쓸쓸하기만하다.인간의탐욕과고독,몰락의과정을집요하게좇는이작품이스물여섯살젊은작가의데뷔작이라는사실은출간당시인1926년에도,그로부터100년가까이지난지금도한결같이충격적이다.이렌네미롭스키의작품세계를꾸준히소개해온레모가국내초역으로출간하는‘이렌네미롭스키선집’다섯번째책이다.

제대로살지못했으며죽을용기마저없었던
탐욕스러운인간의마지막나날

파산위기에몰려절박하게도움을청하는동업자‘마르쿠스’를매몰차게내치는‘데이비드골더’의모습으로소설은시작한다.얼마뒤마르쿠스가자살하자골더는그의장례식에참석한뒤가족이있는비아리츠로향하던중기차안에서심장발작을일으킨다.죽음의공포에시달린끝에가족을만나지만,그를맞이하는것은철저한무관심뿐이다.아내글로리아는남편의건강보다그가돈을계속벌수있을지에만관심을두고,딸조이스는그를돈줄로만여긴다.역경을딛고자수성가한그이지만,자기자신은물론주변을짓밟고세운그의제국은삽시간에허물어지고있었다.마지막으로크게한탕을잡겠다며쇠약한몸을끌고소비에트로향하는골더.돈과욕망으로지탱해온삶의끝에서그는구원받을수있을까.

『몰락』은황금이인간의삶을형성하고동시에파괴하는과정을가차없이조명한다.‘골더(Golder)’라는이름그대로‘황금을좇는자’로헐떡이며달려왔지만,병들고쇠약해져돈을벌지못하게되자모두에게버림받고무너져간다.남편의돈에의존하면서도정서적으로는완전히단절된글로리아와부를끝없이탕진하는데에정신이팔린조이스의모습은그의부가가정을결속시키는대신관계를왜곡시켰음을보여준다.이처럼공허하고기만적인인간관계는골더의최후를더욱비참하게만든다.제대로사는법을알지못했고죽음앞에서도용기를내지못하는골더는돈으로모든것을해결하려할뿐이다.인간의어둠을파헤치는,군더더기없으면서도간결한네미롭스키의문체는발자크의리얼리즘과에밀졸라의자연주의적냉혹함을닮아있다.부(富)가인간을구원할수있을까.스물여섯살젊은네미롭스키가던지는질문은100년이지난지금도여전히유효하다.

광기의1920년대
대공황직전의욕망을비추는차가운거울

이렌네미롭스키는1903년우크라이나키이우의부유한유대인집안에서태어났다.1917년볼셰비키혁명후아버지의목에현상금이걸리자핀란드와스웨덴등지로도피했고,1918년프랑스파리에정착했다.소르본대학에서공부하며열여덟살부터글을쓰기시작했다.‘피에르네르세이’라는필명으로짧은소설들을신문에기고하던네미롭스키는첫장편소설을투고하는데,보내는사람항목에남편의성인‘엡스타인(Epstein)’이라고만적어서보냈다.소설에매료된그라세출판사의대표가신문에광고까지내서미지의젊은작가를찾아냈다는소식은프랑스출판계를떠들썩하게만들기충분했다.이렇게출간된데뷔작이바로『몰락』이다.프랑스문학계의주목을받으며1930년대를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한네미롭스키는아우슈비츠로끌려가살해되기직전까지왕성한창작욕을불태우며글을썼다.

한인간이거둔부와성공은결국그에게무엇을남기는가.『몰락』의주제는네미롭스키스스로끊임없이던진질문이기도했다.유대인사업가들이벌이는피도눈물도없는거래와부유층의공허한사치를목격하며성장한작가는아버지에대한환멸과어머니를향한증오에맞서는방법으로글쓰기를선택했다.그러나작가의개인적인감정만이소설의모티프가된것은아니다.『몰락』은경제적번영을누리던1920년대말의유럽사회,특히프랑스자본주의의냉혹한현실을생생하게담아냈다.부를축적하면서도사회적으로는배척받던유대인금융가들과기업가들의모습은골더의모습과정확하게겹쳐진다.대공황직전의불안정한경제상황속에서불안한번영을구가한끝에사회적,경제적몰락을맞는인물들의모습은투기적경제와그한계를상징적으로보여준다.

프랑스로망명한네미롭스키는프랑스어로글을쓰며문학적정체성을확립했고,유대인사회의허위의식과도덕적타락을내부에서경험하며비판적으로바라보게되었다.다양한인간군상을세밀하게그려온작가답게데뷔작인『몰락』에서도치밀한인물묘사가돋보이는데,탐욕스럽고타락한작중유대인들의모습은반유대주의논란을불러일으키기까지했다.그러나자본에대한맹신이모든감정을대체한나머지가족과전통에대한애정마저잃어버린이들역시자본주의에희생된존재임을네미롭스키는일찍이간파하고있었다.병자를앞에두고도셈을하는글로리아의모습에서는떨치지못한빈곤의공포가묻어나고,돈을사랑받음의조건으로학습하며성장한조이스역시타락말고는다른길이없어보인다.그러나마지막순간골더가떠올린것은어린시절의추억과영원히잃어버린시간들이다.당신은무엇을위해살고있는가?자본주의논리에철저히따랐음에도결국몰락하는데이비드골더가지금우리에게묻고있다.

편집자의말

『몰락』은독자를여러번놀라게한다.욕망의종합선물세트같은데이비드골더의마지막헐떡임을좇는이소설이스물여섯살작가의데뷔작이라는사실부터그렇다.하지만더욱놀라운것은,이렌네미롭스키가던진질문들이100년이흐른지금도생생히유효하다는점이다.“부자되세요!”라는말이복음이자덕담이던시대를기억한다.때때로우리는그시절을지나왔다고,이제다른가치를돌아볼수있게되었다고믿기도했다.그러나주변을둘러보면우리는여전히같은자리를맴도는것같다.당연한일인지도모른다.당신은무엇을위해살아가느냐고,이길의끝은어디로이어지느냐고묻지않는사회를우리는살아가고있으니까.이질문에서눈을돌리지않으려는당신과함께『몰락』을읽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