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났다

나는 태어났다

$18.00
저자

조르주페렉

저자:조르주페렉
1936년파리에서태어났다.페렉의부모는프랑스로이주한폴란드계유대인이었다.아버지는제2차세계대전에참전해1940년전사했고,어머니는1943년아우슈비츠에서사망한것으로추정된다.어린시절겪은부모와의이별,특히무덤조차없는어머니의죽음은페렉의삶과글쓰기에깊은흔적을남겼다.
고등학생때부터작가가되겠다고결심한페렉은서평을기고하며습작활동을시작했다.1957년부터1960년까지여러제목과형태를거쳐첫장편소설『용병대장』을완성했지만,이작품은출간을거절당했다.이후페렉은1965년『사물들』로르노도상을수상하며화려하게문단에데뷔한다.
1967년에는레이몽크노가주도한문학실험그룹‘울리포(Oulipo,잠재적문학실험실)’에가입하여‘형식적제약을따르는글쓰기’라는특유의작품세계를구축했다.작가스스로‘자전적인요소’와‘형식적제약’이자신의거의모든작품의토대를이룬다고밝힌바있다.
1978년출간한『인생사용법』으로메디치상을수상하며전업작가의길로들어섰으나,1982년45세의이른나이에폐암으로세상을떠났다.짧은생애동안십여편의작품을남겼으며,『잠자는남자』처럼자신의작품을직접영화로만들거나시나리오작업에도참여하며전방위적인창작활동을펼쳤다.
작가사후흩어져있던원고들을모아여러편의유작이출간되었고,『나는태어났다』역시그렇게빛을본작품중하나이다.한편페렉이사라졌다고믿었던『용병대장』의타자원고는1990년대초발견되었고,작가사후30주년을기념하여2012년프랑스쇠유출판사에서출간되었다.
대표작으로는『사물들』,『W혹은유년의기억』,『인생사용법』등이있다.

역자:윤석헌
대학에서프랑스문학을공부했고,프랑스문학이좋아출판사까지냈다.다양한프랑스문학을국내에소개하려노력하고있다.옮긴책으로아니에르노의『사건』,『젊은남자』,호르헤셈프룬의『잘가거라,찬란한빛이여…』,델핀드비강의『충실한마음』,『고마운마음』,조르주페렉의『나는태어났다』,앙드레지드의『팔뤼드』,파트릭모디아노의『기억으로가는길』등이있다.

목차

서문6
나는태어났다13
가출의장소들20
낙하산강하39
클레버크롬53
모리스나도에게보낸편지56
가을의뇨키혹은나와관련된
몇가지질문에대한답변75
꿈과텍스트84
기억의작업89
‘엘리스섬’프로젝트설명106
어쨌든죽기전에해야만
할것같은몇가지115
옮긴이의말123
미주135
수록지면151

출판사 서평

20세기후반프랑스를대표하는작가조르주페렉의『나는태어났다』가개정판으로다시출간되었다.이번개정판에서는초판의번역을처음부터다시살피며미흡했던부분을다듬고,독자들이페렉의삶과작품세계를더깊이이해할수있도록필요한역주를보강했다.페렉의자전적글쓰기를조금더정확하게전하기위해문장하나하나를다시검토했다.

『나는태어났다』는페렉사후에‘자전적글쓰기’라는주제아래엮인책이다.메모,단편,연설,비평,편지,자화상,신문기사,인터뷰,서평,라디오방송원고등서로다른성격의글들이한권에모여있다.이다양한글들은페렉에게자전적글쓰기가얼마나중요한문제였는지를보여준다.그에게자서전은삶을시간순서대로정리하는일이아니었다.기억과망각을오가는작업이었고,정체성을탐색하는방식이었으며,말할수없는것의주변을맴도는우회적이고파편적인글쓰기였다.

페렉은자신을각기다른네개의밭을가는농부에비유하며,자신의작품들을‘사회학적’,‘자전적’,‘유희적’,‘소설적’글쓰기로나눈바있다.물론그는이러한분류가자의적일수밖에없음을알고있었다.그럼에도이구분은페렉문학을이해하는중요한실마리가된다.특히‘자전적요소’와‘제약contrainte’은그의글쓰기전체를떠받치는두축이다.페렉의작품에서형식은단순한장치가아니라,말하기어려운것을우회해서말하기위한방법이었다.

『나는태어났다』에실린글들은바로그자전적글쓰기의핵심으로독자를이끈다.「나는태어났다」,「모리스나도에게보내는편지」,「기억의작업」등은페렉의독특한자서전이라할수있는『W또는유년의기억』을이해하는중요한열쇠가된다.이글들을통해우리는페렉의작품에서기억이어떻게작동하는지,상실과공백이어떻게글쓰기의형식으로바뀌는지,그리고한작가가자신의기원을확인할수없음에도어떻게끈질기게자기자신에게다가가려했는지를살펴볼수있다.

『나는태어났다』는조르주페렉의글쓰기에이미매료된독자들에게는그의작품세계를다시읽는또하나의길을열어주고,아직페렉을깊이접하지못한독자들에게는그독창적인문학세계로들어가는좋은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첫문장
나는1936년3월7일태어났다.

문제는‘왜계속하나?’도아니고,‘왜나는계속할수없나?’도아니라,‘어떻게계속하나?’이다(세번째질문을통해서나는앞의질문들에대답해야할것이다).
---p.15

그는그사람에게말을할까,설명해볼까,잠시생각했다.하지만할말이하나도없었다.그는자신이온종일이순간을기다려왔음을깨달았다.누군가자신에게말을걸고,자신을바라보고,자신을데리러와주기를.
---p.25

20년이지나,그가떠올려보려했을때(20년이지나,내가떠올려보려했을때),처음에는모든것이불분명하고,뚜렷하지않았다.그러고나서세세한것들이하나씩떠올랐다.
---p.37

바로그순간선택의문제가제기됩니다.정확하게삶전체에대한질문입니다.제게는거의낯선것들을신뢰해야만한다는사실을바로그때알게됩니다.마지막이라는생각으로,내상황을완전하게책임져야만하는순간임을알게되지요.
---p.45

우리앞에는허공이있고,단번에몸을던져야합니다.단번에두려움을거부해야하고,단번에포기하기를거부해야합니다.그러고나서…그러고나서감행해야합니다
---pp.49-50

이책은헛된추적의흔적이고,그런추적에는진실을찾으려는글쓰기의과정이은연중에비친다.게임의규칙은아주단순하지만,실제시합은정말끔찍할정도로더복잡하다.
---p.55

그작업을통해장소들의나이듦과제글쓰기의나이듦,제추억의나이듦을동시에볼수있으리라생각합니다.되찾은시간은잃어버린시간과뒤섞이는셈이죠.시간은이프로젝트에달라붙어,그구조와제약을이룹니다.책은이제지나간시간의복원이아니라,흘러가는시간을측정합니다.
---pp.66-67

나는지나온길을따져볼수있나?언젠가내가실제로목표를세우기라도했다면,나는몇가지를완수했는가?지금나는예전에내가되고싶어했던나라고말할수있나?내가살고있는세계가내열망에부응하는지묻지는않겠다.아니라고대답하는순간,더앞으로나갔다는느낌을받지못할것이기에.그런데내가이세상에서끌어가는삶은내가원했던것에,내가기대했던것에부합하는가?
---p.79

나는(글쓰는시간을만들어보려는것을제외하고)글쓰기말고는아무것도하지않는다.다른것은할줄아는것이없다.다른것을배우고싶지도않았다.살기위해서글을쓰고,쓰기위해서산다.
---p.80

글쓰기는나를보호한다.내단어들과문장들,능숙하게연결된문단들,교묘하게계획된장章들로쌓아올린성벽아래서나는앞으로나아간다.나는재간이부족하지않다.나는여전히보호받을필요가있나?그런데만일방패가굴레가된다면?
---pp.82-83

꿈꾸는사람으로서의경험은의도와상관없이이런저런일을거치며유일한글쓰기의경험이되었다.그러니까새롭게드러난상징도,의미가넘쳐나는것도,진실의조명도아니었다.(더군다나이텍스트들의아주깊은밑바탕에지나온길이나더듬거렸던탐색이묘사되어있는것처럼보인다해도)오히려말이되어가는과정에서현기증을느꼈고,저절로생겨나는듯한텍스트에매혹되었다.
---p.86

사실제가글쓰기를통해도달하고자하는바는,이어린시절이제게되돌아오는방식입니다.항상더이상존재하지않는어떤것,즉어떤흔적처럼글쓰기속에한순간고정될수는있지만이미사라져버린어떤것과관련해서이루어집니다.현재가어떻게개입하는지는모르겠어요.
---pp.102-103

저는일체주의라부르고싶은어떤것이죠.별다른성과를내지는못했지만그이름만큼은제가아주좋아하는문학운동이지요.자기자신에서출발해타인에게로나아가는움직임말입니다.저는이것을공감이라고부릅니다.일종의투영이자,동시에호소인거죠!
---pp.104-105

내게엘리스섬은바로유배의장소,말하자면장소가부재하는장소,흩어지는장소이다.이런의미에서이장소는나와관련이있고,나를매혹하고,나를끌어들이고,내게질문한다
---p.110

이사소한불일치에,미미하지만집요하고,은밀하며,피할수없는감정이달라붙는다.내자신의어떤부분에대해어딘가이방인이라는감정,즉‘다르다’는감정인데,나는‘다른이들’과다르다기보다‘내종족’과훨씬다르다는것을느낀다.가령나는내부모가말했던언어로말하지않는다.나는부모님이갖고있었을어떤추억도공유할수없다.그들의것이었던무언가,그들을그들로존재하게했던무언가,즉그들의역사,문화,신앙,희망이내게전수되지않았다.
---p.112

내가엘리스섬에서찾으려했던것은,바로돌아갈수없는지점이라는이미지,극단적인단절의자각이다.내가질문하고,문제삼고,시험해보고싶었던것은,바로이비장소非場所,이부재,모든흔적과말,타자의추구가토대를두고있는이균열속에나자신의뿌리를내리는일이다.
---pp.1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