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라부르는이야기들은흔히순수하고따뜻한세계를떠올리게한다.그러나전해내려온초기전승을들춰보면,우리가알고있는부드러운이미지와는어울리지않는잔혹함과폭력,죽음과배신등인간본성의어두운측면을적나라하게드러내는장면들이반복적으로등장한다.이책에서소개하는열두편의원본동화들도오늘날대중이기억하는‘동심의문학’과는거리가먼세계를담고있다.
이러한원본이형성된배경은중세와근대초기유럽및우리나라의조선시대가공유한사회적불안,높은아동사망률,계층간폭력,여성의취약한사회적지위,공동체적훈육전통에서비롯된것으로전해진다.당시의동화는오늘날의‘아동용오락물’이아니라,삶의위험을서사로알려주고공동체규범을전달하기위한교육적장치로기능하였다.
〈헨젤과그레텔〉의버려진아이들,〈노간주나무〉의가정내살인,〈빨간구두〉의신체훼손,〈콩쥐팥쥐전〉의잔혹한응징등은모두그러한시대현실을반영하는것으로보인다.결국원본의잔혹성은단순한자극적요소가아니라,공동체의생존을위한도덕·금기(禁忌)·경고의메시지를서사형식으로전달하는문화적기제(機制)였다고해석할수있다.
이후19세기후반부터20세기에이르러,동화는아동을대상으로한‘가정용서사’로재편되기시작하였다.산업화와시민계급의성장,도덕적계몽을중시한교육관,기독교적온정주의,그리고출판시장의확대가순화판의등장을촉발한것이다.폭력과잔혹한장면은수위가낮아지거나삭제되고,결말은교훈적또는낙관적으로재구성되었다.〈인어공주〉의비극은사랑과희생의이야기로,〈성냥팔이소녀〉의절망은종교적위안으로,〈아기돼지삼형제〉의복수서사는노력과근면의메시지로바뀌었다.즉순화판의중심축은아동정서보호와도덕교육의균형에있었다.
이러한동화의원본과대중판의차이는크게네가지측면으로요약할수있다.
첫째,폭력성과죽음의처리방식이다르다.원본은죽음을포함한현실의위험을있는그대로보여주지만,대중판은장면을축소하거나상징적인묘사로대체한다.
둘째,가해(加害)나피해(被害)의구도가단순해진다.원본의인물들은종종잔혹한피해자이거나복합적성격을지니지만,대중판은‘착한인물’과‘악당’으로명확히구분되는경향을보인다.
셋째,도덕적결말의방향이달라진다.원본은때로잔혹한응징이나비극으로이야기를마무리하지만,대중판은용서,성장,행복한결말을선호한다.
넷째,사회적배경이약화되거나생략된다.원본이담았던빈곤·기근·여성억압과같은시대의구조적문제가대중판에서는거의드러나지않는다.
오늘우리가익히알고있던내용과는달리어둡고잔인해서불편한감정을불러일으키는,지난시대의동화원본을읽어야할필요성은무엇일까?
원본은한시대의현실을기록한문화사적자료로서가치가있으며,순화판이나대중판에가려진사회적구조와인간본성을해석하는데도움을준다.또한현대의독자에게는동화의서사구조와사회적변천을함께이해할수있는학습적·비평적관점을제공하며,창작이나교육이나연구등다양한분야에서재해석의기반을마련해준다.요컨대원본동화는단순한옛이야기가아니라,문화적원형(原型)의지도이자인간성의거울이라할수있다.단,원본의잔혹성만은당시의시대적맥락속에서읽고이해하는것이바람직하겠다.
따라서이책에서소개하는여러원전은단순한‘자극적이야기’가아니라,인간이오래도록겪어온두려움·소망·도덕의흔적이응축된문화적유산으로받아들여야할것이다.순화판이나대중판이주는따뜻한시선과원본이드러내는적나라한현실인식은서로배타적인것이아니므로,두버전의대비를통해우리는각시대상(時代相)을반영하는이야기의본래힘을더욱정확히파악할수있다.
이책은원본을있는그대로재현하는데목적을두되,독자가당시의문화와시대적맥락을함께살펴볼수있도록‘작품해설’을덧붙였다.원본을읽으면서현재의대중판
과견주어이해해보는일은단순한호기심을넘어,인간문화의형성과정을통찰하는하나의중요한경험이될것이라고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