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말들

그때 그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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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비평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느 때나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그때 그 말들]은 백지은 평론가의 평론에세이집으로, 42편의 평론과 시평(時評)이 실려 있다.

백지은 평론가는 읽는다. 김경욱과 김병운과 김봉곤, 김숨, 김중혁, 김초엽, 백민석, 백수린, 신해욱, 안보윤, 윤성희, 임성순, 임솔아, 장강명, 장혜령, 전하영, 정소현, 조우리의 소설을 읽고, 김미현의 문학평론집을, 허문영과 남다은의 영화비평집을 읽는다. 드라마(「질투」)도 읽고, 영화(「곡성」)도 읽는다. 예능 프로그램(「아육대」)도, 개그 프로그램(「코미디 빅리그」)도 읽는다. 「우남찬가」도 읽고, 밥 딜런(과 노벨문학상)도 읽는다. 그리고 또한 읽는다. ‘문단 내 성폭력 사건’과 ‘강남역 살인 사건’을, 행정자치부가 만든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읽는다. ‘개저씨’와 ‘헬조선’을 읽고, ‘구의역 참사 사건’과 안철수의 말을 읽고, 개그 프로그램 「아무 말 대잔치」와 박근혜의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읽는다. ‘가짜 뉴스’와 ‘팩트 체크’와 ‘인터넷에 떠도는 사과문 작성법’을 읽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새누리당의 선거 퍼포먼스, 교육부 정책 기획관 나모 씨의 ‘개돼지 발언’과 어버이연합과 최순실을 읽는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장 권한 대행 이정미 재판관의 주문과 ‘촛불집회’를 읽는다. 요컨대 백지은 평론가는 전방위적으로 이 세계의 ‘말들’을 읽는다. 그리고 비평을 쓴다.
그런데 백지은 평론가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읽고 쓰는가? 이유는 명백하다. “더 잘 경험”하기 위해서다. 백지은 평론가는 말한다. “읽기란 무엇보다도 텍스트-말을 경험하는 행위”다. 그리고 “비평은 다양한 관점의 체계 또는 다양한 해석의 공동체 중에서 선택을 하는 행위가 아니다. 비평의 의무는 경험이라는 개별적 지각, 즉 스타일의 자기 체험을 전개할 수 있는 지평을 (선택이 아니라) 발생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경험을 해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더 잘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고, 더 잘 생각하기 위해, 비평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느 때나,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백지은 평론가가 쓴 [그때 그 말들]은 지난 한때의 ‘말들’에 대한 단지 성실한 읽기가 아니라, 바로 ‘그때’ 자신이 그 ‘말들’을 하나하나의 사건으로 ‘경험’한 ‘지평’들을 ‘발생’시킨 결과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이 글쓰기/읽기의 수행으로 이루어진다고 하기보다 글쓰기가 삶의 수행 혹은 삶의 형식”이다. 그리고 “나의 글, 나의 이야기, 나의 쓰기란, ‘나에 대하여’ 쓴 것이 아니라 ‘내가’ 쓴 것이다.”
백지은 평론가가 “내가”를 꼭 묶어 적은 까닭은, 다시 말하는 셈이지만, 읽기와 쓰기의 주체를 재구성하거나 강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기와 쓰기를 통해 새삼 ‘발생’시켜야 할 ‘우리’의 경험의 지평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민중은 개돼지다.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된다”라는 어이없고 참담한 말을 들어야 했던 바로 ‘그때’, 그리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라는 말을 들으며 정말이지 어안이 벙벙해 있었던 바로 ‘그때’, 마침내는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문이 낭독되던 바로 ‘그때’, 잊을 수도 없으며 결코 잊어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이미 다시 반복되고 있는 ‘그때’ ‘그 말들’과 그 경험들의 “텍스트적 운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 말이다. 지금 당장 [그때 그 말들]을 읽어야 할 이유다.
저자

백지은

문학평론가.
비평집[독자시점][건너는걸음],비평에세이집[그때그말들]을썼다.

목차

005책머리에크릿세이(critssay)를향하여

제1부기어이,함께살자는말
015빌려온시간속에서
024우주의주인공이되느라-인본주의의위상1
030이토록유사한권리의징표-인본주의의위상2
035이후의인간을위하여-김숨의[나는염소가처음이야]로부터
047멜랑콜리사회학-안보윤의[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로부터
058더나은고통이있을까-정소현의[가해자들]로부터
064공생의밤

제2부모쪼록,우리를지키는말
075일탈이냐탈선이냐
079우연인가
083Yes는Yes,No는No
088죽어야사는남자
093이야기는계속되어야하는데
097지도말고의도
102너도꼭너를지켜
105추억이미래를향해야할때

제3부도무지,무지한무시의말
113무시와무지는하나
118‘오만하고무례하다?!’
123자기가오직자기여서는
128좋은게좋은것이가장나쁘다
133웃게해달라
138‘아무말’의해악
143문해력의기초
148팩트폭력체크
152최대한의지성과용기를

제4부어떤한국에서2015-2017
159말솜씨얘기가아니다
164위트앤시니컬
168절박쇼,최악(질)의공연
172누가개돼지냐
177계몽을해봅시다
181원래그런일은없다
185두자괴감과한탄
191비합리라는사악함
196촛불의‘의미’

제5부아무튼,읽는동안
203전염을위하여
214일인칭관찰자가하는소설
222최선의미래를기억하기
231불길의흔적을찾아라
236어떻게웃플것인가
244병든기억의구도(構圖/求道)
250영화인의세상
259심지와신뢰
266독자시대의문학과쓰는개인의형식

출판사 서평

[책머리에]

협소한영역에한정된읽고쓰는생활이지만,그미미한지속에서나는‘문체’라는말을‘문학’보다도더굳게붙잡은것같다.어떤초심처럼심중에두어져버린그것은,‘스타일’이라고바꿔말하든아니든,나의함의와타인의함의가일치하지않아상호오해를유발할때도적지않다.협소하지않은영역에서두루쓰이는단어이므로이단어를붙드는광범위한맥락에서나의함의는왜소하거나편향됐으나어떤핵심의겹침이감지되는한에서놓지않았다.내게서너무단단해져버렸을이말이,일상에뭉쳐진나의읽기를흔들어보는데도내게는필요했고또적절하다고오랫동안믿었다.느낌과상념이통과하는길에‘스타일의자기체험’이라는말외의것을불러내지못했다.더잘경험하려는시도의몇몇조각들을모아내놓으며이제는이말이내게서풀어지고흩어지기를소망한다.
경험이라고했지만대개세상의말(言)들주변에붙박이고마는일상의한계탓에나의쓰기는임의의문학텍스트로부터촉발되었거나특정시점의내가불쑥닿아버린텍스트에빚진행위가대부분이고,이책의절반이상도그결과물이다(제1부와제5부).바로그때만난그말들이아니었다면나는한편의글도쓰지못했을것이다.분량은절반이하지만목록의길이는한참긴다른절반쯤은세상의흔한말들에직면하여스스로‘텍스트적운동’의일부가되기를기도했던흔적들이다(제2,3,4부).세상돌아가는뉴스가불편하여견디기힘들었던특정시기의마인드가집중적으로드러난그글들이이책의또한표정이될것을생각하면어색해서죽을것같다.그때그말들과어느새5년여의시간적거리를두게된것도난감하다고만생각했는데,20대대선이후‘세상돌아가는뉴스로부터눈과귀를최대한차단하려애쓰는사람들’이늘어났다는이야기가들리는요즘,‘그때그말들’을환기하는어떤기분이난감함을뚫고흘러나와어색함을무릅쓰게만들었다.냉소인듯체념인듯‘역사는반복된다고했던가’라고중얼대는주위친구들에게같이푸념이라도하며이기분이더이상의좌절이나절망으로이어지지않도록힘내보자고말하고싶은심정으로지금이책을세상에밀어낸다.어떤항심으로밀고온나의글쓰기는,십수년전시작하는마음일때와지금도같은마음이라고느끼는것과는별개로‘스타일’이좀변했는지도모르겠다.읽기(크리틱)와쓰기(에세이)의동행에서발생했을그스타일을,읽기와쓰기에다충실하고픈바람을담아‘크릿세이’라고불러보기로한다.아무래도뚱해보일이책의표정을내가어떻게책임져줄수있을지는못내걱정이다.다만이제나는쓰기위한읽기가아닌읽기의수행성으로열린쓰기로써이표정을더자주지어보겠다고,그리하여내손끝에서‘크릿세이’도점점자연스러워지고부드러워지길바란다고,지금은그저이런다짐과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