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근방 가재골

가을 근방 가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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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두두물물(頭頭物物)이 제 나름 모두 속뜻이 있거니 두어라 적막도 하나의 소리이고 전언이니
[가을 근방 가재골]은 홍신선 시인의 열한 번째 신작 시집으로, 「이 낙화 세상을 만났으니」, 「도시농부」, 「가을 근방 가재골」 등 61편의 시가 실려 있다.

홍신선의 시집 [가을 근방 가재골]은 언젠가부터 두드러진 형세와 윤곽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불가(佛家)의 상상력이 그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적 성좌(Konstellation)의 빛살로 쏟아져 내린다. 아니, 세상의 온갖 사물들에 감춰진 광명변조(光明遍照)의 자취를 보고 듣고 어루만지려는 심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이는 “갖가지 자연현상들을 무슨 경전처럼 받들고 읽었다”라는 「시인의 말」에서부터 이미 엿보이거니와, 당대(唐代) 조사선(祖師禪) 어록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두두물물(頭頭物物)’, 그것에 주름진 “의미와 값”을 더불어 살고 있을 ‘가재골’에서의 마음 풍경은 이 시집 마디마디에 벼려진 ‘화화초초(花花草草)’의 만상을 낳는 이미지의 터전이자 동역학의 불꽃으로 깃든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자연 사물의 형상들은 단순한 시적 이미지를 넘어서, 불가의 사유와 교리들을 순도 높게 응축한 상호 반조(返照)의 별자리로 빛난다. 나아가 ‘법신불’을 이루는 저토록 비루한 동시에 고귀한 불성으로 에둘러진 ‘두두물물 화화초초’의 이미지들이란 최근 귀착한 ‘가재골’에서 시인이 그야말로 청정한 몸과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징표일 것이다. 아니, 불법(佛法)에 이르려는 간절한 그리움으로, 치성을 올리는 수도자처럼 살고 있기에 나타날 수 있었을 것이 자명하다. 어쩌면 시인은 백장 회해(百丈懷海) 선사 이래 조사선(祖師禪)의 승려들이 견지했던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 곧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 수행하는 평상선(平常禪)과 여래선(如來禪)을 주축으로 수행 체제를 확립한’ 이른바 ‘선농불교(先農佛敎)’의 계율을 ‘가재골’에서 더불어 사는 삶으로 몸소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상 이찬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홍신선

1944년경기도화성에서태어났다.
1965년[시문학]추천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서벽당집][겨울섬][삶,거듭살아도](선집)[우리이웃사람들][다시고향에서][황사바람속에서][자화상을위하여][우연을점찍다][홍신선시전집][마음經](연작시집)[삶의옹이][사람이사람에게](선집)[직박구리의봄노래][가을근방가재골],산문집[실과바늘의악장](공저)[품안으로날아드는새는잡지않는다][사랑이란이름의느티나무][말의결삶의결][장광설과후박나무가족],저서[현실과언어][우리문학의논쟁사][상상력과현실][한국근대문학이론의연구][한국시의논리][한국시와불교적상상력]을썼다.
서울예술대학,안동대학교,수원대학교,동국대학교교수를역임했다.
녹원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시협상,현대불교문학상,김달진문학상,김삿갓문학상,노작문학상,문덕수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매화곁에서-11
초열의나날들에서-12
이낙화세상을만났으니-14
봄비소리에는-16
가을새벽잠깨어보면-17
막돌도집이있다-18
내안의절집-19
송뢰를듣다-20
신우공이산-21
나의독도법-22
산역있는날-24
가을항아리-25
두어닢그늘을깔기까지는-26
블랙아웃에관하여-27
거미줄-28

제2부
터앝을읽다-31
도시농부-32
죄의빛깔-34
열매를솎으며-35
낙과를보며-36
숨어사는뜻은-37
처서뒤나그네들-38
가을근방가재골-40
눈개인아침-42
김장을하며-43
지는장미꽃앞에서-44
까치집겨울한채-45
늦가을잔디밭에서-46
호모사피엔스-47
내공명(功名)은-48

제3부
퇴락한꽃-51
도처가살만한세상이다-52
다시세상을품다-54
가을난민-55
코스모스꽃피다-56
촛불은어떻게꺼지는가-58
포장박스한장-60
가을기부천사-61
캐나다단풍나무-62
가을이붓한자루쥐고-63
가을하늘은-64
낙발한올-65
골깊은계곡엔-66
술래잡기-68
즐거운유희-69
대야미역대합실에는-70

제4부
어느것이본래면목인가-73
새벽고요는-74
절집의가을-75
몸,덧없는몸-76
삭발-77
낮달이뜨는방식-78
마음이짓는일들-80
갈대는왜웃는가-82
도깨비바늘을보며-84
적막과한때를-86
수선화는걸레질을한다-87
이른봄풀싹에는-88
소명(召命)-89
손에관한명상-90
Epitaph-91

해설이찬‘두두물물화화초초(頭頭物物花花草草)’와더불어사는일-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