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빠졌습니다 (이은기 시집)

하나가 빠졌습니다 (이은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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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파란시선 108권. 이은기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선유도 방향', '꽃도 없고 잎도 없는', '새로 돋은 풀들이 그때 그 모양으로 자라' 등 5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은기 시인은 1973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났고, 2018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저자

이은기

1973년경상북도성주에서태어났다.
2018년[영남일보]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하나가빠졌습니다]를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선유도방향-11
쇠난간의촉감으로-12
꽃도없고잎도없는-13
유월에당나귀는날씨가참좋다는말같은걸하고-14
새로돋은풀들이그때그모양으로자라-16
오후두시-18
마리-20
바다는보라고있는것-22
구름은보라고있는것-23
가방의미래-24
하나를보면두개를잊는버릇이남아-25
혼잣말은대화체로-26

제2부
그한낮이연못이라면-29
읽다만책-30
그림같은그림속의잔디밭에서-31
브로콜리들의숲-32
회전문-34
악어-36
현실적인밤-37
봄에들어와나가지못한햇빛이베란다에-38
삼단으로접히는자동우산-39
국립중앙박물관입구항아리에심어진대나무사이로난길에장갑한짝이떨어져-40
아무것도말해주지않는장면-42
뒤에오는것-43
연수동-44

제3부
파리공원-47
검은개는눈이검다-48
창고-50
버니슬로프-52
자막읽기-54
여름엔밤이더디게와-56
빛의간격-57
몬트리올을기다리는밤-58
의미있는일-59
지구가세탁기처럼돌아가는밤-60
회전교차로-61
포도-62

제4부
낮달-65
하나가빠졌습니다-66
일하는사람들-68
떨어진사과를-69
기대없이어제없이-70
의자-72
꽃과빙하-73
아름다운가게-74
기분이전부여서마음이놓였다-75
조문-76
낙하운동-78
재입장은불가합니다-79
읽다만책의마지막페이지-82

해설박동억위화감의시학-83

출판사 서평

어깨를만지고얼굴을쓰다듬고나면두손은더많은걸바라게된다

[하나가빠졌습니다]는이은기시인의첫번째신작시집으로,「선유도방향」,「꽃도없고잎도없는」,「새로돋은풀들이그때그모양으로자라」등50편의시가실려있다.이은기시인은1973년경상북도성주에서태어났고,2018년[영남일보]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시집[하나가빠졌습니다]를썼다.

일반적으로한편의시를길어올리는원동력은하나의근원적인감정이기마련이다.이은기시인의시를이루는서정은텅빈마음일지도모르겠다.조심스럽게그마음의이면을들여다본다면[하나가빠졌습니다]에서마음은발설되지않는침묵이거나미리죽음을각오하는불안의식이라고할수도있을것이다.이시집의모든진술은마음을비우기위한것이고,존재를텅빈것으로만들기위한과정처럼느껴지기도한다.그렇다면근본적으로이시의‘나’는말할이유를상실하기위해말하고있다고보아야하지않을까.그리하여말이멈추지않는다는것이야말로이시집의진정한징후이다.말할수록그는존재를버리는듯보인다.
그러나한편으로말이계속된다는사실을곧위로라고표현해볼수도있지않을까.적어도말하는동안만은우리와관계할테니까.그렇게누군가는간절히그의목소리를듣기를바랄테니까.이시집은어떠한사건인가.세상에대한피로와고독한자아의추구와같은표현으로이시집의주제를함축할수있을지도모르지만,그러한설명만으로충분치않아보이는이유는이목소리가중단되는순간을상상하게되기때문이다.말이중단되는순간의끔찍함을예감하게되기때문이다.그렇다면말이란무엇인가.시집을읽는다는것은곧이유없이한사람이말을건네고이유없이한사람은말을간직하는상황에참여하는것이라는이간명한사실을떠올려보자.이것은인간이무엇인지우리에게깨닫게해주는가장심원한사건일지도모른다.
어쩌면인간에게존재함보다앞서는것은말함이아닐까.시「꽃과빙하」는그러한역설을잘보여주는작품처럼보인다.시인은자신의내면을‘녹지않는’빙하와‘시들지않는’꽃으로비유하고있다.‘빙하’와‘꽃’이라는대비되는두이미지가그러하듯,이시편의진술또한상충하는것처럼보이기도한다.그는“하지말아야하는말때문에말이많아진다”라고말해본다.요컨대말하지않으려는존재의의지보다앞서는말의의지가있다.그렇지않다면“하지말아야하는말”을감췄을것이다.이러한표현자체가지닌역설도음미할만한것이지만,더욱더큰역설을만드는것은같은작품의마지막문장에그가다음과같이말하기도한다는점이다.“나는보이는것에매달려있다붙잡히고싶어서붙잡고있다”.
말을버리기위해쓰는동시에,붙잡히고싶다고고백하는마음이있다.침묵하려는마음과사로잡히기를바라는마음이있다.[하나가빠졌습니다]의마음과언어에내포된근본적이율배반은이두진술의역설에서감지될수있을지도모른다.무엇인가를붙잡기위한것은아니지만,붙잡히고싶은것이라고.자신을붙잡아달라고.이렇듯당신에게건네지않았던목소리와붙잡아달라고요구하는듯한목소리사이에서발견하게되는어떤떨림이있다.이떨림은어디에서오는가.말의의미인가,시인의의지와감정인가,아니면그것을뒤틀어오는아이러니한성찰인가.그러나그목소리를듣는독자에게이떨림은말자체에서오는것이라고표현할수밖에없다.그저말이있을뿐이다.말이건네질뿐이다.이은기시인은말의의미를잊고말의감동을비운뒤에서야깨닫게되는말의실체를재현한다.말이무엇이라고깨닫기이전에말에연루된존재로서,우리자신을다시금되돌아보게하는사건이있다.(이상박동억문학평론가의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