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 파란시선 123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 파란시선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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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든 풍경이 나의 바깥에 있었고 나는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두려워졌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송희지 시인의 첫 번째 신작 시집으로, 「멈블링」, 「여기」, 「폰(Pawn)」 등 4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송희지 시인은 200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19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썼다.

“송희지의 시를 읽으며 우리가 느끼게 되는 모종의 불협화음과 같은 감정, 혹은 의도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산종하는 단어들의 결합이란 단순한 미적 쾌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존을 위한 사투의 과정으로 경험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것으로서의 시인의 ‘멈블링’이란 사회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그렇기에 자신의 사회적 실존을 위협하는, 그러나 감출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 욕망이라는 실재를 다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완전한 표현 방식으로서의 ‘멈블링’은 정지될 수 없다. 비록 그것이 불완전한 것일지라도, 역설적으로 그 불완전성이 행위로서의 ‘멈블링’을 거듭 지속시킨다.
이것은 다만 자신의 욕구를 요구하는 것에 실패한 존재의 웅얼거림도,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는 것에 실패해 추락하는 존재의 파멸극도 아니다. 이것은 불가능한, 허락되지 않은, 지속할 수 없는, 그러나 그것이 바로 ‘나’라는 한 인간 개인의 인격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임을 증명하고 실천하는 존재의 실존을 위한 사투이다. 타협하지 않는, 그렇기에 거듭 불화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그 불화의 과정이 만들어 낸 파문이 마침내 호수에 닿을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로서 감각한다. 다만 개인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단지 일인칭의 서사로 읽히지 않는 까닭도 그와 동일하다. 이것은 한 개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든 개인이 경험하는 상징계의 필연적인 비극이다. 자신의 삶을 고유한 목소리로 발음하기 위해 부정확한 발음과 불안에 떠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시작해 나가길 선택한 자의 모습이다. ‘멈블링’에서 시작해 ‘멈블링’으로 끝나는, 그러나 결코 단순한 중얼거림이라 폄하할 수 없는 그것이 바로 예술이 태어나는 자리이다.” (이상 임지훈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송희지

2002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9년[시인동네]를통해등단했다.시집[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멈블링11
몰딩12
애쉬폴14
몰팅15
가족회의16
플루이드18
서브머징20
드라이에이징23
가정27
뛰어드는소년들29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42

제2부
멈블링47
어느누구의모든철수49
영원한가오리52
여기57
거미인간(HumanoArana)68
하얀신랑72
●76
○78
▩80
철수와나82

제3부
폰(Pawn)87
트로이90
생활의발견93
네스트95
델리케이트97
고향102
해변과고아104
데이(They)106
다음과같습니다109

제4부
수몰푸가151
서스펜스155
나의오랜부기맨친구157
핸드헬드160
멈블링164

해설임지훈Showmustgoon166

출판사 서평

추천사

신동옥(시인)
세계는물에잠긴사람의얼굴같아.”(「수몰푸가」)FPS(FirstPersonShooter,일인칭슈터)시점으로.여기는어떤곳인가?여기는움직인다.그렇다면여기는누구인가?여기는무얼할수있는가?“나는숲의복판에있고거대한이숲으로부터끝없이무관하였다.”(「여기」)“모든풍경이나의바깥에있었고나는그것이걷잡을수없을만큼두려워졌다.”(「고향」)
“이따금모국의언어로지직거리는늙은라디오하나”‘어둠속을가로지를때멀리서빛나는부표하나’태어나지않는것을열망하던시절(「서브머징」),내기하듯누가더오래잠길수있는지견뎌보아도발디딜견고한바닥은바이없었다.살고죽고말하고쓰고,잠긴다는것.
‘몰팅’‘몰딩’‘멈블링’‘플루이드’‘서브머징’,웅얼거리고흔들리고부딪치며잠긴다는것……유동하는변전하는기화하고다시달라붙다가응결하고가라앉아서“손을떠올리면,수맥처럼뻗어가는이손이/무언가더듬고쥘수있다면……//나는가장먼저나의입안을만질것이다.”(「플루이드」)이모조,플라스틱박물관에서.
재현의대상이늘비하게스스로자신을과시하는세계앞에서.어떤언어를담은고백도무력하였다.인간의서재는무한히쏟아지는빛에잠겨어두웠다.그늘한점없는기억의광휘.휘도.경도.점성.안간힘.그러므로끊임없이앞길을열어보인다는것은“제자리뛰기하는법”을익히는일(「뛰어드는소년들」).이모조,플라스틱박물관에서.
“인간그것을줍는다.//묻거나먹는다.”(「가정」)인간은자신의이름으로자신을이해하고,발생하고소멸하는경우의수를곱해본다.양자택일에비하자면오지선다는얼마나관대한가!“입이라는걸만들어보세요.”“나는나외에무엇도믿지않았다.”(「가족회의」)“시는말하지않으며말할수없고말할리없다.”“빠작─하는파열음뿐”(「델리케이트」)“남은건미장센뿐”(「다음과같습니다」).“인간과기계가줄지어소란히오가고있었지.흰빛을받은목덜미찬란하였다.”(「플루이드」)

책속에서

멈블링

노수부는검은물속으로그물을던졌다.건져올릴때세차게펄떡이는비늘들이딸려오지않음에도그일을반복했다.

널따란호수였다.
눈먼벌레들이제뼈를깎아내고있었다.

배후에서무언가침잠하는소리가들려오곤했다.검은물위로겹겹원을그리며빠르게호수의끝과끝에도달하였다.

노수부는젖은손으로빈그물을끌어올렸다.

멈추지않았다.■

여기

나는대한민국서울에서출생했고호모섹슈얼남성이다.
다음의텍스트는이전제로부터시작되었다.



여기를만난것은눈이우수수쏟아져내리던어느겨울이었다.편의점으로걸어가던중이었고바깥의추위를견디기위해최소한의옷을걸친채였다.까아암바아악까아암바아악고장난가로등아래에서나웅크린여기를보았다.그의비늘은눈발로부터물려받은빛을뚝뚝떨어뜨렸고그빛들이웅덩이처럼나의낯을희뿌옇게비추고있었다.

「나의집에갈래?
물과불이있고공간도제법넉넉해.」
그를데려가지않을이유는없었으므로.나는그에게굽은손을건넸고

여기는게걸스럽게그것을받아먹었다.
나는그것이여기가「좋아」라고말하는방식임을알았다.

낡은살점들이후드득발밑으로떨어졌고
붉은물이붉은물을밀어내며하염없이운동하던자정이었다.



나의첫애인은김현권씨로증권회사에재직중인바이섹슈얼남성이었다.처음만났을때그는스물아홉이었고나는스무살이었다.그는남자와여자를각각두번씩사귄전력이있었고때때로그것은나를불안하게만들었다.FPS마니아인그를따라도시의오락실을전전하는동안나는얼굴이반쯤녹은크리처의대가리조준하는법을,발포하는법을배웠다.부서지는크리처의몸뚱이로부터,일그러지는표정으로부터,튀기는붉은검은푸른핏물로부터무관해지는법을익혔다.
최초의이별을기억해.때는한여름이었고나는애인의원룸에서드로즈한장만을입은채이별사를들었다.터덜터덜신음하며돌아가던선풍기를기억해.돌아오는길에잡화점에들러유리로된물그릇을두개샀다.현관으로들어서자동굴같은여기의아가리가놓여있었고그속으로걸어가자모든사물이검은죽처럼되었다.

여기는모든집으로부터벗어나고싶어했다.
상자도어항도소용없었다.사육장을무너뜨렸고버드케이지의견골들을구부러뜨렸다.
「차라리나를죽여」내가외칠때까지온공간에분뇨를싸질렀다.
배(拜)를올리듯주저앉으면그제야내앞에내려앉아깔깔깔비웃었다.

바쳐라,혼을,얼룩덜룩더럽고우아한몸들을내긴목속에넣어다오.
바닥에엎질러진채로나종종여기의노래를듣곤했다.

그후사귄애인전인재씨는서울변두리에조그마한일식집을차린요리사로타마고야끼처럼부풀어오른뺨과배를가지고있었다.종로에서가볍게술을마신뒤벌건얼굴로청계천산책로를거니는것이우리의일과였지.물고기를,교량밑비둘기떼를,지나가는인간들을보며,모두처음보았다는듯,뻗으면닿는다는듯휘적휘적허공에손을쥐었다펴곤했다.
춤이었어.춤이었지.이불속에파묻혀나창가에앉은그의배위로빛이곡선그리며떨어지는것보았다.모래둔덕을걷는그의얼굴이붉게검게물드는것보았다.숨이었어.숨이었지.불규칙한간격으로흔들리는,커졌다가작아지는,헐떡헐떡,거칠어졌다가이내정적의매끈한면을닮아가는,불꽃이었지.그의생일,어둠속에서몇개의초에의지해손뼉치고가창했던걸기억해.순간우리는누구에게도알려지지않은종족같았고,수백겹주술로쌓인고성(古城)같았고,
「나의집에갈래?
네게다보여주고싶어.」
나는문득말해버리고말았네.

그날을기억해.애인의두꺼운손을맞잡고나의현관으로들어설때.
웅웅작동하던기계들.물비늘그리며고여드는정적과
「조금춥네」외투를여미던애인이나를돌아본순간,
달려들던여기를,무수한이빨들이애인의머리를뜯어버리는장면을,
멈춰,외치기전에내얼굴에쏟아지던애인의핏물을기억해.

바쳐라,혼을,얼룩덜룩더럽고우아한몸들을내긴목속에넣어다오.
여기는뜯고헤쳤지.여기는풀풀흩날렸지.여기의게걸스러운노래가벽지속파고들어물결무늬파문을그려내는동안
엉엉엉,나는불타는집처럼울었네.조각난애인의장들쓸어모으며.흥건한핏물위에서양손휘적이며.
부서진내영혼,부서진내영혼.
밤새도록자장가만흥얼거렸다.



전나무숲

굴러라,나는숲의복판에있다.눈이쌓여가고있었고나는알몸인채로눈의서늘한음성을견디고있었다.굴러라,손에는한개의굴렁쇠와한개의채쥐어져있다.굴렁쇠는비틀비틀제자리에서돌고있고나채쥔손을놓지않으려안간힘을쓰고있다.굴러라제발굴러,나는숲으로더깊이들어가고싶다.저무성한칼날들속으로뛰어들어그곳의주민이되고싶다.굴러씨발구르라니까,빨개진내가고래고래비명지를때,멀리서들리는총성.날아오르는갈까마귀떼.가늘어지지않는눈발.나로부터자전하는굴렁쇠.

눈을뜨자나는돌고있었다.빙글빙글.나의몸은철사처럼얇고한가운데구멍이뻥뚫려빛과바람이드나들기에용이하였다.검은피가눈밭을물들이고있었다.나는숲의복판에있고거대한이숲으로부터끝없이무관하였다.

슈가크래프트예식장

나는건강한하객이다.채도가낮은옷을입고환호뱉을수있는입을가져이식의주역들을반겨주기에알맞다.설탕으로반죽된신랑신부반들반들손흔들고있다.「결혼은언제할거니?」묻는부모떠올리면서.엄마내가두번죽었다태어나도이나라에선못해,중얼거리며
나는돌고있었다.굴러라,이것은나의목소리가아니다.과장되게환한조명의빛이나를꿰뚫고있다.굴러라,나는이목소리를들은적있다.나는이총성을들은적있다.오락실에서.볕잘드는청계천에서.늦은밤홀로식은국을퍼먹던방안에서.귀에번지던이노래를.따라부르다보면
여기가빤히나를바라보고있다.긴긴총부리겨누는사냥꾼의눈으로.동정도이해도아니하겠다는얼굴로.굴러라제발굴러,예식장이활활불타오르고있었다.코를찌르는캐러멜의풍미.나는토박이처럼앉아있었지.여기의어깨에기대어.쥔손처럼따뜻하고축축한그곳에겹치어

불,돌,불,돌,불

다음으로재판장에오를이누구인가.나는선고하고있었다.포승줄에줄줄이묶여오는인간들앞에서.이중누군가는요술사고부정하고불에돌에휩싸여회개하게될것이다.화르륵,나는줄에꿰인백이십번째인간으로,선고하는나의아가리를멍하니응시하고있었다.쿵쿵,나는지난밤끌려간나의애인으로,돌아오지않을나를위해맑은죽을졸이고있었다.화르륵,나는화전민이질러놓은산불이었고,성벽가장자리에배치된벽돌이었고,쿵쿵,나는나의무덤을이루는반석중하나로,천년만년희고단단한나의유해를붙들고있었다.화르륵,나는신이훔쳐다건넨태초의불씨로,신의품속에서인류의전경을내려다보며아름답다,아름답다고홍앵앵울었다.

쿵쿵,나는돌고있었다.나는바다깊이침잠하는한줌의티끌이었다.
정중한별똥별로서;지면에충돌하고행성의축을뒤튼후떨어져나간손발이었다.

가라앉다보면……
불을돌을벗으며잠겨들어가다보면.

차고어둡다……
말이라는걸한번쯤해보고싶어지고.

그러자나는깜박깜박상흔들리는골목의구석에있었다.눈이쌓이고있었고나는맨몸인채로밤의질척한시간을견디고있었다.손에는무엇도쥐어져있지않고나는거대한이골목으로부터한없이무용하였다.나를향해뻗어오는하나의손있었다.



만남을거듭했다.박준웅씨나임원곤씨나권현우씨따위와.몇번은그들의집에갔다살아서나왔고몇번은그들을집으로들여여기의배를불렸다.

군대를다녀왔다.검은총을.뱀장어처럼꾸물거리는그것을날마다안고있었다.바쳐라바쳐라관물대속에서여기는자꾸만짖었고.바짝민머리가따가워보초처럼자주울었다.내방에사람이너무많았다.

어느날엔가

여기에이끌려산책을나간적있다.관상초가듬성듬성심어진근린공원이었고거닐고마시고노래하는온가지이웃들이가닥가닥흰볕에꿰이고있었다.
양지바른곳에앉아,여기는나의부숭부숭한머리를쓸어넘겼다.제무릎에편히드러눕도록했다.내몸을지나치게조이지않도록하네스를조정했다.충분히젖은혀로구석구석핥아주었다.
몸에몸을맞대고,나는

치열하다,빛의단면은생물의것과같아보여.
모든풍경에입이있다는믿음은
그너머의통로를떠올린것일까,

그런생각과

「너는언제나나를죽여버리고싶어하지」내가말했고
여기는느릿느릿고개를끄덕였다.
나는그것이여기가「사랑해」라고말하는방식임을알았다.

뚱뚱한꽃나무가지가흰잎을흩날리고있었고그중하나잡아채보면손안에있는건향뿐이기도,찬물이기도했다.아작아작,이따금바람이우리의발끝을깎아내리면「자연하다」중얼거렸지.구부러진자세로서로를끌어안고있었다.기대하는손님처럼정숙히.

*FPS:FirstPersonShooter.일인칭슈팅게임.
*부서진내영혼:송창식,「사랑이야」.■

폰(Pawn)

우리는수영을하기로했다.

거인의연못둘레는희고달고찬잎이열리는낙엽교목들로장식되어있었다.둑방의굴깊숙한곳에티피를설치했다.베키가연못둘레배회하던푸른양떼중두마리를골라잡아왔다.해체와손질은나와앙헬의몫이었다.유마가보우드릴만으로불을피웠다.그는축축한불길속에사프란흑겨자잘말린정향을던져넣은후손질된양과함께훌륭히볶아내었다.
우리는한입씩살점을뜯고우물거렸다.오우옥뿌리를달인물을나누어마셨다.그림자만한티피속에원을그리며누웠다.천사의얼굴을베낀어둠도우리의곁에있었다.그는몹시도느긋하고찬란한손길로우리의낯짝을뜯고는달아나버렸다.
우리는넷이서잤다.
우리는여럿이서했다.
이튿날우리는낚시를하며시간을보냈다.베키는팔딱거리는민물고기를양동이가득잡았는데내바늘엔자꾸누군가의뼈만걸렸다.갈대로만든카약을타고앙헬과유마는연못을한바퀴돌았다.「푸른양과자줏빛장지뱀과도도새와발광하는눈을가진원인(猿人)들을보았어」「그중몇몇은훌륭한조립식인형이더군」우리는다함께낚시한생선들을구워먹었다.귀나간냄비에라면을끓였다.갑자기어느스포츠매거진에서본아주슬프고무서운이야기가생각났다고,베키가웃으며말했다.
우리는그이야기를밤중에듣기로했다.
우리는그이야기를밤중에모두들었다.
그이야기는베키의말대로아주슬프고무서웠으므로,우리중누구도쉽게잠들지못했다.천막안에모여벌벌벌떨었다.「수영을하러가자」우리중누군가말했고「그래,우리는그러려고왔었지」누군가대답했다.새카만거인의연못둘레엔낙엽교목들이발광하는잎을떨구고있었다.우리는어깨동무를한채로연못까지나아갔다.
베키나앙헬유마순서로알몸이되었다.
베키나앙헬유마순서로물속에뛰어들었다.
검은물살을가로지르며나는접영을,배영을,자유형을했다.멀리서베키와앙헬과유마모양의어둠들이헤엄치고있었다.둥글고다양한파형을만들었다.「저바위에누가먼저다다를지내기할까」그중누군가가외쳤고첨벙첨벙,대답도신호도없이누군가가출발했다.나또한앞서서떠난그들을뒤따라한참을헤엄쳤는데
머리위로무언가집채만한것이
거인의발이
지나갔다.쿵,연못둘레의낙엽들휘날리고쿵,연못중앙에해일이일고쿵,밤의천장이연못속으로떨어져내렸다.세발짝만에연못을다건너.멀어져가는거인의뒤통수를우리는다보았고.「돌아가자」우리중누군가말했고「그래,우리는그러려고왔었지」누군가대답했다.연못을배회하는짐승들이컹컹울부짖었다.동쪽에서금박날붙이들이긴긴몸뚱이를일으키고있었다.
정오에맞추어봉고트럭은출발했다.앙헬은늙은기사처럼능숙히차를몰았다.유마가전날먹고남은생선을간식으로돌렸다.우리는루스티카담배를주고받았고저속한농담을피워댔다.나는문득목에서이물감을느꼈는데,빼고보니그것은오토마타를작동시키는데에쓰이는녹슨태엽이었다.

그날베키가돌아오지않았다는것을,우리는수백년이지난뒤에야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