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눈이 되고 눈사람이 되고 지나친 사람이 되고 - 파란시선 125

비가 눈이 되고 눈사람이 되고 지나친 사람이 되고 - 파란시선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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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화

서울예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
2011년[현대시]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비가눈이되고눈사람이되고지나친사람이되고]를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분류법11
푸른사과를먹는시간14
나는,내가아는사람16
바람의안쪽18
지켜본사람20
연민의반쪽22
하녀의방향24
바람을품다26
쇄빙선28
강요의사과30
사랑한앞니32
깁스34
프쉬케36

제2부
스치는사람41
예정의세계44
열매를닮은꽃은없다46
더듬이가구름을끌며48
사차원의친절50
모른다52
불투명한방54
하마다56
떠내려가는책58
마르는돌60
딛는시간62
세상의인사들64
얼굴의체위66
피리에서만나고호흡에서헤어졌다68

제3부
손수건73
불량한어둠74
통증의연대기76
가로의개념78
장서표80
잠기는표정들82
쥐여줌으로써84
발목들의편대86
화각(角)88
아프리카접시아래유럽접시90
발자국의산란92
몸의커서를옮기다94
이끼96

제4부
바벨의노래101
나의비탈진중력102
부비동104
사라진남자106
어디로도가닿지않는길108
외알박이안경110
우리들의공중사용법112
진통제114
타임슬립,說116
기흉118
적소(謫所)120
우리집에는손이가득할까요122

제5부
빗방울이미끄러지는냄새가나는사람127
우리의각도129
편련통(片戀痛)131
발자국은겨울에만133
고래들의환유135

해설신수진상호공존과존재의도래를위한역설의회로137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기다리는것들이잡아당기는
기척을생각한다

입닫음과고요와혼자안아야될것들을위해
혼란,그한곳을비운다

팔길이가모자란계절에도
혼자피어있는꽃은멀리서도보였다

불러도명명되지않는것들을모았다고모았지만

봄의산만한햇살아래
혼자기대어섰던유년의담장은
아직찾지못했다고생각하면
나는또언제까지기다려야하나
마음이가혹해진다

추천사

이미화시인의복안(複眼)을가만히따라가다보면자연적인재료로구성된오브제가설치된미술관에들어선듯하다.“창틀에눈동자를얹어놓고발성연습”을하는작품이있는입구를지나천장을올려다보면어딘가에서바람의장송곡이울려퍼진다(바람을품다).과거의‘당신’은지금‘나’의‘손’과‘입’을움직이게하는사람이다.‘당신’은어둠을재료삼아‘나’의현재의삶에지속적으로목소리를내고연기를피운다.“시차를건너오는몸의귀환들이똑딱거”리는소리가들리며(어디로도가닿지않는길)“죽은자의혀를잔등에태우고”오는‘낙타’는‘나’의주변을맴돈다(하마다).이미지의현재완료.이미화시인의매혹적인문법이다.그녀가설치한작품은자연주의와초현실주의의경계어딘가에놓인듯보인다.아니시다.선과색이아닌신체와사유로곡진하게빚어진시다.“세상의등대들을따라선을그으면/고래의귀모양”이되는것도(고래의환유)“설레던방을잊는다는건너의얼굴에서내눈을빼는것”도(바람의안쪽)“바람의주물을떠놓고꽃의형상”을보는것도시다(잠기는표정들).이미술관의출구는잘보이지않는다.다만지구처럼종말을향해끊임없이변형을거듭하는공간으로우리는던져질뿐이다.그런데그녀가‘기다리던것’은무엇이었을까?연속적인망각.이시집에전시된‘손’과‘입’은어린시절의기억과내면에잠재된기억들을시적언어로환원시키는동시에사랑으로진입시켜주는도구이다.“산종하는기억들”을가지고(기흉)“얼굴을던져몌별을”하며(얼굴의체위)‘나’의모습을의연하게복원시키는모습에서이시집의‘방향’과‘모서리’가무한으로열리는것을경험할수있다.결국한시절을통과한화자는“가시를뱉는애인의입에서어린내가걸어”나와(발자국의산란)‘열매들속에갑각류가자라고’있는것을본다(가로의개념).‘비가오거나눈이오는날엔’우리는사랑하는(했던)사람의오브제가될지도모른다.“모든빗소리는두개골에고여있기때문”이다(분류법).
―정우신(시인)

책속에서

나는,내가아는사람

맨처음나는나를몰랐을거예요

내가나를처음알게된때는아마도울음이아니었을까싶어요그울음이바깥을흔드는것이아니라안쪽을흔든다는것을알았을거예요

반대로웃음은타인으로부터배웠을것이고요
울음을울때는내가내옆에있는것같고
웃을때는타인이내옆에있는것같으니까요

이런,내울음은버릇이없군요
웃음은늘가리는방법이있었지만
돌아서서웃을수있지만
울음은돌아서서울어도감춰지지가않아요

나는다른사람보다도
나를몰라요
계속타인의질문을돌고있으니까요

그럴땐,
그네를밀어줘요
민거리만큼다시돌아온다는것을알수있으니까요
갈때도올때도뒷모습이지만
그네에서내리지않는다면
언젠가는고요한정점이될테니까요

나는나에게외면받은적이있어요
그럴땐,
자두를먹고
살구의맛을이야기해요

그날은비행기가나비가물고기가
점점작아지며
나를모르는체했어요
말하지않는건아무것도아닌걸까요
아무리말을되삼켜도나는점점뚱뚱해지지않고
겉모습이말라가는사람이됩니다

나는내가아는사람이라고
여전히믿어요

세상의인사들

굿바이,안녕?너는아프리카에서인사하고나는아시아에서인사를한다너는뺨에침을뱉어인사를하고나는코를두번부딪쳐인사를한다

벌새는공중을모아인사를하고바람은강물의손을빌려와인사를한다새들은계절로안녕의부리를잰다

우리는모두다른모양의단추,너는단추를보고인사하고나는단추를만진다세상의단추들은섞이는걸좋아한다인사는나보다먼저와서이름을푼다잠긴이름들이수챗구멍으로흘러간다

썩은이빨로안녕?이불을덮고안녕?

난아직너의인사를몰라웁살라,떠도는종족의인사를빌려와우리는얼굴을섞는다소름이돋을때까지

미끄러지는것만상상하면인사가나왔다안녕안녕안녕너는단추를본다인사인지이별인지몰라안녕안녕안녕목구멍이무거웠다깃털만한날들이었다그런날은빈수화기를들고수신음에자꾸인사를했다

미지의고개쪽을향해안녕?우리의인사들은군조(群鳥)를이뤘다

숲으로들어가는날에는낮게엎드려눈을반짝이는인사법을사용했다우린어두운인사법을몰랐다바람은그런의도의안쪽에만불었다

안녕,인사가동난몸으로
활짝열려진이름으로,붉은혀로인사를하자

나의비탈진중력

비탈진곳에서있었다
그때나의절반에서딱한눈금더한무게로서있었다

나는비스듬했지만
비스듬한사람이아니었다

딱한눈금벋어난절반의바깥을견디고있다
절반의나뭇잎을먹어치우고추워지는벌레들처럼
나뭇가지에앉은새들이
공중으로후드득떨어지듯

절반은늘자유롭고
언제든이쪽이나저쪽이될준비가되어있지만
우리는딱한눈금에시달린다
한눈금은절반보다더자유롭거나
뚜렷한자의식을도려낼생각을한다

기다렸던기척이
절반의기억을뒤집어놓듯
잠을뒤척이는일도
서있다발을바꾸는일도
절반을넘나드는눈금의자의적일탈,
절반이흔들릴때마다
깨어나는절반

비탈길은이미알고있다
언제나극복할수있는경사도가
주변어디에나있다는것을

가파른눈물,평평한한숨
이미내편을떠난웃음,
켜를일으키는물결의무늬로서있는

누가나의무게를묻는다면
갸웃하는방향이라고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