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더 드래곤 (서호준 시집)

엔터 더 드래곤 (서호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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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알아보면 다 있습니다 당신이 못 찾았을 뿐
[엔터 더 드래곤]은 서호준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파란 머리 아레스」, 「작은 술래잡기」, 「나는 전생에 슬라임이었어요」 등 4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서호준 시인은 시집 [소규모 팬클럽] [엔터 더 드래곤]을 썼다.

“서호준이 이 세계를 “게임이라 여겼는데 게임이 아니었다”고 쓰는 이유는 실제로 이 세계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라기보다, 게임만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대머리 빗기기」). 그는 자신의 시, 혹은 어떤 누군가의 인간됨, 혹은 존재함 그 자체가 보증되고 다른 의미들과 교환되도록 하는 상징적 질서를, “세계 공용어를 그리워”하고(「새해와 굴러다니기」) 또 어떤 의미에서는 되찾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 혹은 가상과 구분되는 이분법적 대립의 반대편에서가 아니라, 게임이라 여겨지고 게임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게임이 아닌 것을 알게 되는 어떤 지점에서 찾아져야만 한다. 시 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 탐색을 혁명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어떤 보증도 없으며, 찾을 수 있는 것인지는 더더욱 모른다-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이 비현실을 정의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집을 나서면 모든 모험이 끝나 버릴 것 같았다”라는 진술은(「대머리 빗기기」) 어떤 확신이라기보다 모든 체념과 부정의 끝자락에서 미미하게 빛나는, 그러나 결코 놓칠 수 없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빛이다. 하지만 그 빛이 비추는 것은 아직 현실이 되지 못한 곳, 결코 현실이 되지 못하는 바로 그곳에서 현실보다 더 나은 어떤 것을 찾으려 하는 한 인간이고, 그가 앉아 무엇인가를 쓰는 책상이며, 그렇게 다음 날 아침까지 어떤 “덧없는 기쁨”과 함께 잠들지 못하는 그의 방이다(「드래곤 씻기기 (완)」). 서호준의 시는 이 빛 아래 머무르며 거기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 (강보원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서호준

시집[소규모팬클럽][엔터더드래곤]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서장
파란머리아레스-11
처음이니까봐줘야한다-12
패션-13
하나남은포션-14
사운드맨-15
내왼손은맨손-16
기사도-18
큰침대주술-20
매드무비-21
초기화-22
새해와굴러다니기-24
반쯤은-26
암순응-28
방치형마을-30
마리모던전-31
활달한오우거들-32
부다카시아-34
이몸등장-!-36

중장
작은술래잡기-43
팔각정-44
포탈-46
라디에이터-48
러브샷-49
제리코의자격-50
제리코의방생-52
열리는소리-53

종장
지구편-59
목차에두고온것-60
소울곤잘레스-62
사슴색수사슴-64
엘프의숲-66
세계분수협회-68
하품이존나나오고-70
어떤주스-72
대머리빗기기-80
불가피한측면-81
부코스키볼라뇨페렉-82
양양A와B-84
나는전생에슬라임이었어요-85
그곳에우리모여있었지-86
뭉게무릎-87
그러나태초마을에서-88
드래곤씻기기(완)-89
드래곤발바닥은의외로말랑하다-92

해설
강보원아무것도약속하지않는빛아래-94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자의식자가절제술이후로
삶의난이도가높아졌다.

요즘은살만하네싶으면
여지없이순이돋아있다.

책속에서

[파란머리아레스]

깔고앉은돕바에서파란머리아레스가자랍니다.나는그것을관상식물로여겼어요.그런데그것이먼저나를보고있었고어쩐지조금씩헛간쪽으로움직이는것도같았어요.1990년대일본작화풍의칼날머릿결로말이죠.마침내이곳에왔구나,쉬어도되겠구나,하면서파란머리아레스는살기를거둡니다.오늘은먼지가앉았습니다.이렇게작은변화도두렵고좋아요.

[작은술래잡기]

제리코는마음을다잡고스미는것치미는것유년의도시락반찬을먹었습니다.매미를잡아야하는데매미우는곳에올라도찡그린사람들밖에없었습니다.

아뜰리에에서아저씨들이하는팔씨름그것도재미져보였습니다.두지아저씨한테걸었는데끝까지보지않아결과는모르겠어요.케이블카타러갔거든요.

구름이움직인다,너무멀리와서유배당한기분까지들었다니까요.귀에는작은솜뭉치를끼고있었고-누워서하늘을보았습니다.휘휘젓다가일제사격에놀라그만구릉아래로굴렀습니다.구르면서도하늘을봤어요.

제리코에게는세곳의고향이있는데
어디로가든마중나오는사람은
수라처럼커다랗고,계절을잘아는사람이었어요.

[나는전생에슬라임이었어요]

왜그렇게흐느적거리냐고물어보면
나는전생에슬라임이었어요
아어쩐지,답하는사람과는반드시친구가됐다
친구에게는비밀도술술털어놓았다
화장실청소를좋아하는슬라임이었다는것
배출구가없어말년에는크기가고대종드래곤만했다는것
그날네가사랑하는사람을삼켜버렸다는것
아어쩐지,답하는사람과는애증을깊게쌓았으므로
나는아직존재할지도모르는슬라임을찾아다녔다
내가생겨났던곳과내가살던곳
끝내몸이터졌던곳까지
국립공원으로지정되어있었는데슬라임은없었다
나는전생에최후의슬라임이었어요그때는몰랐지만
아어쩐지,답하는사람이있다면
위험해
지구가거대한슬라임이며
우리는소화되는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