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 - 파란시선 129

스콜 - 파란시선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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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호석

1989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9년[현대시]를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스콜]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학림-11
capital-14
팔판동-16
특수효과보고서-18
피사체-20
답신이없어서-22
잔다리로-24
낡고푸른-26
진찰-28
반투명-30
공장-32
셀룰러-34
소풍-38
선성(善性)-40

제2부
제웅-45
치아-46
회랑세계염탐-48
젖은회색주술-50
감시망각처벌-52
거짓정오액체-54
옷깃사건나비-56
파티션-58
가상물질운전-60

제3부
중앙도서관-65
동묘앞-68
역(力)-70
라이브러리-73
풍향계-76
cardhouse-78
조류학-80
유충-82
다음날아무도없는폭포-84
끓,-86
전체주의-88
발전기-90
쥐-92
뭐야?-94
책과동전-96
torso-98
몸의바다-100
라이브러리언-102
헤어진다음날-104
아나톨리아해안-106
또한왈츠-109

제4부
샤프심과콘크리트……-117
팔면영롱-124

제5부
수류탄-131
스콜-132
레터박스-134
앞선일행-136
필기체-138
직사광선-140
모바일-142
방울-144
긴터널-146
애연-148
소극-150
몸,몸뿐-151
행신-154
lecture-156
패턴-158
두드러기-160
커피믹스커피-162
antiaging-164
무기성(無記性)-166

해설이병국아무것도아닌사람의모든것-168

출판사 서평

추천사
전호석시의등장인물은대부분“아무사람”처럼나온다.“아무사람”은말그대로아무나될수있는사람이면서“아무것도아닌사람”이다.여기에는“아무것도아닌우리”도들어가는데,때로는시의화자조차‘아무(것도아닌)사람’이되어이세계를돌아다닌다.‘아무(것도아닌)사람’인화자에게발화자로서의권위가충분할리없다.미약한권위의발화자에게이세계는사실상구경꾼으로서의지위밖에허락하지않는다(“사실/구경이취미입니다제일이아닌/파국들”).혹은관망자나방관자의역할밖에주어지지않는세계에서“자신이아무래도대충만들어진인간이라는생각”이드는것은자연스럽다.자연스러운데이상하게아프게들린다.자신의삶에서한번도주인공인적이없었던이의고백이나한사람이나너한사람의고백일수없기때문이다.새삼“아무사람”의고백으로들리는그말이거창할리도유창할리도없지만,그럼에도“내리는형태로찍힌눈송이들”처럼정돈되지않은그말이이상하게반갑다.“사는일은어렵”고“지폐한장얻기가쉽지않은”세상에서많고많은달변가의말보다“쌓인무가지”처럼무용하게“펄럭”이는말이귀에와서콕콕박히는때가있을것이다.그때의그말은‘아무사람의말’이면서바로‘나의말’이기도할것이다.전호석의시가독자에게기대하는말도어쩌면그와같은말일것이다.
―김언(시인)

시인의말
사람이떠난하얀담장빛받아눈부시다
이미죽은사람들과유명무실한존재들
웅덩이가넓어지고덩굴이담장을덮어간다

나는한적한사관이고버섯이자라나는그늘에갇혀있다

-책속에서

시집속의시세편

학림

이거리에는동상이참많습니다
검은몸위에빗물자국이가득한데요
나무들이자라나는동안
동상은동상이고
낡는것과자라는것사이에서
나는고민하고있습니다의자에앉아서벤치
죽은나무로만든기호위에서
사람들이야기를훔쳐들었는데요
새지저귀는소리도듣고
우는사람의하소연같은것들에귀기울여보았습니다
분수앞에서고민하고
새파란잎이떨어져있습니다
구름이박힌하늘은
움직이고있을까요무엇이
낡아가는것일까요무엇이
우리를자라나게하나요
나는시간이많고
괘종시계와손목시계의일초는같아요
그런것들이
그런것들이오늘은잘보였고
하면할수록알수없는
기다리기
각질이떨어지고
마음한곳에사라지지않는겨울을두고
눈사람을만들고녹였습니다
눈사람과동상은만들어지고사라지는거
둘다찰나일까요
가르침같은것이필요하다고나는강박합니다
어깨에묻은새똥을모르고
그런것은신경쓰지도않고
시간이조금더있었으면
많이달라지지않았을까……
쉽게말하고
사는일은어렵네요
지폐한장얻기가쉽지않은데
세계는풍요롭고
동상은번들거려요
하늘에서내리는모든낱알들을눈이라고불러봅니다
내몸을조각하는
내몸
당신은혼돈이아닙니다
위태롭지도않습니다
음영은어디에나있고
입체를느끼게하고
나는특별하다고믿는정신이당신을뻔하게만들고
신기한이야기를찾을수없어서
가만히있어보려고■

반투명

집으로가기전마지막휴게소

마른세수
뽕짝음악
물때낀유리창
너머밥먹는사람들

나는강물흐르는것을본다

붉은하늘가장자리
덜붉은하늘

자꾸비켜서는

핸드폰에저장된이름을훑으면
한없이멀어진사람들
송사리를건져내는왜가리의눈

가죽가방과노트
선물하기좋은물건들을고르는동안

박각시나방이꽃들을배회하고■

행신

자꾸만연말이되고유명한사람들이모여서종을다시,다시치고저번에도왔던길인데,먹었던밥인데,만났던사람들과또만난다
우리참오래봤군,그렇군,그렇군,그렇군……
우리는행복해지려고만난다,실패해서만난다
내일당장뭐가필요할까
다마신술병을치우다보면
없으면죽는거,못참는게있지않아?

월계수잎……
고기와함께끓는

돌아가는길은많고달고귀찮다
뭔가내릴것같은날씨였지만
아무것도내리지않는다하늘이머리카락을쓰다듬는다

잎을따며생각해보면나는
포대가내용물도없이홀로서있는꼴이라고
풀썩쓰러지면,납작해지는
그리고눈같은것에뒤덮이면서
아무것도아닌것
그러나
아주멀리떠나도결국집으로다시돌아와야한다
사람은그렇지만
당신은아무것도아니니까나혼자숨차니까
당신앞에멈춰몰래운다

괴물들은하나같이예쁘고
내목을가지기위해내뒤에서언제나기다린다

눈을채워두면
얼마나버틸것같은데?
친구가술을따라주며묻는다쉼표와말줄임표가,낙엽이너무많다이런삶을……잎을태우며
나는인정하기로한다,한다,한다……모든혐의를

근원을
이를테면재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