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점 볼링볼링 - 파란시선 139

점점점 볼링볼링 - 파란시선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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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밤을 다 헤아리지 않는 것은 희극이다 비극은 헤아릴 것이 너무 많을 때 찾아온다
[점점점 볼링볼링]은 김익경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고독감별사」 「100분 토론」 「비문증」 48편이 실려 있다.

김익경 시인은 울산에서 태어났고, 2011년 [동리목월]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모음의 절반은 밤이다] [점점점 볼링볼링]을 썼다.

김익경 시인은 우리가 너무 쉽게 낙관하는 것을 경계하며 절망과 피폐함으로 고립된 존재의 부정성을 형상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점점점 볼링볼링]이 궁구하는 바는 표제작에서 알 수 있듯이 “차마 젠장이라고 발음할 수 없”어 “된장”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그리하여 모독과 모욕을 감내함으로써 왜소화된 채 “장롱”에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주체의 고통을 우리가 여실히 감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점점점 볼링볼링」). 유폐된 존재가 자신을 증명할 방법은 없기에, “나는 있습니까 없습니까”를 묻더라도 “나는 있습니다 없습니다”라고 스스로 답할 수밖에 없다(「나는 진짜일까요」). 모순된 정체성으로 자신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주체는 ‘진짜’ 자신을 돌보는 대신 “누구도 잡지 않지만/스스로 붙잡히는 무모한 손금들”의 무의미 속으로 침잠하고 만다(「되돌이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 불가해한 절망을 김익경 시인의 세계라고 해야 할까. 그보다는 불가해한 절망을 내면화한 주체를 향한 시인의 애정이 삶의 부정성으로부터 비롯된 존재의 아픔을 성찰함으로써 맺는 관계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시인은 비록 때를 놓쳐 관계를 회복할 기회조차 마련할 수 없더라도 “오늘보다 먼저인 어제”를 톺아 “뒤따르기만 했던/저번을 곰곰이 쳐다”보며(「먼저」)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 ‘세 시’와 ‘네 시’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타자와의 거리로 마련하여 안온한 삶의 방식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누구의 희생 따위는 없어”야 한다는 것, “불편을 감당하는 일”을 “불편을 사랑하는 일”로 여기며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손을 버려야 할 때”를 분명히 알고 행하도록 우리를 이끈다(「홀릭」).
김익경 시인은 주의해야 할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섣부른 환대는 오히려 불편을 양산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체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성급하게 간극을 메우려다 보면 존재가 지닌 비동시적 동시성을 무너뜨려 다른 형태의 폭력을 강제할 위험이 농후하다. 같은 시간에 있다 하더라도 타자와의 거리를 간과한다면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 개별 주체의 다양성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입술을 듣”기 위해 “입술만 바라보”며 그 너머의 “얼굴을 지우”는 협소한 관계로 전락할 따름이다(「너를 보기 위해 나를 본다면」). ‘너’를 보기 위해 ‘나’를 보는 것은 이기적 행위일 뿐이다. ‘너’를 ‘너’대로, ‘나’를 ‘나’대로 둘 수 있는 것이야말로 관계 맺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타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이자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부를 때까지 오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다(「그림자의 탄생」). 이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 오늘”처럼 자명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열쇠”처럼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기에 늘 잊고 사는 것이기도 하다(「금요일」). (이상 이병국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김익경

저자:김익경
울산에서태어났다.
2011년[동리목월]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모음의절반은밤이다][점점점볼링볼링]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세시와네시11
운동장12
순간들14
지긋지긋16
버스정류장18
흐린날20
외투22
밀항24
시작하지않음으로써시작되는것들―P에게26
점점점볼링볼링28
로드킬30
친애하는가족여러분31
오월,네속이궁금해32
100분토론34

제2부
종이인간39
비문증40
잠에대한이별록42
나는당신에게단도직입적입니다44
당신은박복한가요46
타임머신48
집게50
우리는줄어들수있을까52
성남동190번지54
12몽키즈시즌456

제3부
매직쉐프61
고독감별사62
DogShow64
냉장고66
그림자의탄생68
멀리를품다70
인터뷰72
미러링74
스미싱76
브레이크타임78
눈사람80
쇼윈도의쇼윈도81

제4부
달력85
꿈은86
동화그만읽어요88
각설탕90
나는진짜일까요92
오도가도못하는날에는우리모두다함께94
홀릭96
바다메우기98
먼저100
너를보기위해나를본다면102
되돌이표는되돌아오지않는다104
금요일106

해설이병국관계의불안을응시하다108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나무를자른다나무와숲의거리는빠져나올수없을만큼촘촘하다나는아무말도할수없다나는진실을말하지않는다모든잘못은나로부터시작된다죽어가는것은기쁘고살아가는것은가볍다나는임금님이당나귀라고말하지않았다나무는알고있다나무를찬찬히만난적이없다나무숲은가렵다나무를자르듯말꼬리를자르는무리들이바람을만들고있다나무는너무많은것을알고있어더자라지않는다바람의밀정은많다

추천사

읽고난뒤에야문득그것이궁금해지고,다시펼치면사라지고없다.그없음은맥락을잃어버린게아니라번득임과놀람의불연속구간이다.김익경의시가그렇다.그의어법은얼핏단정해보이나다정하거나친절하지않다.그것은설득이부족해서가아니라서정의낭비가없기때문이다.김익경의시는모르는독자와만나“모르는약속을하고”그모름의힘으로“속도를내고있다”(세시와네시).어떻게그모름이에너지의작동으로연결될까.그역량은“모르는여자의부고가도착한날/아는여자가부고를쓰고있다”거나“모르는여자가쓴부고를아는여자가고친것”처럼누적된황량함과(시작하지않음으로써시작되는것들)“누가누굴쳐다보는지”알수없는그모호한무력감으로채워져있다(쇼윈도의쇼윈도).이러한무력은오히려억제된무의식의분출로서자리할뿐아니라코라세미오틱에도달하는욕구를언어의질서에끼얹는방법이다.그것은때때로페티시즘으로혹은이동과압축,거부등의정신분석적기제로가령“입,자꾸도톰해지는헬리콥터”가되거나(고독감별사)“돌아와보니/아무도지나가지않았고/나를따라”가고있는방식을취하고있다(DogShow).즉김익경의시는수신자가불분명하고감각의분배체계를교란함으로써정체성이밝혀지지않은채위반의부정성을통과하고있다.하지만이러한위반을통해야만시는한층더조여지고팽팽해짐이김익경의시가노리는바다.
―권주열시인

책속에서

<고독감별사>

문밖은위험해

집을나서지않는사람
집을이고있는사람
손안에담을수없는그림자만가진그래서

숨어있어도보이는

머리카락이없는사람
핸드메이드커피로혼자를만드는사람
층간소음과입씨름중인세입자
집을나서지않는거울과대화하는

입,자꾸도톰해지는헬리콥터

주위를물리치는사람
주변이없는사람
어떤출사표도던지지않는폭풍같은

달걀껍데기를벗기고있는소금이없는사람
돌아가지않았으므로돌아오지않을사물함을비우는

채우지않았으므로채워지거나버림받을일이없는

익숙한버림,씨앗없는물

개껌같은클라이맥스

<100분토론>

우리얘기를하기로해요

정부에대해
그들의아침에대해
어제의모험에대해

기억에없다면한차례로기억된다면거울이깨졌다면

응당치러야할오늘의색깔은사각

겉과속이다른육팔면체그녀가
담배연기를깊게들이켤때
공중전화의벨이울릴때
우리는서로에대해거짓말을하기로해요

모두가아는

라오스의아이들에게는맛있는캔디를선물해줘야겠지

그렇게편지를썼다

돌아갈가능성이없는

겁을아는일이그렇게어려운일인지몰랐어요살인에가담하지않았다고자신있게말할수있는사람손을드세요돌을던져요짱돌이면더아름답겠지요

우리얘기는비밀로해요

모두가다아는

아름다운춤을춰요

<비문증>

보이는것은도달하지않는것이다

도달하지않는것들이모여
말을걸어오면말이무너지고
말이생성된다

무너진것은무너진것이외의
사물에는관심이없다

도달하는것과보이는것은
말앞에무력하다

분명고개를돌렸으나분명한것이없다

우리는이의를제기할수없다

곧말하고싶었으나
서로를피곤하게만드는습관과
부유물로도달하는말들에대해
결정하지않기로했다

말들의표정에게
도달하지않기로했다

벌레,아지랑이같은루키들은
도달하지않으려고쌓인다

직접말하지않는다

우리는아는척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