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환했다 - 파란시선 143

몰래 환했다 - 파란시선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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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길 어디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몰래 환했다]는 성명진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으로, 「우수 무렵」 「어쩌나 」 「단체 사진 속」 등 60편이 실려 있다.

성명진 시인은 199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1993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 순간] [몰래 환했다], 동시집 [축구부에 들고 싶다] 등을 썼다.

성명진 시인의 시들은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괴팍하고 난해한 단어들이나 기괴하거나 난삽한 표현이 없다. 그의 시는 단순하고 담백하고 단정하다. 그러면서도 상투적인 관념이나 식상한 이미지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낯설지 않은 언어가 시인의 손을 통해 낯선 사유의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슬픔을 서로 나누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게 된다. 그의 시를 읽으면 고통과 분노는 사라지고 슬픔마저도 따뜻한 햇살이 되어 우리를 위로한다. 그의 시의 힘이다.
다음 시가 성명진 시인의 시적 지향과 사유의 세계를 잘 함축해 보여 준다. “예뻐라//하지만/여기 잠깐 서 있거라//나는 어디를 다녀와야겠다/우리를 괴롭혀 온/슬픔 한 가지를 이기고 돌아와서//너를 안아 주겠다”(「들꽃에게」 전문). 시를 쓰는 것은 “슬픔 한 가지를 이기”는 일이다. 그것을 통해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그를 사랑해 줄 수 있다고 시인은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 수 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슬픔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성명진 시인의 시 쓰기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위해 슬픔과 마주하는 일인 듯하다. 그의 이런 작업으로 만든, 아름답게 슬프고, 슬프게 아름다운 시편들이 들꽃처럼 슬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이상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성명진

저자:성명진
1990년[전남일보]신춘문예,1993년[현대문학]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그순간][몰래환했다],동시집[축구부에들고싶다]등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마을11
길너머12
우수무렵14
호박꽃15
차라리잘됐다16
작약18
조각달은지금20
탑하나21
고라니22
오래된냉장고24
포도알25
옆26
농부김천식27
순명28
산메아리29
버스30
꽃이진일32

제2부
오후의일35
앵두36
연어37
겨울포도밭38
삼층탑39
무지개40
제비꽃41
저물녘42
어쩌나43
오늘의순서44
같은슬픔45
생일파티46
공48
밑접시50
그늘두숟갈51
동백그여자52

제3부
활55
참새들56
새차57
얼룩고양이58
씨앗일기59
해변60
단체사진속61
도자기62
땅콩껍데기63
꽃피는일64
겨울날66
쓰다듬다67
감자꽃68
시인작파69

제4부
보름밤73
나물국74
목련꽃송이76
도마뱀77
복서78
가지가다쳤을때80
실을푸는남자82
싸락눈84
백반집85
마루끝86
주의사항87
작은불88
목례90
연보라91
들꽃에게92

해설황정산슬픔이슬픔과함께하는희망의노래93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말수가줄었다.
그렇다고나의말들이
힘을갖는건아니지싶다.

시와더이야기하고싶다.
어눌하더라도사는일에대해
허심탄회하게이야기할수있는날이오기를바란다.

함께노래를부를수있다면더없이좋을테고.

책속에서

<우수무렵>

집앞에아이가나와서있고
노인이앉아있다
한순간아이와노인이가만히
고개를들었다

사내하나가고개를떨군채
앞으로다가선것
한번아이의머리를쓰다듬더니
그는노인에게큰절을올린다

허물어져
내내들썩이는몸

추운행색이었으나
다행히지은죄는없어서인지
지나는햇빛에비치는몸이
몰래환했다

<어쩌나>

마당에서두살배기가울어요같이새끼인송아지가다가가고강아지는벌써아이곁에가있네요저쪽어미소젖이방방불어요지난달까지배에젖꼭지가달랑거린어미개는아이쪽으로몸을일으켰네요

새끼인것들은다가가고어미인것들은품을만들었어요햇볕의갈피마다이런정나미들이있어슬픔을글썽여주니아이의울음소리는점차연해져요

그아비인나는뒤꼍에서앞마당으로가려다가멈춰서있는거예요잘못봤는지도모를저아까운정경,내가마당에불쑥들어서면한꺼번에가뭇없어져버릴까요

<단체사진속>

우리는몰래연인이되어
옆에나란히섰어요

앞을보면서도
손하나씩을사진뒷면으로내놓아숨겼죠
허허벌판인거기

힘내
그래

서로의손에살짝살짝힘을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