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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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표정이 자주 흔들리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은 정우림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으로, 「펜로즈 삼각형」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 「소문의 자루-소름 1」 등 57편이 실려 있다.

정우림 시인은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으며, 2014년 [열린 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살구가 내게 왔다] [사과 한 알의 아이]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을 썼다.

정우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을 관통하면서 독자에게 일관된 정서를 전달하고 있는 힘의 근간에는 유목적 상상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때 ‘유목적’이라는 수식어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이미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먼저, 지금의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갖 기준과 경계들이 어느새 현대인들에게 폭력과 억압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포식성으로 인해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마저도 일상의 논리 안으로 삼켜지고 만다는 사실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부각된다. 그렇게 자본의 확장이 결국 미래의 전망까지 장악해 버린 현실에서 온갖 금기에 대한 저항으로, 그리고 경계를 넘어 무한대의 새로움을 지향하는 창조적 가능성으로 ‘유목’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오래된 미래’처럼 과거의 시간 속 경험에 대한 확신으로 인해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현실에서라면 정착과 안정의 의미인 집 짓는 과정을 다룬 작품에서 시인이 그와 상반되게만 보이는 “설계자 없는 설계/중심이 비어 있는 형태와 균형감”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을 때처럼 말이다(「흔들리는 집」). 말하자면 시집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에 드러난 시인의 상상력은 현실의 요소들을 상세하게 관찰하면서,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고정되어 있던 각각의 위치들에 대한 재배치를 가능하도록 만든다. (이상 남승원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저자

정우림

저자:정우림
경기도용인에서태어났다.
2014년[열린시학]을통해시인으로등단했다.
시집[살구가내게왔다][사과한알의아이][코카서스할아버지의도서관]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펜로즈삼각형11
꽃의유목13
알수도있는사람14
대공원안에서16
불타오르는기타18
흔들리는집20
이불과수건22
언꽃24
변이지대26
혀의무덤28
손가락선인장30
흰꽃병32
발왕산주목나무살아있지도죽지도못하고33

제2부
탁본37
코카서스할아버지의도서관38
이미지유목민40
들깨를털다42
묵호에묵다44
철원46
양양의해를따라48
그림자속그림자50
풀린끈을묶다가52
캐스팅54
은이56
리플리증후군58
돌의폭포60
구름이들려주는시62

제3부
소문의자루―소름165
울타리안개구리―소름266
최후의목격자―소름368
저수지의신발―소름469
염들이다―소름570
흰나비두마리―소름672
한밤의내비게이션―소름774
조문―소름876
새둥지안에세들다―소름977
금빛제비집―소름1078
요양하러왔어요―소름1179
횡문근육종암―소름1280
거짓말의진실―소름1381
축원의다라니―소름1482
그아이는두손만모으고있었다―소름1584
에르카,너의소녀야―소름1686

제4부
개가집을나가는경우의수89
공원의한페이지를읽는동안92
끝나지않는줄94
달의뚜껑을열다96
돼지의귀98
기억의오늘,코르사코프100
82-1102
흰그림자를따라가다104
검은고요105
편의점안세여자108
달이사라졌다가나타났다110
이면지의이면112
육면체의고라니114
붓을씻으며116

해설남승원어긋난지점들을따라걸으며118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소리에게몸이다가선다
눈에게몸이옮겨간다

겹겹이스며든다
서로사귄다
소리와눈이마주보며떨린다

피어나는순간과휘발되는순간사이에
공간이번져간다
시가사라질때까지시를그린다

책속에서

<펜로즈삼각형>

표정이자주흔들리는문을열고들어간다
바늘에걸린물방울이튀어오르고
찌를던지고기다리는것은오히려떨림
물의심장이되어출렁이는구름
수면의셔터가번쩍,
그늘이없는감정의마디가휘청인다
물의각이어긋날때물고기와
잠시,
만났다
헤어진다
수면이찰랑
메아리번져간다

<코카서스할아버지의도서관>

할아버지가살고계시다는먼산을찾아갔습니다
새의그림자가시간을돌립니다
검은돌에새겨진불꽃의글자들

구름이태어나는벼랑같아요
한번도뵌적없는할아버지만나면
주름깊은이마를더듬어볼수있을까요
걷다가도착한곳이여기,비탈엔검버섯이많고
나무들은등이굽었어요

할아버지생각은한번도써본적없네요
불에서태어나신할아버지
그먼이름에유황냄새가배어있는아버지의아버지
돌속에서살다가돌속에서돌아가신돌의조상님

벼랑의돌주머니에제비가살고있네요
할아버지품에서알이되고
날개를달고
검은눈을가진새
주술에걸린밤과낮의수염자락에매달린집
돌기둥육각형안에는
포도주처럼발효된이야기들이가득합니다

할아버지의불은차갑게식어돌이되고
지금도돌덩이등에지고산을오르시나요

꿈이쏟아져내리는밤마다
말랑말랑한과일을찾아맛봅니다
돌도서관에사시는할아버지,
살구나무피리를불어드릴테니

진흙과석양의음악을조금들려주시면안될까요
불의씨앗을저에게주시면안될까요

<소문의자루>
―소름1

소금자루라고했다조직이팽팽하게부풀어보였다언땅에서싹이올라오고있었다아이가태어났다어둠이더어두워졌다아픈사람처럼웅크린자세멀리서지켜보고있었다들풀이자랐다자루가사라졌다

달이이지러질것이다아이가노인이될것이고마을의집은지붕이뾰족해질것이고서로닮은얼굴이사라질것이다희망이라는말이사라질것이다삼각형모자를쓰고날아다닐것이다소문이마을을잡아먹을것이다

눈이내린다경계를지운폭설눈사람의눈동자를달아준다반짝빛난다잊고있던자루가불쑥날아온다홀쭉하다바람이운다자루를흔든다혼자생각하고혼자중얼거리는자루얼룩이묻어있다만지려하자,쏜살같이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