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순간 (양장)

침묵의 순간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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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 누구도 반기지 않는 사람들
한 청년이 프랑스 칼레에 있는 개미굴 같이 뒤엉켜 있는 난민촌 천막들 사이를 걷고 있다. 머리 위로 내리는 가랑비에는 그가 떠나온 고국의 소금기 머금은 냄새와는 다른 흙과 신선한 풀 내음으로 가득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국경이라는 인간이 그어놓은 배타의 선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만 바쁘다.
무엇을 할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끝없는 기다림 뿐이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그에게 허락된 것이라곤 두고 온 산하, 가족, 잃어버린 그 어떤 것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삭이는 것뿐이다. 미래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기서는 사치다. 여기에는 그를 기다리는 사람도, 반겨줄 사람도 없다. 그런데 그는 왜 여기까지 목숨을 걸고 와야만 했을까?
청년은 왜 난민이 되어야 했을까?

저자

플로렌스제너메스

어떤이는장미꽃속에서태어나고,어떤이는양배추속에서태어난다고도합니다.또어떤이는책속에파묻혀서태어나거나,아니면책의이야기속에서튀어나오기도한다지요.프랑스스트라스부르에서태어났으며,어린시절의기억속에는늘책과이야기로둘러싸여있었다고합니다.스트라스부르의ESPE에서프랑스어를가르치고있으며,2001년부터동화쓰는일도열심히하면서그림책과구연동화그리고짧은소설을쓰는작가로활동하고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이세상어딘가에서

난민은지금도세계곳곳에서발생하고있으며,2022년6월기준UNHCR에등록된전세계의난민수는3,530만6,050명이다.흔히말하는난민에대한정의는‘인종,종교,국적,정치적의견이다르거나특정사회집단의구성원이라는이유로박해를받을위험이있어,자기나라를떠나국경을넘은사람으로서분쟁또는일반화된폭력사태때문에자기나라로되돌아갈수없는사람들’이다.
한때우리도난민이었던때가있었다.일제강점기,그리고해방공간과한국전쟁을겪는동안조국을떠나야만했던이들이있었고,한국전쟁이후산업화과정에서는일자리를찾아고향을떠나야했던도시난민이있었다.
이런아픈상처를서둘러봉합한우리앞에아프리카청소년난민이주인공인그림책이세상에나왔다.난민이발생하는대부분지역은정치나이념,체제등이불안전하거나,과거제국주의시대때식민지로열강에의해강제로분리되거나합쳐졌던곳들이다.구미열강에의해짓밟히고학대받았던이들이이제는난민이되어오히려그들에게서인류애와나눔,관용,너그러움,권리따위의용어로포장된정의라는동정심의그늘에서보살핌을받는것이현실이다.
이책은난민이될수밖에없었던에리트레아출신의한청년이읊조리는희망참을가장한우울한독백이다.누군들조국과고향,가족을등진채목숨을담보로한여행을떠나길바라겠는가?절박한죽음앞에서살아남기위한마지막몸부림이바로난민이되는길이었다.
그러나죽음의땅을무사히탈출하더라도말과문화와풍습이다른남의땅에서새로뿌리내리기란말처럼그리쉬울까?난민이곁을파고들면기꺼이자리한편을내어줄수있는마음넉넉한이는세상에그리많지않다.그렇다고탈출에성공해난민촌에정착한다고해서삶은그다지나아지지않는다.이전의삶과별반다를바가없다.어쩌면죽을때까지난민촌을떠나지못할지도모른다.그들에게는희망또는꿈따위는어쩌면이미오래전에사치로변한말들인지도모른다.이세상어딘가에서그들은살고살아가고있을것이다.다만우리눈에띄지않을뿐이다.
우리의삶이평안하다고해서,슬픔을몰라야할수는없지않은가.우리의삶이기쁨으로충만하다고해서,아픔이나고통따위는그저남의처지라치부할수만은없지않은가.앞이보이지않는절망이라해서희망을품지말란법도없지않은가.꽃길은아니더라도그리환하지는않더라도빛을볼수있도록궁리를하는것도옳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