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큐멘터리 (봄날의 닭을 좋아하세요?)

닭큐멘터리 (봄날의 닭을 좋아하세요?)

$19.47
Description
신은 친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개를 보낸다고 한다.
나에게는 왜 닭이 왔을까.
7년 동안 닭과 살며 나는 그 답을 얻었다.

수탉 목청 자랑에 동네 평화 찢어지고
가출 닭 잡으러 귤밭을 질주해도
절묘하게 평화로운 바닷마을 닭 다이어리

푸바오와 고양이가 장악한 동물 판에 푸더더덕 날아든 당신의 첫 ‘닭 에세이'
‘치킨도 아니고, 웬 닭?’ 싶은가?
한번 닭을 알고 나면 당신도 ‘닭밍아웃'을 할지 모른다.
“닭의 모든 생애가 아름답다!”라고 외치며!

사력을 다해 알을 깨고 나오는, 스스로 쟁취하는 삶의 상징 - 병아리
지극한 아름다움과 지극한 고통 사이의 왕복달리기 - 수탉
무정란과 유정란을 따지지 않고 모두 품는 마음 - 암탉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동물이자, 가장 많이 도축된 공룡’, 닭에게서 보고 배운 아름다움과 삶의 힌트를 전한다.
저자

효영

제주 서귀포 서남쪽 시골 마을에서 암탉 여덟, 강아지 하나, 어린이 둘, 반려남자와 산다. 매일 아침 강아지와 동네를 달리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달걀을 꺼낸다. 하나씩 천천히, 또박또박, 매일의 삶을 정성껏, 따뜻하게 살고 싶다. 달걀 후라이는 써니 사이드 업. 무조건 반숙!
instagram : @hyoyoungyoon

목차

들어가는 글 _양계 변명-나는 왜 닭 책을 쓰는가

1부. 봄날의 닭을 좋아하세요?
__야! 닭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
__양계 입문자를 위한 강령
__닭 인생은 닭의 것
__수탉의 기원 Origin of rooster
__병아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__순환의 동그라미
__암탉은 건드리지 마라


2부. 사려 깊은 닭치기
__폭풍 속으로
__크리스마스엔 닭을 선물하세요
__뒷걸음질 치지 않고
__기른 닭을 먹습니까?
__닭이 이름을 가지려면
__암탉천하
__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닭
__닭의 우주에 어서 웰컴
__가계도-집과 닭의 생애
__양계 가족의 핸드폰 안에는

나가는 글 _기획 변명-나는 왜 닭 책을 만들었나 / 기획자 하정

출판사 서평

기획 변명 - 나는 왜 닭 책을 만들었나?

늙고 가난한 농부가 있다. 그저 착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그에게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 상대는 장애가 있어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 신부의 가족은 우리 돈 4만 원쯤 되는 결혼 지참금을 받고 그녀를 치워 버렸다. 첫날 밤, 신부는 실수를 할까봐 하반신을 침대 밖으로 내놓고 구부정하게 잠을 잔다. 농부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보살피고, 신부도 조금씩 마음을 연다.

남들이 보기엔 비참한 존재들의 조합일지언정, 둘의 인생에는 없던 감정-‘설렘’과 ‘의지’가 감돌기 시작한다. 일단, 집을 짓기로 하는데 재료도 장비도 없다. 둘은 지천에 널린 흙으로 벽돌을 빚는다. 물론 맨손으로. 비가 내리면 허탕이 되기 일쑤였는데, 두 몸은 느리고 불편했지만 끈질겼다. 마침내 집이 서고 어느 날 밤, 창 밖으로 노란 빛이 새어 나온다. 단칸방 흙바닥에서 작은 상자를 들여다보며 소근거리는 부부. 상자에서 터져 나오는 빛이 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신이 가여운 이들에게 황금이라도 선물한 걸까?

영화 『먼지로 돌아가다』(2022)의 한 장면이다. 흙먼지가 벽돌이 되고 집이 되는 과정이 ‘과연 이게 될까?’ 싶도록 힘겹게 흘러가다, 이 장면에서 보는 이는 겨우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3년 전이라면 훈훈하게 보고 넘겼을 터인데, 이 장면을 여러 번 떠올리며 곱씹었다. 상자 안에서 빛을 발하는 물체가 작고 동그란 덩어리, 바로 병아리였기 때문이다. 꿈도 희망도 없던 사람이 이제 그것을 가져보려 할 때, 감독은 그 자리에 병아리를 두었다.

나는 진짜 정말로 결코 병아리든 닭이든 관심이 없었다. 3년 전, 어떤 글을 만난 후 달라졌을 뿐이다. 그해 여름, 제주도의 한 단체에서 에세이 단행본 기획하기 수업을 요청했다. 온라인 수업이었다. 첫 수업 날, 제주도민 여섯 명의 얼굴이 모니터에 조로록 떴다. 어떤 주제로 책을 만들지 물었는데, 한 참가자가 말했다.

“남편이 뭘 자꾸 만들고 키워요. 지금은 닭을 키우는데 그 얘길 쓸까 봐요.”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배시시 웃었다. 눈에 훤히 보였다. 일을 벌이고 사고를 치는 남편, 수습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의 한풀이렸다! 그런데 일주일 후, 과제를 검토하다 내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글은 한풀이가 아니라 남편 관찰기였다. 그것도 애정이 깃든! 이후 나는 으레 닭의 안부를 물으며 수업을 시작했고, 마지막 수업에서는 이런 말을 내놓았다.

“닭 책을 좋은여름에서 만듭시다.”

다른 참가자들은 환호를 보냈고, 당사자-효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읽은 것이라곤 첫 과제로 제출했던 한 꼭지뿐이었으니 그럴 법하다. 모든 초고가 그렇듯 완성형 글은 아니었지만, 나는 다음 세 가지 표현에 매료되었다. 1. 초승달 같다고 묘사한 암탉의 몸통 2. 사춘기 중학생 같다는 중닭의 행동 3. 유령이 되어 나타난 죽은 병아리들, 그리고 병아리 유령이 무섭지 않을 것 같다는 글쓴이의 마음.

이렇게 저작 경험이 없는 저자와, 다른 작가의 글을 출판한 적 없는 출판사의 ‘과연 뭐가 되려나?’ 싶은 합작이 시작되었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출간 기획서도 마감도 없었다. 경쟁 도서도 마케팅 방안도 없었다. 효영은 오랜 기억을 들추거나 요즘 일어난 에피소드를 포착해 공유 문서에 짬짬이 기록했고, 나도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생각나면 문서에 접속해 글을 읽었다.

3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길어지는 문서를 읽다가 나는 알아차렸다. 글은 「한풀이-나 이렇게 고생해요」에서 「남편 관찰기-이 사람 흥미롭다」로, 그러더니 「닭밍아웃-나 이렇게 닭을 사랑해요」로 슬금슬금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닭에게 가장 푹 빠진 사람은 저자 자신이었다.

나는 곧 제주도로 날아갔다. 현장감 넘치는 기획을 위해 현장 시찰, 아니 닭장 시찰은 필수였다. 인터넷으로 아무 닭, 아무 닭장 사진을 참고하는 것은 의미 없었다. 효영과 필의 세계에서 나이 들고 있는 The 닭들, 저자의 묘사와 내 상상이 과연 어떻게 같고 다른지 봐야 했다. 온라인 회의와 전화로 소통하다가 처음 마주한 저자와 필의 얼굴, 그리고 닭! 나는 사람들과 짧게 반가움을 나누고는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

“사진 찍어주세요.”

내 품 안에는 닭 한 마리가 폭 안겨 있었다. 발치에서 서성이던 닭을, 우리 집 고양이에게 하던 버릇으로 번쩍 들어 안아 버린 것.

“아아, 선생님! 수탉을 그렇게 함부로 들면 큰일나요.”
수탉 에피소드가 나오기 전이었으니 나는 수탉의 포악함을 몰랐던 것. 안은 나도, 안긴 수탉도 멀뚱멀뚱할 뿐, 촬영은 친구 사이의 인생네컷처럼 수월했다. 당시 수탉 입장을 추측해 보면, 처자식 앞에서 인간에게 아기처럼 안기다니 모양 빠지는 건 맞지만, 낯선 자가 경계심이라곤 하나도 없이 자기 물건 들어 올리듯 답삭 해버리니 혼쭐 낼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닐까?

제주 블루스에 머물며 ‘3박 4일 끝장 쓰기 캠프’를 진행했다. 일과 후 효영은 제주 블루스로 넘어와 글을 쓰고, 나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효영이 넘기는 글들을 검토하다가 이내 닭처럼 졸았다. 아침 식사로는 당연히 집 달걀 후라이를 대접받았다. 나는 아일랜드와 덴마크에서 자급자족 공동체 생활을 했는데, 그때도 우리 농장 닭들이 낳은 달걀을 먹었다. 그때의 달걀은 그저 달걀이었다. 그것을 낳은 닭이나, 그것이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사실과는 연결 짓지 못했다. 하지만 필이 영혼을 담아 지은 닭장에서, 효영이 수탉에게 쪼여 가며 돌본 닭이 오늘 아침 낳은 달걀은, 그저 달걀이 아니었다. 누가 보아도 똑같이 생긴 병아리들이 하나하나 구별된다는 이 양계 가족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글을 쌓는 도중 효영은 여러 차례 되물었다. “이런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정말요?” 닭을 테마로 책을 준비 중이라고 주변에 흘렸을 때, 대부분 “윽! 닭 무서운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앞으로 독특한 기획들로 책을 만들겠다고 하니, 이 책의 펴낸이는 “닭 책도 내는데 뭔들”이라며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닭이 마지노선인가!). 모든 손사래와 의구심에게 나는 답했다.

“네. 닭의 모든 생애가 아름다우니까요.”

호기로운 말이었지만 사실 막막한 말이기도 했다. 효영이 내 말에 기대어 원고를 쌓아가는 동안 사실 나의 우주는 뒤틀리고 있었다. 선물 삼아 만든 책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2019)와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2020)가 고마운 사랑을 받아 얼떨결에 출판사를 등록했지만, 과연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출판을 한다며 손을 놓았던 그림에 대한 미련도 올라왔다. 40대 중반이 되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끝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출판은 닭 책을 마지막으로 하고, 붓을 다시 잡아야 할지 매일 고민했다. 그 와중에 건강 문제, 거주지 문제, 사무실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

사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초고가 나왔다. 처음엔 기획자, 제작자의 입장으로 검토하다가 결국엔 독자가 되어 그저 읽어 내렸다. 특히 암탉에게 푹 빠져들었다(저자의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일 가정 일 암탉’ 법 제정에 찬성한다. 가장 와닿은 점은 암탉이 무정란, 유정란을 구분하지 않고 품는다는 사실이었다. 결과를 보장받으려 들지 않고 그저 품는다. 유정란이라고 다 병아리가 되지 않고, 태어났다고 다 살아남지도 않는다. 닭의 우주에서 죽음은 너무 쉽다. 대신 암탉은 죽음보다 더 많은 알을 매일매일 낳는 것으로 죽음에 지지 않는다.

나를 돌아보았다. 눈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품어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어느 것이 유정란이고 무정란일지 미리 알고 싶어 안달했다. 그러면서 시간에 지고 불안에 지고 있었다. 효영이 내 사정을 알고 귀감이 되라며 글을 썼을 리 만무하다. 신이 친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개를 보내고, 희망이 필요한 사람에게 닭을 보낸다면, 이 타이밍의 나에게 닭 원고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순수하게 지금의 소임을 계속하는 것이 희망, 그 자체라는 가르침이었을까?

가난한 연인에게, 전쟁 폐허 속 민초들에게, 문학판에 진저리가 난 시인에게, 방황하는 초보 출판인에게 닭이 있었다. 닭은 무엇도 보장할 수 없는 곳에서의 시작, ‘그럼에도’ 살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이었다. 맨손으로 흙벽돌을 만들던 농부와, 무정란을 소중히 품던 암탉을 상기하며 나는 효영에게 말했다. “우리 책 삽화는 제가 그릴게요.” 비가 내려 벽돌이 진흙 덩어리가 될지, 사려 깊은 닭치기가 유정란을 구해다 몰래 넣어 줄지는 가봐야 알 일이다.

우리가 푸바오도 고양이도 아닌 ‘닭’을 데려온 사연은 여기까지다. 아무쪼록 효영의 첫 글, 좋은여름의 첫 기획작을 즐기시길 바란다. 유정란인지 무정란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우리의 우주에서.


2024년
기획자 하정 씀



〈작가의 말〉

금요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우면 ‘그’의 주말 의례가 시작된다. 먼저 나무 조리대에 덧가루를 흩뿌리고, 냉장고에서 발효종을 꺼내 그 위에 조심스레 올린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더해 발효종과 잘 섞이도록 반죽한다. 반죽을 통에 넣어 그대로 두었다가 30분 후 꺼내어 다섯 번 접는다. 다시 30분 쉬기 - 접어주기를 서너 번 반복한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판이하다. 발효기와 이스트 같은 촉진제 없이 자연 발효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저녁에 시작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너끈히 빵을 구울 수 있지만, 한겨울엔 목요일 오후에는 시작해야 토요일 아침에 빵을 먹을 수 있다. 시간만 간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다. 이스트 역할을 하는 천연 발효종은 냉장고에 두고 그야말로 ‘애지중지’ 키워야 한다. 온도나 습도가 어긋났다가는 과하게 발효돼 시큼해지거나, 발효가 덜 되어 제 역할을 못한다. 그러니 그의 주말 의례는 주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주일, 한 달, 일 년… 끈질기게 신경쓰고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