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에서 온 엽서 (박기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마추픽추에서 온 엽서 (박기원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시를 읽고 논의를 할 때 빈번하게 거론되는 것이 디테일과 스케일의 문제다. 명나라 구곤호 선생은 ‛작문요결’에서 이것을 소심小心 과 방담放膽이란 두 단어로 요약을 했다. 소심은 ‘디테일은 섬세하라’는 말이고 방담은 ‘스케일은 담대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글쓰기의 방법은 다만 이 두 가지 실마리에 달려 있다고 했다. “방담은 제멋대로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시원스런 생각을 하라는 것이지 멋대로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라면 절도가 없고 방탕해서 못하는 짓이 없게 된다. 또한 소심은 섬세하게 하라는 것이지 꼭 붙들어 놓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본 것이 광대한 뒤라야 능히 세세한 데로 들어갈 수가 있다. 소심은 방담한 곳을 통해 수습되고 방담은 소심한 곳을 통해 확충된다.”라고 선생님은 말했다.

그래서 글이란 꼼꼼함 없이 통만 커도 안 되고 따지기만 할 뿐 큰 시야가 없어도 못 쓴다. 다시 말하면 좋은 글의 요체는 디테일과 스케일의 균형에 있다. 즉 스케일과 디테일의 균형이야말로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박기원 시인의 이번 시집은 전편이 스케일과 디테일이 조화를 잘 이룬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거름은 붉은 꽃처럼 시든다」는 그중 특히 수작으로 보여진다. 또한 ‘화염’ ‘불꽃’ ‘붉은 혀’ ‘꽃’ ‘낙엽’ ‘피’ ‘각혈’ ‘역광’ 등의 시어가 ‘붉음’ 이라는 색체적 이미지를 생동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시어의 이미지를 파생시켜 변형하며 라임 (rhyme)을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어려운 세상 /믿지 않는 것이 믿는 것보다 쉬운 세상” “꽃이 사람처럼 팔리는 세상/ 사람이 꽃처럼 팔리는 세상” “꽃을 주고 싶은 사람은/ 꽃을 받을 사람에게” “생을 마감하는 것들의 각혈을/ 다시 태어나는 것들의 역광을” 등을 반복적으로 나란히 배치하여 시의 이미지를 풍성하게 한다.
저자

박기원

ㆍ진주출생
ㆍ2014년《경남문학》신인상수상
ㆍ시집『마리오네트가사는102동』
『마추픽추에서온엽서』

목차

시인의말

제1부
13수평에서멈추다·2
14오래된길
16102동에사는마리오네트
18남강,저유등
19눈물모양의말투
20돌탑쌓으며
22정전停電·1
24미각운운味覺云云
26해무\海霧
28야간비행夜間飛行
30폐쇄된철길
32유통기한
34풍경을앓다
36남강다목적댐
38진양호晉陽湖·3
40선線·1
41반려등대

제2부
45꽃구경
46해거름은붉은꽃처럼시든다
48언제나섬
50감기를달고사는시간들
52배우기전에배우는것들
53스키드마크
54암자庵子의하루·1
55암자庵子의하루·2
56나의길
58빈집
59비린내
60마추픽추에서온엽서
62남강南江도서관
63백목련·1
64여파餘波의파장波長
65흉부근막통증증후군

제3부
69노동기勞動記·1
70나는나의적절한가면假面인가
72그림자를빚다
74진주대로晉州大路
76정전停電·2
78자화상
80딸생각·1
81딸생각·2
82초원으로가자
84최후의다이어트
85주머니에먹먹히있으라고주먹
86마당의하루
88가포架浦를찾아서
90갈대꽃
92내시경內視鏡
94좋은날
95한사람

제4부
99겨울바다
100징조몇가지·4
102선線·10
104새들의발자국·1
106유년의하늘
107숙취宿醉
108염색약
110달동네
111시인詩人
112낙엽落葉과낙심落心사이
113금연
114수건의생일
116액자의전기傳記
118아카시아꽃
119그네
120일구육사一九六四·1

|해설|
123감정의파장波長과시어의전이轉移/성선경(시인)

출판사 서평

박기원시인은시를대하는태도가진지하고,활발한시어의전이를통해시의흐름이자연스럽고유장하다.시는박기원시인이시인으로서자신에게얼마나진지한가를다시한번인식하게한다.존재론으로서시인의자세가유장하다.이유장함속에시인은존재한다.죽고싶을만큼삶이부끄럽고그부끄러움을드러낸시는다시한번고통스럽다.그만큼시인詩人은진지한삶속에있다.여기에박기원시인이있다.

기성의개념으로받아들인사물은사물자체가아니라,사물을빙자하여관념을받아들인것에지나지않는다.관념에포함된기성의윤리,인식,질서가사물을가려서사물자체를보지못하게한다.상식이나인습이라고하는그고정관념이우리를사물에게서멀어지게만든다.그래서시인은상식과인습의벽을깨고사물의세계로들어가는사람이자그자유를누리는사람이고자시속에서몸부림치기도하고머릴찧고있다.

[출간의도]
‘시란무엇일까?’
이물음에명쾌하게답할수있는이,과연몇이나될까?수십년을시에매달려안달복달살아온나로서도아직이원초적인물음에답하지못하고있다.어쩌면이물음에답한다는자체가어리석은일인지도모른다.어쩌면이물음에대한답을얻고자밤늦게시를쓰고있는지도모른다.

그시가삶속에서길을제시하지못할때,더더욱허방같은물음속에서헤매는날이허다했다.사랑이라는말은‘살다’라는동사에서왔다.그래서‘사람=사랑=삶’은‘살다’라는같은어원에서파생된말이다.사람이사랑하며사는것이곧삶이다.그래서언감생심,좀더삶에대한애착과애환을시에투영시키려고노력했다.스스로를상실시켜진정한자신을발견하듯말이다.

‘삶이란무엇일까?
‘삶은우연의결과물인가?아니면필연의산물인가?
이제시로써답할수밖에없을것같다.

누가물어오면,두번째로엮은이시집이단지,그에대한나의답이되길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