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는다 (객토문학 동인 21집)

안부를 묻는다 (객토문학 동인 2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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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출간의 의미
우리 시대의 고민은 노령화와 저출산 또 지역소멸일 것이다. 이것이 언제부턴가 어제오늘의 고민이 아닌 게 되었다. 하여 이번에 동인지 기획시 주제를 저출산과 지역소멸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보자는 것이었다 하여 저출산과 지역소멸을 알려내고자 한 것이 출간의 의미라 생각을 하며
점점 심각해져 가는 지역소멸과 저출산의 문제를 부각시켜보고자 했습니다.

객토 문학동인 소개
〈객토 문학〉 동인은 1990년 경남 마산 창원에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쓰는 모임으로 출발을 하였지만, 아이엠에프 이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모임으로 거듭났습니다. 2000년 첫 동인지를 출간하기까지 소책자 〈북〉을 발행하였으며, 그 후 해마다 동인지를 묶어냈습니다. 또한 시대의 첨예한 현실을 주제로 한 두 권의 기획시집을 묶어냈으며, 지역과 지역을 넘어 삶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공통의 주제를 선정하여 동인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작품을 생산해 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사람이 쓴 글이 많아져야 세상이 좀 더 나아지리라 확신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현재 참여하는 동인은 김성대, 노민영, 박덕선, 배재운, 이규석, 이상호, 정은호, 최상해, 표성배, 허영옥 입니다.
저자

객토문학동인

저자:객토문학동인
<객토문학>동인은1990년경남마산창원에서노동자들이중심이되어시를쓰는모임으로출발을하였지만,아이엠에프이후다양한직업을가진모임으로거듭났습니다.2000년첫동인지를출간하기까지소책자<북>을발행하였으며,그후해마다동인지를묶어냈습니다.또한시대의첨예한현실을주제로한두권의기획시집을묶어냈으며,지역과지역을넘어삶의목소리를전달하기위해공통의주제를선정하여동인개개인의개성을살린작품을생산해내고자노력하고있습니다.여전히유효한것은각자의위치에서열심히땀흘리는사람이쓴글이많아져야세상이좀더나아지리라확신하며더욱열심히일하고글을쓰려고합니다.현재참여하는동인은김성대,노민영,박덕선,배재운,이규석,이상호,정은호,최상해,표성배,허영옥입니다.

목차


21집을내며

제1부
안부를묻는다

김성대빈집
아이들이사라졌다
노민영금기어
전망
박덕선평아네집
들빼기지나우리동네
배재운
이규석죄인1
죄인2
이상호집한채

정은호고향이,하현달
대감마님속이탄다
최상해안부를묻는다
만복상회
표성배집들이누워있다
여전히사람들로붐비는고향
허영옥누가달을베어갔을까?
빈집

제2부
그래피어라너도꽃인데

김성대쪽동백
적석산
하늘을향해피는꽃
사자왕형제의모험
모감주나무
노민영나의빼앗긴성
유언
시집과새집
비밀의문
갈대의은어
박덕선그래피어라너도꽃인데
극우전선의목사들
타버린재위에꽃씨를심으며
지는꽃은열매에미련두지않는다
미운사람
배재운
이규석아픈이별
나는어떤사람일까
습관
도미노2
작업장에서
이상호성심원언덕에서
바다로가고싶다
낮잠
아무일없는하루
허깨비인생
정은호야근
당신누구요?
능력주의는폭군이다
자본이갑이다
떡값십만원
최상해풍경
강앞에서
규칙과질서
그러려니
봄감기
표성배바람에물어보는
그곳에도눈내립니까
눈내린아침
늦은봄날오후
저녁해가따뜻한시간입니다
허영옥거미집
빨간초보운전
달팽이
사진
소금바람

제3부
문영규시다시읽기

김성대겨울
노민영향기
박덕선아카시아필무렵
배재운
이규석마침표
이상호하얀꿈
정은호순진한으로
최상해살아있지?
표성배바위는저항하고갈대는적응한다
허영옥

·동인소개
·<객토문학>동인지및기획시집

출판사 서평

21집을내며

어느덧만산이홍엽으로물들었다.우기가잦고금방지나가는가을을아쉬워해야하는,예전같지않은기후위기시대를살아가고있다.개인의삶이팍팍한것이야변함없는현실이지만,앞이보이지않는어두운미래가늘걱정이다.그래도객토는그자리에서‘현실’이라는화두앞에나름의역할을다하기위해고민하고있다.하지만그한계는해가갈수록뚜렷하다.
21집을준비하면서무슨고민을했던가.그고민의끝,결과물이처음생각하고마음을모았던주제와같은가.이런생각을먼저하는것은자기반성이다.올해기획시주제를논의하면서<지역소멸과저출산>까지다루어보자는것이었다.저출산이나지역소멸이라는문제는이미국가적문제가되었지만,국가도그답을찾지못하고있다.사실,이문제를문학으로풀어내는것은처음부터어려웠는지모른다.김성대의「빈집」과정은호의「대감마님속이탄다」,최상해의「안부를묻는다」정도가저출산문제를직접다루거나나름다루기위해고민한흔적이보이는작품이고,그외작품은지역소멸과저출산의원인보다는현재처해있는현실을피상적으로다룬작품이대부분이라고해도될것이다.그만큼이문제가시로형상화하기에는어렵지않았나한다.하지만무엇보다동인개개인의고민이얕았다고봐야한다.그래도이만큼의결과물을또,내놓는다.
올해가문영규동인이우리곁을떠난지10년이되는해다.벌써10년,그래서지난6월28일경남작가회의문학교류위원회가주최한<바닷가우주에서문학을만나다>,<안드로메다로간시인문영규>시인을만나는행사를했으며,이번동인지3부에서‘문영규시다시읽기’를통해문영규동인의시정신을되살려보고자했다.
모든것이처음마음과는같지않다.그렇다고무엇인가하지않을수는없다.
2025년가을,객토문학동인

책속에서

20대와70대인구가나란하다는뉴스를듣다가남편떠난뒤내내누워만있다던경자가벌떡일어났다는소식을듣는다손자보기를소원했다던남편과아들하나딸하나,칠형제자매를둔엄마에비하면얼마나단란한가족인가남편의부재가아직도실감나지않는다는경자는칠형제자매가모두모일때마다찰떡같이매치면더차지고,쑥떡같이버무리면부풀어올랐다는우리어릴적시간이었는데,아들도딸도결혼하지않고살겠단다심지어결혼을해도아이는낳지않겠다손가락걸고맹세하고양가부모허락까지받는신혼부부도있다고한다아버지어머니돌아가시면훨훨뿌리고말겠다는이야기는그냥이야기가아니다자식들낳아봐야뭔소용이냐고한참을전화기만붙들고있었다는경자소식을듣는다아픈허리부여잡고어기적어기적화장실가는남편뒤를따라새삼스럽게내안부를묻는다
---「최상해,안부를묻는다」중에서

농촌이나어촌의시골집만
빈집이아니었다

경남의유치원생이지난5년동안
1만2,100여명이줄었다
문닫은유치원은자꾸늘어났다

경남에서지난50여년간문닫은
초·중·고교는587개나되었다

‘어떻게지켜온이땅이요이바다인데’
폐교에는이순신장군의동상만
덩그러니남아서한숨을내쉬고있었다

느티나무아래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노래한
그때의기억들을어디에서찾을까

댐건설로물에잠긴마을처럼
가슴속의따뜻했던추억들이
천천히비워지고있었다
---「김성대,빈집」중에서

서로좋아하는것같으니가을걷이끝내고
만덕이와꽃분이를짝맞추어혼례를올려주었다는데
수삼년이지났는데도아이를낳지않는다

곰곰생각해보니,아-알걸알아버렸다

제아이들자기들처럼살게할바엔차라리
아이를안낳겠다는것

예전에도이런생각을했던노비들도있었을테지

속이타던대감마님큰맘먹고면천약속이라도했을까

이게어디그옛날이야기인가싶다

지금은무엇으로가난한청춘남녀들의구미를당길까

부와권력을대물림받은이들만대감마님인세상

하루해가무겁기만한사람들은산부인과폐업을
걱정하지않는다

나라님걱정이태산이다
---「정은호,대감마님속이탄다」중에서

태어나자라던집은
생업을위해전쟁터를나간식구들이
어쩌다잠시쉬어가는숙소에불과한데도
문득보고싶다고
식구모두집에서밥한끼하자는말도이제
눈치없는금기어가되었다.

나이가들도록혼사를못하는자식
흉이라도되는양숨기던엊그제같은날
그로부터한대가채지나지도않아
혼사이야기는이제
내자식이고남의자식들에게도금기어가되었다.

부모는자식이떠난집에서
때묻은자식의흔적을쓰다듬으며
자식의앞날을위해간절히기도를하지만
먼훗날자식은부모가떠난집을두고
얼마나자기살림에보탬이될지셈을한다.

못난집들이고아처럼눈총을받으며
팔려가지못하고버려져쌓여가는시대
그래도한식구였던인연들을보듬어내었던그집
떠난주인의향수로버티며늙어가고있다.
---「노민영,금기어」중에서

아홉살에엄마잃고오래도록바람벽에마음을걸어둔평아
그집이혼자집을보며마당가매실나무위로봄이오고
복수초노랗게웃으며봄이익어갈때바람도없는날
스르르뒷간이무너졌고같이밤새던작은방소죽솥가
황토벽이댓살그물드러내며바람집이되었다.
여름가고쑥대마당에개망초꽃새하얗게피던날
마루청과안방이앙버티다가기왓장틈새로숨어든
빼뿌쟁이몇포기콩장판틈새싹을내고방주인바뀌었다.

평아는마당에앉아별보고옥수수쪄먹던여름밤얘기를
만날때마다했지만그집주인은행정법상큰오빠이고
생태법상개망초쑥대가주인자리를내어주지를않노라고
나는빈마당에가득찬잡풀만찍어서서울로보내곤했다.

올해큰오빠는살지도팔지도않겠다는빈집에
달빛을들여놓고바람도쉬게해주던모든식구들몰아내고
파랑색천막을가져다가숨쉬는구멍다막아버리고
잡풀풍성했던마당을깎고하늘색번들번들덮어놓았다.

비로소그집은아무도살지않는다.풀한포기도바람한자락도
쫒겨난그집마당에쏟아진빗물이고요히하늘을받아내고있다

이젠어떤생명도평아네집에들어가려면절벽을타야한다.
푸른비닐천막미끄러운절벽에오늘은어른어른달이걸렸고
추석인사희뿌옇게얼룩진평아의눈물이번져나가고있었다.
---「박덕선,평아네집」중에서

한쪽이무너져내린서까래
꾸부정하게굽은기둥
여남은식구가두레상에둘러앉아오순도순복닥복닥
정겨웠을대청마루에는흙먼지수북이쌓여있고

한자락반가운소식물어와도
전해줄곳없는까치는
늙은감나무가지끝에서한가롭게바람을타고
온뜰안에잡초무성해도
옛주인닮아
빈장독대에봉숭아꽃한포기정갈하게물들어있네.

자식잘되길바라는희망과
손자손녀품에안고살갑게살고싶은바람
차곡차곡쌓아놓고
외롭게떠난늙은부부의마음
안쓰러워
스러져가는빈집이보듬어안고가네
---「배재운,소멸로가는길」중에서

부모손잡고걸어가는아이를보면
가던걸음멈추고한참을보다
나도저런손주가있었으면?

사십이가까워진아들
결혼생각이있나없나?
독촉하듯물어도대답은묵비권
이젠오락대신결혼포기한?
여자친구와산행에빠져있고

대나무행운목이꽃을피울때도
적게열리던대추나무에염소를매어두면?
대추가주렁주렁많이매달리는것도?
위기를느껴종족번식을위한것인데
그이유를모르는사람있을까

아내말처럼
돈없으면결혼하기도어렵다지만
결혼해도출산을포기한다는데
자식교육을잘못시킨것같아
아들과눈을마주쳐도
부담과압박느낄까싶어
내가먼저시선을돌린다
---「이규석,죄인2」중에서

상용호어촌마을포구옆집한채
오가는이들의길목을지키는벽의색이바래졌다

녹슨대문안넓은마당은
발자국을덮은풀들이우후죽순자리잡았고
빛을반사하는창문은흐릿하기만하다

집이집이기를멈춘순간
따뜻함이주소를잃었고
남겨진벽과기둥곳곳
거미가떠난거미줄만
문이열리길기다리며늘어져흔들거린다

집이
허물어질날이다가오는지
집안을휘돌아나오는바람소리가
날카롭다
---「이상호,집한채」중에서

사람이떠난마을에집들이누워있다
그집에눌러붙은추억만남아있는집
1년내내아무도찾지않는집
아버지처럼한쪽어깨가축처진집
어릴적빈집을두고귀신나오는집이라며
수군대던그런집에거미들만제철이다
이런빈집이동네에수두룩하다
시골에살러들어가는이들이종종집을찾지만
선뜻집을팔려는이들이없다
부모에게물려받은집이지만
무슨부모와의추억때문만은아니다
돈이될까싶어꽉쥐고있는것이다
오히려어떤시골은토박이보다
살러들어온이들이더많다
그들도대부분은머리가히끗히끗하다
동네한가운데보다는
동네에서도좀떨어진곳에농막을놨고
사는이가대부분이다
도시에서찌들은영혼을달래기위해왔을것이라는
추측만해본다
개짖는소리만빼고나면동네는괴괴하다
아이들울음소리나웃음소리가사라진지오래다
도시에서도아이들을낳지않겠다는젊은이들이대부분인데
시골에는아예젊은이가없다
사람이사라진마을에
어깨가쳐지고허리가꺾인집들만남아
마을을지키고있다
---「표성배,집들이누워있다」중에서

백여호넘던동네
껍데기만남은사십여호
도시로알맹이가빠져나간
빈집같은낡은사람들만
볕살바른곳에옹기종기
빈지20년을넘긴옆집
위채와아래채사이
만월같이둥근마당가
옹기종기모였던장독대도깨어지고
대나무만무성해
달빛조차들지않는
낡은집을지키고있다
불빛보다환하게
온뜰왁자하게꽉채웠던
그달빛은
누가
베어갔을까?
---「허영옥,누가달을베어갔을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