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날개

$12.00
Description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에 비견되는
러시아 퀴어문학의 고전
퀴어문학 출판사 큐큐에서 미하일 쿠즈민의 ≪날개≫를 출간했다. 큐큐에서 출간된 퀴어 작가들의 사랑 시집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로 연작시 「알렉산드리아의 노래」 중 한 편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쿠즈민의 소설이 국내에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알렉산드리아의 노래」와 ≪날개≫ 모두 작가의 대표작이자 퀴어라는 정체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들이기에, 큐큐에서 러시아 문학 전공자의 원전 번역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뜻깊다 할 수 있다.
≪날개≫는 러시아어로 쓰인 최초의 퀴어 소설이기도 하다. 지방 소도시 출신 소년이 대도시인 페테르부르크로 올라와 성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로 쓴 이 소설은 20기 초 러시아 사회에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문예지 ≪천칭자리≫는 한 호 전체를 ≪날개≫에 할애할 정도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성 소수자 청년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한편 외설적이라는 비판이 따라오기도 했다. 흔한 성애 묘사 하나 없이 대화와 정황을 통한 암시에만 그쳤음에도 파문이 일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사회가 경직되어 있었다는 뜻일 테다. 그래서일까, 쿠즈민은 소설 발표 후 적잖은 성 소수자 청년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받았다고 한다. 일반 대중은 ≪날개≫에서 당시 러시아 게이 사회의 성 풍속에 주목했다면, 당사자인 게이 청년들은 삶의 아름다움에의 초대를 발견한 것이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든 성 소수자들에게 바냐라는 평범하디 평범한 소년이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크게 한 발 내디디며 끝나는 이 소설은 많은 게이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날개≫는 오스카 와일드, 앙드레 지드, 프루스트의 작품들과 비견되었으며, 오히려 그들의 작품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까지 받은 바 있다. 대다수 퀴어 소설에서 주인공이 방황 끝에 파멸을 맞이하는 것과 달리, ≪날개≫의 바냐는 자기 정체성의 발견에 머물지 않고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보여준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퀴어 소설이라는 틀에 갇혀서만 바라보지 않아도 될 만큼 ≪날개≫는 아름다운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

미하일쿠즈민

미하일알렉세예비치쿠즈민МихаилАлексеевичКузмин(1872-1936)

1872년러시아야로슬라블에서영락한귀족집안에서태어났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성장한후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에서니콜라이림스키코르사코프의지도하에음악을공부했다.그러나문학,그중에서도시에매혹되어음악원을졸업하지않았다.바그너와니체의열렬한지지자인독일애호가이자훗날소련의정치가이자마르크스주의이론가로이름을날린친구게오르기치체린에게깊은영향을받고,이집트와이탈리아를여행한후구교도들의삶에감화되었다.이후러시아로돌아와상트페테르부르크에근거지를두고젊은문인들과교류하며본격적으로글쓰기에매진했다.1906년러시아문학최초로동성애를다룬소설《날개》 를발표해큰반향을일으켰다.당시상징주의운동을이끌던문예지《천칭자리》 가한호전체를《날개》 에할애할정도로소설은열렬한호응을일으켰고,동시에외설적이라는비판도함께받았다.같은해에연작시〈알렉산드리아의노래〉 를발표해시인으로서도큰명성을얻었다.스스로동성애자임을숨기지않고작품에도정체성을자유롭게드러냈으며,어떤유파에도속하지않고스스로하나의스타일을만들어냈다.혁명이후소비에트정부가들어선후로는활발한활동을하지못하고생계를위해외국문학을번역하거나연극공연을위한음악을작곡했다.1913년만난화가유리유르쿤과함께자신의아파트에서1936년사망할때까지동거했다.소련붕괴이후쿠즈민의문학은새로이조명을받아《날개》 가재출간되고시집《송어가얼음을뚫는다》 를원작으로한연극이만들어져상연되기도했다.

목차

날개
1부ㆍ11
2부ㆍ77
3부ㆍ129
옮긴이의글ㆍ177

출판사 서평

사람들은모든아름다움과사랑이신들로부터나온다는것을
깨닫고는자유롭고용감해졌습니다.
그리고그들에게서날개가돋아났습니다.”

바냐는어머니를여의고사촌형을따라페테르부르크로향하는기차에오른다.대도시로향한다는기대도없지않지만소년의눈에비친도시의풍경은우중충하기만하다.바냐가머무르게된곳은삼촌알렉세이카잔스키의집으로,그곳은일대의젊은이들이드나드는만남의장소이기도하다.바냐는그집에들른부유한영국인라리온드미트리예비치시트루프를본후자기안에서낯선감정을느끼지만,그는사촌누나인나타가연모하여결혼상대로생각하는남자다.이후우연히공원에서시트루프를마주치는데,오히려시트루프쪽에서바냐에게관심을보이며다가온다.그는바냐와그리스고전에관한대화를나누다가아름다움의세계에대해배워야한다고,원전으로서의삶을살아야한다고이야기하며바냐에게“완전히새로운인간이될씨앗이있”다는말을남긴다.바냐는삼촌의식구들에게는시트루프와의만남을비밀에부치며은밀한기쁨을느낀다.
시트루프와의대화가남긴여운때문일까.바냐는그리스어선생인다니일이바노비치의집에까지찾아가그리스문학과문화에대해들으면서그역시시트루프와잘아는사이라는우연을맞닥뜨리게된다.
한편바냐는사촌들과함께오페라를보러갔다가그곳에온시트루프를만나그의집에초대를받고,그곳에서완전히새로운세계를접한다.시트루프의집에모인사람들은전원이남성으로,목신들의그림으로아름답게장식된그곳에서그들은라모와드뷔시의음악을듣고,영문학에대해논하며아름다운식기들로식사를하고이국의이야기를나눈다.
그런데며칠후,바냐는시트루프의집에서그의집을방문한이다골베르크와이야기를나누다가시트루프가어떤주소지에정기적으로방문한다는것을,그사실이그녀에게고통을주고있음을알게된다.바냐는그주소지를찾아가지만시트루프를만나지못하고,그를기다리다가옆방에서들려오는기묘한대화를듣게된다.부부사이를유지하면서다른남자와지속적인육체관계를맺으며금전거래를하는남자들에대한이야기를들으며바냐는혼란에빠지고,낯선청년들과함께나타난시트루프를확인하고는경악하여집으로돌아온다.그러다가어떤이유에서시트루프의집으로찾아갔다가격앙된채문을박차고나가는그의모습과그직후그곳에도착한사촌누나나타를목격한다.의문에싸인채돌아온바냐는다음날아침,라리온드미트리시트루프의집에서일어난자살사건,즉이다골베르크의자살에대한신문보도를접하고,시트루프를둘러싼수수께끼에염증을느끼고그에게서멀어지기로결심하고카잔스키일가와함께바실수르크로휴가를떠난다……

삶의아름다움을향해떠난소년의여정

≪날개≫는어떤독자라도자신을스스럼없이투영할수있을평범한고아소년바냐(바냐는러시아에서가장흔한이름인‘이반’의애칭이다)가기차에오르는것으로시작해또다시새로운여행길에오를것을결심하는것으로끝난다.페테르부르크에서바실수르크,그리고다시이탈리아로이어지는여정에는작가쿠즈민의자전적경험이녹아들어가있음을짐작할수있다.작가자신이깊이감화된러시아구교도들의삶,이탈리아여행,그리고페테르부르크에서함께어울린(아마도동성애자들일)예술계인사들과의살롱문화가그것이다.그리고그여정내내,작가는바냐자신의고뇌에찬독백보다는그를둘러싼인물들의입을빌려작가자신이말하고자하는바를이야기한다.바냐가마음을기대고따르고자하는그리스어선생다니일이바노비치,뜻대로되지않는사랑에불행히삶을마감하는이다골베르크,바냐에게그릇된사랑을품는마리야드리트리예브나,속세에서떨어져사는구교도은수자,사랑하는남자를빼앗기는안나블론스카야,그리고바냐가사랑하는라리온드리트리예비치시트루프,이모든이들의입을통해작가가말하고자하는바는사랑은어떤규범으로도심판하거나규정지을수없는것이라는자명한진리이다.이진리를말하기위해쿠즈민은고대그리스,로마신화에서부터헬라이즘과헤브라이즘,기독교의윤리,그리고세속남녀의사랑에이르기까지세상에존재하는거의모든사랑에대해이야기한다.
물론20세기초라는시대적배경으로인한한계역시존재한다.동성애자사회를그리는한편계급문제를외면했거나여성인물들의묘사가상당히문제적이라는것이그런것들이다.그럼에도≪날개≫가제기하는문제의식은21세기가된지도20년이훌쩍넘은지금에도유효하다.여전히누군가는이소설을읽고,당시쿠즈민이받았다는다음의독자편지와도같은감상을느낄지도모르겠다.

“위대하신분,제심장의꽃,이장미꽃다발을받아주세요.(…)당신께서는제게날개를달아주습니다.고맙습니다,정말고맙습니다……이제저는영혼의탐색을계속하기위해어떤길을가야할지알게되었습니다.이제저는‘삶의아름다움’으로이끄는믿음직스러운길에서결코벗어나지않을것입니다.”
_178쪽
큐큐클래식

큐큐의세계문학클래식.
고전중퀴어문학사에서중요하게다뤄지고있는작품들을출간,소개한다.

《우리가키스하게놔둬요》사포외지음|황인찬엮음|최승자,정수윤,최성웅,이주환,이성옥,이주희,이종현옮김
《레딩감옥의노래》오스카와일드지음|김지현옮김
《텔레니》오스카와일드지음|조동섭옮김
《루비프루트정글》리타메이브라운지음|알·알옮김
《세명의삶/Q.E.D.》거트루드스타인지음|이성옥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