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이 살찔 때 (양윤덕 시집)

풀들이 살찔 때 (양윤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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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에시선 59권. 양윤덕 시인의 시집. 시인에게 상상력은 오랜 시간 관찰과 그 관찰의 시간을 접합한 토대 위에서 나타나는 결과다. 아무리 좋은 땅도 씨앗을 심지 않으면 꽃을 피워내지 않는다. 꽃씨를 심고 가꾸는 마음을 지녀야만 꽃이 지닌 향기를 맡고 새로운 상상의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의 시는 완숙미가 높다. 이순을 넘긴 시인의 삶에서 비롯된 삶의 농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바닷가 높은 절벽에 와서 부딪치고 울다 가는 파도도 바람의 크기에 따라 그 울음의 크기도 다르다. 시인도 결국 자기 절벽의 높이가 높으면 높을수록 파도를 이겨내는 소리도 클 것이다. 양윤덕 시인에게 시란 바로 이 시련을 이겨내는 삶의 질감이다.
저자

양윤덕

전북군산에서태어나2012년『시와소금』으로등단하였다.시집으로『흐르는물』,『배나무가지에달팽이기어간다』와동시집『우리아빠는대장』,『대왕별김밥』이있다.
2018년도경기문화재단창작기금과2022년도충남문화재단문화예술창작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

목차

제1부
대문·10
국수를삶다·12
아슬아슬한달·14
계단·16
꽃피는수도꼭지·18
상추·20
가스레인지에대한생각·22
꽃피는죽·24
이곳저곳·26
흘린꽃·28
사랑채에들어앉다·30

제2부
항아리속을살피다·34
죽방렴·36
비의그림자·38
양보·40
물을경청하다·42
뼈대·44
묶음·46
반죽·48
한동안·50
풀들이살찔때·52
씨앗기둥·54

제3부
과녁을짓다·58
벽이된다는것·60
시간의소속·62
굴절·64
관계·66
실마리·68
흔들리는손잡이들·70
짓다·72
안목의사색·74
후사경·76
5분상주·78

제4부
속도가온순해질때·82
햇살값·84
눈내리는외투·86
행렬·88
틀리는사람·90
들썩이는힘·92
우산·94
공기놀이·96
편두통·98
흔들리는집·100
무너지는것들을재건축하다·102

해설│임영석·105
시인의말·127

출판사 서평

양윤덕시인의신작시집『풀들이살찔때』가‘詩와에세이’에서출간되었다.
이번시집은시적상상력이흐르는물과같이자연스럽다.꽃씨를심고가꾸는마음이극진하다.그것은풀들이살찔때처럼풍요로운삶의깊이를보여준다.

대문안의말은교훈이되고
대문밖의말은소문이된다

저문이어느날굳게닫혀있다면
괜히바람이흔들고지나갔다거나
장난처럼얕본세상을향해
깊은문단속하나를
손질하는중일것이다

그래도넝쿨들은대문을피해
담장을넘고대문안이든바깥이든가리지않고
주렁주렁꽃송이를달기도했다
또대문은우리집가훈(家訓)같은것이어서
모든상인(商人)과도둑을가리고
흥정은들이고언감생심은내쳤다

새들이비웃는인간의사물들중에는
대문이으뜸일것이지만
새들이모르는일들중에는
어둠속빛을밝히는일도
문밖을서성이는짐승을불러밥을주는일도
이웃과푸성귀몇개오고가는인심도
저문을거쳐야하는것이다
-「대문」부분

양윤덕시인의시적자산은삶에바탕을두고있기에대문의안과밖의말[言]이전해주는의미를새롭게정의할수있다.“대문안의말은교훈이되고/대문밖의말은소문이된다”는아주짧고강한어조의상상력을발휘하고있다.대문안에서흐르는목소리는그집의가풍을이어주는삶의질서가있다는것을연상하게하고,대문밖의목소리는그목소리의정처가분명하지않아주인없는소리들을뜻한다.그러니온갖세상의풍문을의미하고있다.그풍문들은집안의목소리와다른소문에불과하다.양윤덕시인의목소리는바로이러한말의흐름을잘읽어내고있다는데그무게감이높다.결국변화무쌍한바람이대문을사이에놓고흐른다는것은그상상을통해독자에게또다른시적질감을높여주는대목이기도하다.

각자로벌어졌던사이를
둥근자리로좁혀앉은자리
꽃잎으로둥둥띄워내놓는
넉넉한반나절이다식을때까지
자꾸입밖으로나오는언어들처럼
억센국수를삶다보면
화르륵,거품이넘칠때
저도저의완강을어쩌지못해
넘치고있는것이다

한여름공중이뜨겁다
구름이부드러워지는이유다
-「국수를삶다」부분

누구나한번쯤국수를삶고그국수가익어가는과정을본적이있을것이다.국수가부드러워지기위해서는끓는물을이겨내야한다.여기에시인의시적상상력이숨어있다.불길이뜨겁다고국수를익혀내지못한다.뜨거운불을담아내는그릇이필요한것이다.여기서시인은마음의그릇을발견하고유연한삶을지닐수있는질감의상상을얻어낸다.
「국수를삶다」는바로부드러워지기위해자신의속을다끓여내는냄비같은마음의그릇을지녀야한다는것을인식하는말의흐름을보여준다.때문에“한여름공중이뜨겁다/구름이부드러워지는이유다”라며하늘에떠있는구름까지도내면의세계를통해바라본다.

양윤덕시인의시는완숙미가높다.이순을넘긴시인의삶에서비롯된삶의농도가높아졌다는의미다.바닷가높은절벽에와서부딪치고울다가는파도도바람의크기에따라그울음의크기도다르다.시인도결국자기절벽의높이가높으면높을수록파도를이겨내는소리도클것이다.양윤덕시인에게시란바로이시련을이겨내는삶의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