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대한 예의 (유진택 시집)

밥에 대한 예의 (유진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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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진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밥에 대한 예의』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유진택 시인이 1997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이후 30년 동안 삶을 지탱해준 문학의 궤적이 진솔하게 들어 있다. 특히 고향, 부모님, 농사와 삶의 들판과 질곡의 저수지까지 날것 그대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저자

유진택

충북영동에서태어나1997년 『문학과사회』로등단했다.시집으로『텅빈겨울숲으로갔다』, 『아직도낯선길가에서성이다』,『날다람쥐가찾는달빛』,『환한꽃의상처』,『달콤한세월』,『붉은밥』,『염소와꽃잎』이있다.현재좌도시,무천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05

제1부
밥에대한예의·13
달과포도1·14
달과포도2·15
밥을위한길·16
만월·17
여승의흰손·18
수저를날릴그날·19
업보·20
신발한짝·22
황소에게·23
탁란·24
길·26
담쟁이·27
낡은기타·28
버들잎과술잔·29
밀월·30

제2부
해바라기의최후·33
솔방울·34
불청객·35
팔자편한소1·36
팔자편한소2·37
초승달·38
흰부추꽃술렁대던길·39
제삿날·40
깡통·41
고백·42
싸구려·44
가을부근·45
팽이1·46
팽이2·47
나팔꽃·48

제3부
사과나무1·51
사과나무2·52
엄마·53
달을보며·54
풍뎅이·55
장마·56
별이되고싶어·57
인간에대한예의·58
어죽·60
둑길을달리던그때처럼·61
줄무덤·62
숟가락의힘·63
장대비소리치는밤·64
철길1·65
철길2·66
내손이지은죄·67

제4부
석류·71
고향길·72
나무의손금·73
낫·74
검은노래·75
대못·76
돌의비행술·77
거미1·78
거미2·80
폐선·81
태풍·82
달팽이·84
벌초날1·85
벌초날2·86
신발의향기·87

시인의산문·89

출판사 서평

고향과같이가는시의행로!


유진택시인의일곱번째시집『밥에대한예의』가‘詩와에세이’에서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유진택시인이1997년?『문학과사회』로등단이후30년동안삶을지탱해준문학의궤적이진솔하게들어있다.특히고향,부모님,농사와삶의들판과질곡의저수지까지날것그대로숨을몰아쉬고있다.

아버지는아침마다지게를졌다/관절삭아풀썩고꾸라질듯했지만/기도하듯점잖게무릎을굽혔다//무릎을굽히는것은땅에대한예의//밥을위한길이었기에/무릎을늘땅에대고조아렸다/조아리고난후에는/충성을맹세하듯무릎을폈다//굽혔다펴는것은아버지의오래된신앙//팔순동안신앙을지켜온바람에/지게는늘무릎을의지하게되었다/가정이단란한것은아버지의무릎이/지게를하늘처럼떠받들었기때문이다
-「밥을위한길」전문

풀썩퍼질러앉아풀을씹을땐/세상욕심다버린보살의얼굴이다/무슨생각저리깊게하는지/왕방울눈끔벅이며되새김질만한다/쇠파리,날파리들시위하며달려들어도/맘좋게꼬리흔들며?목쉰울음을쏟는다
-「황소에게」부분

아버지가소를앞세워쟁기로밭을갈때한쪽에서묵묵히호미로풀을쳐내던어머니,머릿수건질끈동여매고호미로풀을찍어낼때마다토해냈던어머니의땀과한숨소리.그것이애잔하게흙에스며들어비옥한밑거름이되듯아버지,어머니,지게,소,달,부추꽃,팽이,사과나무,철길,장대비,풍뎅이,별,빈집,돌담,거미,신발등고향에서그와함께한것들은힘겨운삶의터전의자양분이되고시인의시적토대가되었다.

난신도부처도아닌평범한존재/나보다더눈부신태양의얼굴이/보기싫어/도둑처럼어둠만딛고다닐뿐이다/사람들은내가헤쳐온가시밭길을모른다//황달기로부어있는얼굴엔/계수나무가지에할퀸자국이?있다
-「만월」부분

빨랫줄에서풍기는/물똥냄새지우기위해/옷자락이만국기처럼/펄럭였던사실을아느냐/비그친뒤돼지젖꼭지처럼/빗방울이오종종매달린것도/빨랫줄에아무나앉으면안된다는/경고의표시인줄모르나
-「인간에대한예의」부분

「시인의산문」에서시인이토로하듯혼란한시국에사회의모순과부조리에눈을감고향수만을좇는시들을못마땅해하는시선도있지만“황달기로부어있는”농촌이야기는인간과생명에대한가장기본적인예의이며지켜져야할가치이자여전히유효한숭고함이다.아버지와어머니가애장품처럼끼고다녔던쟁기와호미처럼그렇게들과논을오가며거친‘가시밭길을헤쳐온’이유가밥을위한길이었기에그것은농촌의삶을토대로사회와국가의현실을근본적으로대변하고있는“경고의표시인”셈이다.

어미개는대책없이많은새끼들을싸질러놨지만/그건어미개의잘못이아니다/봄바람이어미개의가슴에불을지른것이다/주인이산책한다고잠깐풀어놨던목사리를끌고/번개같이도망쳐떠돌이수캐와/하룻밤을치르고나왔을때/눈물이맺히던어미개의슬픈눈을잊지못한다/그슬픈눈이지금도촉촉이눈물에젖어있다/다섯마리의새끼들을업보처럼달고/터덜터덜걸어가는어미개뒤로/황혼의그림자가설핏내려앉는다
-「업보」부분

유진택시인은생활은곤궁했지만시를쓰는일은게을리하지않았다.문학지에시를싣는횟수만큼“업보처럼달고”있는살림도펴졌으면하는바람이지만숨어서시를써야하는현실은암담했다.그러나“터덜터덜걸어가”도시를쓰면마음이편해진다는시인은시집을읽고난사람들이불쑥건네는칭찬에도뒤통수를긁적이고얼굴이화끈거리는일이많다고한다.복잡한시말고,꽈배기처럼뒤틀린시말고,한평생들판에뼈와살을묻은아버지,어머니같은농사꾼이읽어도마음이편안해지는시를쓰고싶다는유진택시인의다짐은조용하지만묵직하다.오늘도그의유년을기어나온달팽이한마리온힘으로시의땅을밀며간다.

뒤도돌아보지않고
기어가는꽃줄기처럼
나도벼랑끝까지기어올라가련다
-「신발의향기」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