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꽃잎들 (강경아 시집)

맨발의 꽃잎들 (강경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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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강경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강경아 시인의 시선은 비극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제주를 비롯한 광주, 팽목항, 미얀마, 스페인 광장 등 국내외의 비극적 현장으로 뻗어 있다. 특히 개별화된 슬픔이나 가족사적 경계를 넘어 청년 레이, 노숙자, 제주 4 · 3 관련 유가족, 오월의 어머니 등 집단적인 비극이나 타자들의 아픔에 집중되어 있다.
저자

강경아

전남여수에서태어났다.원광대학교사범대국어교육학과를졸업하고2013년『시에』로등단했다.시집『푸른독방』이있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제1부
여수·11
어느토끼의겨울밤·12
고목(枯木)·14
어머니의수첩·16
오땅할아버지1·18
오땅할아버지2·20
오땅할아버지3·22
주간보호센터·24
외노루발·26
중환자실·28
미평수원지에서·29
나의대홍씨(氏)·30
우리동네최사장·32

제2부
청년레이1·37
청년레이2·38
청년레이3·40
오늘도,전태일·42
바닥·44
노숙의랩소디·46
을지로공구거리·48
씨앗의속도학·50
슬기로운당신의권리·52
방울토마토1·54
방울토마토2·56
솎아내기·58
우리는살고싶다·60
사과꽃피는밤·63

제3부
다랑쉬굴·67
귀향(歸鄕)·68
이장(移葬)하는날·70
우리가오월이다·72
무등산·73
오월의어머니·74
오월의둘레·76
여순의푸른눈동자·78
애기섬·80
저바람은기억하리·82
다시,팽목항에서·84
민주야,평화야·86

제4부
당신의방(房)·91
누룽지·92
에디터·94
복어·96
추천합니다·97
스페인광장에서·98
연탄재·100
드라이플라워·102
이레이져·103
시(詩)와에세이·104
시민속으로찾아가는시화전·106
집으로가는길·108

해설·111
시인의말·135

출판사 서평

역사적상처를위무하며현실을밀고가는희망의시

강경아시인의두번째시집『맨발의꽃잎들』이‘詩와에세이’에서출간되었다.이번시집에서강경아시인의시선은비극의역사를간직하고있는제주를비롯한광주,팽목항,미얀마,스페인광장등국내외의비극적현장으로뻗어있다.특히개별화된슬픔이나가족사적경계를넘어청년레이,노숙자,제주4·3관련유가족,오월의어머니등집단적인비극이나타자들의아픔에집중되어있다.

발길닿는모든길이통점(痛點)이다/매캐한연기가뼛속까지파고드는데/뒤틀리는비명소리돌담을넘고/부릅뜬눈과입들은둘레를이룬다/커다란돌덩이는비석이되어/더깊은어둠으로막아버렸다/달이환하게비추는다랑쉬마을/잊혀진사람들,묻어버린진실/속숨허라,속숨허라/손톱자국이핏빛으로스며드는길/제주의사월이다
-「다랑쉬굴」전문

누가너희에게즉결처분의권한을주었느냐/여덟명의식솔을거느리는가장에게/흙을일구는가장외롭고가난한농부에게/살뜰했던윗마을아랫마을평화로운이웃에게/누가너희에게손가락총을겨누게하였느냐/좌우로줄을세우도록하였느냐
-「여순의푸른눈동자」부분

강경아시인은1948년12월군경토벌대에의한제주‘다랑쉬굴’주변의양민학살사건현장을방문하고국가권력의폭력에의해“잊혀진”제주인들과그때문에“속숨허라,속숨허라”,곧‘말해봤자소용없으니조용히하라’는의미의현대판전승에묻혀버린“진실”이마치살갗을깊게파고드는“손톱자국”처럼자신의아픔으로“스며드는”것을느낀다.말그대로강경아시인에겐“발길닿는모든”역사의“길이”“통점(痛點)”인셈이다.
이른바‘여순사건’에관련한시「여순의푸른눈동자」또한“누가너희에게즉결처분의권한을주었느냐”고단호하게묻고있다.그러면서곧바로“타다당탕탕탕탕탕”총살형이집행되는당시의“주암초등학교운동장”현장으로독자를데려간다.지금도“구천을떠도는”“통한”의“혼”들이“밤하늘”의“차디찬별이되”어“날카롭게빛나고있”음을환기시킨다.역사적단절의시간을순식간에뛰어넘는순간적인합일을통해,“눈”과“입”을“가리고”“역사를지우”며“수장해버”린“침묵의말”(「애기섬」)들을영원한현재로재소환해내고있는것이다.

그대가신의로운길/정의가이기는길/가야한다면/나는가야겠네/혼자서라도/나는가야겠네
-「오월의어머니」부분

‘오월의어머니’들은단순히자식의죽음을슬퍼하거나그로인해고통받는여인들이아니다.국가폭력에희생된자식이나가족을대신하여때와장소를가리지않고싸우는아무도“막을수없는”“투사”다.정의가세상의모든뒤엉킨문제들을일시에해결하는열쇠는아닐지라도,굳이“가야한다면”“혼자서라도”“정의가이기는길”을가는“의로운”여인들을대변한다.국가폭력에의해“쓰러지”거나“좌절”된세상의균형추를바로잡고자하는현대판아스트라이아가바로‘오월의어머니’들이다.

우리손자걱정마라잉다잘될거신게잉마지막메아리가자꾸만깜박깜박거려요간,쓸개다내려놓아야닭똥같은눈물처럼하나둘씩켜지는다섯개의별퇴화된날개를접고쪼그리고앉아끔뻑끔뻑밤하늘을쳐다봐요눈치도없이빳빳하게고개를쳐드는닭벼슬이꺾이요~꺾이요~별에울고별에웃는이곳은별천지,지도에도없는리뷰의나라
-「청년레이3」부분

수해로인한대참사도아직끝나지않았는데/떠내려간소들도아직집으로돌아오지못했는데/집과논과밭도,축사비닐하우스도,오일장일터도/우리들의권리는방수벽을뚫고침수되어버렸다
-「슬기로운당신의권리」부분

이른바‘별점’이라는권력(?)으로“별에울고별에웃는”더힘없는약자들을괴롭히는사태속에서‘별’은그고유의상징성을잃은텅빈기표에불과하다.그러니까“간,쓸개다내려놓아야”“밤하늘”에“닭똥같은눈물처럼하나둘씩켜지는다섯개의별”이뜨는“별나라공화국”은이상적인가상의사회를의미하는유토피아(Utopia)를가리키지않는다.얼핏유토피아처럼보이지만실상‘별(aster)’이‘사라진(dis)’‘대재난(disaster)’의상태,곧“차라리별이뜨지않는밤이좋”은비정상적이고비인간적인디스토피아적세계일뿐이다.
강경아시인은절대적다른타자들을향한자기존재의지향성에그치지않고타자의고통에대한그책임과의무를스스로떠맡는자세를견지한다.그런강경아시인의관심사는어디까지나‘정의의실현’이다.그래서“어느것하나건질수없는”무가치한“생명”의시대속에서“방수벽을뚫고침수되어버”린“권리”를확보하기위한“진정한투쟁”(「슬기로운당신의권리」)이중요하다.
하지만강경아시인은아픔과절망을넘어서서바닥을노래할때마저도“바닥은바닥이알아보는법/바닥이서로기대고맞대어/서서히몸을일으”키며“견고한성체(聖體)가되어다시,/걸어나올”것을의심치않는다.“맨발의족적이향불이되어타”올라“부뚜막같은온기가들불처럼퍼져나”(「바닥」)갈것을믿으며“뼈아픈,한시절청춘이절단난채”“오늘도찢겨진콘크리트손바닥으로/굴뚝까지올라오는한기(寒氣)”가득한세상에“스스로빛이되는작은별들이”기를소망한다.모든고통이‘스스로가스스로의빛이되어’세상을밝히는저마다의별로빛나기를바라는희망이간절하게배어있다.냉철한현실인식을통해비록춥고외로워도시인에게주어진소명의식을저버리지않고기꺼이‘맨발의꽃잎’처럼걸어나가며세상을보듬는따뜻한시선이믿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