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은 그게 아니었다 (황지형 시집)

사이시옷은 그게 아니었다 (황지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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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참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언어 여행!
황지형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사이시옷은 그게 아니었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황지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존재하는가?’ 등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의문시하여 언어 속 물음으로 시작해 언어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가진 숙명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만큼 시인은 언어에 존재를 저당 잡힌, 혹은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만다. 말을 뱉지만 뱉은 말에는 시인의 맘속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시인은 말 배우는 연습을 하고 싶어 한다.
전기철 시인은 이 시집의 해설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말을 찾을 수 없는 화자는 확정할 수 없는 존재감에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만 입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전달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그 ‘누군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
저자

황지형

울산에서태어나2009년『시에』로등단하였다.

목차

제1부
양들은수건의매듭에서빳빳해지지·11
포스트잇달래기·13
쉼표찍고새,더멀리날아간다·15
흡인력·17
연기를내뿜는가방·20
여름이말하는사이시옷은그게아니었다·22
부엉이·25
아니나도석화말돼·28
설탕나무·32
게슴츠레한허스키를읽고있다·35
패스인패스·37
별나라일주일달나라·39
수박씨·41
빈그물로오는강·43

제2부
일상적인여름날·47
멀리아주멀리·49
BirdCall·51
생소한독립문자들·54
밤꽃이피었네·57
클립·61
나무!모자를씌워놓지요·63
순간·66
테니스공으로알베르트아인슈타인생각은지겨워·69
밀랍안경의인터뷰·71
퐁당퐁당구름은·73
제비꽃·75
반구대암각화·77
호두과자·79

제3부
토마토의신진대사·85
아슬아슬한육체훈련·86
오르락내리락눈물이났다·88
종이나라처방전·91
외식발포·94
광장·96
웃음인용부호·98
시화를떼다·100
얼굴이피네·102
피아노를옮기는에이아이·104
그럴수도있는접시·107
가오리·110
수박·113
여름맛이난다고말했다·115

제4부
꿈·119
낯선사람이도착했다·122
사랑,1·125
손을타다·128
커피를마시는동안·130
귤의금생첨화·132
금붕어·134
JE2······A의변명·136
충치를뺀함정처럼활짝핀다·138
홍당무·140
맛난돌·142
티크앤이지·144

해설│전기철·147
시인의말·167

출판사 서평

사람들은누구나양머리를할수있지그러니까자기몫을가지고태어난다고말할때조차도아버지의말을재빨리해득하지못하는순한양이된지오래여서눈곱만큼도나쁜세상에산다고생각하지않는똑똑이지만
그는사람인동시에양들을향해‘결혼할때되었군’‘이봐학교는졸업했다지’‘용역회사다닌다고’같은말들로무릎을꿇게만들기일쑤다그러면불가마속에서내가어쩌다저런양들을만났을까중얼거리곤한다‘어쩌다사람들을만나면낮고굵은목소리로음메에에에기죽은수건이라도준비해야지요’
-「양들은수건의매듭에서빳빳해지지」부분

화자는아버지의말을알아듣지못하는‘순한양’이다.그래서화자는자신이사람인건지양인건지분간을하지못하고있는데,타인은나에게현실적인질문을쏟는다.그래서화자는‘음메에에에’양울음소리를낸다.이는타자와나사이에놓인불통의관계때문이다.하지만존재란타자와내가함께확정해줄때비로소자리를잡을수있다.그렇더라도화자는자신의존재에대한기원을믿는다.다시말하면“그러니까자기몫을가지고태어난다고말”하는걸믿기때문이다.그말,자기몫을갖고태어난다는말,이말이곧시인이찾아나서는존재의기원을찾아갈수있는매개이다.이말에얽히어시인은말로서존재실험을하는것이다.

나무에걸린모자바람에흔들릴때
막대기자를톱을가져온다
바람은킥보드를타고오는버릇이있거든
껍질을찢은침묵속에
겨울저편맥빠지는손목시계

풀칠할언덕배기는가지고있나요?껍질을바른딱딱한얼굴,바람의고문은막대기에묶은호흡으로오는군요설탕냄새를묶은군락지의손실이에요태워버린에너지는오븐에서땀으로증발해버려요물한잔분의여자도나무껍질에묶인채느릿느릿나무의뿌리에묶인여자의머리가톱높이에있어요껍질을깎는진흙색손으로코를풀고,꽃을두손으로비벼단검으로썼어요여자의허리뼈에서숯불이흘러내려요화살은못마땅하다는듯눈알을돌려요못마땅하기만한것인지화산속에서단언할수없지요혀끝에꿈틀대는갈증처럼
-「나무!모자를씌워놓지요」부분

위시에서소재가무수히바뀌면서말들이이어져나온다.모자에서톱으로,다시킥보드,손목시계로,그리고언덕배기는얼굴로미끄러지고,얼굴은다시바람의호흡으로,또설탕냄새를묶은군락지,땀,한잔분의여자,머리가톱높이에있는여자,숯불,화살,눈알,화산,사과,개불알꽃,양탄자,절망적인열매로나아간다.나무를명확하게가리키는말은어디에도없다.오직혀끝에꿈틀대는갈증의말만있을뿐이다.그래서결국나는나무를말할수없는‘불능’이된다.나무를말하려고하지만어떤말도나무를확정하지못한다.

닭똥집에땡초의무늬가납작하게달라붙지않게부착해놔요,(「포스트잇달래기」)

양면이얼마나얇은지졸음에몸맡긴채날아보세요뒤적거리지말고앗,(중략)날개대신종이로바꾼걸방관하는건죄목이됩니까(「쉼표찍고새,더멀리날아간다」)

부엉이바라본다//책상위버티는건아무래도자가당착이라가가호소,무서워(「부엉이」)

망막한공간속에서죄짖는방법이어떠하든머릿속짜여진숫자를외친다(「멀리아주멀리」)

말소리웃음소리도들리지않는수심으로깊어진다(「독립문자들」)

구름을힘껏팽창하는구름을따라/다시구름에짓눌린구름이가라앉듯이(「클립」)

위의인용들을보면오(탈)자,첨자,비문(非文),말놀이,무의미한기호등이무작위적으로쓰이고있다.이러한경우는위에인용한시들외에도많은시에서이러한사례를찾아볼수있다.이는무엇보다도화자가아무계산없이무의식의언어를쓰고있기때문이다.시인은자신의말이수신자,즉독자에게도달할수없다는걸알기때문에,혹은독자나청자의오독을알고있기때문에그오독을없애기위해오히려말을흩트려버린결과이다.
시인은‘얼굴의기원’이라고했으나그것은존재의기원이라고바꿔도좋을듯하다.얼굴은입이며코,혹은눈일뿐만아니라‘존재’이기때문이다.시인은입속을맴도는말들에둘러싸여있지만그말들이가리키는곳을찾아헤매는운명을짐지고있다는걸알게된다.여기에서‘괄호에묶은나라’는자신의의지를표현한다고할수있다.‘나’는아무리말해도결핍은그대로있고,타자,혹은독자는말이넘친다고한다.
결국황지형시인은자신에게조차도도달하지못하는말들을입속에서얼버무리지만최우선의수신자,혹은독자인자신조차도그걸이해하지못하고결국저만치먼곳에새로운세상이있을것이라는자기위안을갖는것으로만족한다.말더듬이처럼말속을헤매지만그말들속에빛이있음을의심하지않는위안을갖는다.그만큼자신의순수서정을찾기위해서그가얼마나치열하게언어속을누비고있는가를이시집은잘보여주고있다.